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들은 다녀오셨는지요.
출입처 옮기고
경황없이 지내다 보니
블로그 독자들과 소원해졌네요.
오랜만이라 더 반갑습니다.
 
 
살다보면,
각자의 인생에도
전환점(Turning Point)으로 부를만한 시기가 있습니다.
그 시기를 기점으로
삶은 크게 굽이치며 방향을 틉니다.
콜로라도 강과 그랜드 캐년은
이스트 림의 '데저트 뷰'에서 전환점을 맞습니다.

                                  <데저트 뷰에서 바라본 캐년>
 
콜로라도주 고산 지대에서 발원한 콜로라도 강은
내내 남쪽이나 남서쪽으로 흘러오다
바로 이 곳에서부터 갑자기 서쪽으로 방향을 바꿉니다.
콜로라도 강은 이같은 극적인 변화를 모색한 후
한동안 북쪽을 향해 거슬러 올라가기도 합니다.



데저트 뷰 워치타워는
그랜드 캐년의 동쪽 출입문을 통과한 후
맨 먼저 눈에 띄는 전망대입니다.
 


 
이 곳에 올라
전망창으로 내다보면
그랜드 캐년의 동쪽 끝단인
절벽이 한 눈에 들어옵니다.
캐년과 '채색된 사막'(Painted Desert)을 갈라놓고 있는
수직 절벽.
캐년의 북쪽으로는
저 멀리
마블 캐년의 모습이 보이고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웅장하고 기묘한
그랜드 캐년의 장관이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1947년 이 곳을 찾은
시몬 드 보부아르는 그녀의
'미국 여행기'에 다음과 같이 적었습니다.

'캐년의 끝이라고 볼 수 있는 마지막 굽이에는
원형의 망루가 세워져 있다.
그 곳에서는 나이아가라와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자연의 경이를 일종의 놀이 공원으로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치밀한 노력을 기울였다.
1층의 커다란 원형 홀에는
유리창에 경치가 비치게끔 되어있다....
우리는 나선형으로 난 계단을 올라간다.
위층 테라스에서는 시야가 광막하게 트인다.
멀리 보라색과 붉은색의 광대한 고원이 보이는데,
그 색채가 너무도 명료해
마치 고갱같은 과대 망상증 환자가
색칠한 것만 같다. 그래서 '채색된 사막'이라고 부른다.'
 
 
 데저트 뷰에서 서쪽으로 몇 마일 가면
투사얀 유적지와 박물관이 있어
약 800여년 전 캐년에 살았던
인디언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들의 후예는
캐년 근처에서 관광객들을 상대로
수공예품을 팔며 근근히 생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베이스 캠프로 잡은 플래그스태프 숙소에서
캐년의 동쪽 출입구 쪽으로 가다보면
놓치기 아까운 볼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캐년의 지류를 코 앞에서 확인할 수 있는
'Little Colorado scienic overlook'.




사진 속 저 멀리
산재해 있는 나바호 족들의 삶터가
멀어진 그들의 희망 만큼이나 어슴푸레하게 보입니다.  

'호텔 맞은편의 골동품 가게 이름은 '호피족의 집'이다.
그 곳에 사는 인디언들은 낮 동안은 내내 미국식으로 차려 입고 있다가
여섯 시경이 되면 일상적인 옷 위에다 가죽 바지와 소가죽 상의를 걸쳐입고
깃털 머리 장식을 쓰고 그들의 18번 춤을 춘다.
그들은 언제나 같은 춤에 차례차례로 곰춤, 독수리춤, 물소춤이라 이름붙인다.
적절하게 변장한 한 어린아이가 이미 상업적이 되어버린 미소를 띠며
겅중거리면 관중들은 감동한다.
나는 몇 백 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벤치에 앉아 바라본다.
그러니까, 나는 여기를 오고 싶어했고, 이제 여기에 있다.
나는 맞은 편의 거대한 벽을 바라본다.
마치 크림과 잼이 든 비스킷을 둘로 쪼개놓은 듯
두 쪽으로 갈라진 그 것은 겹겹이 포개진 단층과 어패류,
시대를 달리하는 돌 속에 박힌 고사리들로 이루어진 땅덩어리여서
아래에서 위로 지층의 형성을 추적할 수 있다.
지고 있는 해가 바위들을 핏빛으로 물들이자
바위의 붉은 광물이 액화하여 증발한다.
나는 바라본다.
그 것이 여기있고 내가 여기 있다.
무언가가 일어났으면 싶다.
나는 계속해서 바라보지만 그 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매번 같은 이야기다.
모래, 돌, 달, 석양, 사물들이 여기있고,
내가 있으며,
그렇게 우리가 대면하고 있다.
끝내,
일어나서 가는 건
언제나 나다'(시몬 드 보부아르. 1947.3.17)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