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과 호수, 숲의 나라 핀란드.
핀란드를 의미하는 핀란드어 '수오미'(Suomi)는
'호수의 나라'라는 뜻이라는군요.
1500개가 넘는 호수에 18만7888개의 섬들,
전 국토의 70% 이상을 뒤덮고 있는 숲은 전나무와 자작나무로 뒤덮혀 있습니다.
핀란드에는 '야르비넨' Jarvinen 이란 성을 가진 이가 3만 명이나 되는데
이는 호수 사람이란 뜻입니다.
공항에서 헬싱키 시내로 이동하는 도중
길 양편에 도열한 자작나무를 바라보며
갈매나무를 떠올렸습니다.
시인 백석이,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라고 표현했던
그 갈매나무를.
수도인 헬싱키 시내는 여늬 도시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도시가 다른 곳에 비해 조용하다는 점을 제외하곤.
도시가 깨끗해서 청량감이 느껴졌습니다.
핀란드 북쪽 지역에선 5~7월,
밤에도 해가 떠있는 '백야' 현상이 목도된다고 하는데
헬싱키는 핀란드 남단에 위치해 있어
그런 진풍경은 연출되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 헬싱키에선 도시 보다,
우리네 찜질방 원조인 핀란드 사우나가 궁금해졌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통나무로 된 별장을 소유하는 가정이 많다. 이 별장은 대개 숲에 둘러싸인 호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핀란드 사람들의 여름 휴가 무대는 이 별장일 경우가 많은데 사우나와 노 젓는 보트는 꼭 갖추고 있다고 한다.
선교사로 헬싱키에 와서 20년 가깝게 체류한 지인에게 물었더니
헬싱키 시민답게 과묵한 그는,
두 말 없이 차를 몰아 교외로 내달렸습니다.
이 곳이 사우나 입구.
찜질방과는 초입부터가 다르더군요.
찜질방 정도의 가격을 계산하고 안 쪽으로 돌아가면
호수가에 있는 사우나가 보입니다. 전형적인 핀란드 사우나였다.
사우나 안으로 들어갔더니
현지 주민으로 보인는 사람들이 남녀가 섞여서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더군요.
열기를 참아가면서 말이죠.
저 같은 초짜는 1분을 넘기기 힘듭디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앉아있는데
나가는 사람 한 명이 느닷없이
열기를 뿜어내는 난로 위에 물을 한 바가지 좍~.
갑자기 온 몸에 감겨오는 열기,
정말 죽음입니다.
그런 저를 보면서
훈증 사우나에 익숙한 주민들은
키득 키득...
저는 참지 못하고 뛰쳐나와 호수로 뛰어들었습니다.
지옥에서 천당으로 이동한다면
딱 그 기분일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호수의 물은 반대로 너무 차서
역시 1분을 넘기기 힘듭디다.
상극은 어떤 점에선 통한다더니.
뜨거운 사우나와 차가운 호수를 오가는 일은 가학적인 측면이 있지만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듯한 알싸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사우나와 호수를 오가는 자학적 의식을
서 너 번 하고 나면
정말 온 몸이 흠씬 두들겨맞은 것 처럼
노곤해집니다.
그런 뒤 자작나무 가지로 온 몸을 두드립니다.
혈액 순환과 피부 미용에 특효약이라나.
사우나를 끝낸 뒤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의 맛.
우리 일행을 초대한 지인은
사우나 초대야말로 핀란드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호의라고 말했습니다.
산타크로스의 고향인 핀란드를
겨울에도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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