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본인도사업초기부터최고의아파트,최고의자가용 비행기,최고의요트를구입해살아가면서‘트럼프’라는이름을명품브랜드로만들어갔다.트럼프의다소 과장된허풍과호언장담행태도 같은맥락에서이해할수있다. 트럼프는 끊임없이 명성을 추구했다. 나쁜 평판이라도 평판이 없는 것 보다는낫다는 신조로 살아왔다. "큰 돈을 벌기를 원하는 욕망이나 고위 공직을 추구하는 행위는 명예로운 일"이라고 봤던 토마스 홉스의 생각에 공감했던 것일까.
2012년 대선을 현장에서 취재했던 필자는 새누리당(미래통합당 전신) 박근혜 후보 캠프가 선거운동 막바지에 내놓은 기초연금 공약의 파괴력을 생생히 기억한다.
그게 당시 박 후보의 공약을 담당했던 김종인 박사의 작품이란 사실은 최근 출간된 김 박사의 저서(‘영원한 권력은 없다’)를 통해 알게 됐다. 김 박사는 저서에서 선거 막바지에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문재인 후보의 추격전이 본격화하면서 예측불허의 국면이 펼쳐지자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한다는 공약을 발표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박 후보의 대선 승리에는 여러 변수가 개입됐지만 기초연금 공약은 확실히 먹혔다. 시골에 계신 노모는 이 공약 얘기를 하면서 “아들보다 낫다”고 했다. 기초연금 대상인 노인들은 6·25전쟁 전후로 태어나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일으켜세운 세대다. 대다수가 노후대책 없이 노인이 돼서 힘든 삶을 꾸려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초연금은 국가의 존재 의미를 묻게 한 공약이었다.
지금이야 여야 가릴 것 없이 ‘전 국민 재난지원금’ 공약이 대수롭지 않을 정도로 씀씀이가 커졌지만 그때만 해도 복지공약은 재원 조달 문제를 놓고 진보 정당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지던 시절이었다. 그 와중에 조(兆) 단위 예산이 필요한 기초연금을 보수 정당에서 먼저 치고 나왔으니 과감한 역발상이었다. 진보, 보수라는 좁은 틀에 갇혀 있던 이들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나라 곳간인 재정을 튼튼히 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국가를 가계처럼 운영할 수는 없다. 때론 적자를 내면서도 써야 할 곳엔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사회 통합과 양극화 해소를 위한 투자가 그렇다. 자유와 자립의 문화가 뿌리내린 미국도 노인과 저소득층 복지는 국가가 직접 챙기고 있다. 기초연금은 문재인정부가 이어받아서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복지제도로 정착됐다. 박근혜정부가 기초연금과 같은 정치적 상상력과 유연성을 발휘하며 시대 변화의 흐름에 적응했다면 보수의 미래는 달라졌을 것이다. 그런데 2015년 “보수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다”고 선언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조리돌림을 당하는 신세가 됐다. 그 당시 보수 진영은 “성장과 복지가 함께 가는, 나누면서 커가는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정당이 되겠다”는 말조차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2016년 미국 대선 과정에서도 보수 정당인 공화당이 ‘작은 정부’ ‘감세’ ‘복지 축소’라는 도그마에 갇혀 현학적 논쟁을 벌이다 국민의 지지를 잃었다. 공화당은 버락 오바마 민주당 정부 집권기간 부유층 증세에 반대하고 사회보장 예산을 삭감하는 투쟁에만 몰두했다. 이 틈새를 공화당 당원도 아니었던 도널드 트럼프가 파고들었다. 트럼프는 “사회보장 예산은 절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노인 의료보험제도는 손도 대지 않겠다”면서 밑바닥 민심을 사로잡았다.
트럼프를 밀어올린 백인 노동자층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 민주당 정부가 대공황으로 무너진 농민과 노동자, 노인 등을 구제하는 조치(뉴딜)를 시행하고 실업보험 같은 사회보장 정책을 도입하자 백인 노동자층은 민주당 지지자가 됐다. 미국이 성장하면서 중산층으로 올라선 이들은 공화당과 민주당을 번갈아가며 지지했지만 2016년 대선에선 그 어느 쪽도 아닌 트럼프를 선택했다. 삶은 어려워졌는데 정치권이 보통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중산층이 쪼그라드는 현상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에 코로나19라는 글로벌 감염병 사태까지 불거지자 세계 각국은 세계화와 자유무역에 기반한 20세기 성장모델을 손질하고 자국 내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정책을 고심하고 있다.
