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취재담당 부국장 시절 기획한 시리즈물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며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를 이끄는 것은 공통의 가치(common value)”라고 강조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강대국 각축전으로 시달린 동남아 아세안 태동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 대화와 토론, 합의 통해 해결책 도출 아태지역, 많은 나라들이 관계 맺어 美·中 갈등만 보는 건 지나친 단순화 아세안 중심성·개방성 질서 주목해야 포스트 코로나 겨냥한 ‘신남방정책’ 상대국과 유지하려는 관계 잘 구현 한국이 ‘4차산업’ 함께 해주길 바라

지난 1월 20일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 입성하며 국가안보회의(NSC)에 인도·태평양조정관직을 신설했다. 그만큼 이 지역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다. 중국 역시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으로 이 지역에 꾸준히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이 지역에서 미·중의 경쟁은 앞으로도 심화될 전망이다. 미·중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한국은 유연한 외교로 국익을 극대화해 나가야 한다. 그 지렛대가 될 나라들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한국과 비슷한 위치에 있는 국가들이다. 문재인정부는 신남방정책을 통해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인도와 관계 심화에 나섰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의 아태 지역 개별 국가들에 대한 이해도는 높지 않다. 세계일보는 한국의 외교다변화를 뒷받침할 아태 국가들의 주한대사를 릴레이로 만나 관계 증진 방안 가능성에 대해 듣는다. 첫 순서는 아세안 사무국이 소재한 인도네시아의 주한대사다. 임성남 주아세안 한국대사와도 화상으로 만났다.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가 지난달 19일 서울 여의도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를 이끄는 것은 공통의 가치(common value)"라고 강조하고 있다. 남제현 선임기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미·중 관계에 주목합니다. 하지만 이 지역에는 미·중 관계 이외에도 다른 많은 나라들이 여러 관계를 통해 역동성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우마르 하디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는 세계일보 창간 32돌을 기념해 진행한 인터뷰에서 “미·중 대립 구도라는 지나친 단순화로는 아태지역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없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두 강대국이 충돌하는 것만 보이기 쉽지만 이 지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 안에 있는 수많은 나라들, 그 안에 살고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관계를 복합적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하디 대사는 그중 하나인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를 이끄는 것은 “공통의 가치(common value)”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1998년 수하르토 독재정권의 몰락 이후 민주화를 거쳤다. 군사독재 이후 민주화를 이룬 한국과 유사하다는 설명이다. 양국은 또 민주주의·인권·시장경제라는 핵심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하디 대사는 설명했다.

하디 대사는 “공통의 가치에 기반한 협력이 단순한 경제적 이익으로만 연결된 관계보다 훨씬 더 의미있고 파급효과도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터뷰는 지난 1월 19일 서울 여의도 소재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서 진행됐다.

―한국 부임 3년이 지났다. 한국정부가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 국가들과의 협력을 본격적으로 확대하기 시작한 시기다.

“2017년 5월 서울에 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해 11월 인도네시아를 아세안 국가 중 처음으로 국빈 방문했다. 한국 정부가 인도네시아와 아세안에 큰 관심을 보여준 시기에 주한대사가 되었으니 운이 좋다. 한국의 역사, 문화, 또 기적과 같은 경제성장에 대해선 늘 지적 영감을 받는다. 1989년에 대학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면서 북방정책 이후 한국과 중국의 관계 변화를 연구한 적이 있다.”

―대사로서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관계에서 어떤 잠재성을 발견했나.

“투자와 교역이 양국 관계의 핵심 동력이다. 동시에 두 나라는 공통의 가치를 공유한다. 경제적 협력에서도 공통의 가치에 기반한 협력이 단순히 경제적 이익으로만 연결된 관계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파급효과도 크다. 또 두 나라는 역사적으로 불편한 관계를 가져본 적이 없다.”

―양국이 공유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민주주의를 비롯해 인권, 시장경제의 가치를 공유한다. 두 나라 모두 코로나19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의 핵심 가치를 지키려고 노력했다. 오랜 시간 독재정권의 영향력 하에 있다가 민주화된 역사도 비슷하다. 코로나19로 많은 것이 바뀐 지금, 디지털·친환경 변화를 추구하는 정책 방향도 비슷하다.”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창립멤버로, 아세안 사무국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다. 인도네시아가 아세안에서 가진 리더십은 어떻게 가능했나.

“아세안은 가장 어렵고 민감한 문제들도 대화와 토론, 합의를 통해 해결책을 도출해왔다. 아세안 국가들은 돌아가면서 의장국을 맡지만, 리더십은 그런 방식으로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리더십은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에서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이 같은 노력을 꾸준히 해왔다.”

―아세안은 성공적인 지역협력 사례로 평가된다. 성공 비결은 뭔가.

“동남아는 강대국들의 각축전으로부터 자유로워본 적이 한 번도 없다. 하지만 1967년 아세안 태동 이후 상대적으로 안정을 유지했고 경제적으로도 번영했다. 아세안은 강대국을 향해 문을 걸어 잠그기보다 개방을 택했다. 오늘날 동아시아에서 아세안은 미·중을 포함한 ‘대화 상대국’들이 모두 참여해 지역 현안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유일한 장이다.”

―최근 남중국해 갈등 등 아세안이 겪는 위기도 만만치 않다. 미·중 갈등이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사람들은 이 지역에서 강대국 즉 미·중 관계에 주로 주목하지만, 나는 오늘날 이 지역의 역동성은 다른 여러 국가들간의 관계를 봐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남중국해 문제뿐만 아니라 아세안 내부에는 여러 현안들이 있다. 하지만 아세안은 냉전 시기 진영 갈등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다른 지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예다. 대화와 토론, 합의의 전통이 아세안을 지켜줄 것이다.”

―아세안이 강대국들의 각축전 속에서 단합함으로써 추구해온 것은 중립(neutrality)인가.

“‘소극적 중립’이 아닌 ‘적극적 중립’이다. 아세안이 원하는 것은 모두와 관계를 맺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2019년 6월 태국 방콕에서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적 관점(AOIP)이 채택됐다. 요체는 아세안 중심성, 개방성, 포용성, 규칙에 기반한 질서다.”

―한국이 의욕적으로 신남방정책을 펼치고 있다. 아세안에선 어떤 평가를 받는지 궁금하다.

“신남방정책은 아세안이 대화 상대국들과 유지하려고 하는 관계를 잘 구현하고 있다. 아세안은 한국의 노력을 환영한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것이 달라졌고, 불확실성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겨냥한 ‘신남방정책 플러스’를 발표했는데, 이 같은 노력을 지금 당장 시작하면 좋을 것이다. 여전히 다자주의의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들을 가진 것은 이 지역으로선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개별 국가로서 인도네시아는 한국과의 관계에서 무엇을 원하나.

