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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반란(叛亂)’이 성공했다. ‘아웃 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3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을 사실상 확정짓고 162년 역사의 공화당을 접수했다.

트럼프는 백악관도 점령할 수 있을까. 

미국 대선은 50개주와 워싱턴D.C.에서 선출된 선거인단 투표를 통해 치러진다. 오는 11월8일 대선에서는 50개주에서 단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확보한다. 이른바 ‘승자독식’ 방식이다. 선거인단은 모두 538명. 인구가 많은 주일수록 선거인단 수도 많다. 대선 승리를 위한 매직 넘버는 전체 선거인단의 최소 과반인 270이다.

선거인단 투표와 승자독식제를 병행하다보니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이기고도 대통령이 되지 못하는 후보가 나올 수있다. 민주당 앨 고어 후보와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맞붙었던 2000년 대선이 바로 그런 경우다. 고어 후보는 일반 유권자 투표에서 부시 후보 보다 54만3895표를 더 얻었지만 대통령이 되지 못했다. 부시가 더 많은 선거인단을 확보했기 때문이다.(부시 271 대 고어 266)

각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는 예비선거와 대선은 차원이 다른 게임이다.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획득한 표는 전체 미국 유권자의 4.7%에 불과했다.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트럼프는 뉴욕,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주에서 압승했지만, 이들 3개주는 최근 대선에서 연거푸 민주당 후보에게 승리를 안겨준 곳이다. 아래 그래픽은 1992년 대선부터 2012년 대선까지 민주당, 공화당 후보가 50개주와 워싱턴D.C.에서 몇 번씩 승리했는지를 정리한 것이다. 


 

 

한 눈에 봐도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8개주와 워싱턴D.C.의 경우 지난 6번의 대선에서 매번 민주당 후보가 이겼다. 이들 18개주와 워싱턴D.C.의 선거인단 수는 모두 242명이다. 줄기차게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 이들 18개주와 워싱턴D.C.는 ‘민주당 장벽(Blue Wall)’으로 불리기도 한다. 민주당 강세 지역인 Blue Wall에 플로리다(29명)만 보태면 매직 넘버를 채우고도 1명이 남는다. 올해 대선에서도 이런 구도가 재연된다면 힐러리 클린턴의 낙승(樂勝)이다.

하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그런 구도가 20년만에 무너질 것이 확실시된다. 대선경선 과정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트럼프 후보가 그 조짐을 미리 알렸다. 미국의 유권자들이 ‘워싱턴 정치’에 레드 카드를 꺼내든 것이 ‘샌더스 바람’, ‘트럼프 돌풍’의 본질이다. 미국인들은 민생은 돌보지 않은 채 정쟁만 일삼고 있는 정치권에 분노했다. 응징 대상엔 민주당, 공화당이 따로 없었다. 미국을 떠받치던 중산층이 붕괴하고 서민의 삶은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한 때 미국 제조업의 중심이었던 중서부와 동북부의 ‘러스트 벨트(Rust Belt·제조업 사양으로 쇠락한 지역)’ 주민들의 상실감은 더 컸다. 트럼프, 샌더스가 이들 지역에서 강세를 보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다. 사업가인 트럼프가 이 점을 놓쳤을리 없다. 러스트 벨트 지역이 산재해 있는 뉴욕과 펜실베이니아, 일리노이, 미시건, 위스콘신주는 ‘Blue Wall’에 포함돼 있다. 트럼프가 클린턴을 꺾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민주당 아성이었던 ‘Blue Wall’부터 무너뜨려야 한다.

아래는 미국 CNN방송 정치팀이 자체 분석한 대선 판세도다. 

 

 

위 지도에서 노란색은 격전지로 분류된 주다. 콜로라도와 플로리다, 아이오와, 뉴 햄프셔, 네바다, 오하이오, 버지니아, 위스콘신, 노스 캐롤라이나주 등이다.

하늘색은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는 주(미시간, 펜실베이니아)다. 파란색은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분류된 주다. 트럼프는 민주당 강세주는 버리고 민주당 우세주와 격전지로 분류된 주에서 승부를 보려 할 것이다. 그 중에서도 러스트 벨트 지역인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미시간주가 최대 승부처다. 러스트 벨트 지역에는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노동자층의 비중이 높다. CNN은 “트럼프는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미시간, 오하이오 주에서 이른바 ‘레이건 민주당원’(Reagan Democrat·로널드 레이건 시대에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전향한 백인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 대선의 최대 격전지는 러스트 벨트다.

트럼프의 러스트 벨트 공략 전략은 승산이 있을까. 트럼프가 위 지도에서 빨간색으로 칠해진 공화당 강세주와 분홍색으로 칠해진 공화당 우세주를 모두 지키면 선거인단 191명을 확보한다. 그런 뒤 러스트 벨트의 펜실베이니아와 위스콘신, 미시간주에서 승리하면 선거인단을 237명까지 늘릴 수 있다. 매직넘버까지는 33명이 부족하지만 트럼프에게는 격전지가 남아있다. 러스트 벨트 전투 결과는 인근 주인 아이오와,오하이오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변수가 트럼프의 향후 지지율 추이다. 지지율이 높아지면 러스트 벨트나 격전지에서 트럼프의 승률이 높아진다.

아래는 클린턴이 트럼프 보다 지지율 10% 포인트 정도 앞서는 상황을 전제로 뉴욕타임스(NYT)가 예측한 대선 전망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CNN이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가 이 정도 수준이다.

 

 

 



트럼프 후보가 모든 주에서 지지율을 5% 포인트씩 더 높이면?

트럼프는 CNN이 격전지로 분류한 플로리다, 노스 캐롤라이나, 오하이오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대선 판세는 박빙 경합 국면이 된다.

 

 


트럼프가 지지율을 모든 주에서 10% 포인트씩 더 높이면? 트럼프는 CNN이 격전지로 분류한 콜로라도와 플로리다, 오하이오, 노스 캐롤라이나, 버지니아, 뉴 햄프셔주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이러면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한다.

 


조남규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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