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씨티은행 서울지점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2001년엔 은행장이 됐다. 이후 17년째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로 활동하고 있다. 30일 퇴임하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이야기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 집무실에서 30여년을 뱅커로 살아온 하 회장을 만나 금융업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환담했다. 그는 “금융권 후배들이 더 글로벌화된 시각, 디지털 시대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시야와 전문성을 갖춰서 금융업을 더 발전시켰으면 한다”면서 “선배들이 해야 하는 것을 숙제로 남겨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정부에 대해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금융업 발전을 위해 불필요한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국민을 향해서는 “무슨 문제만 생기면 정부 책임으로 돌리는 국민 정서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올해는 외환위기 20년이 되는 해다. 당시 은행권은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지금은 잘하고 있나.
“외환위기는 자원이 시장의 기능에 의해 배분되지 않은 탓에 발생한 것이다. 당시 은행은 재무분석 평가를 통해 대출하기보다는 기업 이름을 보고 대출했다. 재벌기업이라면 대출해주고 다른 은행이 대출해준 기업에는 자기들도 대출해주는 식이었다. 지금은 은행들이 많이 변했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등을 잘 관리하고 있다.”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가 또 올 것으로 보나.
“위기는 반드시 반복된다. 인간의 탐욕과 망각 본성 때문에 반복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위기가 반복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다. 금융위기는 유동성 위기에서 온다. (외환위기 이후에 터진) 카드 사태, 저축은행 사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위기였다. 두 사건의 교훈은 ‘유동성이 넘쳐 흐르면 새로운 위기의 씨앗이 잉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사태가 그랬다. 저축은행 예금자보호 한도가 5000만원이다. 자산 100조원인 시중은행에 맡긴 예금과 시중은행의 100분의 1도 안 되는 자산을 가진 저축은행에 맡긴 예금을 똑같이 취급했다. 고객들은 예금자보호도 되고 금리도 높은 저축은행에 분산해서 예금했다. 저축은행은 예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돈이 넘쳐나자 저축은행은 이 돈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했다. 부동산 PF는 3년 이상 자금이 묶인다. 고객은 예금을 6개월, 1년 단위로 단기간에 회수한다. 만기가 엇갈리면 유동성 위기가 오는 것이다.”
―대형 증권사에게 어음발행을 허용한 금융당국 조치를 비판해왔다.
“은행과 증권업계의 대립, 업권 이해 관계를 떠난 이야기다. 원칙에 관한 문제다. 초대형 IB는 신생·혁신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모험자본을 공급하겠다고 시작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자기자본 4조원 이상의 증권사 5곳을 초대형 IB로 지정했다. 이들이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게 되면 어음을 발행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어음 발행해서 기업금융하고 부동산대출 틈새시장 공략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모험자본 제공한다는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초대형 IB는 금융에서 금과옥조로 여기는 ‘전업주의’(은행, 증권사, 보험사가 각각 자신의 금융서비스만을 수행하도록 전문화하고 다른 금융업무에의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는 제도)와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를 모두 허무는 조치다. 이제 초대형 IB는 증권업도 하고 은행처럼 예수·대출 기능도 갖게 됐다. 그런데 증권사에 기업대출을 허용하면서 금산분리 이야기는 없다. 재벌이 증권사를 사금고화하는 부작용이 나타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대기업집단이 증권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 데 대한 문제 제기인가.
“초대형 IB에 예수·대출 기능이 없으면 상관없다. 자기자본 규모가 4조원인 증권사는 8조원까지 대출해줄 수 있게 됐다. 지방은행 가운데 자기자본 8조원 안 되는 곳이 많다. 이런 은행들은 금산분리 적용받는다. 업권 이해관계가 아니다. 원칙에 관한 문제다.”
―증권사가 은행업무도 할 수 있는 게 ‘겸업주의’다. 겸업주의를 찬성하지 않았나.
(하 회장은 올 초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증권사에 공정 경쟁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하자 “지금은 전업주의가 아니라 겸업주의가 필요한 때”라고 맞받았다.)
“겸업주의로 가야 하는 건 맞는 방향이다. 한 금융회사에서 은행, 증권, 보험 서비스를 모두 제공받을 수 있는 겸업주의야말로 소비자보호와 부합한다. 그런데 왜 증권사를 플랫폼으로 써서 겸업주의로 가야 하나.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은행을 플랫폼으로 해서 겸업주의를 한다.”
―새 정부 출범 후 네거티브 규제(금지한 행위가 아니면 모두 허용하는 방식)로 전환해야 한다는 정책제안을 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디지털 시대를 맞아 반드시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가장 중요한 것이 빅데이터다. 그런데 과도한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빅데이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신탁업도 불특정금전신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고객이 돈을 맡기면서 지시한 대로만 운용할 수 있는 특정금전신탁만 가능하다. 그건 신탁업이 아니다. 은행이 직접 판매할 수 없는 상품을 신탁이라는 포장지에 싸서 판매하는 것에 불과하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자산 관리가 중요한 사회가 됐다. 이런 규제를 빨리 풀어야 한다. 여러 투자자의 돈을 모아서 한꺼번에 운용하는 집합운용도 허용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신탁을 허용하면서 은행에 집합운용을 못하게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지금도 네거티브 규제로 가야 한다는 사회의 목소리는 큰데 실행은 안 되고 있다.
“우리는 정부가 어떤 사회적 문제나 이슈에 대해 모든 해법을 내놓을 수 있다,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그래야 규제를 혁파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신용카드 정보유출 사건을 계기로 크게 강화됐다. 유출 사건 이후 규제가 강화된 것이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시기에 미국 대형 슈퍼마켓 체인 ‘타깃’, 백화점 ‘니먼마커스’ 등에서 정보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미국은 기업과 시장이 배상하도록 했다. 무슨 사안이 생기면 ‘정부는 뭐 했느냐’고 비판하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 시장(민간)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은 시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 모든 책임을 정부에 돌리면 정부는 뭔가 해야 하고 새로운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
―앞으로 은행은 어떤 미래를 만들어가야 하나.
“골드만삭스 등 세계적인 은행을 보면 IT(정보기술) 쪽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9000명에 이른다. 페이스북 전체 직원이 9200명, 트위터는 3600명이다. 선진 은행은 IT 기업과 비슷하게 가고 있다.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현재 오르곤그룹 대표로 있는 비크람 팬디트는 ‘향후 5년 내 은행 직원의 30%를 AI(인공지능), 로봇이 대체한다’고 말했다. 우리도 이미 은행 업무 중 고객이 직접 영업점에 가야 하는 업무는 전체 업무의 10% 미만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출현했고, 핀테크도 계속 성장하고 있다. 기존 금융의 경쟁자는 핀테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러 은행 업무 가운데 핀테크는 자본이 얼마 안 드는, 자본효율적인 업무를 뺏어갈 것이다. 은행에는 자본집약적인 업무만 남게 된다. 결국 은행은 핀테크와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협력)을 해야 한다. 은행업도 점점 플랫폼 비즈니스로 바뀔 것이다. 한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뱅크)의 고객수, 계좌수가 빠르게 늘고 있다. 그 은행은 플랫폼(카카오)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도 구글 등 플랫폼이 있는 곳과 협력해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 그렇게 갈 수밖에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잘하고 있다고 보나.
