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의 '민주당은 조선노동당의 2중대'발언으로 14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파행으로 얼룩졌다.김 의원은 이날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방패삼아 위험천만한 질문을 거침없이 던진 것이다. 하지만 김 의원의 발언은 근거도 미미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먼저 민주당이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려고 하니까 북한 '조선노동당의 2중대'라는 김 의원의 지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국민여론은 "개정해야 한다"는 쪽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김 의원은 발언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택시기사들이 2중대 아니냐는 말을 했다. 사회 일각의 얘기를 간접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선노동당 2중대'발언의 근거가 어느 택시기사의 일반적인 얘기라고 하니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김 의원은 좀더 이념적-역사적인 근거를 제시했어야 했다. 자신의 발언이 국론분열은 물론 남북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숙고했어야 했다.
그래서인지 한나라당은 목요상(睦堯相) 정책위의장과 부총무단의 원고검토과정에서 '조선노동당 2중대' 표현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나라경제와 민생이 어려운데 김 의원 발언으로 국회가 파행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도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조선노동당 2중대와 정치를 하고 협상을 했느냐"면서 "그런 사람과 어떻게 국회를 같이할 수 있느냐"고까지 했다. 김 의원은 소속 정당 내부에서조차 '돈키호테'취급을 받은 셈이다.
이제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이 있다고 해서 'KKK단' '조선노동당 2중대'발언을 함부로 해도 되는지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 우리에게 국회의원은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아니기 때문이다.조남규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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