한국의 진보는 ‘한국판 뉴딜’을 내걸고 진보 연합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한국의 보수는 껍데기부터 벗어던져야 한다. “아무리 보수를 자처해 봤자 보수답지 않으면 거짓 보수이고, 보수라는 용어를 한마디도 사용하지 않고서도 보수주의를 제대로 실천한다면 그것이 진짜 보수다.” 통합당이 당 재건 역할을 맡긴 김 박사의 주장인데 그 말에 동의한다. 민심과 괴리된 정당은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혜성처럼나타나대선구도를흔들었던페로는 지지율이한자릿수로떨어지자돌연대선포기를선언했다.대선을한달여남겨두고다시대선캠페인을재개했으나이미대선포기선언으로대선동력이약화된상황이었다.그는트럼프처럼자기돈으로 선거를 치렀다.페로는 “우리는말이아니라 행동이 필요 하다”Weneeddeeds,notwords 면서워싱턴정치인들을비판했다.또 “정부는엉망이다.정부사람들은우리가낸세금으로왕족처럼살고있지만우리들은평범함생활을유지하기위해투잡을뛰어야한다”면서대중의정치불신을부추겼다.
페로는일반유권자투표의 18.9%를얻었다.(빌클린턴43%,시니어부시37.4%)선거인단은확보하지못했지만일반유권자득표율은1912년대선에서진보당후보로출마했던시어도어루스벨트이래제3당후보로는가장높았다.1995년개혁당을창당하고1996년대선에도출마,일반유권자투표에서8.4%를득표했다.페로는2016년대선에서 어느 후보도지지 하지않았다.
페로가만든개혁당은트럼프도뛰어들었던2000년대선후보경쟁과정에서내홍에 휩싸였다.당시팻뷰캐넌PatBuchanan후보추종자들이뛰쳐나와2002년4월만든당이미국우선주의당America First Party이다. 미국우선주의당의강령을살펴보면개혁당보다더우파적이다.대외정책은극단적인고립주의를기조로삼았다.미군이전쟁에휘말릴수있는유엔과북대서양조약기구등모든국제기구와 세계무역기구와세계은행,국제통화기금에서탈퇴해야한다고규정했다.북미자유무역협정을폐기하도록했다.주니어부시공화당정부가결정한 2003년이라크전쟁에반대했다.전쟁은 의회만 선포할 수있도록했다.국제법정의판결효력은인정하지않았다.사회경제강령에는소수집단우대정책affirmative action과소수인종채용할당제폐지,불법체류자합법화반대,연방정부권한축소,낙태반대,총기보유와 관련한 모든형태의 규제반대를 명시했다.주택도 시개발부와교육부등을폐지하고공립학교에연방자금을투입하지 못하도록했다.학교에서기도를부활하고십계명등기독교상징물을게시해야한다고명기했다.소득세는헌법적근거가없는세금으로전면폐지하도록했다.트럼프는2016년대선에서미국우선주의 당강령을대거공약에포함시켰다.대외정책기조는아예미국우선 주의당의당명을그대로사용했다.
2차대전당시프랭클린루스벨트대통령은교전국들에게민간인까지숨질수있는비인도적폭격을중단하라고요청했다.하지만진주만이공격받은이후미국의태도는180도바뀌었다.미군은 폭격기를동원해 일본의 도시와 마을에 10만톤에달하는 폭탄을 투하,살아있는생명체는모두죽이는초토화작전을시행했다.하룻 저녁공습으로10만명 가까운일본인이죽고그만큼의부상자가발생한날도있었다.원자폭탄투하전에이미재래식무기의공격으 로25만명이넘는일본인이숨졌다.일본의결사항전방침이확인되자해리트루먼대통령은“가능한한빨리원자폭탄을사용하라” 고명령했다.인도적고려는없었다.일본본토에상륙하기위해서는최소50만명의미군이희생될것으로예측됐다.어떤사람들은 100만명이라고도했다. 소련이태평양전쟁에참전하면일본은항복할것이란사실을트루먼은알고있었으면서도사회주의세력권을넓히고있는소련에무언의경고를보내기위해불필요한원폭을 투하했다는주장도있다.누구의주장이맞든원폭은히로시마에떨어졌다.일본은연합국의최후통첩에도항복할기색이없었다.그러자나가사키에도원폭을투하했다.미국은일본이항복하지않을경우남아있던원폭두발을더투하할예정이었다.*(주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