“아직은 아닌 것 같다. 인터넷은행은 특화된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가야 한다. 기존 은행과 인터넷은행이 같은 영역에서 경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윈윈도 아니다.”
―30여년을 뱅커로 살았다. 금융권에 남아있는 허상 같은 것은 없나.
“우리나라 금융과 관련해선 신기루가 있다. 금융허브라는 신기루다. 금융을 시장 기능에 맡기지 않으면서 금융허브를 만드는 건 불가능하다. 금융허브가 별 것 아니다. 수많은 글로벌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모여서 비즈니스를 활발히 하면 금융허브가 되는 것이다. 우리 국민이 영어를 잘해야 하는 것이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거주 여건 개선하는 것, 아무 소용없다. 이런 건 금융허브가 되는 조건이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돈을 잘 벌게 해주면 된다. 그러면 다 한국으로 모여든다.”
정리=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대담=조남규 경제부장, 사진=남제현 기자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은
●1953년 전라남도 광양 출생●경기고 졸업●서울대 무역학과, 노스웨스턴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씨티은행 아시아, 라틴아메리카지역본부 임원●씨티은행 한국소비자금융그룹 대표●한미은행장●한국씨티은행장●한국씨티금융지주 회장●전국은행연합회장(현)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세 번째 임기 취임 100일을 넘겼다. 두 번의 중기중앙회장 경험에도 녹록지 않은 세 번째 임기다. 중소기업의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엄혹해진 탓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 실시로 중소기업인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데다 공약으로 내걸었던 ‘중소기업 전담은행’ 설립과 가업승계 지원제도 개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과중한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 승계를 포기하는 중소기업인들도 속출하고 있다.
김 회장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폐쇄된 개성공단을 재가동, 중소기업의 숨통을 틔워 줘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타래처럼 꼬인 북핵 문제는 풀릴 듯하면서도 교착 국면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애가 탄 김 회장은 지난달 방미단을 이끌고 미국 조야를 방문해 개성공단 재개는 남북한뿐만 아니라 미국 등에도 이익이 되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인터뷰는 김 회장의 방미(6월 9~15일) 전후로 대면, 서면 형식으로 두 차례 진행됐다.
♣G-중기중앙회장으로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정부를 모두 경험하고 있다. 정부별로 중소기업 정책을 평가해 본다면.♣M
“노무현정부 때는 개성공단협의회 초대 회장을 맡았다. 남북경협의 물꼬를 텄다는 의미가 있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문제라든가 대기업이 동반성장에 대한 부분을 신경쓰게 만들었다. 박근혜정부는 나름대로 규제개혁 노력을 했지만 생각만큼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 정부 들어서는 생계형 적합업종이나 공정거래 등을 강조하는데 정책의 실효성은 한두 해 더 지나봐야 알 수 있다. 다만 약정CR(Cost Reduction·납품단가 인하) 등을 하지 않는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겠다.”
♣G-현 정부의 최저임금인상 정책으로 중소기업이 힘들어하고 있다.♣M
“2년 연속 29.1%에 달하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이 있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일단 최저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기업의 이익 규모 등은 업종·규모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기업규모와 업종별 현실을 무시한 최저임금의 무리한 인상보다는 기업 현장의 수용도 차이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기업의 지불 능력, 경제 상황, 고용 상황 등을 반영해 최저임금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정부와 소통해 해결책을 찾는 것이 중기중앙회의 역할인 만큼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
♣G-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M
“그 부분은 상당한 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반드시 서울이라고 소득 수준이 높고 지방이라고 소득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막연한 생각이나 구상 방향 자체는 맞지만 당장 현실에서 실행하기는 맞지 않다. 충분히 검토를 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물론 (차등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본도 지역별로 최저임금을 차등화하고 있다. 다만 세밀하게 연구·검토한 뒤 시행해야 시행착오를 피할 수 있다.”
♣G-북한의 도발 탓에 남북경협이 중단된 후 좀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M
“중기중앙회는 ‘중소기업이 주도하는 남북경협 시대’를 만들기 위해 지난 1월 중소기업형 남북비즈니스모델을 발표한 바 있다. 또 중앙회장에 출마하면서 개성공단 가동 재개, 남한 중소기업의 해주공단, 나진·선봉 경제무역지대 진출, 북한 도로·건설 등 인프라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개성공단 재가동이며 미국 등 국제사회를 어떻게 설득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행동이 필요하다. 개성공단이 폐쇄된 지 3년이 넘은 만큼 입주기업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지원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개성공단이 재개된다면 인력 수급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해주, 나진·선봉 지역에 제2의 개성공단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G-남북경협 재개를 비롯한 대북제재 해제는 북핵에 발목이 잡혀 있다.♣M
“개성공단은 5만4000명의 북한 근로자가 일을 했다. 개성은 30만명이 넘는 북한의 굶주린 주민들이 평양을 제외하고는 가장 잘 먹고 잘 사는 도시로 탈바꿈했다. 이들이 자유를 알게 되고 일정 부분 자유를 맛봤다. 개성공단은 원래 2000만평 규모의 프로젝트인데 지금까지 100만평밖에 못 했다. 나머지 부분은 우리뿐 아니라 미국·일본·중국 기업들이 모두 들어와 다국적으로 운영하면 오히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어느 정도 숨통을 틔워 줘야 비핵화 논의도 진행될 수 있다. 그런 만큼 개성공단 재개는 미국에도 나쁜 카드가 아니다.”
♣G-미국 조야의 분위기는 어떠했는가.♣M
“미국 의원들의 반응은 예상대로 강경했다. 북한의 비핵화 없이는 개성공단 제재 해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었다. 물론 의원들마다 제재 강도에 대해서는 개인차가 있었다. 미국 하원 설명회, 미국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그들이 공통적으로 인정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앞으로 그런 공감대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령 미국 의원들은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의 중국 의존도가 높아지는 점을 우려했다. 북한으로 유입되는 현금이 핵개발에 이용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에도 관심을 보였다. 미국과 국제사회에 개성공단 재개 필요성을 꾸준히 설명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G-최근 가업승계 세제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M
“‘가업 승계’ 대신 ‘기업 승계’라는 용어를 쓰고 싶다. 기업 승계를 ‘부의 대물림’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다. 가령 자식에게 회사 주식을 물려주는 방식으로 기업 승계를 할 때는 바로 시가로 따져서 세금을 내는 대신, 자식이 기업 경영에서 손을 떼기 위해 주식을 팔 때 세금을 물리면 어떤가. 이처럼 기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자산에 대해서만 기업 승계 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해야 한다.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책임의 대물림’이다. 현행 가업상속공제를 기업 유지라는 본질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상식적인 수준으로 개편해야 한다. 지금은 상속세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 10년 이상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10년이면 세상이 바뀌고 사업 아이템도 바뀐다. 직원을 무조건 고용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그리고 언제 발생할지 예측 불가능한 사후(死後) 상속보다는 계획적으로 승계할 수 있는 사전(死前) 증여 활성화가 필요하다. 특히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대표가 회사의 성장·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며, 승계 과정의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도 사전 증여 활성화를 통한 2세 경영의 조기 안착이 필요하다.”
