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법 의정부지원 전현직 판사들의 금품수수 파문이 불거진 16일,대법원은 매우 침통한 분위기였다. 이날로 예정됐던 고법지법원장 인사마저 연기한 채 「진상조사단」을 구성했다. 이순호 변호사 비리사건 수사과정에서 판사들의 금품수수설이 보도될 때마다 「자체 조사」 내용을 근거로 보도 내용을 부인하던 법원이 또 다시 자체조사에 나선 것이다.법원은 이날 금품수수 자체를 부인하던 종전과 달리 금품수수 행위는 인정했다. 판사들은 대부분 이번 파문이 검찰의 「의도적 흘리기」 탓으로 확산됐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개인간 금전 거래를 「뇌물」로 곡해한 악의적 비난이라는 시각도 있다. 법원의 진상조사가 과연 환부를 스스로 도려내겠다는 각오 아래 진행되는 것인지 의심스럽게 하는 대목이다.
검찰의 반응은 더욱 이해하기 힘들다. 검찰은 파문이 불거지자 의정부 지원 전현직 판사들의 금품수수 혐의와 관련한 계좌추적 자체를 부인한 뒤,『수사할 수도 없고,할 계획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검찰 수뇌부의 표정에는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검찰의 판사 수사는 금기사항이다』고 강조했다. 『개인간 금전거래를 어떻게 수사하느냐』는 설명을 듣노라면,검찰이 「빌린 돈」이라고 주장하는 판사들의 일방적 해명을 「변호」하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검찰은 이변호사 비리수사에서 비롯된 이번 파문으로 자칫 법원과의 관계가 악화될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검찰은 71년 당시 서울형사지법 이범렬(작고) 부장판사와 배석판사,참여서기 등 3명에 대해 수뢰혐의로 영장을 청구했다가 전국 법관 4백15명 가운데 1백51명이 사표를 내는 「사법파동」을 초래한 바 있다.
그 때 혐의는 이판사 등이 심리중인 국가보안법위반 사건 증인의 증언청취를 위해 3일간 제주도를 다녀오면서 변호사에게서 왕복 항공료와 식대 술값 등 9만7천여원어치의 향응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검찰이 수천만원이 오간 사실을 알고도 수사를 하지 않겠다니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조남규 사회부 기자 1998년 2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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