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의 ‘하버 브리지’ 꼭대기엔 두개의 국기 게양대가 설치돼 있다. 통상 그 게양대에는 청색 바탕에 ‘남십자성’이 선명한 뉴질랜드 국기 두 개가 펄럭이고 있다. 그 둘 중 하나가 낯선 국기로 바뀌는 때가 종종 있다.
외국 정상들이 방문할 때나 뉴질랜드 내의 이민족들의 경축일에 그 나라 국기를 게양하는 게 일종의 관행이다. 오클랜드 시민들은 출퇴근 길에 다리 위에 걸린 그 국기를 보고 외국 정상들의 순방 소식을 미뤄 짐작하곤 한다.
올 광복절 날 뉴질랜드 하버 브리지에 태극기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날 오전 7시 오클랜드 하버 브리지 최상단에서 한인연합학생회장단과 재뉴질랜드 한인회장, 오클랜드 분관 영사 등 5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61회 광복절 태극기 게양식이 거행된 것이다.
학생회장단 3명은 한복을 입고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뉴질랜드 한인회의 숨은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달 초 ‘한국 필름 페스티벌’ 기간에 또 한번 태극기가 하버 브리지 정상에서 휘날렸다. 이처럼 하버 브리지 위의 국기 게양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뉴질랜드 순방기간(7∼10일)에는 하버 브리지에 태극기가 휘날리지 않았다. 교민 이모씨는 9일 “하버 브리지에 태극기가 내걸렸던 때 한국 교민들은 자부심을 느끼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며 “노 대통령의 순방기간 태극기가 게양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버 브리지를 오가는 수많은 오클랜드 시민들에게 한국 대통령의 뉴질랜드 방문 사실을 손쉽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왜 없었는지 못내 아쉽고 궁금했다.
오클랜드=조남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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