♣G-중소기업 전담은행을 설립하겠다고 약속했다.♣M
“지난 8년간의 중기중앙회장 임기 동안 소기업·소상공인의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한 ‘노란우산공제’, 중소기업 전용 홈쇼핑 ‘홈앤쇼핑’ 같은 하드웨어를 만들었다. 이번에는 은행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은행만 잘 만들어 놓으면 하드웨어 부분에서는 중소기업 지원의 ‘완결편’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중소기업은 금융의 ‘A급 고객’이다. 국내 은행 역사에서 중소기업과 주로 거래한 은행치고 망한 은행이 없다. 대기업과 거래한 은행 중에는 거액을 대출해 주다 위기가 생기면 아예 망해버린 곳이 있다. 중소기업 전담은행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사업타당성 검토, 외부협조, 자본금 조성 등의 과정을 거쳐 임기 내 중소기업 전담은행을 설립할 예정이다.”
♣G-소상공인들과의 관계는 어떤가.♣M
“과거 중기중앙회장 임기 때 독립된 소상공인연합회가 만들어졌다. 중소상공인들이 함께 목소리를 낼 때는 같이 모이고 소상공인들만의 목소리를 낼 때는 그렇게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다. 당시 회장단이 반대했지만 내가 관철시켰다. 지난달에는 소상공인 관련 단체와 학계, 민간 전문가 등 50여명이 소상공인정책위원회를 발족시켜 건설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고 소상공인 이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이 공동위원장으로 참여했다. 서로 손발을 맞춰 유연하게 운영할 것이다. 경제단체 간 경쟁이 아니라 협업, 상생이다.”
♣G-중소기업인력개발원을 재개발해 중기 레저단지 건립하겠다고 했다. 개발원은 과거 삼성이 인재양성을 위해 지원한 시설이다. 이를 레저단지로 개발하는 데 대한 비판이 있다.♣M
“교육 목적 포기가 아니다. ‘중소기업 인재양성’이라는 역할을 더욱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것이다. 다양해진 산업구조와 경영환경 변화에 따른 산업현장 맞춤형 공간 마련과 최신 교육트렌드에 맞는 공간으로 개발해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1997년에 지어진 현재 연수원은 일부 체육시설 정도만 있어 실제로 중소기업들이 연수공간으로 잘 쓰지 않으려 한다. 다만 재원 마련 등의 현실적 문제가 있어 진행이 원활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충북 괴산 출생(1955년)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 △충북대학교 명예경제학박사 △로만손 대표이사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 △제이에스티나 회장 △중소기업중앙회장(23∼24대, 26대)
추석 시즌은 전통시장 상인 같은 소상공인들에게 최대의 대목인데 올해는 그런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경기침체가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인 소상공인들을 타격하고 있는 것이다. 추석을 앞둔 10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의 조봉환 이사장을 만나 소상공인들의 어려움과 바람을 들었다. 관료 출신인 조 이사장은 기획재정부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잔뼈가 굵은 소상공인 정책 전문가이다.
“소상공인이 돈을 잘 벌고 잘살게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서울 종로구의 서울강원지역본부 사무실에서 기자와 만난 조 이사장은 간단 명료하게 소진공의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소비자를 사로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소상공인에 대한 고객의 신뢰가 높아지고 서비스가 향상돼야 매출이 오르고, 결국 경쟁력 향상이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신뢰 향상을 위한 예산 확보도 중요하지만 소상공인들의 노력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전통시장 가격표시제가 대표적이다. 가격표시제는 고객에 대한 기본 서비스인 만큼 향후 100% 시행되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조 이사장은 특성화시장을 중심으로 가격표시제 적용 전후를 수치로 비교해 유의미한 결과를 얻으면 사례집 공유 등을 통해 확산시킬 예정이다.
조 이사장은 “변화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상인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며 “계속 노력해야 연착륙을 하든 성장을 하든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비자들 역시 전통시장에 가면 시설부터 서비스까지 많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것”이라며 “애정을 가지고 전통시장을 찾아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G―소상공인들이 최근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체적으로 어떤 자구 노력을 하고 있나.♣M
“목소리보다도 현장의 적극적인 변화가 와 닿는다. 전통시장에 정부 지원으로 주차시설이 생기고, 내부가 밝고 청결하게 바뀌면서 소상공인과 시장 상인들의 마음가짐도 변했다. 이제는 서울망원시장, 광주 1913송정역시장 등지에서 시장 상인들이 직접 변화를 주도하기도 한다. 특히 광주 1913송정역시장은 상권이 활성화되자 임대료가 올라 상권 내몰림 현상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청년 상인들 주도로 인근 건물주와 자발적 상생협약을 이끌어냈다. 이에 따라 1913송정역시장은 향후 5년간 월세 인상 폭이 최대 9%를 넘지 않게 됐다.”
♣G―소진공이 추진 중이 사업 중에 전통시장 내 청년몰 사업이 눈에 띈다.♣M
“청년몰은 전통시장 내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사업으로 청년에게는 기회를, 고령화된 전통시장에는 활력을 주기 위한 윈윈 정책이다. 현재 전국 26곳에 489개 점포가 입점한 청년몰을 조성했다. 청년몰은 개인의 기질과 재능을 발휘할 사업공간을 꿈꾸는 청년들에게는 기회의 공간이다. 청년들의 안정적인 창업을 위해 정부와 공단이 힘을 합쳐 사업을 지속 보완해 나가고 있다. 올해는 상인과 지자체를 중심으로 복합청년몰을 조성한다. 상권 활성도와 발전성이 높은 상점가를 중심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1인 1점포뿐만 아니라 기업형, 조합형의 공동창업을 유도해 상생 경제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청년 상인들의 버팀목이 될 사후관리 전담조직도 신설했다. 사후관리 기간을 1년에서 3년으로 늘려 사업 안정성을 보장하도록 했다.”
♣G―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전통시장 가격표시제 도입을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M
“전통시장 가격표시제는 고객과 판매자 모두를 위한 서비스다. 소비자의 의문과 불만을 줄여주는 한편 판매자는 소비자에게 흥정을 붙여 가격 경쟁을 하는 대신 상품의 질을 놓고 경쟁하게 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가격표시제가 정착되면 소비자들이 가격 확인에 대한 부담 없이 전통시장을 좀 더 자주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진공은 올해 특성화시장 20곳을 대상으로 가격표시 시범시장을 운영한 뒤 특성화시장 100곳까지 확대되도록 유도해나갈 계획이다.”
♣G―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대형마트 규제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전통시장의 경쟁자는 온라인 쇼핑몰 아닌가.♣M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전통시장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통시장도 온라인 유통채널을 통해 활로를 찾을 수 있다.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공간이 전통시장인데 공간의 제약으로 전통시장이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온라인 유통의 장점과 전통시장의 장점을 합치면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 실제로 광주 1913송정역시장의 김부각 제품은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서도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제품력이 확실하면 전통시장도 온라인상에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
♣G―대형마트 의무휴일 규제가 전통시장 활성화에 도움이 되긴 하나.♣M
“필요하다면 대형마트 규제도 해야 하지만 이와 함께 전통시장과의 상생과 공존 전략도 여건에 맞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지역별로 전통시장과 주변 대형마트 등 시장 환경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는 뜻이다. 취급 제품을 각자 차별화해 대형마트와의 상생에 성공한 전통시장 사례도 많이 보인다. 반면 일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때문에 인근 상권이 침체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 대형 유통업체와 상생기금을 만들어 전통시장 할인행사를 지원하는 방식 등으로 돌파구를 찾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G―문재인정부가 추진 중인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제 정책으로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됐다는 목소리가 높다.♣M
“현장에서 만난 많은 분들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어려움과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우려를 이야기한다. 사업주의 추가 노동 문제도 있으며, 일부 현장에서는 음식 값을 인상하거나 서비스 가격을 올려 대응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두 가지 사안은 우리 경제의 핵심 이슈로, 정부·정치권·노동계·경영계에서 현실을 반영해 지혜롭게 결정해 주시기를 기대한다. 다만, 전반적인 경기 부진으로 방문객이 줄어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 상황은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경제가 조속히 안정해 경기가 활력을 찾기 바란다.”
