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오는 29일부터 1박2일로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전원을 대상으로 '연수회'와 '연찬회'를 개최한다. '돈이 없어' 변변한 당원 연수 한번 하지 못했다는 민주당은 박상규(朴尙奎) 총장이 자신의 후원금을 털었다고 한다. 한나라당 또한 원내외 지구당위원장을 모두 소집, 합숙 연찬회를 열기는 16대 국회 출범 후 처음이다.정치가 정당을 매개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연수든 연찬이든 소속 당원들의 모임은 장려할 만한 일일망정 지적의 대상은 아니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민주당은 당초 민주적 당무 운영과 지식정보화 시대 대비 등을 토의 주제로 설정했다가 돌연 정국운영 방안만을 선정했다. 김중권(金重權) 대표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동참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표면상 이유 이면엔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연수를 '단합대회'로 활용하자는 의도가 깔려있는 듯하다. 개혁 의원들은 '크로스 보팅'(자유투표) 도입문제를 거론할 태세이지만 김 대표는 26일 "안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반면 한나라당은 아예 '의원 꿔주기' '안기부 비자금수사' 대응전략과 '당내 결속'을 목표로 내걸었다. 당내 '개혁파' 의원들이 계획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개정이나 정쟁 지양 등의 목소리는 그 출구를 찾기 힘든 분위기다. 많은 돈을 들여가며 마련한 연수-연찬 자리가 자칫 소속 당원의 '전의'(戰意)를 고취한 채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1994년 11월 미국 공화당이 상-하 양원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후 이례적으로 가진 소속 의원 전체모임 주제는 '미국이 지향해야 할 보수적 가치는 무엇인가'였다. 토니 블레어의 영국 노동당은 '사회주의의 가치를 지키면서 생산성을 고양시키는 정책개발'이 지난해 연수회 토론의 화두였다고 한다. 민주-한나라당의 연수-연찬회는 최소한 "싸우지 말고 민생을 챙기라"는 민심이나마 겸허히 반추, 자성하는 자리였으면 한다. 조남규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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