“평범한 인도네시아 사람들에게 물으면 답은 K팝, K드라마일 것이다(웃음). 하지만 한국을 잘 아는 사람에게 묻는다면, 투자다. 또 인도네시아 제품이 한국 시장에 더 많은 접근 기회를 갖길 기대한다. 2020년 1∼3분기 한국의 대인도네시아 외국인직접투자(FDI)가 전년 동기 대비 79% 늘었다. 하지만 아직도 한국인들은 인도네시아가 투자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

―일처리 과정이 느리고, 비효율적이라는 일부 지적도 있다.

“지난 몇 년간 많이 바뀌었다. 한 예로 대사관에 원스톱 서비스를 만들었다. 한국 기업은 여기서 한번에 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고, 비자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다. 사업 허가 받는 데 3시간이면 충분하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한·인도네시아 간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세파)이 체결됐다. 달라지는 것이 많을까.

“5년간 중단됐던 세파 협상이 2017년 문 대통령과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만남으로 결실을 맺었다. 많은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지만, 실질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관세 협상만으론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인도네시아의 대한국 수출의 40%가 석탄, 석유, 가스 등 천연자원이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이 일어난 뒤엔 지금의 수출량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다른 무역 분야를 찾아야 한다.”

―한국과의 협력 중 기대하는 분야는.

“4차 산업 협력이다. 기술강국인 한국이 인도네시아와 정보통신기술(ICT), 디지털, 전자 등 4차 산업 분야에서 함께해주기 바란다.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 투자조정청이 98억달러 가치의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인도네시아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니켈이 매장돼있고, 전기차 사업의 선도주자가 되기를 원한다. 친환경 산업 역시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협력 중 중요 분야가 될 것이다. 우리 대사관 역시 태양광발전, 친환경 난방, 재활용 확대 등 녹색전환(green transformation)을 시작했다. 꼭 알리고 싶다(웃음). 다시 말하지만, 우리 두 나라는 추구하는 가치가 비슷하다.”

한국에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한국사회에서 잘 지내는지 궁금하다.

“인도네시아 노동자들은 3년여 단기취업 비자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한국사회에 녹아들기 전 자국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대체로 지역사회와 상생하려 노력한다. 한국인 ‘사장’과 문제를 겪는 경우가 아예 없진 않지만, 자국에 돌아간 다음에도 연락하며 좋은 관계를 이어가는 경우도 많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임성남 주아세안대표부 대사, “아세안 중시 외교는 정권과 상관없이 계속돼야”

임성남 주아세안대표부 대사가 지난달 1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아세안대표부에서 세계일보와 화상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 대사가 입은 옷은 인도네시아 전통 의상인 '바틱'이다. 허정호 선임기자

“아세안과의 협력은 한국의 동아시아 다자외교 교두보입니다.”

임성남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는 지난 14일 세계일보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의 협력이 한국 외교에 의미하는 점에 대해 이같이 강조했다. 30여 년 경력의 베테랑 외교관인 그는 2019년 5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위치한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로 부임했다. 외교부 차관을 지낸 그의 주아세안 대사 부임 자체가 한국의 아세안 중시 외교 노선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임 대사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가 아세안+3에서 독립되면서 만들어진 회의체라는 점을 예로 들며 아세안은 한국의 동아시아 외교에서 교두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미·중이 아세안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는 가운데서도 아세안이 인도·태평양에 대한 아세안적 관점(AOIP)을 채택해 균형적 태도를 유지하는 점을 거론하며 “한국이 아세안으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 대사는 여러 강대국이 아세안에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한국이 특히 아세안에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아세안과 비슷한 역사를 공유하며, 성장의 영감을 주는 나라라는 점에서다.

―2012년 9월 아세안 대표부가 자카르타에 설치된 지 올해로 10년차다. 대아세안 외교무대에서 한국의 위상 변화가 궁금하다.

“지난 10년간 아세안에서 한국의 위상은 괄목상대할 정도로 높아졌다. 한국은 아세안의 5위 교역상대국이고, 8위 투자국이다. 지난 3년 한·아세안 상호 교역량은 29% 증가해 2019년 말 기준 1533억달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11월 신남방정책을 통해 한국과 아세안 간 관계를 4강 수준으로 격상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아세안 10개국 조기방문, 제도적 기반 마련, 한·아세안 협력기금 증액 등은 그 성과다.”

―아세안에는 다양한 나라가 있다. 이들과 한국이 추구하는 관계는 각각 다를 것 같다.

“아세안 회원국 10개국 간 개발 격차가 상당히 있다. 각 나라에 맞춘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아세안은 크게 메콩강 유역 국가들(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미얀마)과 그 외 해양 국가(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로 나뉜다. 그간 메콩 국가들과 소지역 협력을 모색해 왔다면 올해부턴 해양 국가들과 소지역 협력도 본격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한국의 지역협력은 아세안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됐다는 얘기가 있다.

“동아시아를 동북아와 동남아로 양분해 본다면, 동북아에서 작동하는 다자외교 틀은 장기 동면 상태에 있는 6자회담 외에는 거의 없다. 한·중·일 3국 정상회의 체제가 유일하다. 그런데 2008년 한·중·일 정상회의가 만들어진 계기가 아세안+3 회의로부터의 분리였다. 아세안을 교두보로 한·중·일 회의를 만들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세안이 한국의 동아시아 외교에서 의미하는 바를 알 수 있다. 한국은 동남아를 우회하면서, 동아시아를 포괄하는 안보협력을 펴나가야 한다.”

―경제적 측면에서 아세안 협력이 가진 잠재성은.

“아세안은 2019년 기준 세계 3위 인구(약 6억6000만명), 세계 5위 GDP(국내총생산·약 3조1700억달러), 세계 3위의 교역(약 3조5600억달러) 규모를 가진 거대한 경제 블록이다. 또 30세 미만이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으며, 다국적기업의 생산기지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아세안 자유무역지대(AFTA), 경제공동체(AEC)를 통한 단일시장 형성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2019년 기준 아세안은 우리나라의 제2위 교역·투자 지역으로, 우리나라 전체 교역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아세안 시장에서 한국은 후발주자로 알고 있다.

“한국은 한국의 방식으로 해나갈 것이다. 아세안 지역에서 일본 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약 70∼80%다. 그런 상황에서 현대자동차가 인도네시아에 진출하는데, 공장만 짓는 게 아니라 자카르타에 정비기술학교를 설립하고, 공동 R&D(연구개발), 현지 전문업체 육성, 유학생 초청 사업 등을 병행한다. 한국의 투자 방식은 ‘상생’이다.”

―미·중 경쟁 속에서 남중국해 갈등 등 아세안도 위기를 겪고 있다.

“미·중이 아세안을 두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아세안 국가들은 역내 긴장 고조 속에서도 결코 어느 한 편에 동조하지 않는다. 컨센서스를 기본으로 하는 의사결정 방식 속에서 아세안은 미·중 경쟁 구도에 항상 차분하고, 신중한 입장을 유지한다.”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 같다.

