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국회 본회의의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탄핵안 표결결과는 마땅히 개표를 통해 국민 앞에 공개됐어야 했다. 재적 과반수 이상이 참여, 가결될 수도 부결될 수도 있는 표결이었고 국민적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개표 무산은 그 결과를 궁금해하는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은 행위에 다름 아니다.그 책임에서 민주당은 자유롭지 않다. 자당 소속의 감표위원을 내보내지 않아 결과적으로 개표 무산의 빌미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개표유보를 선언한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의 책임이 크다. 이 의장은 감표위원 일부가 참석하지 않은 상황에서의 개표 여부에 관한 명확한 국회법 규정이 없었던 만큼 국민의 입장에 서서 개표를 시행했어야 했다. "감표위원이 없으면 개표를 할 수 없다"고 주장한 한나라당 역시 개표를 무산시킨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번 일은 앞으로 개표를 원치 않는 당이 감표위원을 내지 않는 수법으로 개표를 무산시킬 수 있는 부정적 선례로 남게 됐다.

민주당은 내심 한나라당 의원(136명) 외에 투표에 참여한 민국당 강숙자(姜淑子), 무소속 정몽준(鄭夢準) 의원 중 한 사람이라도 찬성표를 던져 탄핵안 가결 정족수인 재적 과반수(137명)를 채울까 불안했기 때문에 감표위원을 철수시켰던 것은 아닌가. 한나라당은 강-정 의원의 찬성표는 고사하고 자당 소속 의원들의 반란표가 나올까 두려워 감표위원 불참 운운의 트집을 잡아 개표를 반대한 것은 아닌가. 이 의장은 이런 양당의 속내를 읽고 누이좋고 매부좋은 식의 어정쩡한 결론에 도달한 것은 아닌가. 결국 당리당략적 이해관계가 개표 무산이라는 '국민기만극'을 연출해낸 셈이다. 조남규 정치부기자

"당 인권특위가 발표한 8.15 사면 건의는 인권특위 위원장의 '소박한 의견'이었다."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31일 당 인권특위가 전날 광복절 특사와 관련, 권영해(權寧海) 전 안기부장 등 480명의 사면복권과 150명의 수배해제 대상자를 선정해 당에서 정부측에 건의했다고 공식발표한 사안에 대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당 공식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보고받은 바 없었다"는 내용도 덧붙였다.

당 기구가 당사에서 공식회의를 갖고 언론에 공식발표한 내용이 '소박한 의견'에 불과했다는 대변인의 해명은 무책임해 보였다.

당 인권특위의 대상자 선정이 청와대 주문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그런 설명은 설득력을 잃는다. 한 인권특위 위원은 "청와대에서 광복절 특사 대상자를 당 차원에서 한번 추려보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황상 청와대에서 광복절 특사(特赦)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당의 의견을 구했고, 언론발표 이후 논란이 일자 청와대가 발을 뺐다고 보는 것이 앞뒤가 맞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당정협의 과정에 혼선이 있었다고 솔직히 시인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마땅한 것이 아닌가 싶다.

주5일제 근무에 대한 당의 입장도 하루 사이에 오락가락했다. 전 대변인은 30일 "경제회생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할 공직사회부터 주5일제 근무를 도입하는 것이 국민에 어떻게 비쳐질지 점검키로 했다"고 사실상 제동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전 대변인은 31일 "노사정위 결정에 따른다는 게 당의 입장"이라고 정정했다. 이같은 혼선은 당정조율에 문제가 있지 않느냐는 지적을 불러오고 있다. 조남규 정치부기자

"수재현장에선 수재민을 돕겠다면서 정작 수해복구 예산을 반대하는 것은 한나라당의 속마음이 수재를 이용, 정부를 비판하는 데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민주당 김현미 부대변인)"현재 남아있는 예비비, 재해대책비로도 수해복구와 이재민 지원을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여당이 이를 빌미로 추경예산안 편성을 주장하는 것은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게 분명하다."(한나라당 김만제 정책위의장)
여야는 17일에도 하루종일 추경안을 놓고 싸웠다. 이미 여야 총무간 합의로 7월 임시국회의 추경안 처리가 무산된 상황에서 정치적 공방만 무성한 꼴이다. 이런 행태로라면 국민들은 8월에도 여야간의 지루한 실랑이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한나라당은 재해대책 예비비는 아직 예비비가 남아 있다는 점을, 지방교부금 정산금, 교육교부금 정산금, 의료보호 체불 진료비 지원금, 취업유망 분야 직업훈련 비용 등은 선심성 예산이라는 점을 내세우며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추경안 처리를 목청껏 외치고 있으나,"추경안은 8월 임시국회에서나 처리하자"던 이상수(李相洙) 총무의 기존 언급에 비춰보면 생색내기용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의료보호 체불 진료비나 취업유망 분야 직업훈련 비용 등은 무조건 선심성 예산으로 몰아붙일 수만은 없는 예산들이다. 정부 예산 편성의 적절성을 심의하는 국회의 권한은 바로 이러한 경우에 발동되어야 할 터인데도 이상수 국회 운영위원장과 민주당 송훈석(宋勳錫), 자민련 송석찬(宋錫贊), 한나라당 박승국(朴承國) 수석부총무 등 국회운영위원장단 4명이 19∼31일 장기외유를 간다고 한다. 참으로 속이 편한 사람들이다. <趙南奎 정치부기자>

