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포함(1997년 7월 정부제출안)→정치자금 배제(2001년 3월7일 법사위 소위)→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천정배(千正培) 의원 반발→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지시로 정치자금 포함키로 당론 변경→민주당 정치자금 포함키로 당론 변경→여야 총무 FIU(금융정보분석원) 계좌추적권 부여조항 삭제→비난 여론에 밀린 민주당 요구로 재협상→FIU 계좌추적권 부여→한나라당 내부 반발….여야간 지루하게 이어지던 자금세탁방지법 제정협상 일지다. 이런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그 끝은 예상대로 정치자금을 대상범죄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귀결될 것 같다.

18일 3당 총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자금세탁방지법 9인 소위'는 정치자금을 대상범죄에서 제외하는 대신 FIU에 제한없는 계좌추적권을 부여하기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소위에서 민주당은 정치자금을 규제대상에 포함하되 FIU의 계좌추적권을 제약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한나라당은 FIU의 연결계좌 추적권을 불허하고 정치자금 조사시 선관위에 즉각 통보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민주당이 정치자금을 제외하는 수정안을 제안,접점을 찾은 것인데 이는 국회 재정경제위가 법제사법위에 넘긴 원안으로 수개월 동안 시간만 허비한 채 원점회귀한 꼴이다.

소위 후 민주당 이상수(李相洙),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정치자금은 현행 정치자금법으로도 규제가 가능한 만큼 정치자금을 제외한다고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다"고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뇌물죄를 대상범죄에 포함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제외한 것은 정치인에 대한 이중기준의 적용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매사에 엇나가는 여야가 다른 사안에서는 왜 이런 양보와 아량의 미덕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조남규 <정치부기자>

여야를 망라한 경제통 의원 12명과 진념(陳稔) 경제부총리 등 주요 경제부처 장관 5명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회생 방안을 논의한 지난 19∼20일 이틀간의 여-야-정 정책포럼. 정쟁에 신물난 국민들은 모처럼 청량감을 느끼고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토론에서는 여야가 서민생활 안정과 지역불균형 해소,기업 구조조정 등 주요 경제정책 방향에 합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하면 될 것을, 수개월 동안 '진흙탕 속의 개 싸움'을 벌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쾌한 광경이었다.도하 언론-방송 매체가 여야 영수회담에 버금가는 수준의 지면과 시간을 과감히 할애하며 보도한 것도 정치권의 '너 죽고 나 살기'식 구태와는 다른 그 무엇인가를 보여 준 때문이었다. 포럼 뒤 여야에서는 "헌정사상 처음 여-야-정이 합숙하며 경제 방향을 모색한 데 의미가 있다"(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제2정조위원장) "시간이 부족했으나 상호 이해에 도움이 됐다"(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는 뿌듯한 자평이 흘러 나왔다.

그러나 자평에 앞서 정치권은 포럼에 쏟아진 박수가 16대 국회 초라한 성적표의 반증일 수도 있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미국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는 대선 공약 사항인 향후 10년간 1조6000억달러 수준의 감세안을 정책화하기 위해 야당인 민주당과 수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고 있다. 경제회생이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서 여야가 함께 중지를 모으는 것은 그동안 정치권이 방기해 온 책무를 이제야 챙기기 시작한 것일 뿐, 자랑거리일 수는 없는 것이다. 자찬(自讚)의 여력이 있다면, 이번 포럼이 일회성 정치 쇼에 불과했다는 실망감과 허탈감을 국민들이 느끼지 않도록 행동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趙南奎 정치부 기자>

한나라당이 5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국회는 1997년 9월부터 지난해 4.13총선 기간 2개월을 제외하곤 43개월 연속 문을 여는 기록적인 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16대 국회 들어서는 한달도 쉬는 법이 없어 말 그대로 상시(常時) 개원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국회법상 짝수 달에는 무조건 임시국회를 열도록 한 규정만으론 부족함을 느끼고 홀수 달에도 지역구 관리와 외유(外遊) 등의 제약을 감수하면서까지 일하겠다는 데야 박수를 칠망정 트집잡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동안 임시국회를 소집해온 의도가 순수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지난 1월 제216회 임시국회 폐회 바로 다음날 한나라당이 단독소집한 217회 임시회는 검찰이 안기부 자금 총선유용 수사와 관련,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 부총재에 대해 체포영장을 청구한 직후 이뤄졌다. 3월 임시국회는 수사과정에서 강 부총재의 '안기부 자금세탁 대가비 2억원 제공' 혐의가 불거지고 검찰이 그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발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와중에 소집됐다.