♣G―해마다 명절이면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해 발행한 온누리상품권이 구설에 오른다.♣M
“온누리상품권을 누가 많이 살 것 같나. 5% 할인을 받는 개인이 65%를 산다. 이외에 공공기관이 20%, 중소·중견기업이 15% 정도다. 상품권 깡(할인 등 낮은 가격에 상품권을 사들였다가 비싼 값에 파는 것) 문제가 너무 많았다. 지난해까지는 이게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지 않다가 올해 5월부터 가동됐다. 올해는 온누리상품권 발행을 지난해보다 5000억원 늘려 2조원어치를 공급한다. 온누리상품권이 본래 취지에 맞게 사용되도록 하겠다.”
♣G―최근 신사업창업사관학교 드림스퀘어가 문을 열었다.♣M
“신사업창업사관학교는 ‘창업 예비 학교’로 이해하면 쉽다. 체계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준비된 창업을 돕고 경쟁력 있는 소상공인을 육성하는 지원 사업이다. 최근에는 서울 마포에 비점포형 창업 체험공간 드림스퀘어를 열었다. 드림스퀘어에서는 1인 방송 아카데미를 운영해 유튜브 등 미디어를 통한 마케팅도 배울 수 있다. 신사업창업사관학교의 경우 기존 6개 광역권에만 있던 것을 올해 인천·전북·전남 3개소를 추가해 9개로 확대했다.”
♣G―국내 소상공업의 문제 중 하나가 높은 폐업률이다.♣M
“구조적인 문제로, 재기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소진공은 소상공인들이 재도전에 나설 경우 희망리턴패키지를 통해 폐업 후 정리와 함께 컨설팅, 재기 교육 등의 기회를 제공한다.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조만간 소상공인 재기지원센터를 전국 30여곳에 새로 설치한다. 희망리턴패키지는 폐업에 필요한 세무, 노무 등 법률서비스를 지원하는 재기를 원스톱으로 돕는다.
♣G―소진공이 발족한 지 5년이 지났다.♣M
“소진공은 설립 기준으로는 5년 된 신생 기관이지만 통합 이전의 기간까지 따지면 20년의 역사를 가진 조직이다. 그동안 쌓인 현장의 노하우가 많다. 이 분야의 전문성도 충분해 현장밀착형 지원 등의 노력을 바탕으로 전통시장 매출이 최근 5년간 점차 증가세로 전환하고 있다. 청년상인 육성과 청년몰 조성을 통해 전통시장 상인과 방문객의 고령화 문제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G―앞으로 어떤 소상공인 정책을 펴나갈 계획인가.♣M
“소상공인 대부분은 숙박 및 음식점업, 도·소매업, 운수업 등 주로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다. 경쟁이 치열하고 수익과 생존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소상공인 정책의 흐름은 소상공인이 자생력과 시장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경영기반을 마련해 주고 우리 경제에서 주어진 역할을 할 수 있게 돕는 것이다. 이를 위해 소진공은 전통시장 환경 개선, 구도심 상권 활성화를 위한 상권 르네상스 프로젝트 등을 추진해 나갈 방침이다.”
조봉환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은… △1961년 경북 안동 △경복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석사 △행정고시 30회 △기획재정부 공공혁신기획관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 △민관합동 창조경제추진단장 △중소벤처기업부 중소기업정책실장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이사장
올해 설립 40주년을 맞은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은 지난해 3월 이상직 이사장 취임 이후 이름부터 체질까지 싹 바꿨다. 설비나 기술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역할에서 창업 생태계를 조성해 중소·벤처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대에 주력하기 위한 변신이었다. 지난 4월 설립 40주년에 맞춰 중소기업진흥공단은 현재의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됐다. 중소기업뿐 아니라 스타트업과 같은 벤처까지 품기 위해서다.
이 이사장은 국내에서 활발한 창업이 이뤄지고 혁신기업이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기업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을 창업부터 창업 이후까지 키워내는 ‘청년창업사관학교’와 해외에서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조기 정착을 지원하는 개방형 공유 액셀러레이터 ‘KSC’(한국 중소기업·스타트업 센터)는 그 일환이다. 그의 취임 이후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전국 5곳에서 17곳으로 확대됐고 예산도 두 배가량 늘려 매년 1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개발해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반열에 오른 비바리퍼블리카 이승건 대표도 청년창업사관학교 출신이다. 15일 서울 양천구 목동 행복한백화점 건물에 위치한 중진공 이사장 집무실에서 이 이사장을 만나 중진공의 미래를 물었다. 행복한백화점은 중진공 산하 중소기업 유통센터에서 운영하는 백화점으로, 입점 업체가 대부분 중소기업이다.
♣G―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장을 강조하는 이유는.♣M
“한국은 10년 주기로 찾아오는 경제 어려움에 봉착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로 국가부도 사태가 났다. 2008년에는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2018년에는 미·중 무역분쟁이 시작됐다. 국내에선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산업 구조조정 실패, 재벌 대기업의 고용 없는 성장 등에 따른 높은 실업률로 경제 위기 국면을 맞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서 발표한 ‘중소기업 위상지표’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는 2013년 3100개에서 2016년 4200개로 증가했지만 종업원은 같은 기간 192만명에서 166만명으로 대폭 감소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2013년 341만개에서 2016년 367만개로 증가하고 종업원도 1342만명에서 1540만명으로 늘었다. 결국 ‘9988’, 기업 수 99%, 일자리 비중 88%를 차지하는 중소벤처기업의 혁신성장이 중요하다. 중소벤처기업을 스마트화하고 스케일업시켜야 한다. 스타트업은 혁신기업으로 성장시켜 넥스트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G―혁신성장을 어떻게 이뤄내야 하나.♣M
“현재 내수산업은 은행, 자동차, 정유, 카드, 통신 등에서 대기업이 독과점으로 30조원 넘는 초과이익을 누리고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자연 중소벤처기업과 소상공인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초과이익의 사례는 다른 곳에도 많다. 벤츠 자동차의 경우 사고로 에어백이 터지면 자동으로 엔진브레이크가 걸리게 된다. 이 엔진브레이크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이 우리나라 업체다. 하지만 현대자동차는 건의를 했음에도 이 기술을 쓰지 않는다. 안전과 직결된 부분까지 원가을 절감해 가며 초과이익을 누리는 것 아닌가. 중진공은 핀테크, 항공, 전기차·자율주행차, 신재생에너지 등 신산업 분야에서 유망 중소벤처기업을 발굴·육성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시장에서 독과점을 깨는 메기 역할을 하게 해 공정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G―독과점이 깨지면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인가.♣M
“그렇다. 특히 카드, 통신 등의 분야에서 독과점이 심각한 상황이다.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만 내면 되는 것을 도로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 지금 통신사들의 행태다. 이 같은 폐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까지 갈 것도 없다. 신규 사업자들이 뛰어들어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되면 독과점은 사라질 수 있다. 2000년 김대중정부는 제로 수수료를 지향하는 온라인 키움증권사를 인가해주면서 증권매매 수수료를 대폭 낮췄다. 제가 2008년 창업한 저비용 항공사 이스타항공은 항공요금을 낮추며 항공여행 대중화를 선도했다. 양대 항공사의 독과점을 깨트린 결과다. 이 같은 사례들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G―‘청년창업사관학교’ 제도에 공들이고 있는데.♣M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창업 준비부터 졸업 후 성장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2011년 개교 후 총 2900명의 청년CEO(최고경영자)를 양성해 매출 1조9000억원, 일자리 7000여개를 창출했다.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의 청년창업 프로그램 중 가장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사람에게 투자하고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판단 하에 취임 이후 청년창업사관학교를 확대했다. 올해 9기 입교생 1000명을 모집할 때 경쟁률이 5대 1이었다. 전북·경기북부·강원·제주 등 그동안 소외받던 지역에서도 청년창업 붐을 형성할 수 있었다. 9기 입교생은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4차 산업혁명 분야 504명, 사회적경제 분야 120명, 독과점 해소 분야 82명 등을 선발했다. 의사, 회계사, 박사, 외국인, 제대군인 등 다양한 경력의 유능한 청년창업가들이 많이 입교했다.”
