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한­일 어업협상을 진행해 온 외교통상부의 브리핑은 시종일관 무미건조하다. 우리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더더욱 함구로 일관해 왔다. 그 근거는 國益(국익)이다. 『국가간 협상은 카드게임에 비유할 수 있다. 타결될 때까지 최대한 자신의 카드는 감춰야 한다. 언론도 도와줘야 한다』는 논리다.어업협상은 핵심 쟁점에 대한 「담판」만을 남겨두고 있는 막바지 상황인 만큼 더욱 그렇다고 누누이 강조해 왔다. 그러나 외교부의 이같은 기대는 정작 언론이 아닌 정부 내부에서 어긋나고 말았다.

金善吉(김선길) 해양수산부장관이 23일 오전 어업협상을 위한 訪日(방일)과 관련,장황한 출국 「설명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자 외교부는 말을 잃었다. 실무 협상팀이 「카드」를 숨긴 채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협상을 하러 떠난 그날,담판의 당사자가 그 카드를 공개한 꼴이 됐다.

金장관은 『한­일 어업협상이 정치적 타결만을 남겨두고 있는데 대통령 국빈 방일 전에 협상을 마무리짓기 위해 내가 방일하는 것』이라고 운을 뗀 뒤,핵심 쟁점인 중간수역 동쪽 한계선 문제 등에 관한 우리 입장을 언급한 것이다.

그는 나아가 『타결에 확신이 있어서 간다』면서 『모레 오후 공식발표가 있을 것이다』고도 했다. 상대방이 어떤 태도로 나올지,어떤 카드를 들이밀지 모르는 상황에서 金장관의 이같은 확신이 무엇에 근거하고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자신감에 찬 협상태도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외교부 내에서는 양국간 최종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말을 아끼는 신중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어업협상 타결이 특정인의 「광」을 내는 자리는 아니지 않은가. 趙南奎 정치부 기자  1998년 9월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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