“한국은 아세안의 태도로부터 교훈을 얻어야 한다. 아세안과의 협력이 미·중 갈등 속 한국에 의미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세안 국가들이 미·중 사이에서 취한 입장이 모두 같다고 볼 순 없지만, 아세안 내에도 한국처럼 미·중 모두와 긴밀한 관계를 갖고 있는 나라가 여럿 있다. 한국은 이 같은 ‘유사 입장국’들과 연대해야 한다. 개인적 생각이다.”

―하나의 아세안이 지속 가능할까.

“1967년 아세안 창립 당시 신나탐비 라자라트남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벤저민 프랭클린의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을 언급했다. 지금까지 아세안 내에서 자주 언급되는 말이다. 국가들이 아세안을 통해 얻는 이익이 아세안을 떠나면서 얻는 이익, 아세안을 유지하기 위한 비용을 상회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하나의 아세안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국의 대아세안 협력만이 갖는 특징이 있다면.

“한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유사한 점이 많다. 역사적으로 식민지배 경험을 공유하고, 전후 혹은 식민지배 후 경제발전을 최우선시한 국가전략 역시 유사하다. 또 한국은 아세안 국가들에 성장의 영감을 주는 나라다. 한국의 대아세안 협력이 가진 강점이다.”

―아세안은 한국과의 협력에서 뭘 원한다고 생각하나.

“코로나19 상황에서 아세안은 무엇보다 우리와 보건협력 증진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또 아세안은 천연자원이 없는 한국의 경제발전 과정에서 교육을 통한 인재 육성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점에 부응해 한·아세안 협력기금을 활용해 기술직업교육훈련 사업과 박사과정 장학지원 사업 등을 최근 새롭게 출범시켰다.”

―아세안대표부가 특히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이 있으면 소개해달라.

“일본은 1966년 설립된 아시아개발은행(ADB)을, 중국은 2016년 설립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아세안과의 협력에 활용해왔다. 지난해 말 아세안대표부에 금융협력센터를 설치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직원 2명의 작은 기관으로 시작하지만, 앞으로 우리 대아세안 금융외교의 허브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

―현장에서 아세안 외교에 대해 느끼신 점이 있다면.

“결국 사람과 사람의 교류다. 아세안 국가들과 강한 연대를 만들려면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아세안 분들에 대한 겸손한 자세가 중요하다. 한국이 유엔에 가입하고 나서 1996년 처음 유엔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이 됐다. 당시 유엔 안보리에서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못하는 나라가 둘 있었는데 한국과 폴란드였다. 폴란드는 현재 EU 회원국이다. 아마 지금도 한국은 다시 안보리 이사국이 되면 어떤 그룹에도 속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런 대한민국에게 아세안과의 협력은 하나의 발판이 될 수 있다. 문재인정부에서 신남방정책을 육성했지만,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멈추면 안 되는 일이다. 지역협력 외교는 양자외교와 달리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세안 중시 외교는 정부와 상관없이 한국 외교에서 꾸준히 진행되는 방향이라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 그래야 아세안에서 신인도도 올라간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임성남 주아세안대표부 대사는…

△1958년 서울 출생 △외무고시 14회 △서울대 외교학과 학사, 미국 하버드대 정치학 석사 △주미대사관 참사관, 주중대사관 공사, 주영국대사 등 역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역임 △외교부 제1차관 역임

세계일보 창간 대선주자 여론조사
李지사 지지율 32.5% 선두 고수
60대 이상·TK 제외 모두 앞서
“서울시장 야당 후보 당선” 32%
“잘 모르겠다” 40%… 부동층 변수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처음으로 30%대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보궐선거 전망은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40%대에 달했다.

세계일보가 창간 32주년을 맞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달 26∼28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는 가장 높은 32.5%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 뒤를 윤석열 검찰총장(17.5%),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13.0%)가 이었다. 차기 대권 구도가 이 지사의 ‘1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사는 60대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층, 대구·경북을 뺀 전 지역에서 이 대표와 윤 총장을 앞섰다. 60대 이상과 대구·경북에선 윤 총장이 1위였다. 지지정당별로 보면 더불어민주당(49.2%)과 정의당 지지층(43.0%)·무당층(27.6%)에서 이 지사가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윤 총장은 제1야당인 국민의힘 지지층(44.6%)과 대구·경북(33.2%)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았다.

오는 7월 24일 임기가 끝나는 윤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에 관해서는 “출마하지 않을 것”이란 응답(39.0%)과 “잘 모르겠다”는 응답(38.5%)이 비슷하게 나왔다. 응답자의 19.8%는 “야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의견은 2.6%에 그쳤다.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를 제외한 야권 후보인 무소속 홍준표 의원(3.9%),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2.0%), 유승민 전 의원(1.8%) 등은 지지율이 저조했다.

한편 보궐선거 전망과 관련해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야당 후보가 당선될 것”이라는 응답(32.0%)과 “여당 후보가 당선될 것”(27.8%)이란 응답이 오차 범위 내로 나왔다.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40.2%에 달했다.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 야당 후보 당선 전망(43.3%)이 여당 후보 당선 전망(13.7%)을 압도했으나 역시 “잘 모르겠다”(43.0%)는 응답도 많았다. 아직 여야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 등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임기 5년차에 접어든 문재인 대통령의 직무수행 평가는 부정평가가 53.2%, 긍정평가가 40.6%였다. 1년 전 세계일보 창간 31주년 여론조사에서는 긍정 평가 48.6%, 부정 평가 46.1%였다. 긍정 평가는 8%포인트 하락하고 부정 평가는 7.1%포인트 상승했다.

장혜진·김민순 기자 janghj@segye.com

◆조사 어떻게 했나

세계일보가 창간 32주년을 맞아 실시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이뤄졌다. 지난 26~28일 3일간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10명을 대상으로 일대일 전화면접조사(CATI)로 진행했다. 유선 전화면접 21%, 무선 전화면접 79%를 합산했다. 2020년 12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성, 연령, 지역별 가중값(셀가중)을 부여했다. 응답률은 10%(총 통화시도 1만55건)이며 신뢰 수준은 95%,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일부 백분율 합계는 99.9% 또는 100.1%가 될 수 있는데 이는 소수점 반올림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전체 결과 해석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전체 표본 중 남자는 546명(54.1%), 여자는 464명(45.9%)이었다. 연령별로는 만 18~29세 142명(14.1%), 30대 128명(12.7%), 40대 183명(18.1%), 50대 230명(22.8%), 60세 이상 327명(32.4%)이었다. 지역별로는 서울 214명(21.2%), 인천·경기 310명(30.7%), 대전·세종·충청 99명(9.8%), 광주·전라 108명(10.7%), 대구·경북 100명(9.9%), 부산·울산·경남 143명(14.2%), 강원·제주 36명(3.6%)이었다.