♣G―해외에 개방형 공유 ‘액셀러레이터’를 잇따라 열었다.♣M
“미국 시애틀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스타벅스, 코스트코 등 글로벌기업 본사가 대거 위치해 혁신 경험치와 전문인력이 풍부하다. 법인세, 소득세가 없어 기업 운영 비용이 적게 들고 워싱턴대학교에서 우수한 인력이 공급되는 동시에 유대인 투자자와 벤처캐피털이 많이 투자여건도 우수하다. 중소벤처기업 창업이 활성화하고 혁신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글로벌 혁신거점인 시애틀과 같은 기업운영 환경이 필요하다고 보고 시애틀에 개방형 공유 액셀러레이터인KSC를 8월 개소했다. KSC는 세계적 혁신허브의 인프라를 활용해 현지 기업과의 네트워킹, 해외 VC 투자, 기술혁신, 공유오피스 제공, 스타트업센터 입소, 스마트공장 전문인력 양성 등을 입체적으로 지원한다. 지난달에는 신남방정책의 중심국인 인도 뉴델리에 KSC를 추가 개소했으며 향후 신북방, 북유럽 지역으로도 KSC 확대 개소를 준비 중이다.”
♣G―새만금에 전기차·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메카를 조성한다고 밝혔는데.♣M
“중진공 설문조사 결과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가장 육성이 필요한 신산업 분야로 응답자의 36.1%가 전기·자율 미래차 산업을 꼽았다. 새만금 지역은 지리적으로 육해공의 공간을 동시에 활용할 수 있어 자율주행차 등 미래 교통수단의 테스트베드로 최적의 환경이다. 전북의 ‘상용차 산업 혁신성장 및 미래형 산업 생태계 구축 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 면제가 확정되고, 이번 중진공·새만금개발청·전북도·한국교통안전공단·도로교통공단 등의 ‘새만금 전기·자율차 메카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이 체결되면서 더욱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이 가능해졌다. 중진공은 미래차 관련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 기업진단, 창업지원 등을 원스톱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새만금 지역의 전기·자율 미래차 메카 조성은 혁신성장 분야 중소벤처기업 육성과 지역 균형발전, 미세먼지 문제 해결이라는 일거삼득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G―중소벤처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M
“현장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어려움을 돌파하고 혁신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한국형 스마트공장’ 구축이 필수적이다. 중진공이 지원하는 스마트공장 배움터는 오픈 플랫폼 커뮤니케이션 아키텍처(OPCUA)를 적용한 고도화된 스마트제조 데모공장으로, 2017년 경기 안산시 중소벤처기업연수원에 구축했다. 올해 연말까지 2개소를 추가로 설치해 사물인터넷(IoT), 증강현실(AR) 등 4차 산업혁명 최신 기술을 학습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실습키트 등을 마련해 수준별·맞춤형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스마트공장 배움터가 추가로 개설되면 연간 1만명의 전문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 제조현장 스마트화 자금 5000억원과 함게 중소벤처기업의 스마트화를 견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직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1963년 전북 김제 △전주고등학교 △동국대학교 경영학 학사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이스타항공 회장 △19대 국회의원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1일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을 인터뷰하기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 들어서자 집무실 화이트보드에 적혀있는 글귀가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은 “앞 여섯 글자는 ‘내가 일어서고 싶으면 남을 일으켜세워라’는 뜻인데 어원은 모르겠다. 그 다음 네 글자는 성철 스님의 말인데 ‘자기 마음을 속이지 마라’는 뜻이다”고 설명했다. 인터뷰가 끝난 뒤 앞 여섯 글자의 어원을 검색해보니 공자의 말이었다.
-무슨 맥락인가.
“나는 늙은 정치 신인이다. 30대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하고 40대 국회의원, 최연소 도지사를 했다. 권력의 정점에서 추락해 끝도 없는 나락으로 가봤다. 지난 10년간 광야에서 헤매면서 좋은 스승을 많이 만났다. 내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알게됐다. 그 어려운 시간이 내게 준 지혜가 값지게 쓰였으면 좋겠다. 남을 도와주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1988년 노무현 의원 보좌관으로 정치권에 입문한 이 의원은 30대에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함께 ‘좌희정 우광재’로 불리며 노무현정부 설계자 역할을 했다. 17,18대 의원을 지내고 2010년 강원도 도지사 선거에서 승리하면서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지만 ‘박연차 게이트’ 관련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아 지사직을 잃었다. 2019년 특별사면을 받은 뒤 21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10년만에 여의도로 복귀했다.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정치인으로서는 내가 자질이 부족하다. 정치가의 길을 가려고 한다. 젊은 세대가 새로운 역사의 장면에 들어올 수 있는 길을 만들고 싶다. 강원도나 이 나라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싶다.”
이 의원은 ‘이상과 현실 속에서 현실에 좀 더 중심을 두는 현실주의자’를 ‘정치인’(politician)으로, ‘현실에서 어떤 자리에 도달하지 못해도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상주의자’를 ‘정치가’(statesman)로 구분했다. 미국에서는 당선에만 연연하는 정치를 하면 ‘politician’, 국익을 위해 정치적 손해를 감수하는 정치를 하면 ‘statesman’이라고 부른다.
-최근 강연에서 ‘퓨처 뉴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는데 문재인정부의 ‘한국판 뉴딜’과 겹쳐 보인다.
