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들은미국경제가금융위기후유증에서벗어나정상 궤도에 진입한 이후에도국가부채는지속적으로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장기적으로미국국가부채문제는국제결제의기본이되는 기축(基軸)통화로서의달러위상을약화시킬것이라고전문가들은 우려했다. 국무장관시절힐러리는미정부의천문학적인규모의부채와재정적자를국가안보문제로다뤄야한다는입장을밝히기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우리는금융위기와중에 정권을 인수했으며금융위기와경기침체여파로내가대통령취임선서를하기도전에 이미 빚더미에올라앉았다”면서국가부채는전임 부시 정부 탓임을 분명히했다.하지만보수진영에서는의료보험개혁등오바마정부의사회주의적정책들이국가부채문제의주범이라고공격했다.
미정부는2010년에도국가부채한도를12조4000억달러에서현 수준으로높였다.당시만해도정부와공화당이티격태격하긴했지만부채상한선조정은순조로웠다.하지만2010년중간선거로공화당이 하원을장악하면서상황이달라졌다.재정적자에반대하는티 파티계열의원들이대거당선되면서더이상부채상한을올려서는 안된다는기류가강해졌기때문이다.미연방정부부채가법정상한을넘어선것은1962년이후74차례에달했지만그때마다미의회는부채상한을올리는법안을가결시켰다.이제부채상한인상은 공화당의‘정치적핵무기’가됐다.공화당 내보수그룹은 오바마 정부가 정부 빚을 줄이기위한 조치로메디케어와메디케이드정책을 근본적으로수술하고,오바마케어를손질하지않으면디폴트도불사하겠다고배수진을치고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진보적 사회정책을 추구했지만 재정은보수적으로 운용하려 애썼다.오바마의정무보좌관인데이비드플루프DavidPlouffe는“오바마의몸속에서는‘블루독’ Blue Dog (균형예산을주창하는민주당의원 그룹)의피가흐른다”고말했다.오바마는 집권 기간 동안 진보적어젠다를추진하면서도재정 적자를줄이기 위한노력을병행했다.
오바마는메디케어·메디케이드예산삭감과국방예산삭감,부유층 감세 중단 등을 통해 재정적자를줄여나가겠다는타협안을제시했다.하지만오바마대통령의이같은재정적자감축구상은진보·보수양측의반발을샀다.진보진영은사회보장예산삭감을, 보수진영은부유층감세폐지를반대했다.양진영의협공을당한 오바마가돌파구를마련하지못한채허우적거리고있는사이에미국의국가부채는법정상한에도달했다.미정부의자구노력이한계에도달하는2011년8월초까지정치권이연방정부의법정채무한도를올려주지않으면디폴트가현실화하는엄중한상황이도래한것이다.
국가부채상한인상협상와중에공화당내에서는2012년선거에서백악관과상원을되찾아올수있기때문에오바마의제안은받아들일필요가없다고생각하는의원들이많았다.베이너는디폴트라는중차대한국가적현안을정치적흥정거리로만든이런인식에동의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베이너가옳았다.2012년선거에서오바마는재선에성공했고민주당은상원다수당을지켰다.
원래미국에는소득세가없었다.자유를찾아신대륙으로건너온 이민자들은연방정부를만들어낸뒤에도 개인의 소득은 정부도 건드리지못하는신성불가침의영역으로생각했다.소득세를신설한 것은공화당창당멤버인에이브러햄링컨AbrahamLincoln 대통령이 었다.링컨은남북전쟁이시작되자군자금을마련하기위해일정소득이상의주민에게소득세를부과하는조치를발동했다.링컨은 여론의반발을고려해시효를정했다.시효만료로없어졌던소득세는다시부활해서정치공방의단골소재가되고있다.
깅리치는선거공약으로제시했던‘미국과의계약’Contract with America 을토대로감세와균형예산,작은정부를이루기위한법안을쏟아내기시작했다.세금을줄이면서재정적자를줄이려면재정 지출,특히복지예산을대폭삭감해야했다.빌은“메디케어와메디 케이드,교육과환경예산은절대줄일수없다”는‘M2E2:Medicare, Medicaid,Education,Environment' 전략으로맞섰다.연방회계연도가끝나는1995년9월30일까지예산안은처리되지않았다.빌은공화당이정부폐쇄를볼모로자신들의입맛에맞게손질한임시예산안에 거부권을행사했다.그해11월14일미연방정부는폐쇄됐다.
경찰과 군,법원,소방서 같은필수서비스 부문을 제외한 상당수 정부업무가중단됐다.80만명에달하는연방공무원은일시해고되거나휴가 처리됐다.박물관과국립공원은문을 닫고 사회보장과 국제통상관련업무도부분적으로이뤄지지않았다.당시뉴욕을방문했던필자는맨해튼배터리공원BatteryPark에서자유의여신상으로출발하는여객선이정부폐쇄여파로운항을중단하는바람에낭패를당했다.