조사는 △국정평가 및 전망 △외교·안보 △경제·산업 △정치·선거 등 분야에서 이뤄졌다. 응답자 특성은 △성·연령·지역 △직업·소득·이념 성향 등으로 구분했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차기 대선주자 적합도
재난기본소득 등 주도… 선명성 부각
주목도 떨어진 윤석열 지지층 흡수
“중도·보수층 아우르는 확장성 갖춰”

尹, 야권주자 가운데 독보적 지지율
안철수 5%·홍준표 3.9%·오세훈 2.7%

세계일보 창간 32주년 여론조사 결과에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 지지층과 호남 지역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30%를 돌파했다. 이 지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여론조사에서 30%대 지지율을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이 지사는 최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선두로 치고 나온 뒤에도 지지율 20%대 박스권에 갇혀 있었다. 이번 조사를 통해 무당(중도)층 유권자를 끌어올 수 있는 확장 가능성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지사의 지지율은 대구·경북(TK) 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고르게 높았다. 특히 정치 연고지인 경기·인천 지역(40.0%)에서 경쟁자인 민주당 이낙연 대표(13.3%)를 크게 앞섰다.

정의당 지지층(43.0%)도 이 지사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재난기본소득 등 진보적 의제를 주도하며 선명한 노선을 보여준 점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거나, 지지 정당을 밝히지 않은 ‘무당층’에서도 이 지사 지지율은 27.6%로 윤석열 검찰총장(11.6%)과 이 대표(7.0%)를 앞섰다.

민주당의 텃밭이자 이 대표의 고향인 호남에서 이 대표보다 25.6%포인트 높은 지지율이 나온 점은 주목된다. 사실상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의 판세를 좌우할 민주당 지지층이 이 지사 쪽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면서 그간 이 지사에 우호적이지 않았던 친문재인 지지층의 향배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친문 진영에서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이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히면서 이들의 대안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지지율이 20%대 정체 구간에 갇혀 있을 때는 정세균 총리나 이광재 의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제3후보로 나서서 판을 역동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지사의 독주 상황이 지속되면 이런 친문 진영의 흐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대권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는 정 총리는 이번 조사에서 2.8%에 그쳐 유력 주자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준으로 평가되는 ‘지지율 5%’ 벽을 좀체 넘지 못하고 있다. 정 총리의 지지율은 같은 호남 주자인 이 대표의 지지율과 연동돼 있다는 분석이다.

올해 초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을 거론한 뒤 지지층 이탈 현상이 나타났던 이 대표가 4월 보궐선거 등을 계기로 반전에 성공할지도 관전 포인트다.

1년 전 세계일보 창간 31주년 여론조사에서 이 지사는 이 대표(32.2%)와 윤 총장(10.8%),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10.1%)에 이어 5.6%로 4위에 그쳤다. 지난해 이 대표의 호남 지역 지지율은 59.7%였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이 지사의 30%대 진입은 중도·보수층을 아우르는 확장성을 갖췄다는 의미심장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며 “친문의 행보를 지나치게 의식한 이 대표에 대한 지지와 추미애 전 법무장관과 갈등 이후 주목도가 떨어진 윤 총장의 지지율을 일부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내 제3후보의 등장이나 중도지대를 대표하는 주자의 출현 등 의외의 변수가 없다면 이 지사의 1강 체제는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총장은 여전히 20% 가까운 지지율을 보이며 여권 후보에 맞설 유력 야권 주자임을 입증했다. 문재인정부에 맞서 각종 권력형 의혹 사건 수사를 몰아붙이고 추 전 장관과 갈등을 빚으면서 야권 지지층이 윤 총장을 중심으로 결집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윤 총장의 독주에 야권의 대선 주자들은 5% 이하의 지지율을 보이며 부상하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5.0%, 무소속 홍준표 의원 3.9%, 오세훈 전 서울시장 2.7%, 미래통합당 황 전 대표 2.0%, 유승민 전 의원과 원희룡 제주지사는 각각 1.8% 순이었다.

윤 총장은 50·60대 이상(48.3%)과 대구·경북(33.2%), 국민의힘 지지층(44.6.%)에서 높게 나타났다.

다만 윤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를 두고는 39.0%가 “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윤 총장 지지율은 사실상 반문재인 여론이 윤 총장에 몰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민순·배민영 기자 soon@segye.com

 

 

*2021년 취재담당 부국장 시절 기획한 시리즈물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는 이른바 ‘뉴노멀 2.0’으로 명명되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인류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우리는 코로나 사태에 미리 대비하지 못했지만 코로나 이후의 시대는 선제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그런 국가와 국민이 코로나 이후 시대를 선도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격발한 변화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부문, 삶의 방식과 관행, 생각하는 방식, 인간관계 등 전방위로 나타나고 있다. 비대면, 디지털화, 원격화, 가상화가 진전되면서 정부와 민간 모두 탈중앙화·분권화 흐름이 빨라진다. 변화를 제대로 읽고 이런 변화를 선제적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코로나 이후’ 시대를 열어가야 하는 우리 모두의 과제다.

무엇보다 공생·공존을 위한 틀을 새로 짜야 한다. 코로나 와중에 인류는 각자도생할 수 없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긴밀히 연결된 세계 공동체 구성원들이 서로 손잡지 않으면 생존 자체가 어렵다는 사실을 값비싼 희생을 치르고서야 알게 됐다.

산업 현장에 몰아친 변화의 파고는 산업 구조와 체질 자체를 바꾸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과 함께 다가온 언택트·디지털화는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 일상에 더 깊숙이 자리 잡았다. 물건과 서비스를 사고파는 상거래뿐 아니라 직장, 학교, 의료 생활 등 일상 전체에 확산했다. 기업들의 재택근무는 어느새 자연스러워졌고 교사와 학생들도 원격수업에 익숙해졌다. 특히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기반으로 한 업종과 그렇지 않은 전통 제조업종은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일상과 재택근무 등 겪어보지 않았던 것들을 경험하고 있다”며 “주력산업이 코로나19의 악영향에 흔들리고 (노동시장 인력)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정된 일자리가 급격하게 줄면서 청년은 암담한 취업 절벽 앞에서 절규하고 있다.코로나19 방역조치에 장기간 영업을 못 하고 손님마저 뚝 끊겨버린 자영업자들은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

정부의 전염병 대처 과정에서 개인의 자유권이 과도하게 침해당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도 큰 숙제가 됐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개인 정보의 활용과 보호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닥쳐올 또 다른 팬데믹(감염병 대유행)에 대비해 공공의료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시급해졌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공공의료가 약한 현실에서 재난 시, 의사 파업 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봤다”며 “공공의료는 의료 시장 질서를 제시하고,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대표는 “재난은 모두에게 평등하지 않다”며 “불평등이 커지면 결과적으로 경제와 복지가 어려워지고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만큼 정부 재정 확대 필요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경·이종민·유지혜·권구성 기자 ljin@segye.com

우리 사회 풀어야 할 과제
확진자 자택서 대기 중 사망 속출
메르스 교훈에도 공공병상 태부족

국가 방역·개인 자유권 충돌 논란
허용 한계 등 사회적 합의 있어야

원격수업에 따른 교육 격차 심화
절대적 학습시간 확대 고민 필요

산업 현장 구조조정 전면화 될 듯
실효성 있는 일자리 대책 내놔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그야말로 미증유의 재난이다.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우리 사회도 깊은 상처와 후유증에 신음하고 있다. 충분히 대비할 시간도, 대응할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닥친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인식과 일상, 사회 작동 방식마저 바꿔버렸다.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고 이후 시대를 살아가야 할 우리 사회에 던져진 과제가 숱한 이유이다.