“3주 전에 정세균 총리가 운영하는 ‘목요대화’에서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세상, 이미 와있는 미래를 앞당기자’라는 주제로 ‘퓨처 뉴딜’ 구상을 발표했다. 이 구상은 ‘생명과학 뉴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스마트 도시 뉴딜’을 포괄하는 것이다. 미래의 주인공이 되는 길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디지털 뉴딜’로 갔다가 ‘그린 뉴딜’이 추가되고 있고 생명과학 논의가 깊어지는 것 같다.”
-‘생명과학 뉴딜’은 아직 발표가 안됐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마스크 하나로도 난리가 났는데 이번에 코로나19 치료제를 발견하면 세계 1위 부자가 될 것이다. 앞으로 생명과학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60년간 1등 인재가 의대에 갔다. 의료기술로는 우리가 1등이다. 그런데 의료산업과 생명과학 분야에서 1등은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로 우리나라의 우월한 생명 시스템이 입증됐다. 제가 주목하는 것은 신인류가 태어났다는 사실이다. 1900년대 초반 평균 수명이 30∼40세대였다. 앞으로 120∼150살 시대가 온다. 단순히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아니다. 일본, 미국의 건강보험료가 GDP(국내총생산)의 20%다. 우리는 7% 수준이다. 우리나라 평균 수명 100살 넘으면 건강보험료가 GDP의 25%까지 치솟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갈수록 세금 낼 사람은 줄어든다. 수명 늘어난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나나. 디지털 사회로 진화하면 고용, 소득이 불안정해진다. 삶의 방식과 발전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인류의 미래가 없다. 이 간극을 메워주는 가장 좋은 게 생명과학이라고 본다. 거기에 인류 미래의 성패가 달렸고 생명과학의 주인공이 미래의 주인공이 될 것이다.”
-디지털 뉴딜이나 그린 뉴딜, 생명과학 뉴딜 모두 ‘혁신’의 일환이다. 혁신 사업자와 기득권의 이해를 조율하는 문제가 관건인데 문재인정부에서 그게 잘 안됐다.
“꼭 기득권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 문 대통령이 내놓은 법안도 민주당이 통과를 못 시켰다. 민주당 내부에도 반대가 많았다. ‘규제 프리존’ 중에 제대로 작동하는 게 없다. 혁신경제로 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민주당 내부나 진보 진영의 반대가 있었고 의석수가 충분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이번에 의석 수가 충분하게 됐다.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혁신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세계적 추세도 그렇다. 세계가 경쟁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입법 환경은 좋아졌다.”
-이제 혁신 성장이 탄력을 받게되나.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의료가 가야 할 길이라는 국민적 컨센서스가 생겼다. 하지만 보이는 빙하만큼 잠겨있는 부분도 있다. 잠긴 쪽에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보수주의자들이 혁신경제를 강조하면서 사회안전망을 반대하는 건 혁신으로 가지 말자는 얘기나 똑같다. 혁신경제로 가려면 그 과정에서 낙오되는 쪽을 도와줘야 한다. 혁신으로 가기 위한 다리가 바로 사회안전망이다. 고용과 소득 부문의 안전장치는 미래로 가기 위한 필수 지불비용이다. 과감히 결정해야 한다. 독일은 추경 규모가 1500조원에 달한다. 4차, 5차 추경하기 힘들다. 이번에 준비중인 3차 추경 규모(30조원대)는 너무 작다.”
-고용· 소득 안전판, 재정만으로 가능한가.
“재정만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재정은 정말 어려운 사람에게 쓰고, 시장을 작동시키는데는 다른 돈이 쓰여져야 한다. 우리나라엔 그만한 돈과 우수한 인재가 있다. 작년 기준으로 부동산에 들어간 게 2100조원이다. 기업이 갖고 있는 돈은 2000조원 정도된다. 국민연금과 KIC(한국투자공사)가 700조원쯤 보유하고 있다. 이 돈이 시장에서 작동하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소상공인은 정부가 보조해주지만 중소기업에는 돈이 없다. 중소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필요하다면 우리은행, 기술보증기금까지 증자를 해줘야 한다. 증자를 1조 해주면 10배는 시장에서 돌아간다. 금융시장을 확 돌리는게 중요하다. 기술 기업의 M&A(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뤄져야 기회가 생긴다. 우리 국민의 자산 80%가 부동산에 잠겨있다. 미국은 국민 자산의 40%가 증시에 있다. 젊은 세대의 혁신 능력이 노인 세대의 삶과 직결돼 있는 선순환 구조다. 우리도 M&A를 활성화하려면 국가가 투자전문은행이라도 만들어서 금융시장을 돌려야 한다.”
-그래서 대기업 지주회사가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보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나.
“(창업기업에 자금을 투자해서 이 기업의 성장을 돕는) CVC는 하나의 수단이다. 벤처캐피털의 문제는 시드(seed) 투자(초창기 벤처에 대한 투자)를 안 하는 것이다. 밸류가 커진 다음에는 M&A(인수·합병) 부분이 약하다. 시드도 강화하고 M&A도 강화하려면, CVC나 중간 단계로 벤처전문은행, 전문투자은행을 만들어야 양자가 강화된다. 일반은행에게 맡기면 힘들다. CVC도 된다, 안 된다는 문제로 접근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CVC를 늘릴까, 어떤 부분을 고칠까를 생각해야 한다. 찬성, 반대 논의만 하면 끝없는 미로 속에서 답보 상태에 있게 된다. 목적은 시드와 M&A 활성화다. 비대면 의료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국민이 얼마만큼 안전하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게 되느냐, 더 나아가 미래 의료산업이 되느냐의 문제다. 정확한 솔루션을 찾는 게 중요하다. 지금이 그런 시기다. 그러려면 자신의 경계를 뛰어넘는 과감한 용기가 필요하다.”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금지하는 원칙)라는 거대한 게 있는데, 세계적으로 금산분리를 이렇게 엄격하게 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그런데 금산분리와 관련해 무엇을 걱정하는지 또 알잖아요. IMF 외환위기 때 겪어 봤다. 그걸 현실로 인정하고 답을 찾으려고 해야 한다.”
정부는 이날 벤처 지주사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일반 지주사도 CVC를 제한적으로나마 보유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1일 “이 방안이 도입된다면 벤처 투자금이 신규 유입되고, 인수·합병을 통한 회수 시장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린 뉴딜은 어떤 방향인가.
“인간의 흥망사에 보면 에너지의 미래를 쥔 자가 세계의 주인공이 됐다. 에너지 문제는 한 방향이 기후 변화 대응이나 미세먼지 대책, 또 하나는 디지털 혁명에 따른 전기 수요 대응이다.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면 저는 전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휴대폰 1개가 0.8킬로와트인데 전기차는 어마어마하다. 하루 센서에서 발생시키는 데이터량이 140테라바이트 정도다. 상상할 수 없는 데이터를 만든다. 데이터 만드는 것은 전기를 쓰는거다. 지금은 디지털 혁명에 진입하지도 않았다. 전기차가 많이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사우디아리비아에 미래 도시를 짓는 걸 보면 발전소 먼저 짓고 데이터 센터를 짓는다. (무슨 발전소?) 원자력 발전소다. 과거는 석탄, 석유의 시대였다면 이제는 가스, 전기의 시대로 집약된다. 특히 전기의 시대로 간다. 저는 서남해안권 해상 풍력에 주목한다. 풍력 발전기 날개 기술은 중국이 가장 앞섰지만 파이프 박는 기술은 우리가 앞서 있다. 서남해안에는 섬이 많아서 대규모 해상풍력을 만들면 굉장한 산업적 효과가 있다. 해상풍력은 우리나라가 상당히 적합한 환경이라고 본다. (부품 자급률이 낮아서 지을수록 기업에 도움이 안 될 수 있는데) 그건 옛날이다. 지금은 자체 기술도 많다. (바다 속에 넣는 거?) 그렇다. 시추는 우리가 전 세계적 기술을 갖고 있다. 해상 풍력의 장애는 어민들이 살기 어려워지는 점이다. 어민들과는 바다 양식보다 훨씬 부가가치가 높은 육상 양식을 통해 타협해야 한다. 육상 양식이 훨씬 부가가치가 높고 바다의 오염을 막는데 좋다. 상당한 딜이 있어야 한다. 해상 풍력과 육상 양식의 조합이다. ”
-해상 풍력이 에너지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인가.
