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역을 앞두고 있는 문민정부 경제실정 수사에서 검찰은 과거 그 어느때보다 이같은 상충되는 두 요인 중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느냐는 해묵은 話頭(화두)로 고민해야 했다.첫번째 화두는 이번 수사가 역대 어느 정권보다 인권을 중시하는 金大中(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첫 대형수사라는 점에서,두번째 것은 IMF체제하의 첫 경제수사라는 점에서 각별하게 다가왔을 법하다.
그 때문인지 검찰은 형식 면에서 기존 수사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그간 불법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밤샘조사」 관행을 한솔 임원의 자해 소동이 있은 후부터이기는 하나,상당 부분 자제한 점이 대표적 예다. 「소환=구속」이라는 전통을 자랑하는(?) 대검 중수부가 피의자 성격이 강한 사람도 본인이 원하면 자정 전에 돌려보내는 생소한 수사 기법을 선보인 것.
소환예정자를 미리 언론에 공개하는 친절도 베풀었다. 비밀수사가 빚을 취재 경쟁으로 경제인 소환이 대서특필될 경우 국가신인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설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수사과정을 뜯어보면 이런 외면상 모습과 다른 구태가 반복됐던 것도 사실이다.
밤샘조사 문제부터가 그렇다. 밤샘조사 관행이 문제되는 것은 단순히 자정을 넘겨 조사한다는 것보다는 밤샘조사를 자백 강요의 수단으로 삼는 데 있다. 참고인에 불과한 사람을 죄인취급하며 자백을 강요하는 검찰과 밤샘수사를 자제하겠다는 검찰,어느 쪽이 참모습인지 선뜻 결론짓기 어렵다.
기업 수사의 경우도 올초 검찰이 주창한 「경제살리기 수사」 원칙에 부합하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수사상 필요한 압수 수색이나 관련자 출국금지를 문제삼는 게 아니다. 기업 현장에서는 검찰이 의도한 정답을 털어놓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는 수사를 벌이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한 검찰 간부도 밝혔듯이,이제 수사는 자백에 의존하기보다는 장기간 내사를 벌여 증거를 수집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사전준비 없이 사사건건 검찰이 총대를 메고 나서는 것은 자칫 「한풀이」나 「마녀사냥」에 그칠 수 있다는 생각이다. 趙南奎 사회부 기자 1998년 6월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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