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지법 국정감사에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 의원은 불참했다. 전날 서울지검장을 상대로 편파수사의혹을 목청 높여 제기했던 정 의원은 측근을 통해 "내 사건이 배당된 판사 앞에서 나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불출석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재판부에 대한 배려라는 것이나 그간 재판받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자세다.정 의원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서울지법에 기소된 후 8번의 공판 중 단 두차례만 얼굴을 내밀곤 재판을 기피했다. 참다 못한 재판부는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내는 방안을 추진했을 정도다. 정 의원은 국정감사를 이유로 이달 19일로 잡힌 공판기일의 연기를 신청하고도 정작 국감에는 나오지 않은 꼴이 됐다.
의원과 피감기관간의 이같은 어색한 광경은 23일 서울지검 국정감사장에서도 연출됐다. 야당의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수사에 관한 추궁과정에서다. 박헌기(朴憲基) 법사위원장을 제외한 한나라당 법사위원 전원이 한빛은행 사건의 핵심인물인 이운영(李運永) 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의 변호인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등장했다. 검찰은 이를 이유로 답변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변호인이라 답변 않는 것 같은데 우리는 인권보호 차원에서 변호인 명단에 서명한 것이다"(김용균.金容鈞 의원), "이운영의 변호인이건 아니건 수사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질의하면 답변해야 한다(최연희.崔鉛熙 의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항의가 터져나왔다. 이어 "이운영이 무슨 양심선언이라도 했느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반박이 제기되면서 국감장은 한 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국감장은 흡사 여야가 각각 이운영의 검사와 변호인으로 갈린 법정을 방불케 했다.
피감기관에 떳떳한 의원만이 제대로 된 국감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두 사례였다.
/조남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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