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생선을 즐겨 먹지 않던 미국인들에게 사시미나 스시가 최고급 식문화로 자리 잡은 이면엔 1980년대 미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어난 ‘스시 붐’이 있다. 1970년대 말 단돈 100달러를 들고 생선 장사부터 시작해 미국 최대의 수산물 유통회사 트루월드 푸즈를 일으켜 세운 조슈아 다케시 야시로(八代武·61) 트루월드 그룹 사장은 미국 스시 붐 형성에 기여한 주역이다. 미 뉴저지주 록레이에 위치한 트루월드 푸즈에서 최근 야시로 사장을 만나 수산물을 미국인들의 선호 식품으로 변화시킨 성공 신화를 들어봤다.




―육류의 나라 미국에서 수산물 유통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미국 유학 시절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문선명 총재의 말씀을 듣고 시작하게 됐다. 문 총재는 1979년 미국에서 나를 비롯한 일본인 신도 50명과 미국인 신도 10명에게 한 사람당 100달러씩의 종잣돈을 줬다. 앞으로 세계의 기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해양자원밖에 없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해양자원이 풍부한 미국에서 수산업을 일으키라고 지시했다. 미국인들에게 동양의 음식문화인 생선 먹는 방법을 전파하라고 했다.”

―그 당시엔 미국인들이 생선을 선호하지 않을 때였다. 어떤 식으로 사업을 시작했나.

“처음엔 우리 전체가 미니밴을 개조해서 집집마다 방문하며 생선을 팔았다. 나는 시카고에서 시작했는데 주민들의 반응이 별로였다. 날씨가 너무 추워서 생선이 파는 도중에 꽁꽁 얼어버렸다. 결국 남은 생선은 술집에 가서 팔았다. 그래도 남는 것은 차이나 타운으로 가져가서 싼값에 모두 넘기는 식으로 했다. 미니밴을 타고 가가호호 방문하는 초창기 방식은 지금도 일본에서 똑같이 하고 있다. 일본은 시골마다 노인들이 많은데 이들이 시장을 자주 못 가니까 우리가 일주일에 한두 번씩 가면 꼭 생선을 사러 나온다. 우리는 단순히 생선만 파는 게 아니라 노인들의 안부를 전해주는 네트워킹 기능도 하고 있어 아주 평가가 좋다. 하지만 문화가 다른 미국에선 이런 방식이 잘 통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단 돈 100달러로 어떻게 시작할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다른 두 명과 함께 미 동북부 도시인 보스턴으로 가서 관광객을 상대로 풍선, 그림 등을 팔거나 다른 일들을 해서 돈을 모았다. 그런 식으로 미니밴을 살 수 있는 돈을 모았다. 당시 밴을 사려면 1만 달러 정도가 필요했다. 그렇게 구입한 밴으로 생선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은 바닷가재 등을 팔러다니는 우리를 ‘랍스터 맨’이라 불렀다.”

―초창기엔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다.

“그 때는 모두 젊었고 혈기가 넘칠 때 였다. ‘무니’(Moonie, 통일교 신자)라고 온갖 구박을 다 받았지만 우리는 항상 웃고 다녔다. 우리는 착하고 성실했기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반대했던 손님들도 우리를 찾게 됐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대부분 일본, 미국인들이다. 지금도 미국에 거주하는 일부 한국인들이 우리 회사 제품의 불매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 일본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매우 좋아한다.”

―다시 사업 얘기로 돌아가 보자. 미니밴을 이용한 방문판매 방식이 잘 먹히지 않은 뒤엔 어떻게 했나.

“생선 가게를 열었다. 우리 60명은 미 50개 주에 골고루 배치됐으나 뉴욕이나 보스턴, 워싱턴DC 같은 대도시에 역점을 뒀다. 그러는 와중에 서서히 스시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스시 붐 덕분에 우리 사업이 번창했지만 우리도 미국 스시 붐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수산물 유통회사로서 미국 수산회사들을 제치고 정상에 올라선 비결은 무엇인가.

“미국 수산회사들의 관점에서는 광어는 광어일 뿐이다. 피멍이 든 광어도 광어인 것이다. 그래서 일본 레스토랑 사장들의 불평불만이 많았다. 우리는 그런 불만들을 경청하고 최고 품질의 생선만을 납품했다. 미국 회사들이 못하는 것을 우리는 해냈다. 지금도 미국 내에서 선어(fresh fish)를 취급하는 전국 체인은 우리밖에 없다. 선어는 경영 자체가 어렵다. 사장이 아침 일찍 시장에 나가 고기를 사고, 저녁 늦게까지 챙겨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선어 전국 체인은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한다.”

