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 청년이 20년이 지나면
마흔 살이 된다는 사실을,
이십대는 실감할 수 없다고 말한 건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며칠 전 청와대 관계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비슷한 얘기가 다시 나왔습니다.
주제가 은퇴 후 생활로 흘러가자
자신은 은퇴 후 고향에 내려가 노년을 즐길 계획인데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들이 즐긴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하더군요.
그 분은 50대인데요,
공감이 되더군요.
저도 젊은 시절엔 40대 이상의 남자들을
'아저씨' 아니면 '가장', '중년'으로만 바라봤을 뿐 , 
사랑을 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존재로 인식하진 않았으니깐요.
언젠가 아들 녀석이 읽고있던 책,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소설 속의 화자(話者)가
'20대의 나이에는 50대의 늙은이란 죽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는 사람들로 생각됐다'고 말했던 것 처럼.
 
 화제는 자연스레
노무현 대통령의 은퇴 구상으로 옮아갔습니다.
그에 관해서는 대통령 본인이
여러차례 구상의 일단을 밝혔지요.
올초 설을 맞아 김해 진영의 선영에 참배한 뒤
형 건평씨가 사는 봉하마을을 찾아
지인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퇴임 후 고향 동네인 진영 또는 김해,
아니면 경남 또는 부산에 내려와 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고요.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 파체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나도 퇴임 후 숲을 가꾸며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지방은 불편할 텐데
그냥 해 본 말씀 아니시냐는 물음에,
청와대 관계자는 '지방에 내려가실 것'이라고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숲도 키우고 보건소 활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중 보건소 활동은 처음 듣는 구상같은데요,
'전국적 네트워킹이 필요한 일'이라고 언급한 점으로 미뤄보면,
시골 지역의 취약한 의료 체계를 개선하는 사회운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노 대통령이 얼마 전 중소기업인들을 만나
'제가 전에 한 번 하다가 망했는데, 분해서 저도 마치고 혹시
중소기업이라도 한 번 해볼 일이 있을란가'라고 말한 부분은
그다지 무게를 둔 발언같지는 않고요,
지난해 8월 우리당 부동산 대책위원들을 만나
'통나무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대목은
노 대통령이 무주택자이고
지난 번 몽골 순방시에도
몽골의 전통 천막집인 '게르'를 사고싶다면서
각별한 관심을 보인 점 등으로 미뤄
현실화될 개연성이 다소 높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래서 생각해 보니,
노 대통령의 퇴임 후 모습이 얼핏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인
엘제아르 부피에와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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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로 집을 짓고 살며
양을 기르거나 벌을치는 와중에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간 부피에.
그래서 '야생 라벤더 외에는 아무 것도 자라지 않던' 황무지를
떡갈나무와 너도밤나무, 자작나무 숲으로 변화시키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 밖에 희망이 없던' 주민들에게
활력과 희망과 행복을 선사한 부피에.
 
 노 대통령의 은퇴 구상은
다른 전직 대통령의 퇴임 후 생활과는
사뭇 다른 모델입니다.
그래서 기대가 됩니다.
소설 속의 부피에가 나무를 심기시작한 게
그의 나이 52살 때였으니
올해 환갑인 노 대통령은 좀 더 부지런히
심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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