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 캐피턴(El Capitan).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며 관광객의 시선을 사로잡는 거대한 바위산입니다.

 미국 조지타운대 방문 연구원 시절인 2005년 여름, 요세미티를 찾았을 때 정말 큰 바위산이라는 느낌을 받았을 뿐인데, 세계 최대의 화강암 바위라고 합니다. 전 세계 암벽등반가들이 즐겨 찾는 곳이란 사실도 뒤늦게 알게됐습니다. 2015년 1월14일(현지시간) 미국의 암벽 등반가 토미 콜드웰과 케빈 조거슨이 세계 최초로 엘 캐피턴의 '새벽 直壁(Dawn Wall)'을 맨손으로 오르는데 성공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제가 요세미티를 찾은 날에도 저 암벽에 사람들이 매달려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벽 직벽을 맨손으로 올라가고 있는 토미 콜드웰과 케빈 조거슨.     AP=연합뉴스

 

세계일보 유태영 기자가 외신을 참고해서 쓴 기사에 따르면 해발 2300m인 엘 캐피턴은 독특한 모양의 직벽으로 전 세계 등반가들의 도전 대상이었고 그 중에서도 '새벽 직벽'은 그동안 아무도 맨손 등반에 성공하지 못해 엘 캐피턴의 난공불락 루트로 불렸다는군요. 사고로 왼손 검지를 잃은 콜드웰이 이 루트를 맨손으로 정복했다고 해서 지구촌은 감탄의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조거슨은 무려 18일이 소요된 등반 도중 손가락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상처가 아물 때까지 이틀 간 쉬었다가 다시 기어올라 끝내 정상을 밟고야 말았답니다.

 조거슨은 "우리가 느리지만 확신을 갖고 이 일을 해낸 것 처럼 모두가 언젠가는 각자의 '새벽 직벽'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답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미국 사람들은 참 똑같은 말도 멋있게하는 재주가 있습니다. 정치인도 그렇고, 일반인도 그렇고. 어려서부터 말하기 훈련을 해와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우리 보다 인생을 대하는 자세가 좀 더 진지해서 그런게 아닐까 싶습니다. 좀 더 주체적이고, 좀 더 사려깊고, 좀 더 희생적이고...솔직히 우리 사회에는 대통령부터 '부자되시라'고 외치고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무슨 신주단지처럼 여기고,다른 삶의 조건들은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데(그렇다고 제가 경제적 조건을 중시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무슨 문제든 '정도의 문제'입니다), 이런 풍토 속에서는 품격있는 삶은 고사하고 격조있는 말도 여간해선 듣기힘들지 않을까, 뭐 그런 객소리를 해봅니다.  

 여튼 을미년 새해를 맞은 세계인에게 희망과 용기를 안겨주는 발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잠시 나의 '새벽 직벽'은 뭘까, 라는 상념에 젖어들기도 했습니다.

요세미티 공원 주차장에 차를 대놓고 걸어서 들어서면 엘 캐피턴을 지나자마자 멀리서 폭포가 보입니다. 걸어가면 갈수록 그 폭포는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와서 끝내는 폭포 물방울이 내 몸에 튀길 정도가 됩니다. 바로 요세미티 폭포입니다. 이 폭포는 북한의 대포동미사일처럼 3단인데 위부터 아래로 Upper Fall, Lower Fall, Cascade Fall로 부릅니다. 총 길이가 739m로 미국에서는 가장 높고, 세계적으로도 다섯번째로 높은 폭포라는군요. 

 

 

 

 

 

 

 

 

 

 

 

 

 

 

아래는 요세미티에서 가장 전망이 좋다는 'Glacier point'에 서서 오른 쪽으로 Nevada Fall과 Vernal Fall을 바라본 정경입니다. 예전에는 이 곳까지 말을 타고 다녔지만 지금은 자동차로 글레이셔 포이트 턱밑까지 편하게 올라올 수 있습니다.

 

 

 

셔틀버스는 다니지 않고 겨울철엔 도로가 폐쇄되기 때문에 시점과 이동 수단을 면밀히 고려해서 오셔야 합니다. Nevada, Vernal Fall은 빙하가 녹으면서 생긴 것이라는군요. 안내판을 보면 빙하가 아래 쪽으로 흘러내리면서 그 때 무른 지반은 빙하에 패여서 쓸려내려가고 단단한 부분만 남았는데 그 강도의 차이로 협곡도 생기고 폭포도 생겼다는 설명이 죽 적혀있습니다. 그런 거 몰라도 확 트인 전망을 즐기는데는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Glacier point에서 왼쪽으로 눈을 돌리면 요세미티 달력 사진에 나오는 바위가 우뚝 서 있습니다. 'Half Dome'이라는 명칭 그대로 돔을 절반으로 잘라놓은 모습입니다. 이 곳 역시 암벽 등반자들의 성지 같은 곳입니다. 