―그렇게 어려운 선어 관리라면, 트루월드는 어떻게 가능했나.

“우리들은 전부 사이가 좋기 때문에 가능하다.(웃음) 우리 회사엔 좋은 종업원들이 많이 있다. 우리의 또 다른 경쟁력은 철저한 품질 관리다. 우리는 미 전역과 캐나다에 24개 지점을 갖고 있다. 이들 지점 전부가 미국의 엄격한 ‘식품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인증을 받았고 A 등급 검정을 받았다. HACCP 인증과 A 등급 검정을 받기 위해서는 상당히 돈이 많이 든다. 전국적으로 HACCP 인증을 받은 회사는 우리 회사밖에 없다. 미 전역에서 8000곳 정도 되는 레스토랑에 우리 회사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그중엔 뉴욕의 노부 레스토랑 등 최고급 일식 레스토랑이 다수 포함돼 있다.”

◇미 수산유통회사인 트루월드 푸즈가 획득한 A 등급 검정 로고.

 

―노부 레스토랑 같은 최고급 식당엔 어떤 생선을 납품하나.

“우리는 다른 회사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을 납품한다. 일본 도쿄의 스키치 시장에는 세계에서 제일 좋은 고기들이 모인다. 우리는 거기에서 구입한 고기를 비행기로 손님들에게 바로 보낸다. 이런 고기들은 보통 가격보다 두 세배 더 받는다. 미국에서 유명한 일본 레스토랑들은 이 고기들을 가장 선호한다. 최근 우리 방식을 흉내내는 회사가 한두 곳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또 일본의 최고급 소고기인 ‘와규(和牛)’로 스시를 만들어서 미국에 소개하고 있다. 제주도에서 양식하는 광어에게는 선인장 추출액을 먹이고 있다. 참치의 빨간 색깔이 변하지 않도록 참치 살에 산소를 넣은 ‘O2 마구로’도 개발했다. 레스토랑 외에 스미스소니언 박물관이나 대학, 항공사 등에 도시락을 납품하고 있다.”

―주요 생선 구입처는 어디인가.

“북미 지역뿐 아니라 인도네시아와 태국, 일본, 한국 등지에서 사고 있다. 한국과는 6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와서 한국의 농수산품을 우리 회사에 납품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생선별로 참치는 부산과 중국 상하이에서 사서 보낸다. 보스턴은 세계적인 랍스터 산지다. 아귀도 보스턴과 캐나다에서 많이 잡힌다. 알래스카 코디액에 있는 계열사 ISA 공장에선 연어와 명태, 대구, 가자미 등을 가공한다. 알라배마에는 새우 가공 공장이 있다.”

―알라배마 해변은 올봄에 발생한 멕시코만 원유 유출 사고로 타격을 입은 곳이다. 피해는 없었는가.

“가뜩이나 멕시코만 새우가 동남아 새우에 밀리는 상황이었는데 이번 원유 유출로 피해가 더 커졌다. 우리는 이번 사고 수습 과정에서 필요한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여러 면에서 도움을 줬다.”

―향후 사업 전망은 어떤가.

“우리는 그동안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로 살아남았다. 안전과 고품질, 정확한 배달, 적정한 가격 등으로 승부했다. 그런데 요즘 손님들은 무조건 싸면 좋다고 생각한다. 고품질 제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돈이 많이 든다. 고객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경비를 충당할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어떻게 개발할 것이냐가 과제다. 장기적으로는 고기를 잡는 일에서 가공, 판매까지 하나로 연결해야 한다는 문 총재의 비전을 현실화하고 싶다.”

―부인이 생선 요리를 잘하겠다.

“나도 잘한다. 집에서 요리를 자주 한다. 미국에선 부부가 평등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선 요리해야 한다.(웃음)”

록레이=조남규 특파원

■ 조슈아 T 야시로 사장 약력

●일본 고베 출생. ●고교 졸업 후 동남아시아, 인도, 중동, 유럽 여행(1969∼1972).

●샌프란시스코대 중퇴. ●1979년 미국 수산유통업 시작.

●트루월드 그룹 부사장, 트루월드 그룹 사장. ●미국인 부인 제니퍼 베이와 1남1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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