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훈클럽은 2022년 2월 8일 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를 초청해 관 훈토론회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장진모 한국경제신문 금융부장, 권태호 한겨레신문 저널리즘책무실장, 고희경 SBS 선임기자, 안 후보, 박민 문화일보 논설위원(사회), 조남규 세계일보 부국장, 김정곤 한국일보 논설위원

 

박민(사회, 문화일보 논설위원): 관훈토론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관훈클 럽 69대 총무를 맡은 박민입니다. 문화일보 논설위원으로 재직 중입니다. 관훈토론회는 1980년 ‘서울의 봄’ 당시, 3김 초청 토론회를 시작으로 국내 정치토론회를 정착시킨 이래 1987년에는 1노 3김 대선후보 토론회를 비롯 해 대선 때마다 주요 후보 초청 토론회를 개최해 대통령 후보를 검증하는 중요한 통과의례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번 대선에도 지난해 11월 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12월 1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상대로 토론을 진행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최근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계시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통령 후보를 모시고 대선에 임하는 좋은 말씀을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귀한 시간 내서 초청에 응해주신 안 후보님께 감사드립니다. 뜨거운 환영의 박수를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안 후보님은 관훈클럽 최다 초청 연사입니다. 토론만 이번으로 다섯 번째이고 포럼까지 합치면 여섯번째 참석해주셨습니다. 안 후보님에 대해서는 굳이 구체적인 이력을 소개하지 않아도 잘 아시겠지만, 학력이나 경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재산도 많고요. 2012년 9월 19일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어려운 와중에서도 중도의 길을 꾸준히 지켜오셨고 도덕적인 문제도 제기된 바 없는, 미래의 정치를 말씀하는 후보이십니다. 오늘도 늘 강조하는 미래의 담론을 많이 말씀해주셔서, 이번 대선에 대해 국민이 너무 걱정 많은데 미래와 희망을 이야기하고 생각할 수 있는 토론회가 됐으면 합니다. 그러면 오늘 패널로 참석한 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저를 기준으로 오른쪽부터 소개 올리겠습니다. 제일 오른쪽은 장진모 한국경제신문 금융부장입니다. 다음은 권태호 한겨레신문 저널리즘책무실장입니다. 그 옆에 SBS 고희경 선임기자입니다. 그리고 제 왼쪽에 조남규 세계일보 부국장입니다. 그다음에 김정곤 한국일보 논설위원입니다. 먼저 오늘 초청한 안 후보의 인사말을 듣겠습니다. 

안철수(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존경하는 박민 관훈클럽 총무님, 그리고 클럽 운영위원과 편집위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 안철수입 니다. 2016년 이후 이번까지 다섯 번째 토론회입니다. 거의 매년 초청해주신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견 언론인들과 심도있는 질의응답과 토론을 통해 늘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 3만 명을 넘어선 지 나흘째입니다. 이달 말이면 하루 17만~18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할 거라는 전망도 나왔습니다. 치명률이 낮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절대 감기 수준이 아니라는 전문가들의 견해에 우리는 더 많이 귀를 기울이고 조심해야 할 때입니다. 문 대통령께서는 이번 유행이 일상 회복으로 가는 마지막 고비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매번 그렇게 안일하고 비과학적인 말씀을 하시면 안됩니다. 판단은 질병관리청, 그리고 보건의료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의 몫입니다. 문제는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종료돼도 끝이 아닐 것이라는 점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때 사스, 그다음 이명박 대통령 때 신종플루, 그다음 박근혜 대통령 때 메르스, 그리고 지금 문재인 대통령 때 코로나19. 그리고 지금도 현재 진행형입니다. 이런 추세를 보면 안타깝게도 이번에 뽑힐 대통령 역시 재임 동안 코로나19 이외에도 다시 새로운 대규모 감염병 사태를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대규모 감염병은 사람의 목숨뿐만 아니라 경기 악화와 심각한 재정 문제를 가져옵니다. 실제로 이번에 제출된 14조 원의 추경도 모자란다며 자영업 사장님 지원을 위해 50조, 100조까지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 제 대규모 감염병에 대한 방역은 보건이나 의료의 영역을 넘어 경제와 민 생 문제가 된 겁니다. 방역 문제가 먹고사는 경제 문제이고, 방역 리더십이 경제 리더십이고, 방역 대통령이 경제 대통령인 시대가 될 겁니다. 당연히 다음 정부에서 대한민국을 이끄는 리더십은 과학방역을 통해 감염병을 물리치고 경제를 살리는 과학적 리더십이어야 합니다. 지금 빛의 속도로 바뀌는 세상에서 20세기의 낡은 리더십으로는 전환기의 새로운 위기들에 제대로 대응해나갈 수 없습니다. 현재의 시대와 상황이 진영정치에 찌든 낡은 정치와 리더십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시대가 아닌 겁니다. 어제까지 7,000명 가까운 우리 국민이 코로나19로 사망했습니다. 그보다 몇백 배나 많은 수백만 명의 국민이 경제적 사망 위기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정권교체는 ‘닥치고 정권교체’가 돼서는 안 됩 니다.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더 좋은 정권교체’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국민의 죽음을 방치하고 경제를 고사 상태로 만든 무책임하고 무능한 ‘비과학적인 리더십’을 국민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과학적 리더십’으로 바꾸는 것이어야 합니다. 과학적 지식이 있어야 사람을 살릴 수 있습니다. 사람을 살리는 사람이 경제도 살릴 수 있습니다. 현대사회의 리더가 꼭 과학기술자일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도 전문가들에게 정확하게 질문하고 답변을 이해할 수 있는 교양과 기초지식, 글로벌 감각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오늘 중견 언론인들과의 대화를 통해서 더 깊은 세상을 배우고 저도 평소에 고민하던 생각을 말씀드리는 귀중한 기회로 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사회: 안 후보님이 이번 대선을 대하는 입장과 주요 정치, 국정 현안에 대한 말씀을 잘 들었습니다. 오늘로 대선이 29일 남았습니다. 남은 대선의 큰 변수로 여러 가지가 꼽히지만 역시 (최대 변수는) 단일화 문제입니다. 조금 더 덕담 수준의 질문을 하고 싶지만, 워낙 지금 안 후보님의 입에 전국의 관심 이 집중돼 있어 첫 질문은 역시 단일화부터 시작해볼까 합니다. 먼저 이 질문의 첫 시작은 한겨레신문 권태호 실장이 해주겠습니다.

