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호 법무장관이 ‘끝내’ 사의 표명 형식으로 교체됐다.
‘끝내’라고 표현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가 지난해 8월 법무장관으로 임명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기까지 1년 가까운 기간 청와대와 김 장관 사이에는 미묘한 긴장 관계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임면권자인 노 대통령의 뜻에 배치되는 발언이 문제였다.
지난 6월11일 국회 법사위에서 “법무장관으로서 선거법 9조가 위헌이라고 보지 않는다”는 언급이 그 대표적 사례다. 선거법 9조는 중앙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정치적 발언에 대해 선거법 위반 결정을 내린 근거 조항으로, 청와대가 위헌 입장을 공식 표명하고 그달 21일에는 노 대통령이 직접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침해됐다”면서 헌법소원을 제기한 조항이다. 노 대통령 입장에선 최근 지방자치단체장들과 토론하는 자리에서 “옛날 대통령한테도 이렇게 했습니까”라고 반문했던 당시의 심정보다 더한 배신감을 느꼈을 법하다.
실제 그 이후 청와대 내부에서는 김 장관 경질 문제가 검토된 게 사실이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6일 “법무장관의 몇 가지 발언에 대해 청와대가 불편해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있었으나 그런 사실이 없다”면서 “지난 7월23일까지는 장관을 교체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의 이번 교체는 청와대와 ‘코드’가 맞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의를 표명한 김 장관이 이날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와) 서로 정책에 대해 다른 견해가 있을 수 있지만 갈등은 없었다”고 말한 것은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국무위원의 임면권을 갖고 있는 대통령이 장관을 교체하는 것은 고유권한이다.
그러나 김 장관의 교체 사유는 정책집행이나 업무수행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코드 불일치의 문제가 주된 요인으로 작용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더욱이 대선을 앞둔 시점에 공정선거 관리의 책임을 진 주무 장관이 교체되는 것은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태도는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다.
조남규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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