◆어떤 감염병에도 대응 가능한 공공의료체계 확충 시급

코로나19에 우리는 ‘K방역’으로 맞섰다. 광범위한 진단검사와 역학조사를 통한 신속한 접촉자 조사 및 차단이 K방역의 핵심이었다. 여기에 국민의 자발적 거리두기 실천이 더해지면서 K방역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드러난 취약한 의료시스템의 민낯은 보기 민망했다. 1∼3차 유행 과정에서 하루 수백명에서 많게는 1000명 넘게 확진자가 발생할 때마다 전담 치료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고, 병원 배정을 받지 못해 자택에서 대기 중 사망하는 사례도 잇따랐다.

이는 국가에서 동원할 공공병상이 부족했던 탓이 크다. 2017년 기준 인구 1000명당 공공의료기관 병상 수는 1.3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병상 대부분이 민간에 집중된 탓에 동원할 수 있는 공공병상이 다 동원된 뒤 추가 병상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그동안 공공의료 확충 요구가 지속됐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에도 공공의료 확충이 추진됐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아 코로나19 대응에 다시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5년까지 공공병상을 5000개 추가로 확보하는 내용의 ‘공공의료체계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이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시장에 의존할 경우 의료 서비스 공급이 안 되는 지역들이 있다”며 “이들 의료취약지는 공공에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의지를 가지고 정책과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며 “효율성의 논리만으로 돈을 쓰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전진한 정책국장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 기본”이라며 “공공의료기관 숫자가 적고, 현재 있는 기관도 규모가 작다 보니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단 감염병 대응만을 위해 공공병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의료기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급여 진료 확대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고, 신약 개발을 뒷받침할 의료기관 인프라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김정회 건강보험연구원 연구조정협력센터장은 “공공의료는 표준화된 비용으로 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 불필요한 비급여 감소로 의료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지역사회-보건소-지방의료원-국립대학병원과 같은 의료전달체계 구축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사생활 침해와 가짜뉴스 범람, 교육격차 심화 해법도 모색해야

국가가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을 최우선하면서 개인 정보와 동선 등이 무차별 수집되거나 종교나 집회의 자유를 과도하게 막는 조치 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국가의 방역권과 헌법상 개인의 자유권이 충돌할 때 어디까지 허용하고 제한해야 하는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개인정보 문제와 관련해 “현재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란 근거에 따라 정부가 개인정보를 수집하고 일부 공개하고 있다”며 “법을 근거로 하기 때문에 위법성을 따질 수는 없지만, 과도하게 정보를 수집한다는 논란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개인정보 수집 범위를 조절했지만 그만큼 확진자 추적의 정확도가 떨어지기도 했다”며 “감염병 대응과 함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는 미디어의 문제점도 노출시켰다. 온라인 속보 경쟁에서 자유롭지 않은 신문·방송 등 전통 매체는 물론 유튜브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실과 다르거나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사실 보도인 양 범람하면서 근거 없는 공포와 불안감을 확산하기도 했다. 한동섭 한양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는 “어떤 것이 가짜뉴스인지 확인하기 어려운 환경 속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불리는 전통 언론사와 기자들이라도 사실관계 확인에 철저해야 한다”며 “취재원 등 정보의 출처가 믿을 만한지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어려서부터 각종 미디어를 통해 쏟아지는 정보와 뉴스의 사실 여부를 분별하고 확인토록 하는 ‘미디어 리터러시(문해력)’ 교육의 필요성도 강조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원격수업이 일반화하면서 부모의 경제력과 관심도 차이 등에 따른 교육 격차가 더 심화된 것은 교육 부문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대응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첨단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한 원격교육의 강점을 강조했지만 수업의 질 하락과 사교육 의존도 심화, 계층 간 교육 격차 확대 문제에는 사실상 속수무책이었다.

홍후조 고려대 교수(교육학)는 “가장 두드러지는 게 집중력이 부족해 원격교육에 취약한 중위권 이하 학생의 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현 상황에서 교육당국은 수업일수나 수업시수를 연장해 절대적인 학생 학습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교육부나 EBS,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보유한 양질의 콘텐츠를 등교 전과 하교 후 일정 시간대를 활용해 제공하면 원격교육의 학습 효율 문제를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근로 취약계층 구제 방안 찾아야… 생태적 환경 중시하는 산업구조 조성도

코로나19 사태로 산업구조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노동시장도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 많은 국민이 취업난과 안정적인 일자리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이병훈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재난 상황으로 인해 고용보험 사각지대가 극명하게 드러나면서 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 로드맵 마련에 나선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올해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산업 등의 구조조정 문제가 전면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로 고용 위기가 매우 심각해진 만큼 정부가 실효성 있는 일자리 대책을 시급하게 내놓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정부의 복지지출도 크게 늘었다. 특히 재난지원금이 3차에 걸쳐 지급되며 복지재원의 규모와 분배 방식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국채를 더 발행하더라도 경제와 복지,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며 “다만, 국채는 언젠가 갚아야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취약계층을 비롯해 소비 진작, 재분배 효과가 큰 선별적인 형태로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적 환경 조성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산업구조도 이에 맞춰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인하대 녹색금융금융특성화대학원의 김종대 교수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생명의 위기가 결국 환경, 기후변화, 생태계 등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현상은 매우 의미 있다”며 “소비자와 투자자들이 ESG(환경보호·사회적 책임·윤리경영) 기준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투자·소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 기업들이 움직이고 사회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진경·김승환·권구성·이정우·김희원·이복진 기자 ljin@segye.com

세계적 석학 조지프 나이 교수 전망
韓, 민주적 시스템으로 코로나 대응 입증
中은 美와 ‘협력적 경쟁관계’ 설정할 듯

전세계 대량실업 우려… 보호주의 득세
수입관세 강화 등 무역 충돌 가능성 고조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방역 성공은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모델이 됐습니다. 한국은 중국과 같은 전면적인 통제 방식이 아닌 민주적인 시스템으로 코로나19 문제에 대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습니다. 한국은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 대응하는 데 독재 방식이냐, 민주주의 방식이냐의 논쟁을 넘어 거버넌스의 질이 관건이라는 점을 보여주었어요. 그렇지만, 미국이나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중국도 독재주의 방식으로 이 사태를 극복한 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서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국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이제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 자유 질서 체제가 붕괴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 질서 시대가 열릴 것입니다. 중국은 앞으로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많은 시장주의 경제 체제의 약점을 악용해 국제 경제 질서도 조종하려 들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 때문에 신냉전 시대가 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 반대로 국가 간 경제적·생태학적 상호 의존도가 크게 올라갈 것이고, 바로 이런 이유로 국가 간 정책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입니다.”

