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04-02|21면 |사회 |컬럼,논단 |1019자

 

1일 오전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지검 6층 상황실에서는 「미국 로스쿨제도의 현황과 문제점」 「한국법조의 적용타당성 검토」라는 민감한 주제의 세미나가 열려 관심을 끌었다.미국에서 로스쿨을 마치고 변호사자격을 딴 크리스 서씨(35·여)와 김현변호사(39)가 주제발표한 세미나에는 검사 20여명이 참석했다.
세미나 시작에 앞서 이경재형사1부장은 『최근 법조개혁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로스쿨에 대해 찬성­반대론자 모두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면서 『검사들부터 로스쿨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취지에서 세미나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부장의 발언은 이날 세미나가 당초부터 로스쿨과 관련해 어떤 의도를 갖고 열린 것은 아니라는 뜻으로 해석됐다.
주제발표에 나선 크리스 서씨는 미국 로스쿨 입학 자격,졸업생들의 변호사 합격률등 전반적인 현황설명을 마친 뒤 『로스쿨은 미국에만 있는 특유한 제도이므로 무작정 도입하면 엄청난 후유증을 겪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변호사도 『로스쿨은 인성교육보다 소송기술교육에 치중하는 소송기술가양성소』라고 정의한 뒤 『미국에서도 혹평을 받고 있는 로스쿨을 굳이 도입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고 로스쿨도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주제발표를 통해 로스쿨제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김변호사의 발언이후부터는 로스쿨 도입의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던 세미나가 로스쿨 성토대회로 변질돼 버렸다.
『변호사 수가 80여만명에 이르는 미국에서도 수임료는 소송가액이 5천만원 이하인 소송은 수임료가 소송가액보다 더 많이 나올 정도로 세계최고다.수임료를 내리기 위해 변호사 수를 늘린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김변호사)
『인원은 현행 제도하에서도 늘릴 수 있고 문제점은 사법연수원 제도개선으로 고쳐나갈 수 있는데 굳이 로스쿨을 도입하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검사)
이날 세미나는 법조개혁의 당사자인 검사들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는 로스쿨도입에 대한 검토를 자발적으로 시도했다는 점은 평가할 수 있으나 다양한 의견이 제시된 가운데 활발한 토론이 이뤄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조남규 기자>

29일 오후2시 서울형사지법 417호 법정.성수대교붕괴사고 2차공판이 열려 당시 트러스제작을 담당한 동아건설 부평공장 기술담당상무 이규대피고인(61)등 17명에 대한 변호인 반대신문이 진행됐다.검찰의 직접신문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내 소관이 아니었다』며 혐의사실을 완강히 부인하던 피고인들은 이날 반대신문에서는 더욱 또렷한 목소리로 무죄를 주장했다.
맨먼저 답변에 나선 이피고인은 『트러스작업은 철골부장선까지만 관여했다』고 주장한 반면 당시 철골부장이었던 박효수피고인(58)은 『과장이 감독할 문제였다』고 떠넘겼다.
박피고인은 이어 『제작 후 가조립과 비파괴검사과정에서 서울시 감독관의 승인까지 받은 만큼 제작과정에는 문제가 없었고 유지관리부실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현장조립을 담당한 현장소장 신동현피고인은 『트러스공법에서 상판을 받치는 수직재가 중요하다는 것을 설계회사는 도면에 표시했어야 했다』고 설계회사쪽에 책임을 돌린 후 『현장에서는 조립설치만 하면 되고 용접부실여부까지 검사할 필요는 없다』며 발뺌했다.한편 동아건설측 변호인은 지난 1차공판때 검찰이 제시한 트러스모형과 같은 플라스틱 축소모형물을 제시해 가며 검찰신문에 맞섰다.
『서울시가 성수대교 상판신축이음부에 배수로를 설치하지 않아 스며든 빗물이 오염된 대기속에 포함돼 있는 아황산가스와 겨울철 다리위에 살포한 염화칼슘등과 섞여 부식을 심화시켰다』
『건설시 충격을 완화시키기위해 상현재와 수직재를 핀으로 연결해 놨는데 서울시가 후에 이를 고착용접해 결국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됐다』
지난 1차공판때 관리감독과 보수책임을 맡고있는 서울시 고위간부와 동부건설사업소 직원들의 책임회피모습과 하나도 다를게 없었다.
피고인들의 말대로라면 성수대교는 누구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에 의해 스스로 붕괴된 셈이 된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사고를 당한 32명의 유족들은 묻고 있다.고귀한 생명들은 누구때문에 억울한 죽음을 당해야 했는가.<조남규기자> 1994년 12월30일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총무가 서울시장 출마를 공식화했다. 18일 자신이 공동대표를 맡은 '포럼 서울비전' 창립대회를 계기로 삼았다. 그동안 착실히 서울시장의 꿈을 키워온 끝에 나온 출마선언이다.최근 들어 그는 매주 한차례씩 주유소 주유원이나 환경미화원,구세군 자선냄비 자원봉사 등을 통해 서울시장 도전을 위한 정지작업을 해왔고, 지난 10월 창간호를 발간한 '이상수와 서울이야기'는 격주로 발간되며 3호까지 나왔다.

