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흑인 저격범에 의해 피살된 백인 경찰관들의 추모식이 열린 미국 댈러스주의 모튼 H 메이어슨 심포니 센터에서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부부가 손을 잡고 미국의 통합을 촉구하고 있다. 왼쪽부터 로라 부시, 부시 전 대통령, 미셸 오바마, 오바마 대통령. 댈러스=AP연합뉴스 |
미국 대선에서 인종 변수가 유난히 강하게 작동되는 때가 있다. 2008년 대선이 그랬다. 민주당이 흑인 후보(버락 오바마)를 내세우자 소수인종 유권자의 투표율이 높아졌다. 히스패닉·흑인 인구가 많은 플로리다주는 2000년, 2004년 대선에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를 선택하며 부시를 재선 대통령으로 만들어줬지만 2008년엔 오바마 쪽으로 기울었다. 오바마는 플로리다를 비롯한 경합주를 거의 휩쓸며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됐다. 소수인종의 힘이다.
최근 들어 히스패닉 유권자 수가 늘어나면서 소수 인종의 대선 영향력은 더 커졌다. 히스패닉 유권자는 2008년 2000만명 정도였으나 올해는 273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특히 박빙 경합주인 플로리다와 네바다, 콜로라도주는 히스패닉 유권자의 비중이 커졌다.
노스캐롤라이나와 펜실베이니아, 버지니아주의 히스패닉 유권자도 5% 정도 된다. 5%는 미미한 것 같지만 박빙 승부에선 결정적이다. 노스캐롤라이나의 경우 5%면 20만표가 넘지만 2008년, 2012년 대선은 몇 만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올해 대선은 ‘백인 우월주의’를 부추기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지명되면서 인종 변수가 도드라지고 있다. 트럼프는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백인과 소수인종을 갈라치는 전략을 구사하며 백인표 결집에 나섰다. 히스패닉 불법체류자들을 모두 추방하고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트럼프 팬덤 현상을 만들어냈다. ‘미국의 주인은 백인’이라고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대거 쏟아져 나와 트럼프를 대선후보로 밀어올린 것이 ‘트럼프 현상’의 일면이다.
트럼프는 동시에 히스패닉 벌집을 건드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히스패닉의 유권자 등록이 2012년 대선 때보다 대폭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대선에서 히스패닉의 투표율이 높아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히스패닉 유권자는 직전 대선 때 보다 민주당 성향이 더 강해졌다.
어쩌면 트럼프는 이번 대선을 ‘백인 대(對) 소수인종’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게만 되면 트럼프의 승리는 확정적이기 때문이다.
백인 유권자 비율은 2000년 78%에서 2012년 71%, 올해 69%(추산)로 감소 추세지만 아직은 백인이 절대 다수다.
소수인종이 그동안 플로리다주 같은 경합주 선거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것은 백인표가 민주당과 공화당으로 갈렸기 때문이다. 소수인종 영향력은 사실상 백인표 분할에 따른 반사효과에 불과한 것이다. 최근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백인 유권자의 51%가 트럼프를, 42%가 민주당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전체적으로는 2012년 대선(민주당 오바마, 공화당 밋 롬니) 당시 지지율과 비슷하다.
하지만 저학력(고졸 이하·대체로 저소득 백인층과 겹친다) 백인층에서는 트럼프 지지세가 2012년 롬니 지지세보다 다소 강해졌다. 동전의 앞뒷면처럼 소수인종 유권자들의 클린턴 지지세도 2012년 오바마 지지세보다 조금 더 굳어졌다. 통계상으로는 최소한 ‘저학력 백인 대 소수인종’ 구도가 확인된다. 주목할 만한 대목은 올해는 클린턴이 고학력 백인 여성층에서 트럼프를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클린턴 62%, 트럼프 31%) 2012년 대선에서 롬니는 고학력 백인 여성층 지지를 오바마와 절반씩 나눠가졌다. 하지만 흑백 갈등이 고조되면 고학력 백인 여성층의 클린턴 지지세가 흔들릴 수 있다. 인종별 투표율도 관건이다.
조남규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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