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5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국회는 1997년 9월부터 지난해 4.13총선 기간 2개월을 제외하곤 43개월 연속 문을 여는 기록적인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16대 국회 들어서는 한달도 쉬는 법이 없어 말 그대로 상시(常時) 개원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국회법상 짝수 달에는 무조건 임시국회를 열도록 한 규정만으론 부족함을 느끼고 홀수 달에도 지역구 관리와 외유(外遊) 등의 제약을 감수하면서까지 일하겠다는 데야 박수를 칠망정 트집잡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동안 임시국회를 소집해온 의도가 순수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지난 1월 제216회 임시국회 폐회 바로 다음날 한나라당이 단독소집한 217회 임시회는 검찰이 안기부 자금 총선유용 수사와 관련,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부총재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직후 이뤄졌다. 3월 임시국회는 수사과정에서 강 부총재의 '안기부 자금세탁 대가비 2억원 제공' 혐의가 불거지고 검찰이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와중에 소집됐다.

공교롭게도 5월 임시국회 소집 직전에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야당 의원에 대한 여권의 계좌추적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이르면 5월중 대대적 사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5월 정치권 사정설'을 제기했다. 병역비리 주범인 박노항 원사 검거 및 수사 또한 한나라당은 그 '저의(底意)'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으로선 의원들이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존권적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국회를 소집할 수 없다"(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는 토로가 '상시 국회'를 있게 한 진짜 이유일지 모른다.

당장 민주당은 '방탄국회'라는 이름표를 붙인 뒤 의사일정 협의에 불응할 뜻을 분명히 했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매달 현대판 '소도(蘇塗)'라는 오명만 덧칠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조남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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