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본회의의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탄핵안 표결결과는 마땅히 개표를 통해 국민 앞에 공개됐어야 했다. 재적 과반수 이상이 참여, 가결될 수도 부결될 수도 있는 표결이었고 국민적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개표 무산은 그 결과를 궁금해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은 행위에 다름 아니다.그 책임에서 민주당은 자유롭지 않다. 자당 소속의 감표위원을 내보내지 않아 결과적으로 개표 무산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개표유보를 선언한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의 책임이 크다. 이 의장은 감표위원 일부가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개표 여부에 관한 명확한 국회법 규정이 없었던 만큼 국민의 입장에 서서 개표를 시행했어야 했다. "감표위원이 없으면 개표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역시 개표를 무산시킨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번 일은 앞으로 개표를 원치 않는 당이 감표위원을 내지 않는 수법으로 개표를 무산시킬 수 있는 부정적 선례로 남게 됐다.

민주당은 내심 한나라당 의원(136명) 외에 투표에 참여한 민국당 강숙자(姜淑子),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 중 한 사람이라도 찬성표를 던져 탄핵안 가결 정족수인 재적 과반수(137명)를 채울까 불안했기 때문에 감표위원을 철수시켰던 것은 아닌가. 한나라당은 강-정 의원의 찬성표는 고사하고 자당 소속 의원들의 반란표가 나올까 두려워 감표위원 불참 운운의 트집을 잡아 개표를 반대한 것은 아닌가. 이 의장은 이런 양당의 속내를 읽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의 어정쩡한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닌가. 결국 당리당략적 이해관계가 개표 무산이라는 '국민기만극'을 연출해낸 셈이다. 조남규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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