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어업협정 실무협상과 북-미 금창리 협상타결에 즈음해 남-북한 외교력이 다시 비교대상이 되고 있다. 동일한 시기에 남-북한이 각각 일본과 미국을 상대로 벌인 협상 결과가 극명하게 대조를 보인 탓이다.일본과 대등한 입장에서 출발한 어업협상은 타결이 끝난 마당에 다시 일본을 상대로 굴욕적 협상을 벌어야 하는 참담한 상황을 연출한 반면 명분에 있어 다소 밀리는 상태에서 미국과 담판을 벌인 북한은 이번에도 실리를 챙겼다는 것이 대체적 관전평이다.

물론 두 협상을 결과만 놓고 동일선상에서 단순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더욱이 국제사회의 룰을 무시한 북한식 외교가 북한의 「깡패 국가」(rogue state) 이미지를 더욱 굳혔다는 비판도 타당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관은 연미복 속에 칼을 숨기고 협상에 임한다는 말이 있듯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 또한 외교 목표중 하나라면 우리정부 외교력엔 회의가 들지 않을 수 없다. 한-일 어업협상 과정을 복기해 보면 더욱 그렇다. 외교부는 金大中(김대중)대통령 방일전 타결이라는 마지노선을 먼저 공개,운신의 폭을 스스로 좁히는 실책을 범했다. 자연 협상의 추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이 일방적으로 어업협정을 파기한 뒤 협상 시작 때까지 해양수산부 대응은 더욱 안일했다. 10개월 남짓한 기간을 십분 활용하지 못하고 5명에 불과한 팀으로 협상에 임한 대목은 수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일본과 대비된다. 외교부와 해양수산부 공조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다.

94년 북-미 제네바 회담 직후에도 유엔 외교가에서는 「한국의 외교실패」라는 분석이 나왔다. 그 분석은 아직도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조남규 정치부 기자  1999년 3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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