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9·11 테러 10주년(2011년 9월11일)을 앞두고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 재건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최근 기자가 찾은 뉴욕 맨해튼 월드트레이드센터(WTC) 테러 현장에서는 무너져 내린 WTC ‘쌍둥이 빌딩’을 재건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차단 벽으로 둘러싸인 현장에서는 타워 크레인과 불도저 등이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지난 3년 동안 3000명 이상의 인부들이 투입됐다.
인부로 일하고 있는 티미 바시라키스는 9·11테러 당시 커피를 사러 WTC 사무실에서 나온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그는 “테러 현장을 목격한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외면했지만 나는 오래 전에 테러로 무너진 건물을 다시 세웠어야 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내가 프리덤 타워 인부로 돌아온 것은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라운드 제로에는 4개의 사무용 빌딩과 기념관, 박물관, 추모 공원, 교통환승센터가 들어설 예정이다. 기존 쌍둥이 빌딩이 있던 자리에는 약 9m 깊이의 사우스 메모리얼 풀(South Memorial Pool)과 노스 메모리얼 풀(North Memorial Pool) 등 ‘추모 연못’ 2개가 만들어진다. 공사를 주관하는 미국 뉴욕·뉴저지 항만청은 연못을 둘러싼 벽 위에 테러 희생자 2983명의 이름을 동판에 새겨 넣을 계획이다. 동판에는 가족의 이름을 붙여 새겨 넣었고 사이트(names.911memorial.org)에 들어가면 희생자들의 상세한 스토리를 볼 수 있다. 연못 주변의 나무는 10년 전 붕괴 현장에서 살려낸 나무들로 일명 ‘생존나무’로 불린다.
4개의 빌딩 중 북쪽 사무동(1 WTC)은 미국이 독립한 해인 1776년을 상징하기 위해 1776피트(541m) 높이의 104층 건물로 건설되고 있다.
뉴욕·뉴저지 항만청의 론 마시코 대변인은 “일명 ‘프리덤 타워’로 불리는 1 WTC 건물은 78층까지 올라갔고 9·11테러 10주년 기념식이 열릴 때까지는 80층까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덤 타워가 내년에 완공되면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 된다.
나머지 3개 사무동 타워는 2013년과 2015년에 각각 순차적으로 세워지고 WTC 재건 사업은 2016년이나 돼야 모두 완료된다. 추모공원 공사는 10주년 기념식 때까지는 마무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공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뉴욕·뉴저지 항만청의 크리스 워드 청장은 “새롭게 들어서는 WTC는 미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뉴욕을 더욱 활기 있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자녀들의 손을 잡고 공사 현장을 찾은 브라이언 티게는 “건물이 올라가는 모습을 보니 힘이 나고 마음이 벅차다”면서 “프리덤 타워가 완공되면 반드시 꼭대기까지 올라가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설치된 ‘9·11 추모 전시관’은 미 전역에서 찾은 추모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관람객들은 9·11 당시 희생된 소방관의 모자 앞에서 눈자위가 붉어졌고, 희생자 유족들의 추모 육성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관람객들은 전시관 내에 마련된 9·11 추모사업 기금 모금함 앞에서 앞다퉈 지갑을 열었다.
미국민들은 9·11 10주년 행사 준비를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행사에는 500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가 필요하지만 뉴욕 시민을 비롯해 미 전역에서 자원봉사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베스트 바이와 타깃,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미국 기업들도 거액의 후원금을 쾌척하고 있다.
10주년 행사가 다가오면서 그라운드 제로 주변의 경계도 더 강화되고 있다.
미 정보 당국은 탈레반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 당시 그의 아지트에서 입수한 파일에서 9·11 10주년 행사장을 노린 대규모 테러 계획을 입수한 바 있다. 뉴욕 경찰 당국은 행사장 경계 인원을 증강 배치했다. 프리덤 타워 벽면에 성조기와 함께 걸린 현수막에는 ‘결코 잊지 말자’(NEVER FORGET)라는 문구가 선명했다.
다음달 11일 이곳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9·11 1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
뉴욕=조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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