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28일(미 현지시간) 미 연방의사당 뒤편에 위치한 일레나 로스-레티넨(공화·플로리다) 연방 하원의원 워싱턴 자택.

오후 5시가 넘어가자 레티넨 의원의 워싱턴 숙소에 개인 수표를 지참한 후원 인사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원 외교위 소속 공화당 간사인 레티넨 의원의 워싱턴 후원회가 열린 날이었다. 미국 시민권자인 한국계 교포 후원자와 함께 찾은 레티넨 의원의 후원회는 사랑방 좌담회를 방불케 했다. 뷔페 음식을 준비한 레티넨 의원은 후원자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버락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 현안 등을 주제로 환담했다. 

 

 로스-레티넨 미 연방하원의원(맨 오른쪽)이 28일 워싱턴 DC 숙소에서 개최한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후원자와 환담하고 있다. 


 

               필자와 포즈를 취한 로스-레티넨 의원. 쿠바 이민자의 후손인 그는 미 라티노들의 대변자다.



그는 기자에게도 다가와 “미국 신문사들은 경영이 어려워졌는데 한국 신문 업계의 현황은 어떠냐”면서 관심을 표명했다. 이날 후원회 참석 인사는 40여명. 1000달러 안팎의 후원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보좌관은 귀띔했다. 

미 연방 선관위에 따르면, 레티넨 의원은 2009년부터 올 10월까지 49만3000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포 후원자는 “2년 임기의 미 연방 하원의원들은 당선된 다음날부터 정치자금 모금에 나선다”고 말했다. 레티넨의 후원회에는 조지아주의 탐 프라이스 의원 등 친한 동료 의원들도 참석했다. 의원들 간에 ‘후원회 품앗이’를 하는 광경은 한국 국회나 다를 바 없었다.
 레티넨 의원은 2006년 미 의회의 일본 군대위안부 결의안 통과 당시 공화당 진용에서 지원했고 북한 주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지한파 의원이다. 그의 숙소 거실에는 ‘한인유권자센터’(KVAC)가 선물한 한국 풍경화가 걸려 있어 국외자인 기자에게도 집안이 한층 정겹게 느껴졌다.


미 의원들의 워싱턴 숙소가 모여 있는 워싱턴 DC의 C 스트리트에선 최근 들어 이 같은 사랑방 모임 형태의 후원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고, 아트 이스토피난 수석 보좌관은 전했다. 2010년 중간선거가 1년이나 남은 시점인데도 벌써부터 선거자금 모금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선거전이 조기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취임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내년 중간선거 판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상 현직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유권자들의 ‘심판 심리’ 탓에 전통적으로 집권당에 불리하다. 미 상·하원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불리한 국면을 만회하기 위해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민주당의 선거자금 모금에 힘을 보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6일 오바마 대통령이 마이애미 비치의 민주당 선거필승 대회까지 포함, 취임 첫해에 26차례의 후원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자금 모금액=당내 영향력’인 미 정당의 관행도 의원들의 정치자금 모금 경쟁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레티넨 후원회에 참석한 교포 후원자는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4, 2005년 후원금 모금 경쟁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거둔 뒤 2006년 중간선거 당시 낸시 팰로시 현 하원의장과 함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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