 

 

 

아까 봤던 폭포들과 Half Dome이 보이게 카메라 앵글을 잡으면 아래와 같은 예술 작품이 찍혀나옵니다. 저는 사진 문외한이지만 대충 눌러도 이런 멋진 장면이 포착됩니다.

 

 

 

 



 

내려오는 길에 '이제 언제 이 곳에 다시 오랴'는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뒤돌아서 눈에 넣은 Half Dome. 

 

 

 

 

 

 

 

 

物我一體

 


저를 넣어서 찍어봤는데 아무래도 저 같은 인간 따위는 없애버리고 자연의 모습만 담은 사진이 훨씬 자연()스럽군요.;; 

 

 

 

 

아래는 미 요세미티 엘캐피탄 자유등반 성공 소식을 다룬 조선일보 2015년 1월24일자 기사입니다.

오직 손과 발, 육체의 힘으로 '불가능의 벽'을 타고 오르다

지난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거벽(big wall) '엘캐피탄(El Capitan)'에 전 세계 시선이 쏠렸다. 꼭대기에 오른 두 산사나이는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고 감격에 겨운 표정으로 서로 부둥켜안았다. 등반가 토미 콜드웰(37)과 케빈 조르게슨(31)이 19일간의 사투(死鬪) 끝에 지구 상에서 가장 어려운 루트로 꼽히는 높이 914m의 '여명의 벽(돈월·Dawn Wall)'을 거쳐 앨캐피탄 정상에 오른 순간이었다.

외신들은 찬사를 쏟아냈다. 뉴욕타임스는 "불가능을 좇다, 그리고 정상에 서다"라고 했고,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그들이) 역사를 만들었다"고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두 사람을 향해 "당신들은 우리에게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줬다"고 했다.

엘캐피탄은 요세미티 계곡에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다. 최고 높이는 1000여m로 단일 암벽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북한산 인수봉 암벽이 150m라는 걸 생각하면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엘캐피탄은 꼭대기 높이가 해발 2307m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 에베레스트(8848m)의 4분의 1을 간신히 넘는 정도다. 두 등반가가 땅에 내려오는 데도 2~3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런데도 AP통신은 "두 사람은 많은 사람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돈월 루트를 자유등반으로 오른 첫 번째 사람이 됐다"고 평가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른 것도 아니고, 그것도 19일에 걸쳐 정상을 밟은 것인데 세계는 왜 이들의 등반에 열광하는 것일까.

절벽이 하늘에 매달렸다. 이 절벽을 오르던 사람도 덩달아 그 아래 매달렸다. 암벽이 그곳에 있는 한 인간의 도전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그야말로 깎아지른 듯한 암벽을 타고 오르는 한 등반가의 모습이다.
절벽이 하늘에 매달렸다. 이 절벽을 오르던 사람도 덩달아 그 아래 매달렸다. 암벽이 그곳에 있는 한 인간의 도전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그야말로 깎아지른 듯한 암벽을 타고 오르는 한 등반가의 모습이다. / 코르비스 토픽 이미지
자유등반… 오직 손과 발로 등정

자유등반은 장비를 이용하지 않고 자신의 신체 능력으로 등반하는 것이다. 손끝 힘만으로 몸을 끌어올릴 정도의 탁월한 신체적 능력과 수백m 공중에 매달려서도 추락에 대한 공포를 이기고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정도로 강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정신적·육체적으로 인간의 한계를 초월하려는 행위인 것이다. 콜드웰은 한 인터뷰에서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손끝이 상하고 피가 난 상황에 대해 "손끝에 피부가 얼마나 남았는지가 이번 등반의 성패를 좌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엘캐피탄은 1958년 미국의 저명한 암벽등반가 워렌 하딩이 처음 올랐다. 하딩은 사람의 코처럼 생겼다고 해서 '노즈(The Nose)'라고 불리는 루트를 개척해 47일 만에 엘캐피탄 꼭대기에 섰다. 이후 많은 사람이 다양한 루트를 개발하면서 이 거벽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현재 엘캐피탄 정상에 오르는 루트는 100여 개에 달한다"고 했다. 1970년 돈월 루트를 개척한 것도 하딩이다. 하지만 그의 등반 방식은 격렬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알피니스트닷컴에 따르면 하딩은 당시 27일에 걸쳐 등정하면서 암벽에 328개의 구멍을 냈다. 그 구멍에 볼트 등을 박아넣은 뒤 로프를 연결해 등반에 이용했다. 자연을 훼손하는 '인공등반' 방식이었다.