이 총무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서울 지하철 24시간 운행 등 구상중인 공약을 공개하고 선거과정에서 사용할 마스코트도 소개하면서 "국민에게 잔잔한 감동을 안겨주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정치인이 비전과 꿈을 갖고 실현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아름다운 모습이다. 그러나 그의 표현대로 꿈을 추구하는 행위가 국민을 '감동'시키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에게 부여된 의무를 완수해 놓은 다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지기 전에 '집권당 원내총무'라는 직책에 충실하는 게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 총무는 "국회가 늦어도 18일 전에는 끝날 것으로 예상하고 포럼 창립대회 날짜를 잡았다"고 밝히고 있으나 현실은 새해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긴 지 보름이 넘도록 여야 정쟁과 의원들의 내몫 챙기기 속에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지금 그가 속한 민주당은 여권 인사들의 각종 비리의혹이 불거지고 대선후보 경선을 둘러싼 당내 알력으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원내사령탑으로 당3역 중 한사람으로서의 이 총무는 국회와 당을 먼저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조남규 정치부기자

8일 국회 본회의의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탄핵안 표결결과는 마땅히 개표를 통해 국민 앞에 공개됐어야 했다. 재적 과반수 이상이 참여, 가결될 수도 부결될 수도 있는 표결이었고 국민적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개표 무산은 그 결과를 궁금해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은 행위에 다름 아니다.그 책임에서 민주당은 자유롭지 않다. 자당 소속의 감표위원을 내보내지 않아 결과적으로 개표 무산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개표유보를 선언한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의 책임이 크다. 이 의장은 감표위원 일부가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개표 여부에 관한 명확한 국회법 규정이 없었던 만큼 국민의 입장에 서서 개표를 시행했어야 했다. "감표위원이 없으면 개표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역시 개표를 무산시킨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번 일은 앞으로 개표를 원치 않는 당이 감표위원을 내지 않는 수법으로 개표를 무산시킬 수 있는 부정적 선례로 남게 됐다.

민주당은 내심 한나라당 의원(136명) 외에 투표에 참여한 민국당 강숙자(姜淑子),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 중 한 사람이라도 찬성표를 던져 탄핵안 가결 정족수인 재적 과반수(137명)를 채울까 불안했기 때문에 감표위원을 철수시켰던 것은 아닌가. 한나라당은 강-정 의원의 찬성표는 고사하고 자당 소속 의원들의 반란표가 나올까 두려워 감표위원 불참 운운의 트집을 잡아 개표를 반대한 것은 아닌가. 이 의장은 이런 양당의 속내를 읽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의 어정쩡한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닌가. 결국 당리당략적 이해관계가 개표 무산이라는 '국민기만극'을 연출해낸 셈이다. 조남규 정치부기자

"당 인권특위가 발표한 8.15 사면 건의는 인권특위 위원장의 '소박한 의견'이었다."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31일 당 인권특위가 전날 광복절 특사와 관련,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 등 480명의 사면복권과 150명의 수배해제 대상자를 선정해 당에서 정부측에 건의했다고 공식발표한 사안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당 공식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보고받은 바 없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당 기구가 당사에서 공식회의를 갖고 언론에 공식발표한 내용이 '소박한 의견'에 불과했다는 대변인의 해명은 무책임해 보였다.

당 인권특위의 대상자 선정이 청와대 주문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그런 설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한 인권특위 위원은 "청와대에서 광복절 특사 대상자를 당 차원에서 한번 추려보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황상 청와대에서 광복절 특사(特赦)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당의 의견을 구했고, 언론발표 이후 논란이 일자 청와대가 발을 뺐다고 보는 것이 앞뒤가 맞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당정협의 과정에 혼선이 있었다고 솔직히 시인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싶다.

주5일제 근무에 대한 당의 입장도 하루 사이에 오락가락했다. 전 대변인은 30일 "경제회생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할 공직사회부터 주5일제 근무를 도입하는 것이 국민에 어떻게 비쳐질지 점검키로 했다"고 사실상 제동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전 대변인은 31일 "노사정위 결정에 따른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정정했다. 이같은 혼선은 당정조율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불러오고 있다. 조남규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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