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출입기자 시절 ‘에어포스 원’(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 적이 있다.
통상 ‘공군 1호기’와 ‘공군 3호기’로 부르는데 1985년 도입된 보잉737 기종으로, 탑승 인원 40여명 규모다. 수명이 다해 2010년쯤이면 폐기처분해야 할 정도로 낡은 기종이다. 대통령은 이 전용기를 중국, 일본 등지를 방문할 때만 이용한다.
항속 거리가 짧은 탓에 동북아 지역을 벗어나는 순방에는 무용지물이다. 미주, 유럽 지역은 물론 동남아 순방 시에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점보기를 임차해야 한다. 임차 비용은 한 번에 16억원 정도. 그래서 시쳇말로 ‘본전을 뽑기 위해’ 필요한 순방국 주변의 몇몇 나라를 묶어서 가곤 한다. 묶이는 나라 중엔 시급한 현안이 없는 국가가 포함되기 마련이다. 낭비라면 낭비다.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 전용기를 보잉 747 또는 A380(에어버스) 등 대형 기종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하자 논란이 거세다. “경제도 어려운데 무슨 대통령 전용기 타령이냐”는 반발이다. 노무현 정부의 전용기 도입 추진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했던 한나라당의 근시안적 행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미국에서도 레이건 행정부 전의 대통령들은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난이 두려워 선뜻 전용기 교체를 추진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어느 나라보다 요청되는 나라다. 전용기가 생기면 대통령 뿐 아니라 총리도 현안이 있는 나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실무형 순방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전용기 사업은 지금 시작해도 빨라야 2012년에야 도입이 가능하다. 이제부터라도 정략적인 논란은 그만두고 전용기 도입의 대차대조표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실속 있는 논쟁이 벌어지길 기대한다.
조남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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