미국의 세계적인 국제관계 분야 석학인 조지프 나이(Joseph S. Nye Jr.)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진단을 위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나이 교수는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가 2011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글로벌 사상가’ 1위로 선정됐었다. 그는 국제정치에서 군사력, 경제력 같은 물리적·경합적 힘을 지칭하는 ‘하드 파워’에 대응하는 권력 개념으로 문화적·정신적 가치, 대외정책의 무형 자원을 뜻하는 ‘소프트 파워’ 이론을 정립했다. 나이 교수는 또 국가권력의 시장 개입을 비판하고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중시하는 이론인 ‘신자유주의’(neoliberalism) 이론을 정립한 국제 정치학계의 현존하는 최고 석학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이후 세계에 나타날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를 한마디로 말할 수는 없다. 코로나19 이후의 지정학적인 변화 측면에서만 봐도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만, 2030년 정도의 세계를 생각해 보면 중국이 주도하는 세계 질서가 구축돼 있을 것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했고, 미국 등 서구 국가들과 경제 회복 측면에서 커다란 격차를 두고 앞서가고 있다. 중국 경제는 성장하고, 미국 경제는 쇠퇴하고 있어 2025년을 전후해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경제대국이 될 것이다. 중국의 영향력이 향상됨에 따라 중국이 다른 나라에 존경과 복종을 강요하는 것은 놀랄 일도 아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대상국은 인접국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 국가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어느 나라든 중국에 반기를 들면 중국의 경제 지원과 투자를 받을 수 없고, 세계 1위의 수출 시장을 놓치게 된다. 코로나19 이후에 중국과는 정반대로 미국과 유럽 등 서구 국가들의 경제는 갈수록 쇠퇴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 정부와 중국 기업이 국제기구를 재편할 것이고, 중국의 입맛대로 국제적 기준을 설정할 것이다.”

-그렇다면 ‘쇠퇴하는 미국’과 ‘부상하는 중국’ 사이에서 한국의 선택은.

“나는 미국과 중국이 반드시 대결의 길로 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미·중 양국의 상호 의존성으로 인해 두 나라는 ‘협력적 경쟁’(cooperative rivalry) 관계가 될 것으로 본다. 미국과 중국은 모두 전환기적 도전에 직면해 있고, 서로 상대국의 도움 없이는 이 도전을 헤쳐갈 수 없다. 기후변화 대응이 그 대표적인 예가 될 것이다. 한국은 미·중 관계의 변화에 맞춰 무엇보다 다른 나라와 긴밀한 협력 체제 속에서 대외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출범한 조 바이든 새 행정부의 한·미 관계를 어떻게 전망하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비교할 때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 등 미국의 우방국과 동맹 관계를 보다 중시할 것이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람에 치중하는’(personalistic) 접근 방식을 취했으나 바이든 대통령 정부에서는 그런 경향이 줄어들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북한과의 협상에 나설 것이나 그에 앞서 한국과 보다 긴밀하게 사전 협의를 할 것이다.”

-코로나19가 북한의 미래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북한이 코로나19 여파로 과거보다 더 심각한 경제난을 겪을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월5일 당 대회에서 국가 경제 발전 5개년 계획 기간이 2020년 말에 끝났지만, 당초 내세웠던 목표를 거의 모든 부문에서 달성하지 못했다고 자인한 연설만 봐도 북한이 처한 경제난의 현실을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19는 북한에 이중의 경제 제재로 작용하고 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와중에 코로나19에 따른 고립 심화로 경제 정책 실패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사진=하상윤 기자

-일본군 위안부 배상 문제 등으로 한국과 일본의 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한·일 관계는.

“한국과 일본은 이제 과거사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한·일 양국이 공통으로 직면한 미래의 도전에 대응하려면 과거사를 뒤로한 채 새로운 협력 체제를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 한·일 양국이 공동의 안보 위협과 코로나19 확산 사태 극복 및 기후변화 문제 등에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

-코로나19가 몰고 올 세계 각국 공통의 대내외 환경 변화는.

“대규모 실업, 빈부격차와 불평등 심화, 사회 공동체 붕괴 등의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는 1930년대와 유사한 독재 정권이 출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정치권에서 권력 쟁취를 위해 민족주의 감정을 부추기고, 포퓰리즘을 내세우는 정치 지도자들이 출현할 수 있다. 또한 ‘토착주의’(nativism·외국인, 외국의 관습, 사상 등을 없앰으로써 자신들의 삶의 방식을 개선하고자 하는 운동)와 보호주의가 득세할 것이다. 국가 간 무역도 관세와 수입 쿼터제가 강화될 것이고, 각국에서 이민자와 난민이 희생양이 될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부터 경제가 회복하는 속도가 느려질수록 세계 각국에서 권위적인 정권이 들어서고, 이들 정권이 해당 지역에서 자국 이익 확대를 노리며 서로 충돌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기후변화 대응'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에 국제사회를 누가 통제하나.

“미국이 당분간 세계 최고 강대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나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할 것이다. 미국이 주도한 세계 질서는 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이전부터 중국의 부상과 서구 국가에서의 포퓰리즘 정권 등장으로 인해 거센 도전을 받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사회에서 ‘시스템 매니저’로서 미국 역할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21세기는 초국가적인 상호 의존의 시대이고, 고립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아니다. 바이든 정부가 얼마나 빨리 다른 나라와 다층적인 협력 관계를 복원하느냐에 따라 대외정책의 성패가 갈릴 것이다.”

-코로나19가 몰고 올 긍정적인 변화는.

“세계 각국은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팬데믹에 독자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달라질 것이고, 인간과 지구가 함께 공존하는 ‘그린 인터내셔널 어젠다’(green international agenda)가 부상할 것이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나이 교수는 △미 프린스턴대 졸업 △영국 옥스퍼드대 석사(로즈장학생) △하버드대 정치학 박사 △하버드대 교수 △미 국방부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위원장 △하버드대 국제관계연구소 소장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학장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석좌교수(현) △아스펜 안보포럼 공동의장(현) △2008년 국제관계 학자 2700명 대상으로 조사한 ‘미국 대외정책에 가장 영향력 있는 학자’ 1위 △2011년 미 포린폴리시 선정 ‘글로벌 사상가’ 1위 △2014년 포린폴리시 선정 ‘세계 100대 사상가’ △저서 ‘소프트 파워’, ‘도덕은 중요한가’(2020) 등 14권 외 논문 200여편

 

뚫기 힘든 대기업 정규직 취업문
2020년 정규직 전환율도 6.6% 그쳐
비정규직과 급여차이 매년 벌어져
2020년 월 평균 323만원vs171만원
상여금 수혜율도 2배 이상 차이나
갈수록 직업 안정성 양극화 커져
“정규직 과도한 보호로 문제 야기
하청업체에 부담… 근로자도 고통”

