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개혁의 기치를 들었다. 타의가 아니라 검찰 스스로 추진하는 제도개혁 작업이다. 19일 발족한 검찰제도개혁위원회가 그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검찰간부 외에도 대학교수 언론인 변호사 판사 등 외부 인사들이 위원으로 위촉됐는데, 평소 검찰에 비판적인 인사도 여럿 포함됐다고 한다.검찰은 이같은 점을 들어 통과의례나 일방통행이 아닌 심도 있는 의견수렴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특별검사제 도입과 같은 부담스런 사안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백지상태에서 다루겠다는 것이다.

김태정 검찰총장도 이날 개혁위 첫 회의에서 『과감하게 발상을 전환하고 구각을 깨뜨리는 자기혁신을 추구하지 않고서는 국민들에게 외면당하고 만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검찰의 개혁작업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이른바 「음모론」도 엄연히 존재한다. 그 하나가 야당시절 줄곧 검찰개혁을 주창해 온 새 정부가 칼을 빼들기에 앞서 검찰 스스로 제도개혁을 추진해 예봉을 피하려는 속셈이라는 주장이다. 검찰이 재정신청 범위 확대 등 일부 사안은 받아들이는 대신에 특별검사제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등은 개혁위의 이름을 빌려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검찰이 집권자로 입장이 바뀐 새 정부의 검찰관이 달라지기를 기대하며, 일단 개혁위를 가동시켜 시간을 벌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다.

지난 93년 11월 대법원도 문민정부의 개혁바람이 불어오자 사법제도발전위원회를 구성해 자체 개혁을 추진한 일이 있다. 당시 상고제도 개선과 행정법원 신설 등 일부 개선방안이 마련됐으나, 정부는 진정한 사법개혁이 이뤄지려면 법조인 양성이나 선발제도의 틀부터 뜯어고쳐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95년 초 또다시 사법개혁에 나섰다.

검찰의 자기혁신도 사심 없는 여론수렴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타의」에 의한 개혁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사례이다. 검찰 개혁을 음모론으로 보는 게 옳으냐 그르냐에 대한 해답은 전적으로 검찰의 손에 달려 있다. 조남규 사회부기자  1998년 1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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