정부폐쇄는해를넘겨27일간지속됐다.깅리치의공화당은중간 선거압승으로자신들의공약이추인받았다고생각했지만다수국민들은정부의서비스를원했다.깅리치의생각과달리메디케어를 지키고싶어했고대학생들은학자금대출이삭감되길원치 않았다. 사실1994년중간선거투표율은38%에 불과했다.국민이백지수표를준것으로착각했던깅리치는대가를치렀다.이념적맹신상태에빠졌던깅리치의공화당은민심을잃었다.1998년중간선거는 빌클린턴과백악관인턴모니카르윈스키의섹스스캔들이불거진 가운데치러졌는데도민주당이의석을보탰다.재선대통령임기중에치러진중간선거에서집권당이승리하는것은매우이례적인일이었다.깅리치는선거패배의책임을지고하원의장직을내놔야했다.
부시는2003년자본이득세세율도20%에서15%로낮춰부자들의지갑을두둑하게만들어줬다.자본이득세는대표적인부자세금이다.부시의 감세조치로 빌클린턴 정부의 호황기 때쌓였던 정부 재정은바닥을드러냈고2001년9·11사태가촉발시킨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비용의 증가로 미국은 빚더미에앉게됐다.미국의 재정악화속도는부시임기말에터진금융위기로가속이붙었고 이는오바마정부의선택지를좁히는주요원인으로작용했다.
‘실언제조기’라는별칭이 붙은 조바이든JoeBiden부통령이오바마의업적을치켜 세우는연설을한뒤오바마와 포옹하면서귓속말로속삭였다.당시현장에있던기자들이녹음을풀어서비속어가담긴바이든의문제발언을밝혀내면서역사적인 순간에점잖지못한단어를 입에올렸다고 또 구설수에올랐다.
힐러리는오바마케어가하원을통과한다음날백악관상황실에서오바마를만났다.힐러리는“대통령이자랑스럽다”고말하면서 오바마를포옹했다.힐러리가못다이룬미완의개혁을오바마가완성시킨것이다.힐러리로서는내심부러운마음도있었을것이다. 민주당이2008년백악관과상·하원을장악하지못했다면엄두도 못냈을일이었다.국민들의견제심리가강해지면서민주당이든공화당이든백악관과상·하원선거에서동시에승리하는 '쓰리런홈런'은 좀체나오지않는다. 오바마케어는 천시(天時)를 만나 탄생할 수 있었던 셈이다.
미국 상원의원들은 발언 시간이나 내용에 제한이 없다. 그래서 장시간 연설 등을 통해 의사진행을 지연시킬 수 있다. 이런 행위를 필리버스터라 한다. 주로 원내 소수파들이 자신들이 반대하는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행사한다. 필리버스터를 중단시키려면 전체 상원의원 100명 중 60명이 찬성해야 한다. 그래서 51석은 단순 과반, 60석은 절대 과반 supermajority으로 부른다. 필리버스터는 원래 급박한 상황에서 소수당이 국민의 관심을 환기시키는 목적으로 활용됐으나 지금은 의회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한 원내전략의 일환으로 빈번히 사용되고 있다. 민주당은 오바마 정부 초기 친 민주당 성향인 무소속 2명을 포함해서 60석을 확보하고 있었지만 2010년 1월 고(故) 테드 케네디 상원의원의 후임을 뽑는 보궐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상원의석이 59석으로 줄어 더 이상 필리버스터를 막을 수 없게됐다. 공화당은 오바마 정부 출범 직후 의견 차이가 크지 않은 법안에 대해서도 필리버스터를 발동하며 오바마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이로 인한 정쟁은 의회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부추겼다. 금융위기 대응 조치의 일환으로 오바마 행정부와 민주당 상원이 추진한 실업급여연장 법안은 2009년 11월 상원에서 찬성 98표, 반대 0표로 통과됐으나 공화당은 두 번의 필리버스터를 발동했다. 그 결과 늦어도 일주일이면 처리될 법안이 한 달 넘게 걸렸다. 그렇다고 필리버스터를 계기로 심도 있는 토론을 한 것도 아니었다. 발목잡기로 시간만 낭비됐다.
캔터가제시했던공화당의감세기조는경제학자프리드리히하이예크FriedrichHayek의생각이다. 평생을케인스의정반대편에서있었던하이예크는개인의자유로운시장활동을제약하는정부의개입은비효율적이며경기침체와같은자본주의의문제점을더악화시킬뿐이라고주장했다.심지어는정부의개입이파시즘과같은폭정을낳을것이라고도했다. 하이예크는1944년출간한저서《노예의길》TheRoadto Serfdom 에서“경제적자유없이는개인의자유와정치적자유도없다”고강조했다.그에게는우파의전체주의든좌파의 사회주의든 정부가 경제를 좌지우지한다는 점에선 똑같이 나쁜 체제였다.