대기업에 다니는 이모(36)씨는 2019년 여름휴가를 맞아 모처럼 고향으로 내려가 친구 강모씨를 만났다. 공무원 시험에 실패한 강씨는 한 지역기업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일했고 주말에는 대리운전이나 배달 일을 하며 돈을 벌었다. 매달 세금을 제하고 400만원가량을 급여로 받는 이씨가 회사에서 휴가비도 줬다며 저녁을 사겠다고 하자 강씨의 기분이 마냥 좋지는 않았다. 친구보다 훨씬 힘든 일을 하는 것 같은데도 월소득은 150만원 정도 적고 휴가비는 꿈도 꿀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추석 때 다시 만났다. 그동안 이씨의 지갑은 더 두둑해진 반면 강씨의 지갑은 얇아졌다. 호봉제 근로자인 이씨의 월급은 올랐지만, 강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본업 외 다른 일을 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강씨가 자신을 초라하게 느끼는 순간 이씨가 “오늘은 네가 사라”고 하자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고, 급기야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크게 다퉜다. 강씨는 고용이 불안하고 이직도 쉽지 않은 처지를 비관하면서 ‘취업의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 아닌가’ 하고 자책만 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 급여 수준과 사회보험 가입률 등 격차가 확대되면서 직업 안정성도 양극화로 치닫고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기업 규모를 막론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비율은 지난해 상반기에 가장 낮았다.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 직장을 옮기는 근로자는 10명 중 1명이 될까 말까 했다. 노동 사다리가 붕괴됐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12일 노동계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계약이 만료된 조사대상 비정규직 근로자 3만5216명 중 2332명만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전환율은 6.6%에 불과했다. 일자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은 문재인정부가 출범했던 2017년 상반기 이후 최저치다. 정규직 전환율은 △2017년 상반기 14.0%·하반기 10.3% △2018년 상반기 14.6%·하반기 8.2% △2019년 상반기 13.7%·하반기 10.0%를 각각 기록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급여 차이도 해마다 벌어지고 있다.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보면 2019년 6~8월 정규직의 평균 월급은 316만5000원이었지만 비정규직은 172만9000원이었다. 1년 뒤인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급여의 경우 정규직은 323만4000원으로 6만9000원이 늘어난 반면 비정규직은 1만8000원 줄어든 171만1000원으로 조사됐다. 두 일자리의 급여 차이가 143만6000원에서 152만3000원으로 1년 새 8만7000원 벌어졌다. 2017년 비정규직과 정규직 급여 차이는 129만1000원이었다.

 

사회보험 가입률이나 근로복지 수혜율에서도 격차가 커졌다. 2019년 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87.5%에서 2020년 8월 88.0%로 0.5%포인트 늘었지만, 같은 기간 비정규직의 가입률은 37.9%에서 37.8%로 0.1%포인트 줄었다. 또 퇴직급여를 받는 정규직은 91.7%에서 91.9%로 0.2%포인트 증가한 반면 비정규직의 경우 42.9%에서 40.4%로 2.5%포인트 낮아졌다. 지난해 상여금 역시 정규직은 86.6%가 받은 데 비해 비정규직은 37.6%만 받았다. 1년 전보다 정규직은 0.2%포인트 늘었고 비정규직은 0.6%포인트 감소했다.

비정규직 중 시간제 근로자가 늘어난 것도 우려스럽다. 시간제 근로자는 동일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를 맡아 일주일에 36시간 미만 일하는 사람들로, 비정규직 중 처우가 특히 열악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시간제 근로자는 325만2000명으로 1년 전과 비교해 9만7000명(1.6%포인트) 많아졌다. 이는 전체 비정규직의 43.8%를 차지한다. 여기에 시간제 근로자 중 폐업이나 구조조정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계속 직장에 다닐 수 있는 시간제 근로자는 2017년 60.0%를 기록한 뒤 2018년 58.7%, 2019년 56.4%를 기록하며 해마다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52.5%까지 떨어졌다. 처우도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들의 급여는 2019년 92만7000원에서 지난해 90만3000원으로 감소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격차도 좁혀지지 않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중소기업연구원이 2019년 상용근로자 30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 평균 임금총액을 살펴본 결과 이들의 급여는 313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300인 이상 대기업의 535만6000원의 59.6% 수준에 불과하다. 1~4인 사업체의 경우 213만4000원으로 대기업의 39.8%에 그쳤다. 하지만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 대기업으로 이직하기는 사실상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 보인다. 2018년 중소기업 이직자 중 대기업으로 직장을 옮긴 근로자는 9.4%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가 노동시장의 심각한 이중구조를 야기했다고 지적한다. 대기업의 경우 성과중심의 임금체계가 아닌 안정적인 호봉제로 기득권 유지가 가능한 구조로 굳어졌다. 이러한 임금구조는 대기업 하청업체에 버거운 부담을 지우고, 결국 중소 하청업체 근로자들은 충분한 대우를 받기가 힘들어진다.

 

재계 관계자는 “정규직에 고임금 저효율 임금체계를 적용하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 것”이라며 “고임금 저효율 근로자들의 임금을 조정하지 못하면 기업 입장에서 신규 채용이 어렵고 생산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형노조, 취약 노동자 포용 못해 불평등 심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 등을 좁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2일 경영계와 노동계 등에 따르면 근로자 사이의 임금과 복리후생 격차는 대기업 등의 대형 노동조합과도 관계가 있다. 이들 노조가 주로 대기업과 정규직, 고임금 근로자의 이해를 대변하면서 노동시장의 불평등을 심화시켰다는 것이다.

 

대형 노조가 하청업체 비정규직 등 취약 노동자를 포용하지 못하는 것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고용노동부의 전국 노조 조직현황을 보면 사업장 규모가 300인 이상인 사업장 소속 근로자 54.8%는 노조에 가입돼 있다. 하지만 299명 이하 100명 이상이 근무하는 회사 직원들 중 노조에 속한 이들은 전체의 8.9%에 불과했다. 30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가입률이 0.1%에 그쳤다.

결국 대형 노조는 기득권 세력이란 인식을 각인시켰을 뿐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기업별 노사 교섭이 대부분이라 노조 상급단체가 기업 간 임금격차를 축소하는 역할을 잘하지 못한 데다 비정규직 확대에 대응해 노조의 조직기반도 확대하지 못하면서 기업 간 임금 격차를 억제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경총 관계자는 “정규직 근로자의 고임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비정규직의 임금 문제를 법이나 제도적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는 노동시장에서 형성되는 임금 결정 구조의 왜곡을 초래할 것”이라며 “이 경우 노사나 노노갈등, 기업부담 증가로 이어져 피해는 결국 회사 근로자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노사협의회 등에 비정규직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거나 비정규직 및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지원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의 이윤을 근로자에게 보상해 성과를 공유하고 다시 근로의욕을 높이는 선순환 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취지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5년 한시의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에서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전담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며 “중소기업 핵심 인력의 장기 재직과 역량전수를 위한 프로그램 등 내부 시스템도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기울어진 운동장 ‘계층 대물림’

