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의 '민주당은 조선노동당의 2중대'발언으로 14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문이 파행으로 얼룩졌다.김 의원은 이날 헌법이 보장한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방패삼아 위험천만한 질문을 거침없이 던진 것이다. 하지만 김 의원의 발언은 근거도 미미하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먼저 민주당이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려고 하니까 북한 '조선노동당의 2중대'라는 김 의원의 지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국가보안법에 대한 국민여론은 "개정해야 한다"는 쪽이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또 김 의원은 발언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택시기사들이 2중대 아니냐는 말을 했다. 사회 일각의 얘기를 간접 전달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선노동당 2중대'발언의 근거가 어느 택시기사의 일반적인 얘기라고 하니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김 의원은 좀더 이념적-역사적인 근거를 제시했어야 했다. 자신의 발언이 국론분열은 물론 남북관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숙고했어야 했다.

그래서인지 한나라당은 목요상(睦堯相) 정책위의장과 부총무단의 원고검토과정에서 '조선노동당 2중대' 표현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회창(李會昌) 총재는 "나라경제와 민생이 어려운데 김 의원 발언으로 국회가 파행되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이부영(李富榮) 부총재도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조선노동당 2중대와 정치를 하고 협상을 했느냐"면서 "그런 사람과 어떻게 국회를 같이할 수 있느냐"고까지 했다. 김 의원은 소속 정당 내부에서조차 '돈키호테'취급을 받은 셈이다.

이제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이 있다고 해서 'KKK단' '조선노동당 2중대'발언을 함부로 해도 되는지 심각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 우리에게 국회의원은 '왕후장상(王侯將相)이 아니기 때문이다.조남규 정치부기자

24일 서울지법 국정감사에 한나라당 정인봉(鄭寅鳳) 의원은 불참했다. 전날 서울지검장을 상대로 편파수사의혹을 목청 높여 제기했던 정 의원은 측근을 통해 "내 사건이 배당된 판사 앞에서 나 자신을 합리화시키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불출석 이유를 설명했다. 해당 재판부에 대한 배려라는 것이나 그간 재판받던 태도와는 사뭇 다른 자세다.정 의원은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서울지법에 기소된 후 8번의 공판 중 단 두차례만 얼굴을 내밀곤 재판을 기피했다. 참다 못한 재판부는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내는 방안을 추진했을 정도다. 정 의원은 국정감사를 이유로 이달 19일로 잡힌 공판기일의 연기를 신청하고도 정작 국감에는 나오지 않은 꼴이 됐다.

의원과 피감기관간의 이같은 어색한 광경은 23일 서울지검 국정감사장에서도 연출됐다. 야당의 한빛은행 불법대출 사건수사에 관한 추궁과정에서다. 박헌기(朴憲基) 법사위원장을 제외한 한나라당 법사위원 전원이 한빛은행 사건의 핵심인물인 이운영(李運永) 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의 변호인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등장했다. 검찰은 이를 이유로 답변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변호인이라 답변 않는 것 같은데 우리는 인권보호 차원에서 변호인 명단에 서명한 것이다"(김용균.金容鈞 의원), "이운영의 변호인이건 아니건 수사과정의 문제점에 대해 질의하면 답변해야 한다(최연희.崔鉛熙 의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항의가 터져나왔다. 이어 "이운영이 무슨 양심선언이라도 했느냐"는 민주당 의원들의 반박이 제기되면서 국감장은 한 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국감장은 흡사 여야가 각각 이운영의 검사와 변호인으로 갈린 법정을 방불케 했다.

피감기관에 떳떳한 의원만이 제대로 된 국감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두 사례였다.

/조남규 정치부 기자

'D-2' 2000년도 추경예산안은 15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기획예산처 관계자가 13일 강조했다. 그래야 국무회의와 대통령 결재를 거쳐 이달 분 추경예산의 원만한 집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추경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당장 100만명에 이르는 자활보호자 생계비 지원과 18만7000여명의 생활보호자 중-고생 자녀 학비지원이 차질을 빚게 된다. 공공근로사업은 중단될 위기에 놓여있고 보상금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강원도 산불 및 구제역(口蹄疫) 피해 주민의 기다림도 인내심의 한계를 넘고 있다. 추경안에는 2만8000명에 이르는 청소년 고용안정 지원자금도 포함돼 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추석 연휴가 끝나고도 드잡이를 계속할 태세다. 한나라당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일본 방문(21일) 이전 영남지역 장외집회 일정을 짜고 있다. 여권에서 뭔가를 내놓을 때까지 장외에서 대여 압박공세를 벌이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과연 '추석민심'을 제대로 읽었는지 의심스럽다. 서민생계가 걸려있는 추경안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다.