4·15 총선은 ‘조국 선거’로 기록될 것 같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천 과정에서부터 조국 전 법무장관 변수가 개입됐다. 조국 사태에 관한 사상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 후보들은 가차없이 제거됐다. 금태섭 의원이 대표적이다. 금 의원은 당 안팎의 친(親)조국 세력에게 손쉬운 먹잇감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아직도 “마음에 빚이 있다”는 조국을 ‘감히’ 공격했으니 말이다. 이번 민주당 공천에서는 과거 비(非)문재인 진영에 섰던 중진 의원들도 속속 나가떨어졌다. 이런 판국에 비주류인 금 의원이 살아남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금 의원 쳐내기’ 같은 인적 청산은 민주당 지도부가 꺼리던 사태 전개였다. 당 지도부는 이번 선거가 문제적 인물인 조국 찬반 구도로 흘러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관리했다. 다른 후보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금 의원에게 도전장을 던진 친조국 인사를 다른 지역에 전략공천해줄 정도였다. 그런데도 당원 투표와 여론 조사 결과는 금 의원 축출로 나왔다. 당 안팎의 친조국 세력이 결집한 결과였다. 비례대표 후보 선출에서도 조국이 전면에 등장했다. 민주당이 총선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의 플랫폼으로 삼은 ‘시민을위하여’는 친조국 인사들이 만든 정당이다. 개가 물어뜯는 방식으로 조국을 지키겠다면서 태동한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가 ‘시민을위하여’의 뿌리다.
민주당 계열의 비례대표용 정당인 열린민주당은 참여 인사 면면이 ‘조국 지킴이’ 정당이나 다름없다. 이 당의 비례대표 후보로 나선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대놓고 “총선 결과에 따라 조 전 장관의 운명이 결정된다”면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이 기대는 언덕은 조국 지지자들이다. 이번 총선부터 적용되는 개정 선거법으로 득표율 3%가 넘는 정당이 과거보다 더 많은 비례대표 의원을 배출할 수 있게 됐다. 길 닦아 놓으니까 깍쟁이가 먼저 지나가는 격이다.
소수정당의 진출을 돕겠다면서 개정 선거법을 밀어붙인 민주당의 대표는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어 개정 취지를 훼손하더니 이제 총선 이후 열린민주당과도 연합할 수 있다고 말한다. 원내 1당을 지키는 일이 아무리 화급해도 공당(公黨)으로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
강성 지지층은 어디에나 존재한다. 미국 정치에서도 ‘티파티’라는 우파 시민운동 세력이 한동안 기승을 부린 적이 있었다. 2010년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도 성향의 공화당 중진 정치인들이 줄줄이 경선에서 낙마했는데 그 배경에 티파티 세력이 있었다.
당이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면 정당 민주주의가 훼손된다. 이들의 표는 항상 과다 대표되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1인 1표가 원칙이지만 정치 현실에서 1표의 힘은 동일하지 않다. 강성 지지층의 표는 침묵하는 다수의 표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 공론장에서 소수의 극성 지지층이 더 큰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이런 공론장에서는 상식이나 합리와는 거리가 먼 결론이 내려지곤 한다. 이럴 때 당이 중심을 잡고 과도한 목소리를 제어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대체로 당은 강성 지지층에 편승하는 쪽을 택한다.
미국의 티파티도 공화당을 좌지우지하면서 당을 극단으로 몰아갔다. 티파티의 지지 덕에 당선된 의원들은 사사건건 민주당과 싸우고 연방 정부의 발목을 잡았다. 급기야 정부 폐쇄 사태를 초래하고 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파국을 불렀다. 그 시절 미국 의회 신뢰도는 곤두박질쳤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티파티가 지지한 공화당 대선 후보는 갓 입당한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의 제물이 됐다. 유권자들은 의회를 싸움판으로 만든 세력에 등을 돌렸다.
강성 지지층의 대변자를 자처하며 당선된 정치인들이 무슨 행동을 할지는 안 봐도 알 수 있다. 강성 지지층이 원하는 대로 ‘개싸움’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정치 수준은 저열해질 것이고 정치권은 도매금으로 욕을 먹을 것이다. 싸우는 국회를 좋아한다는 국민은 소수다. 대다수 정치인들은 생산적 국회를 만들기 위해 애쓴다. 그런데도 정치 현실은 달라지지 않는다.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강성 지지층을 이용하는 정치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