공교롭게도 5월 임시국회 소집 직전에는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 의원이 "야당 의원에 대한 여권의 계좌추적 움직임 등을 감안할 때 이르면 5월중 대대적 사정이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5월 정치권 사정설'을 제기했다. 병역비리 주범인 박노항 원사 검거 및 수사 또한 한나라당은 그 '저의(底意)'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으로선 의원들이 언제 잡혀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생존권적 차원에서 불가피하게 국회를 소집할 수 없다"(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총무)는 토로가 '상시 국회'를 있게 한 진짜 이유일지 모른다.

당장 민주당은 '방탄국회'라는 이름표를 붙인 뒤 의사일정 협의에 불응할 뜻을 분명히 했다. '민의의 전당'이라는 국회가 매달 현대판 '소도(蘇塗)'라는 오명만 덧칠해 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조남규 정치부 기자

한나라당의 내부반발로 백지화 위기에 놓인 26일 여야 총무회담 결과는 아무리 뜯어봐도 '이상한 합의'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총무는 이날 오전 오후 두차례 만나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두 사안중 어느 안건을 우선하느냐는 지엽적인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폈다. 여야가 필사적으로 순서 다툼을 벌인 이면에는 우리 정치권의 고질병인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개혁입법 우선 처리를 주장한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 표결 과정의 절차를 트집잡아 국회를 파행시킬 경우 숙원인 개혁입법 처리가 4월 임시국회에서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인상이었다. 오전 회담이 결렬된 직후 이상수 총무는 "한나라당이 해임건의안 표결 과정을 문제삼아 단상을 점거하거나 하면 또한번 국민을 실망시킬 수 있다"며 "한나라당이 납득할 만한 정당한 표결방법이 무엇인지 확실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은 한나라당 대로 개혁입법 처리를 담보로 잡고 있어야만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변칙' 처리를 막을 수 있다는 판단 하에 협상에 임하는 모습이었다. 정창화 총무는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이) 전원 표결에 불참하거나 표결 직전 퇴장하는 경우, 투표에 참여하더라도 명패만 넣는 경우, 명패와 투표지를 모두 받더라도 기표소엔 안 들어가고 백지투표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정상적인 무기명 비밀투표를 보장해 달라"고 맞섰다.

팽팽한 힘겨루기 끝에 총무회담은 개혁입법 4건을 둘로 나눠 중간에 해임건의안을 처리한다는 어정쩡한 절충안을 마련했다. "국회 파행을 막기 위한 충정으로 이해해 달라"는 부연 설명과 함께. 정 총무의 자탄(自歎) 그대로,'옹색스러운' 결론이었다. 불신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우리 정치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했다. 조남규 정치부 기자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오는 29일부터 1박2일로 원내외 지구당위원장 전원을 대상으로 '연수회'와 '연찬회'를 개최한다. '돈이 없어' 변변한 당원 연수 한번 하지 못했다는 민주당은 박상규(朴尙奎) 총장이 자신의 후원금을 털었다고 한다. 한나라당 또한 원내외 지구당위원장을 모두 소집, 합숙 연찬회를 열기는 16대 국회 출범 후 처음이다.정치가 정당을 매개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연수든 연찬이든 소속 당원들의 모임은 장려할 만한 일일망정 지적의 대상은 아니다. 문제는 그 내용이다.

민주당은 당초 민주적 당무 운영과 지식정보화 시대 대비 등을 토의 주제로 설정했다가 돌연 정국운영 방안만을 선정했다. 김중권(金重權) 대표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동참 수준을 끌어올리겠다는 표면상 이유 이면엔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연수를 '단합대회'로 활용하자는 의도가 깔려있는 듯하다. 개혁 의원들은 '크로스 보팅'(자유투표) 도입문제를 거론할 태세이지만 김 대표는 26일 "안된다"고 쐐기를 박았다.

반면 한나라당은 아예 '의원 꿔주기' '안기부 비자금수사' 대응전략과 '당내 결속'을 목표로 내걸었다. 당내 '개혁파' 의원들이 계획하고 있는 국가보안법 개정이나 정쟁 지양 등의 목소리는 그 출구를 찾기 힘든 분위기다. 많은 돈을 들여가며 마련한 연수-연찬 자리가 자칫 소속 당원의 '전의'(戰意)를 고취한 채 끝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1994년 11월 미국 공화당이 상-하 양원 중간선거에서 승리한 후 이례적으로 가진 소속 의원 전체모임 주제는 '미국이 지향해야 할 보수적 가치는 무엇인가'였다. 토니 블레어의 영국 노동당은 '사회주의의 가치를 지키면서 생산성을 고양시키는 정책개발'이 지난해 연수회 토론의 화두였다고 한다. 민주-한나라당의 연수-연찬회는 최소한 "싸우지 말고 민생을 챙기라"는 민심이나마 겸허히 반추, 자성하는 자리였으면 한다. 조남규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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