한 여름에 설원을 만난다면?

상쾌한 상상입니다.

생각만 해도 속이 시원해지는.

고산지대가 아니고서야 그런 곳이 있을 리 만무하지만,

그런 착각을 들게하는 곳은 있습니다.

미국 뉴멕시코주의 '화이트 샌드 모뉴먼트'입니다.

텍사스 서쪽 끝 도시인 엘파소에서

북쪽으로 방향을 잡고 뉴멕시코주 산타페을 가는 길에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하얀 모래로 이뤄진 사막입니다.

주변은 온통 붉은 색을 띠고있는데

유독 이 지역만 하얗습니다.

하얀모래 공원 초입까지는

'무슨 하얀모래가 있다는 거야'라는

의심이 들 정도의 풍경입니다만,









비지터 센터를 지나

공원 안으로 들어서면, 정말 눈 밭에 선 듯한 느낌입니다.



 

 저 멀리 보이는 산맥이 산 안드레스 산맥이고

그 반대편에 새크라멘토 산맥이 마주보고 서 있습니다.

그 사이에 움푹 들어간 지형의 툴라로사 분지가 놓여있는데

하얀모래 사막은 바로 이런 지형 속에서 탄생한 오묘한 작품입니다.

신은 바람을 이용해 하얀모래를 만들어냅니다.

과학자들이 풍화작용이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3,4월경엔 시속 45마일(72km)로 부는 바람도 잦다고 합니다.


 저는 겨울에 찾았지만

여름에 가도, 이 모습 그대로 입니다.

눈이 아니기 때문이죠.

머리털 나곤 처음보는 광경에

모두 신이 났습니다.





 어린 시절 눈 위에 그랬듯이,

모래 위에 이름을 써봤습니다.

아들 놈은 재밌다며 달려들고,

집 사람은 유치하다는 표정이군요.



 이 곳이 유명한 것은

세계 최대의 집섬(Gypsum) 지대이기 때문입니다.

사전을 보니, 집섬은 '석고'라고 해석돼 있더군요.

안내 책자에는 다른 지역 사막의 모래는 석영이나 규소로 이뤄졌는데

이 곳 모래는 칼슘과 유황이 주 성분이라는군요.


  www.nujphoto.org



저도 지질학엔 문외한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저 같은 사람은 하얀 모래려니 하고 넘어가는데

이 세상에는 사물의 본질을 끝까지 탐구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의 인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떤 탐구형 인간은 지진을 만나도

놀라기 보다는 "이게 웬 횡재냐"면서

지진 현상을 직접 경험한다는 사실에 흥분한다나.

어쨌든 하얀모래 사막은

그 곳을 둘러싼 치우아후안 사막은 물론

인근 모하브 사막이나 소노란 사막과도 사뭇 다른

생태계를 발전시켜온 때문에

지질학자들은 '사막 속의 사막'으로도 부릅니다.


 

 그 사막 속에 서니,

아이의 키가 훌쩍 커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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