권태호(한겨레신문 저널리즘책무실장):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최근에 후보 단일화를 배제하지 않겠다고 해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사실상 공론화에 나섰습니다. 이에 대한 안 후보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안철수: 저는 정권교체의 주역이 되려고 나왔습니다. 당선이 목표이지 완주는 목표가 아닙니다. 저는 최선을 다해 제가 어떤 사람이고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그리고 앞으로 대한민국의 비전에 대해서, 그리고 또 구체적인 정책에 대해서 말씀드린다면 국민께서 인정해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굉장히 귀중한 (토론) 시간을 단일화에 거의 한 15분, 30분, 이렇게 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사회: 최대한 압축해서 하겠습니다.

권태호: 그렇게 말씀하셨는데 죄송합니다. 그래도 한 가지 계속 더 여쭤봐 야 할 것 같은데요. 안 후보께서는 단일화가 없다고 하면서 공개적으로 언급해 진정성이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듣기에는 국민의힘이 단일화에 대한 의지, 실현 가능성보다 이런 문제를 제기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판단을 하는 것 같은데요. 그러면 어떻게 하면 진정성이 있다고 보실 수 있을지요.

안철수: 제가 다른 당이니까 그 당의 내부사정을 어떻게 알겠습니까만,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정보에 의하면 내부적으로도 크게 둘로 나뉘어 있다고 보고, 그리고 그 둘 간에도 서로 공론화, 어떤 합의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부에서 합의가 되지 않은 그런 상황에서 어떠한 제안이 나올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권태호: 국민의힘 의원들 가운데 여론조사를 급히 했는데 절반 이상이 단일화에 찬성한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윤석열 후보는 사실상 단일화 방식을 제안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론조사로는 안 된다, 후보자 간 단판으로 하자.’ 어떻게 보면 2012년 안철수·문재인 단일화와 비슷한 방식을 제기한 셈인데요. 이런 방식이라든지 이런 형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철수: 제가 지금 단일화에 대해 고민하고 있지 않다 보니까 어떤 방식에 대해서 고민해본 적은 더더욱 없습니다.