물론 민주당 지도부도 한나라당에 돌을 던질 자격이 없다. 국회법 개정안을 변칙처리, 국회파행의 빌미를 제공한 것도, 선거사범 수사 외압 의혹이라는 심지에 불을 댕긴 것도 다름 아닌 민주당이기 때문이다. 불 질렀으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는 것이 일반의 상식이다. 빈 손 들고 앉아 상대당에 책임전가나 하고 국회파행의 장기화를 초래해 결과적으로 민생에 부담을 끼치는 현 모습은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당'이라는 캐치프레이즈에 어울리지 않는다.

정치권은 하루빨리 국회의 문을 열어 귀향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던 서민층의 고단함이 더 이상 가중되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게 추석민심이다.

<정치부 趙南圭기자>

이한동(李漢東) 총리서리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둔 지난 25일 국회 원내총무실. 휴일인데도 민주당 특위위원 일부가 모였다. 전략회의를 갖기 위해서였다. 취재기자 1명이 이총리서리 부동산 매입 부분을 꺼내들자 특위위원들은 "상속받은 거라더라" "사서 묵혀놓고 값도 오르지 않은 땅이라서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다. 이어진 "(자민련과의) 공조문제도 걸려 있고"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인데…"라는 언급은 민주당의 청문회대책 방향을 여실히 보여줬다.아니나 다를까 26,27일 청문회 기간동안 여당위원들의 질의에서는 예기(銳氣)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히려 변호인 반대신문과 구분이 되지 않은 옹호성 질문에 같은 특위위원을 공격하는 어처구니없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한 민주당 특위위원 말대로 '대어(大魚)'가 없는 이번 청문회에서 그나마 쟁점으로 등장한 부동산 매입과 말 바꾸기, 시국사건 고문방조 의혹, 노조 강경진압 등에서 민주당 위원들은 쟁점 희석에 힘썼다.

민주당 위원들은 인사청문회가 공직후보의 국정수행능력을 검증하는 정책청문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폈지만, 이마저도 진의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 많았다. "주 5일 근무제에 대한 의견이 뭐냐"든지 "한미행정협정 개정과 관련한 견해는 뭐냐"는 식의, 기자간담회 석상에서나 어울릴 법한 질문을 던졌다.

미국에서는 상원 인준청문회를 통해 1000명에 가까운 공직자를 대상으로 인준청문을 실시하고 있지만 당파성은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 인준청문회 도입 이래 1989년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국방장관 인준을 부결되는 등 각료급 인사만 12명이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제도보다 중요한 것이 운영하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이라는 사실을 이번 청문회는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다.

-정치부 趙南奎기자-

민주당의 최근 행태에서는 '원칙'을 찾아보기 힘들다.야당시절 누구보다 큰목소리로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도입을 외쳤던 장본인인 민주당이 집권당이 된 요즘 과거 맞서 싸웠던 상대방의 목소리와 어투를 그대로 흉내내며 가급적 청문회 강도를 낮추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급기야는 "인사청문회는 여타 청문회와 다른 성격이 있는 만큼 비공개로 해야 한다"는 선까지 나갔다.

여론의 반발에 밀려 7일 뒤늦게 비공개 주장을 거둬들이기는 했으나 무소신 무원칙을 여실히 드러내 보인 사례였다.

당소속 전국구 의원인 박상희(朴相熙) 중소기업협동중앙회장 건도 그렇다. 박회장의 입당 당시부터 논란이 돼온 중기협 회장직 사퇴문제에 대해 민주당은 손을 놓고 있다. 박회장측은 "입당 교섭 당시 당과 상의해서 들어갔다" "법적 하자가 없고 당에서도 본인 판단에 일임하고 있다"는 논리로 당분간 사퇴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작부터 법적 하자보다는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단체의 장이 당론에 얽매일 수밖에 없는 정당원이 될 수 있느냐는 정치도의적 차원에서 제기된 문제에 대해 공당(公黨)인 민주당이 취하고 있는 자세는 무책임하다 못해 한심한 지경이다.

공과 사에 있어서 자신에게 엄격하기로 소문난 서영훈(徐英勳) 대표조차 7일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인데…"라며 말을 흐리는 데는 민주당이 유독 박의원에게는 관대하다 못해 눈치를 보는 인상이 든다. 행여 민주당이 박의원에게 말 못할 약점을 잡힌 게 아니냐는 의혹이 들 정도다.

16대 국회는 새로운 천년,21세기에 부응하는 창조적-생산적 국회가 되어야 한다는 민주당 논평이 말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원칙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趙南奎 정치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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