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망라한 경제통 의원 12명과 진념(陳稔) 경제부총리 등 주요 경제부처 장관 5명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회생 방안을 논의한 지난 19∼20일 이틀간의 여-야-정 정책포럼. 정쟁에 신물난 국민들은 모처럼 청량감을 느끼고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토론에서는 여야가 서민생활 안정과 지역불균형 해소,기업 구조조정 등 주요 경제정책 방향에 합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하면 될 것을, 수개월 동안 '진흙탕 속의 개 싸움'을 벌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쾌한 광경이었다.도하 언론-방송 매체가 여야 영수회담에 버금가는 수준의 지면과 시간을 과감히 할애하며 보도한 것도 정치권의 '너 죽고 나 살기'식 구태와는 다른 그 무엇인가를 보여 준 때문이었다. 포럼 뒤 여야에서는 "헌정사상 처음 여-야-정이 합숙하며 경제 방향을 모색한 데 의미가 있다"(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제2정조위원장) "시간이 부족했으나 상호 이해에 도움이 됐다"(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는 뿌듯한 자평이 흘러 나왔다.
그러나 자평에 앞서 정치권은 포럼에 쏟아진 박수가 16대 국회 초라한 성적표의 반증일 수도 있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미국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는 대선 공약 사항인 향후 10년간 1조6000억달러 수준의 감세안을 정책화하기 위해 야당인 민주당과 수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고 있다. 경제회생이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서 여야가 함께 중지를 모으는 것은 그동안 정치권이 방기해 온 책무를 이제야 챙기기 시작한 것일 뿐, 자랑거리일 수는 없는 것이다. 자찬(自讚)의 여력이 있다면, 이번 포럼이 일회성 정치 쇼에 불과했다는 실망감과 허탈감을 국민들이 느끼지 않도록 행동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趙南奎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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