이번에 콜드웰과 조르게슨이 격찬을 받은 것은 하딩이 인공등반으로 올랐던 그 루트를 45년 만에 오로지 손과 발만 사용하는 '자유등반'으로 등정했기 때문이다. 자유등반도 암벽에 오를 때는 바위틈 등에 안전장비를 설치하고 몸에 로프를 연결한다. 하지만 이는 추락을 대비하는 것으로, 등반할 때는 장비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는다.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 교장은 "암벽등반은 장비의 도움을 받느냐 안 받느냐에 따라 인공등반과 자유등반으로 나뉜다"면서 "장비 도움을 받아야 오를 수 있었던 곳을 순전히 인간 육체의 힘으로만 등정한다는 것은 가장 극적이고 위대한 휴먼 드라마"라고 했다.

암벽 자유등반 바람은 1970년대 말부터 불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박사논문을 준비하고 있는 오영훈 월간산 편집위원은 "가볍고 친환경적인 등산 장비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자연을 훼손하지 말고 등반하자는 '깨끗한 등반(클린 클라이밍)'이 붐을 일으켰고, 이어 인간 힘만으로 오르자는 자유등반이 큰 흐름을 형성했다"고 했다. 처음에는 인공 장비를 이용해서라도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 중요했지만 점점 '자연 보존과 인간의 힘만으로'라는 가치가 부각된 것이다.

엘캐피탄의 경우 1979년 첫 자유등반이 이뤄졌고, 주요 루트 중에서는 '살라테월'이 1988년, 가장 유명한 '노즈' 루트는 1993년 자유등반에 길을 터줬다. 알피니스트닷컴은 "앨캐피탄 주요 루트 중 자유등반이 이뤄진 곳은 이번 돈월을 포함해 모두 14개가 됐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토미 콜드웰(오른쪽)과 동료 케빈 조르게슨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거벽 ‘엘캐피탄’에서 지구 상에서 가장 어려운 자유등반 루트로 알려진 ‘여명의 벽’을 통해 정상에 오르고 있다. 두 사람은 인공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들의 손과 발로만 등정을 하는 ‘자유등반’으로 이 암벽의 꼭대기에 섰다.
지난 14일 토미 콜드웰(오른쪽)과 동료 케빈 조르게슨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있는 거벽 ‘엘캐피탄’에서 지구 상에서 가장 어려운 자유등반 루트로 알려진 ‘여명의 벽’을 통해 정상에 오르고 있다. 두 사람은 인공 장비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들의 손과 발로만 등정을 하는 ‘자유등반’으로 이 암벽의 꼭대기에 섰다. / AP 뉴시스
손가락 한 마디로 턱걸이… "그들은 거미다"

'난도(難度) 등급 5.14d.'

콜드웰 등의 등반이 전 세계 등반가들을 감탄하게 한 건 무엇보다 이 등반의 '난도'였다. 이용대 교장은 "그 사람들이 오른 암벽의 난도가 5.14d라는 걸 알고 정말 깜짝 놀랐다. 그들은 거의 거미 수준"이라고 했다. 노스페이스 클라이밍팀 소속 최석문씨는 "지금까지 엘캐피탄 등정 주요 루트 중에서 가장 높았던 난도는 5.14a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5.14d라는 난도는 이번에 처음 들었다"고 했다.

도대체 난도가 5.14d라는 건 어떤 의미일까. 등반 난이도를 매기는 체계는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영국과 독일에서 만들어졌다. 이후 전 세계에 10여개 이상의 난이도 등급 체계가 등장했다. 미국에선 자유등반 난이도 등급을 매길 때 '요세미티 소수점 체계'라는 걸 사용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 체계는 1~5급까지 난이도 등급을 매기는데, 1~4급까지는 일반인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는 수준이고 5급은 본격적인 암벽등반이 시작되는 영역이다.

전문가들은 "5.14 난도를 이겨내려면 손가락 끝으로 절벽을 오를 정도가 돼야 한다"고 했다. 손정준 '손정준스포츠클라이밍연구소' 소장은 "난도 5.12는 열 손가락의 두 마디를 이용해 턱걸이 10개를 하는 수준이고, 5.13는 열 손가락의 한 마디로 턱걸이를 하는 수준이며, 5.14는 한 손가락으로 그것도 딱 한 마디만 걸어서 턱걸이를 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런 능력이 필요한 것은 실제 등반 도중 손톱 정도의 작은 돌기를 한 손으로 잡고 올라야 하는 때가 반드시 생기기 때문이라고 한다. 각 난이도 등급은 다시 a·b·c·d 4등급으로 세분화되는데 d로 갈수록 난도가 더 높다.