권태호: 또 죄송한 질문인데, 안철수 후보께서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지금 국민의당 의석이 3석밖에 되지 않습니다. 안 후보께서도 연합정부를 말씀하셨고, 어떤 형태로든 연정이나 공동정부 형태의 운영일 수밖에 없습니 다. 그런데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구체적으로 DJP(1997년 대선 때 김대중김종필 연합)를 이야기하면서 공동정부로 해서 단일화 접근에 대한 의견도 사실상 제시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안철수: 저는 양당, 어느 쪽이 집권하더라도 여전히 내각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고 반으로 나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히려 저야말로 유일하게 이런 실질적인 ‘국민통합내각’을 만들 수 있는 적임자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어디에 빚진 것도 없습니다. 저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데 가장 적합한 인재가, 그것이 좌 쪽에 있던 사람이든 우 쪽에 있던 사람이든 그것을 가리지 않고 널리 중용해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의 마크롱 같은 경우도 저보다 더 국회의원이 없었지 않습니까?저는 그래도 몇 명이라도 있는데 거기는 한 명도 없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제 일 먼저 한 일이 국민통합내각을 만들고 거기에서 좌우를 가리지 않고 내각을 구성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70년 동안 못 고친 ‘프랑스병’이라는 노동개혁을 완수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것과 마찬가지로 일단 내각을 만들어 제일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각 후보의 공통된 공약을 먼저 진행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아무리 민주당 다수의 의석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통과하는 데 큰 문제는 없지 않겠습 니까?그리고 또, 그 과정에서 아마도 대선 이후의 여러 가지 정치 구도가 국회 내에서도 바뀌는 이합집산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봅니다. 지금 거대 양당은 내부적으로 금이 쩍쩍 갈라져 있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그렇게 다시 재편이 일어날 수 도 있는데 제가 거기에 관여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또 취임 한 달도 되지 않아 지방선거가 있습니다. 4,000명에 달하는 전국의 시도 지사, 지방의원을 뽑는 자리입니다. 그러면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국민입니다. 마치 프랑스에서 마크롱을 대통령에 당선시켜놓고 그다음 총선에서 1당으로 만들어준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아마도 그렇게 일이 전개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세력이라는 게 무엇입니까?저는 그것이 정치세력이 국민을 속이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세력이 없으면 무엇을 못 한다? 저는 그것이 이해가 안 됩니다. 세력이라는 것이 결국, 우리나라 전체의 인구 중에 얼마나 많은 전문가가 있습니까?그리고 그중에서도 정치권에 있는 사람도 있고 정치권 바깥에 있는 더 좋은 전문가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한 거대 기득권 정당 이 집권하면 인재풀을 자기 진영 내의 인재풀로 확 좁혀버리고, 그중에서도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람이 한 번이라도 만나본 사람으로 인재풀을 좁히고, 또 그중에서도 자기 말 잘 듣는 사람으로만 인재풀을 좁히니까 결국 남는 사람은, 무능하고 부패한 사람밖에 남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우리나라가 결국 다른 모든 분야는 세계적인 수준이 되지만 정치가 하향 평준화를 시키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는 다른 양당, 거대정당 후보들과 달리 유일하게 그렇지 않고, 제대로 전국에 있는 인재를 골고루 등용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권태호: 한 가지만 더 여쭤보겠습니다. 답변이 예상은 되는데요. 윤석열 후보가 DJP 연합을 제안한 것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안철수 후보에게 책임총리를 제안하고 DJP 방식과 똑같이 국민의당 소속이든 여러 명의 장관 추천권을 주는 형태로, 더 구체화하면 그런 식의 제안도 가능하리라고 보는데요. 그런 제안이 들어왔을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안철수: 당연히 예상되는 답변이라고 말씀하셔서 제가 드리는 답을 이미 알고 계실 것 같은데요. 제가 이런 분야에 대해 사실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런 분야는 제 고려사항은 아닙니다.