조국·이정옥 등 부모의 ‘입김’ 이용
자녀 입시 특혜로 국민들에 허탈감
일부 국회의원들 자녀 채용 청탁
역대 정권서도 고위직 사퇴 수두룩

불공정한 특혜 공정사회 가치 흐려
“출발선 다르면 노력해도 성공 못해”
서민층 자녀들 계층 이동 희망 꺾어
양극화 사회 갈등 해소 방안 과제

“피고인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청문회 시작부터 재판의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자신의 잘못에 대해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한 적이 없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재판장 임정엽)는 지난해 12월 23일 조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딸 조민씨의 입시 관련 ‘스펙’쌓기에 개입한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법정 구속하면서 엄중한 훈계를 덧붙였다. 재판부는 정 교수에 대한 이 같은 훈계는 고위공직자인 조 전 장관의 자녀 특혜 의혹이 사회에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한 것이었다는 평가다. 조민씨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인턴을 한 뒤 공주대 생명공학연구소 인턴 프로그램을 수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인권법센터와 아쿠아펠리스호텔에서도 인턴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이런 스펙들을 고려대 입시에 활용했다. 재판 결과 이 스펙들은 사실상 부모가 만들어준 것으로 대부분 허위 스펙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의 수사와 법원의 재판 과정에서 이런 사실들이 공개되자 일반인들은 허탈감에 빠졌다.

계층 상승 사다리 역할을 해온 교육이 부모의 경제력과 결합하며 계층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고위공직자의 ‘엄빠(엄마·아빠) 찬스’는 이른바 ‘흙수저’들의 계층 상승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임병식 서울시립대 초빙교수는 “사회적 배경이 없는 부모를 둔 자녀들은 기울어진 운동장 정도가 아니라, 대부분은 아예 그런 운동장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지적했다.

◆사퇴 또 사퇴…‘부메랑’ 된 자녀 특혜

고위공직자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자녀에게 특혜를 주는 사례는 부지기수다.

2019년 8∼9월 조 전 장관과 같은 시기에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이정옥 전 여성가족부 장관도 자녀 입시 특혜로 구설에 올랐다. 이 전 장관의 딸은 2007년 고교 3학년 때 책을 출간했는데, 책에 당시 압둘 칼람 인도 대통령의 추천사가 포함돼 논란이 일었다. 이 전 장관 딸은 수시 전형을 통해 2008년 연세대 법학과에 입학했다. 이 전 장관은 이에 “(추천사는) 내가 도왔다고 볼 수 있다”고 인정하고 사과했다.

국회의원도 예외가 아니다. 딸의 ‘KT 채용비리’ 사건으로 법정에 선 김성태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11월 2심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다. 2심 재판부는 “김 전 의원이 2011년 서유열 KT 홈고객부문 사장에게 딸의 이력서를 전달하면서 KT 자회사의 파견계약직 채용을 청탁했고, 이에 따라 딸이 입사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김 전 의원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의원은 대법원에 상고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 윤후덕 의원도 19대 국회 당시 딸이 자신의 지역구(경기 파주)에 위치한 LG디스플레이에 지원한 뒤 해당 회사 대표에게 전화를 건 사실이 드러났다. 윤 의원은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며 사과했다.

자녀 특혜 의혹으로 사퇴한 고위공직자들도 수두룩하다.

1993년 김영삼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딸이 이화여대 특례입학 특혜 논란에 휘말리면서 취임 10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2005년 노무현정부 당시 이기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장남이 연세대 화학공학과에 정원 외 특례 입학한 의혹이 제기되자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은 지 57시간 만에 전격 사퇴했다. 같은 해 강동석 건설교통부 장관은 장남의 인사청탁 의혹으로 사퇴하기도 했다.

문재인정부에서 발탁된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는 카이스트(KAIST) 무선전력연구단 단장 시절 군 복무를 마친 장남을 자신이 사내이사로 있던 전기차 개발 업체 ‘올레브’와 이 업체 미국 법인의 인턴으로 근무하도록 했다. 조 후보자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며 공식 사과했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장관 후보자 지명을 철회했다.

◆“자녀 특혜, 사회 증오 키우는 촉매제”

고위공직자의 자녀 특혜 비리는 사회적 신뢰 자본을 잠식한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고위공직자의 자녀 특혜 사례가 반복되면 대중이 사회에 대한 불필요한 증오를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 대통령의 지난 11일 신년사에서 현 정부 핵심 가치인 ‘공정’을 내세우며 “사회가 공정하다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가 ‘함께 사는 길’을 선택할 수 있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는 용기로 혁신의 힘이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고위공직자의 자녀 특혜 비리는 공정의 가치를 오염시킨다. 공정이 사라진 사회에선 문 대통령의 바람처럼 ‘함께 사는 길’을 선택할 수 없고,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없다. 신 교수는 이에 대해 “사회 시스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 것”이라며 “(고위공직자 자녀 특혜 비리는) 노력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에게 상당한 좌절감을 안기게 되고, 그로부터 파생된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선 매우 큰 사회적 비용을 치러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경심 1심 재판부도 정 교수에게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의 입시비리는 공정하게 경쟁하는 많은 사람에게 허탈감과 실망감을 야기하고 우리 사회 입시 시스템에 대한 믿음을 저버리게 했다”고 강조했다.

 

◆비리때 마다 쏟아지는 ‘자녀특혜 방지법’… 효과는 없어

 

고위공직자의 자녀 특혜 비리가 드러날 때마다 정치권은 각종 ‘방지법’을 내놓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26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대 국회 당시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공직자 자녀 부정채용 방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공직자의 배우자 및 직계 존비속의 직업 등록을 의무화하는 방안이 주요 내용이다. 이 대표는 “많은 국민이 배우자 혹은 부모의 힘이 자녀들의 채용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다”며 법안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법안은 소관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고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됐다.

 

21대 국회 들어선 자녀 특혜 비리와 관련해 ‘조민 방지법’이 거론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자격 논란 속에 최근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한 데 따른 파장이다. 의사가 자격 요건을 갖추는 데 부정한 방법을 동원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무죄 확정판결 때까지 면허 발급을 보류하자는 것이다. 조씨는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과정에서 조작된 서류를 제출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조만간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노력으로 자녀 특혜 비리의 사각지대가 일부 해소된 사례도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9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상 부정청탁 대상 직무에 인턴·장학생 선발과 논문심사·학위수여 업무 등을 추가했다. 조씨의 공주대 인턴 청탁 의혹,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생 선발 특혜 의혹 등도 청탁금지법상 위반 대상 직무에 포함됐다. 일각에선 ‘조국 방지법’으로 불렀다.

 

최근 권익위는 올해 주요 업무 계획의 중점 추진 과제로 2019년부터 추진해온 공직자 이해충돌 방지법 제정을 꼽았다. 공직자가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혈연, 지연, 친분관계, 경제적 이익 등 인적·재산적 이해관계가 개입돼 공정한 직무 수행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한 법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정부 입법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지만 여전히 계류 중”이라며 “올해는 반드시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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