현재 지구 상에 존재하는 가장 어려운 난도는 5.15b이다. 한 전문가는 "이 난도는 땅에서 20~30m 정도의 낮은 암벽에 매겨졌을 뿐 높은 산에서 진행되는 자유등반 영역에선 존재하지 않는다"며 "자유등반 세계에선 5.14d가 최고의 난도인 셈"이라고 했다.

국내 암벽 중에선 난도가 5.14 이상은 없다. 전북 고창에 있는 선운산 투구바위가 난도 5.14a 정도지만 이 바위는 15m에 불과해 자유등반에 포함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대표적인 암벽 중 설악산 적벽은 정상으로 가는 3개 루트 중 가장 난도가 높은 것이 5.13c 정도이고, 높이가 200m인 울산바위도 난도는 5.12c 정도이다. 손 소장은 "이렇게 난도가 낮은데도 울산바위와 적벽을 오른 사람은 지금까지 국내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그는 2000년 태국에서 국내 등반가로서는 처음으로 5.14b의 암벽 등반을 경험했다. 그는 "그 등반을 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아직 다음 난도인 5.14c 등반엔 성공한 적이 없다. 그만큼 난도를 높이는 것이 어렵다"고 했다.

보통 난이도 등급은 그 암벽 등반을 끝난 사람이 매긴다. 직접 암벽에 오르지 않고는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번 여명의 벽 등반의 경우도 콜드웰이 "전체 30구간 중에서 난도가 5.13 구간이 12개, 5.14 구간이 6개였다. 특히 난도 5.14d 구간도 두 곳이나 있었다"고 밝히면서 난도가 밝혀진 것이다. 한 등반 전문가는 "어려운 루트라고 해도 5.14 난도를 가진 구간은 한 개 정도가 대부분인데 여명의 벽은 그 어렵다는 구간이 여러 개나 된다는 게 정말 대단한 것"이라며 "앞으로 이곳을 다시 오르는 사람이 나오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토미 콜드웰이 몇 년 전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엘캐피탄’ 암벽에서 등반을 하는 모습.
토미 콜드웰이 몇 년 전 요세미티 국립공원의 ‘엘캐피탄’ 암벽에서 등반을 하는 모습. / 레베카 콜드웰 블로그
불가능이라던 영역을 향한 도전

히말라야 산맥같이 만년설이 덮인 고산을 오르는 것과 달리 암벽등반은 단순히 높이를 추구하지 않는다. 인간의 육체적 능력을 시험하는 다양한 한계에 도전한다. 스포츠클라이밍처럼 지상에서 수십m 정도 이내에서 이뤄지기도 하지만 자유등반이라고 할 땐 보통 높이 수백m 암벽에서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등정이 여러 날 걸릴 땐 도중에 식사도 하고 공중 텐트 같은 걸 걸어놓고 잠도 잔다. 커피나 가볍게 술을 마시기도 한다. 그럴 땐 단단한 고정물에 공중 텐트 등을 걸어놓아야 한다. 대소변도 공중에서 해결해야 한다.

전문 등반가들은 "자유등반이 어려운 것은 허공에 매달린 것 같은 원초적 두려움과 맞서 싸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손정준 소장은 "땅 부근에서 5.14급의 고난도 등반을 탁월하게 했던 사람도 막상 100~200m 이상 높은 곳에 가서는 난도가 5.12 정도인데도 발을 내딛지 못한다"며 "추락에 대한 공포를 떨쳐버리고 추락 방지 장비에 대한 강한 믿음을 가져야만 자유등반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자유등반이 진보할 수 있었던 데는 과학기술의 발전도 큰 역할을 했다. 가볍고 바위틈에 쉽게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장비들이 개발되면서 등반가들이 갖고 올라가야 할 장비 무게가 크게 줄었고, 신체의 특정 부위를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장비도 등장했다.

자유등반을 100m 달리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달리기 선수가 0.01초를 단축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듯 자유등반가는 인간의 한계라고 여겨졌던 영역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밀기 때문이다. 이용대 교장은 "산이 있고, 암벽이 있는 한 그곳을 자신의 힘만으로 오르겠다는 인간의 도전 또한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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