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취임식(20일)에 우리 정치인들이 앞다퉈 달려가고 있다. 방문일정이 확인된 의원만 30명을 넘는다. 이 중 미국측에서 초청장과 비용을 지원하는 경우는 한-미 의원협의회 소속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현승일(玄勝一),민주당 유재건(柳在乾) 김운용(金雲龍),민국당 한승수(韓昇洙) 의원 정도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소속 한나라당 박명환(朴明煥) 김덕룡(金德龍) 조웅규(曺雄奎),민주당 박상천(朴相千) 문희상(文喜相) 의원은 외교통상부를 통해 초청장을 입수,국회 예산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물론 6만명이 넘게 참석하는 취임식장에서 부시 대통령과 개별접촉을 갖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나마 국회 등에서 대미(對美)현안을 다뤄야 하는 이들의 경우는 취임식 참석 자체에 의미를 부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들 외엔 거액의 돈을 써가며 굳이 취임식에 몰려가야 하는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과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 부총재는 부시 대통령 취임식 준비위측 초청으로 18일 출국한다. 민주당 유용태(劉容泰) 조성준(趙誠俊) 추미애(秋美愛) 정범구(鄭範九) 의원 등이 한 위원을 동행한다.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은 헤리티지재단 초청으로 개별 방문하고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정대철(鄭大哲) 최고위원과 장영달(張永達) 이호웅(李浩雄) 의원도 개인적으로 초청장을 받아 출국한다. 민주당은 선출직 최고위원 7명 가운데 김중권(金重權)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최고위원들이 모두 취임식에 참석하는 셈이다. 한나라당에서도 정재문(鄭在文) 이부영(李富榮) 박주천(朴柱千) 박원홍(朴源弘) 의원이 당 대표 자격으로 나간다.

이들은 방미 기간 중 백악관의 새 주인이 된 부시 진영 인사들과 만나 의원외교 채널을 구축한다고는 하지만 세계 각 국에서 수 만명이 모여드는 북새통 속에 과연 비중있는 면담이 가능할지 미지수다. 조선왕조 시대 중국에 사대(事大)하던 이미지가 겹쳐져 씁쓸하다.

정치부 趙南奎기자

최근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