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받는 입장에서 이렇게 저렇게 사과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국가적 자존심은 물론 내 개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洪淳瑛(홍순영) 외교통상부 장관 입을 통해 확인되는 정부의 과거사 접근법은 가해자의 「자발적」 반성을 통한 매듭짓기인 듯하다. 이번 실무 협상 과정에서는 미리 사과 문안을 받아 절충을 벌이던 이전의 관행을 깨고 일본측에 전적으로 일임했다고 한다. 洪장관이 오부치 총리나 고무라 외상과 만난 자리에서 과거사 문제와 관련,「과」자도 꺼내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天皇(천황)호칭 수용 및 위안부 정부배상 불요구 등 선물을 안겨주며 일본측의 부담덜어주기에 힘써 왔다.
이는 金大中(김대중) 대통령의 「先(선)피해자 용서론」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것으로,사과와 망언의 악순환이 반복된 저간의 사정을 고려하면 평가할 만한 발상의 전환이라 할 수 있다. 피해자가 먼저 손을 내밀어 가해자를 포용하는 모습은 고질적인 양국 국민의 反日(반일)嫌韓(혐한) 감정을 녹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 해법이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가해자인 일본측의 진실된 사과라는 충분조건이 반드시 충족돼야 한다. 이와 관련,7일자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이 보도한 일본측의 「답안」은 정부의 희망사항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95년 무라야마 총리의 사과 발언에 사과의 주체와 객체를 명확히 한 수준이라는 것인데,창씨개명과 군대위안부 문제 등을 적시해 반성한 93년 호소카와 총리 발언 이하라는 평가다.
『이제는 문구 하나 하나를 걸고 문제삼는 수준은 넘어서야 한다』던 洪장관의 언급은 기대에 못 미친 일본측 「답안」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趙南奎 정치부 기자 1998년 10월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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