“그럼요. 풍력은 발전량이 굉장하다. 태양광보다 수율이 훨씬 높다. 해상풍력은 건설하기 나름이다. 전남 신안군에서 하는 게 원자력발전소 몇개 짓는 규모다. 그걸 하게 되면 선박회사가 좋아진다.”
-태양광, 풍력보다 효율적인 원자력이 있지 않나.
“여시재에서 많이 생각을 해봤다. 원전은 아름다운 이별을 해야 할 대상이다. 하지만 원전 R&D(연구·개발)는 해야 한다. 소형 스마트 원자로 부분은 미국이 원천 기술을 갖고 있다. 미국과 프랑스가 우리와 소형 원자로 공동 연구를 요구하고 있다. 성공 여부를 아직은 모른다. 꿈의 기술이다. (빌 게이츠가 하려는 테라파워?) 그렇다. (빌 게이츠는 중국과 하려다 트럼프 미 행정부 출범 이후 미중 갈등이 악화하면서 무산됐다) 중국과는 못한다. 인류가 꿈꾸는 게 이경수 박사가 했던 핵융합 발전소, 프랑스에서 연구하는게 하나 있고 소형 원자로가 있다. 두개 모두 꿈의 기술을 맞다. 우리도 이걸 연구는 해봐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리고 전 세계적으로 원전 해체 기술이 없다. 이 기술 나오면 거대한 산업이다. 원전 폐기물 재처리 기술도 지구 상에 아직 없다. 우리는 이런 미래지향적인 원자력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시작됐다가 중단된 신한울 3·4호기와도 이별해야 하나.
“신한울 원전은 구시대 기술이다. 우리가 원전 중단으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될 걸로 봤는데 작년에 한국전력이 흑자가 났다. 신한울 3·4호기는 섣부르게 뛰어들 문제는 아니고 전체적으로 계산을 해야 할 문제다. 두산중공업도 어려운 건 맞는데, 두산 전체로 보면 선탁 화력 60%쯤 된다. 25%가 원전이다. 그러면 미래 원자로로 가는 것도 방법이다.”
-정부에서 이 의원의 아이디어를 차용하는 것 같다.
“코로나 위원회에서도 발표하고 총리실에서도 발표했다.”
-그래서 기본소득 얘기가 나온다.
“재정만으로는 절대 감당하지 못한다. 기본소득 말고 참여소득이라는 말을 쓰자. 지금은 내가 아이를 누구에게 맡기면 돈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내가 다른 사람의 애를 봐주고 사회적 도토리를 얻을 수 있다. 헌혈을 하게 되면 건보료를 싸게 해주고, 유전자 은행에 정보를 주고 페이백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데이터나 노동을 제공하고 받는 게 참여소득이다. 개인적으로 축적하고 사회적 도토리도 축적한다. 김대중정부에서 전자정부를 만들어서 일거리를 만들었다. 이제는 대한민국 전체 도서관 정보 등 지식 데이터를 모두 모아서 논문까지 공짜로 쓸 수 있어야 한다. 국정 교과서를 나눠주는 것처럼 무한정 깔아줘야 한다. 하버드 대학 논문을 연세대에서 검색하면 싸지만, 집에서 검색하면 비싸다. 국가가 사서 싸게 공급하는 것이다. 디지털 경제의 핵심은 지식 자원의 무료 공급이다. 이건 보편적 복지다. 여기서 개인마다 재능의 차이 가 있다.”
-지식·정보 사회에서 뒤처진 사람들이 나온다.
“개인별 능력 차이는 불가피하다. 사회적 약자를 강력히 보호하지 않으면 사회불안요소가 된다. 내가 진보주의자임에도 독일의 철혈재상 비스마르크를 높게 평가한다. 비스마르크가 노동자를 좋아해서 사회복지라는 용어를 만든 게 아니다.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날 것 같으니까 선제적으로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었다. 그처럼 체제를 안정화시키는 게 진정한 보수주의자다. 보수는 시장이 만능이라고 생각하고, 진보는 시장은 항상 문제가 있어서 사회적 약자를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두 가지 모두 새로운 진화가 필요하다. ‘신진보주의’로 갈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성장과 가치를 동시에 따지는 시장이 온 거다. 혁신경제다. 과거에는 성장만 얘기했는데 이제는 더 좋은 성장을 이야기할 시기가 왔다. 성장과 가치를 함께 이야기하는 게 혁신경제다. 또 이제는 더 많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더 좋은 민주주의를 이야기할 때다. 서구는 개인 중심 사회였고 동양은 공동체를 중시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속에서 미국 의료시스템 보니까 너무 개인주의라서 문제가 생겼다. 이번에 코로나 겪으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해졌지만, 또 한편으로 떨어져만 있으면 죽는다는걸 알게 됐다. 공동체라는 걸 다시 생각하게 된 새로운 시대가 온 것 같다. 공화주의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장 혁신경제와 새로운 민주주의를 공화주의에 대한 탐색으로 생각한다. 그런 길로 가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공화주의가 확 와닿지는 않는다.
“공동체가 훨씬 강화되는 거다. 과거의 민주주의는 권력으로부터의 억압에 대해 분연히 맞서는 것이었다. 더 많은 민주주의다. 그런데 개인의 자유를 극대화하는 것만이 답은 아니다. 이제는 더 많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더 좋은 민주주의를 이야기 할 때다. 이걸 공동체 민주주의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문재인정부 국정목표 중 하나가 혁신성장이었는데 가장 안 됐다는 지적이 많다. 혁신이라고 추구했던 것이 기득권과의 협상 과정에서 무산되거나 유야무야 됐다.
“꼭 기득권이라고만 보기는 어렵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이유가 있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법안도 더불어민주당이 통과를 못 시켰다. 민주당 내부에도 반대가 많았다. ‘규제 프리존’ 중에 제대로 작동하는 게 없다. 혁신경제로 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민주당 내부나 진보 진영의 반대가 있었고 의석수가 충분하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이번에 의석 수가 충분하게 됐다. 코로나 사태 거치면서 혁신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는 인식이 생겨났다. 세계적 추세도 그렇다. 세계가 경쟁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입법 환경은 좋아졌다.”
-혁신 성장에 대한 민주당 내 반대가 줄어들 것이라고 보나.