정치자금 포함(1997년 7월 정부제출안)→정치자금 배제(2001년 3월7일 법사위 소위)→민주당 조순형(趙舜衡) 천정배(千正培) 의원 반발→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 지시로 정치자금 포함키로 당론 변경→민주당 정치자금 포함키로 당론 변경→여야 총무 FIU(금융정보분석원) 계좌추적권 부여조항 삭제→비난 여론에 밀린 민주당 요구로 재협상→FIU 계좌추적권 부여→한나라당 내부 반발….여야간 지루하게 이어지던 자금세탁방지법 제정협상 일지다. 이런 우여곡절에도 불구하고 그 끝은 예상대로 정치자금을 대상범죄에서 제외하는 쪽으로 귀결될 것 같다.

18일 3당 총무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자금세탁방지법 9인 소위'는 정치자금을 대상범죄에서 제외하는 대신 FIU에 제한없는 계좌추적권을 부여하기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소위에서 민주당은 정치자금을 규제대상에 포함하되 FIU의 계좌추적권을 제약하는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한나라당은 FIU의 연결계좌 추적권을 불허하고 정치자금 조사시 선관위에 즉각 통보하는 조항을 넣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민주당이 정치자금을 제외하는 수정안을 제안,접점을 찾은 것인데 이는 국회 재정경제위가 법제사법위에 넘긴 원안으로 수개월 동안 시간만 허비한 채 원점회귀한 꼴이다.

소위 후 민주당 이상수(李相洙),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정치자금은 현행 정치자금법으로도 규제가 가능한 만큼 정치자금을 제외한다고 정치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다"고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뇌물죄를 대상범죄에 포함하면서 정치자금법 위반죄를 제외한 것은 정치인에 대한 이중기준의 적용이 아니냐"는 비난 여론에 대한 답변인 셈이다.

매사에 엇나가는 여야가 다른 사안에서는 왜 이런 양보와 아량의 미덕을 발휘하지 못하는지 의아스러울 뿐이다.  조남규 <정치부기자>

여야를 망라한 경제통 의원 12명과 진념(陳稔) 경제부총리 등 주요 경제부처 장관 5명이 한자리에 모여 경제회생 방안을 논의한 지난 19∼20일 이틀간의 여-야-정 정책포럼. 정쟁에 신물난 국민들은 모처럼 청량감을 느끼고 지대한 관심을 표명했다.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토론에서는 여야가 서민생활 안정과 지역불균형 해소,기업 구조조정 등 주요 경제정책 방향에 합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렇게 하면 될 것을, 수개월 동안 '진흙탕 속의 개 싸움'을 벌일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상쾌한 광경이었다.도하 언론-방송 매체가 여야 영수회담에 버금가는 수준의 지면과 시간을 과감히 할애하며 보도한 것도 정치권의 '너 죽고 나 살기'식 구태와는 다른 그 무엇인가를 보여 준 때문이었다. 포럼 뒤 여야에서는 "헌정사상 처음 여-야-정이 합숙하며 경제 방향을 모색한 데 의미가 있다"(민주당 강운태.姜雲太 제2정조위원장) "시간이 부족했으나 상호 이해에 도움이 됐다"(한나라당 이한구.李漢久 의원)는 뿌듯한 자평이 흘러 나왔다.

그러나 자평에 앞서 정치권은 포럼에 쏟아진 박수가 16대 국회 초라한 성적표의 반증일 수도 있다는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미국 공화당의 부시 행정부는 대선 공약 사항인 향후 10년간 1조6000억달러 수준의 감세안을 정책화하기 위해 야당인 민주당과 수개월 동안 머리를 맞대고 있다. 경제회생이라는 국가적 과제 앞에서 여야가 함께 중지를 모으는 것은 그동안 정치권이 방기해 온 책무를 이제야 챙기기 시작한 것일 뿐, 자랑거리일 수는 없는 것이다. 자찬(自讚)의 여력이 있다면, 이번 포럼이 일회성 정치 쇼에 불과했다는 실망감과 허탈감을 국민들이 느끼지 않도록 행동으로 보여주길 기대한다.

 <趙南奎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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