“그런 부분도 있다. 코로나 때문에 비대면 의료가 가야 할 길이라는 국민적 컨센서스가 생겼다. 하지만 보이는 빙하만큼 잠겨있는 부분도 있다. 잠긴 쪽에선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보수주의자들이 혁신경제를 강조하면서 사회안전망을 반대하는 건 혁신으로 가지 말자는 얘기나 똑같다. 혁신경제로 가려면 그 과정에서 낙오되는 쪽을 도와줘야 한다. 혁신으로 가기 위한 다리가 바로 사회안전망이다. 사회안전망을 위해서 안전망을 강화하는 게 아니라 혁신으로 가기 위해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
-586(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생)이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지만 이번 총선에서도 대거 살아남았다.
"봉준호 감독을 586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89학번이니 586 끝세대다. 연세대 만화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전 세계에 자기 가치를 가지고 도전해서 성공했다. 586이 공동체에 갖고 있는 건강성이 있다. 이게 다음 시대를 열어갈 수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한 문제다. 지금 586은 조직화돼 있고 그 다음 세대는 조직화돼 있지 않다. 나는 다음 세대가 586보다 훨씬 더 많은 에너지를 갖고 있다고 본다. 586은 다음 세대의 에너지를 끌어당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들과 결합해야 한다. 이번 총선은 586과 자식 세대가 결합된 선거였다. 다음 세대를 끌어들일 수 있는 시스템을 짜는게 586의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은 자기들이 대통령이 되려고 586 운동권을 대거 수혈했다. 지금 586은 디지털 세대를 대거 영입할 수 있는 루트를 만드는 시대적 소명을 다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가야한다. 그 시기도 많이 남은 것 같지 않다. 자연 수명을 고려해도 그렇다. 오래 사는 것과 정치를 계속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요즘 플랫폼에 모여있는 젊은이들을 많이 본다. 확실히 우리와 다르구나, 하고 느낀다. 소프트뱅크에서 투자받은 트레바리라는 독서 모임을 보면 확실히 다른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그 세대가 어떻게 새로운 세대로 진입할 수 있을까. 그 통로를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민물 게가 껍질을 1년에 4,5번 바꾼다. 게 껍질 바꾸는 동영상 보면 신기하다. 그러면서 몸집이 자란다. 변신을 할 수 있는 586은 살아남고 변신이 없으면 시대의 죽은 화석이다. 봉준호는 끝없이 자기를 변화시키고 한 장르를 만들었다. 586도 다음 시대까지 의미가 있으려면 스스로 변신하거나 새 미래 세대와 과감한 결합이 있어야 시대정신이 생길 것이다. 전체적으로 다음 대선까지라고 본다."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은 무엇일까. 어떤 리더십이 필요한가.
“코로나 충격이 내년 대선까지 갈 가능성이 많다고 본다. 지금 국민은 지치고 힘들어 한다. 국민에게 기를 불어넣어주고 동거동락하는 리더십이 중요할 것 같다. 그러면서도 비전이 분명해야 한다. 미래로 가야 한다. 고용과 소득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확실하게 사회안전망이 미래로 가기 위한 다리라는 걸 분명히 말해야 한다. 따뜻한 리더십과 분명한 비전을 갖춰야 한다. 퍼스낼리티 차원에서 보면 바다같은 지도자여야 한다. 바다는 모든 물을 빨아들인다. 가장 낮은 곳에 있다. 낮은 곳에서 모든 물을 모은다. 전체적으로 흩어져있는 마음을 낮은 자세로 모을 수 있는 바다 같은 리더십이다. 그럼에도 바다는 어마어마한 힘을 갖고 있다. 한국 사회를 다음 단계로 진전시킬 수 있는 과감함을 지닌 지도자가 나왔으면 좋겠다. 우리 국민이 한편으로는 지쳐있고 또 한편으로는 자긍심도 많이 생겼다. 이런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면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멋진 나라로 가지 않을까.”
-이 의원이 이낙연 의원 좋게 이야기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코로나국난극복위원장이니까 열심히 도와야죠.”
-정세균 총리와도 가깝지 않나.
“지금은 IMF 직후 같은 상황이다. 상황이 절대 간단치 않다. 가급적 서로 지혜를 모아야 한다. 나는 열심히 도우려고 한다. 정 총리나 이 의원이나 아이디어 생기면 다 나눠주려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있는데.
“박 시장이 얼마 전 포스트 코로나 조직, 학습 모임을 만든다고 고문을 해달라고 요청해서 언제든 나를 쓰라고 했다.”
-이재명 경기 지사는.
“그 분은 아직 요청이 없더라.(웃음) 지금은 경제의 계절이다. 지금부터 내년 상반기까지는 경제의 계절이었으면 좋겠다. IMF 직후처럼 마음이 쫙 모여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개별 약진이 무슨 의미가 있나.”
-마음에 두고 있는 사람이라도.
“국민이 선택하겠죠.”
인터뷰 말미에 그는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 얘기를 꺼냈다.
“링컨 대통령이 아주 재밌다. 위기의 순간에 미국에 과학관을 만든다. 국립과학원을 만들어 과학기술과 기술 발전을 집중적으로 해서 기술특허를 강조한다. 대륙형 철도 구상하고, 홈 스테이법이라고 미국에 와서 5년간 살면 22만평을 공짜로 주는 법을 발표한다. 유럽으로부터 3000만명이 대량 이주한다. 연방제, 노예해방을 한다. 노예해방은 사회통합이다. 미래지향적이다. 이런 걸 보면 우리도 디지털 뉴딜에서 토목사업 일으켜서 단순 일자리 주는 걸로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완전한 미래로 가는 거다. 플러스 사회보장을 확실히 해야 한다. 그 두가지 개념이 분명히 잡혔으면 좋겠다. 지금 페이스북이 24억명, 인스타그램이 10억명, 라인이 1억6500만명이다. 디지털 이민과 사이버 세상에서 새로운 영역이 열렸다. 디지털 영역에서 생명과학, 그린 등은 새로운 영토다. 새 영토에서 확실한 미래를 가야 한다. 안전망이 부실하면 안된다. 서커스 보면 밑에 그물망이 없으면 안 뛰어내린다. 이게 있어야 뛰어내리고 연습을 한다. 혁신경제로 가기 위한 다리가 사회안전망이라는 믿음을 갖게 해야 한다. 대신 돈 쓰는 걸 철저하게 해야 한다. 낭비적 요소를 줄이고. 독일 아돌프 히틀러의 경제정책도 재밌다. 아우토반 건설과 국민차, 항공의 시대를 연다. 산림 녹화에 대대적으로 성공한다. 뉴딜하면 토목 공사를 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임시방편 일자리를 주는 게 아니다. 김대중정부 당시 전자정부 할 때 조선왕조실록, 30년대 영화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했다. 지금은 디지털정부로 가자는 거다. 디지털 교과서를 아직 못 만들고 있다. 이걸 만들려면 데이터가 굉장히 쌓이고 무한정 쓸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다음과 네이버가 국민참고서다. 우리가 구글 참고서보다 약하다. 그걸 만들려면 국가 진흥망이 있어야 한다.”
이광재 의원은… ●강원 평창(1965년) ●원주고 ●연세대 법학과 ●국회의원 노무현 보좌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제17·18대 국회의원 ●강원도 도지사 ●재단법인 여시재 원장 ●제21대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