김정곤(한국일보 논설위원): 제가 질문을 단일화 관련해 이어가게 돼 송구한데요. 짧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역대 대선에서 보면 단일화가 여러 차례 있었는데요. 후보 등록 직전 막판까지 단일화가 진행된 적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단일화 시기와 관련해 후보 등록 직전이나 투표용지 인쇄일 전, 그리고 사전투표일 직전까지, 이렇게 세 시기로 단일화가 진행될 수도 있다는 예측을 합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보니까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투표 전날까지도 사실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말씀하셨는데, 단일화 시기는 혹시 후보님이 생각하신 게 있는지, 어느 순간에 하면 가장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는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철수: 단일화 말씀을 드리기 전에 우선 한번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많은 분을 뵐 때마다 듣는 이야기들, 특히 시장에 가면 일반인들과 많이 접촉하지 않습니까?거기에서 듣는 질문이 항상 그 것입니다. ‘이번에는 도중에 그만두지 마라.’ 또는 ‘이번에도 단일화할 것이 냐.’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데요. 그 둘 다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제가 그 말씀은 꼭 드리고 싶어요. 왜냐하면 지금까지 제가 선거에 관련된 것이 지난 10년간 아홉 번입니다. 거의 매년 주요 선거에 다 관여했습니다. 우선 제가 제일 먼저 선거를 했던 것이 2012년 대선인데요. 그때는 제가 양보를 했습 니다. 이때 한 번입니다. 그다음에 나머지 2017년 대선이라든지 2013년 총선 재보궐선거, 2016년 총선, 2020년 총선, 지방선거도 2014년, 2018년, 2021년 작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인데요. 이 모든 선거를 완주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그런데 저는 모든 선거를 사실 완주했는데 왜 이번 에도 그만둘 것이냐고 이야기를 하는지, 그것이야말로 사실 잘못된 기득권 정당 정치세력의 이미지 조작인 것이지요. 제가 그만둔 적이 없습니다. 제가 제일 처음 2012년 대선에 출마했을 때는 정치나 사람에 대해 처음이다 보니 너무 선의로 대했구나, 하고 저 스스로 다시는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었던 것이고요. 그것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도중에 그만둔 적이 없다는 말씀을 하나 드리고요. 두 번째로는 제가 단일화를 안 하겠다고 하면 100% 안 했고, 단일화를 하겠다고 말을 한 적은 단 한 번입니다. 작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때. 제가 단일화를 하겠다고 말을 했을 때 단일화를 했습니다. 그래서 단일화도 선거마다 제가 했던 것이 아니라 단 한 번 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분이 잘못 알고 계셔서 제가 이 아홉 번의 선거, 매번 선거 때마다 도중에 그만두고 도중에 단일화를 했다고 이렇게 잘못된 이미지가 덮여 씌워진 것입니다. 그것이 사실 제 잘못이지요. 그런 것들까지도 바로 잡을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것이 정치인 아니겠습니까? 농부가 밭을 탓하겠습니까?그래서 정말 이번 기회에 그 사실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말씀이 너무 길어서 죄송합니다.

사회: 보충 질문을 사회자 입장에서 하나 드리겠습니다. 안 후보님의 개인 정치적 과정에서 단일화에 관련된 잘못 씌워진 이미지 같은 데서 충분히 해명이 필요할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다만 제가 두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첫 번째는 어느 선거에서보다 안 후보님께서 정권교체의 필요성에 대해 강하게 말씀하고 계시고, 두 번째는 조금 전에 말씀하셨지만 정부의 운영과 국정운영 방식에 대해서도 좋은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이 두 가지가 결국 집권을 해야, 대통령에 당선돼야 가능한 이야기들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지지율을 감안하면 29일간 극적인 변화가 없으면 당선 가능성이 그렇게 크다고 볼 수 없는데, 그렇다면 물론 개인적인 정치적 평가는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평가도 중요하지만, 대한민국의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 할 때 정권교체가 중요하고 제대로 된 국가운영이 필요하다면 그런 큰 대의적 차원에서 적어도 단일화 논의 자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기보다는 그런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되면 협상에 응해야 하지 않나, 이런 생각도 드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추가로 답변해주셨 으면 합니다.

안철수: 우선 직접 제가 어떠한 제안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그것을 분명하게 말씀드리고요. 그다음에 저는 정권교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정권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그리고 정권교체는 그를 위한 수단이자 과정입니다. 저는 그렇게 되는 것이 맞는다고 봅니다. ‘닥치고 정권교체’를 하고 나서 5년간, 지난 5년의 잘 못된 국정운영보다 더 아마추어적인 국정운영이 벌어져 우리나라가 더 어려워지면 어떻게 됩니까? 그러면 왜 정권교체를 하겠습니까? 정권교체는 지난 5년간 잘못된 국정운영의 실패에 대한 응징과 동시에 더 잘할 것 이라는 기대 때문에 정권교체 열망이 높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정권교체는 됐는데 나라는 더 엉망이고 나락으로 떨어진다?이러면 저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정권교체만 부르짖는 것이 아니 라 ‘더 좋은 정권교체’라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더 좋은 정권교체’라는 것은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들 수 있는 정권교체’, 그것을 말씀드리고요. 지금 우리나라가 정말 위기 상황입니다. 저는, 너무 우리가 서로만 바라보고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사이에 전 세계는 빛의 속도로 앞으로 나가 니까, 우리는 사실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으니까 빛의 속도로 멀어지는 것이지요. 지금 그런 상황입니다. 그래서 제발 우리의 상대는 우리 바깥에 있 고, 우리 내부는 어떻게 보면 진보와 보수, 또는 좌파와 우파라는 것이 국가를 발전시키겠다는 같은 목적하에서 방법이 다른 사람들 아닙니까?신념이 다른 사람 아닙니까? 그런데 저는 대한민국을 더 발전시키겠다는 진심은 다 똑같다고 믿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이제 더는 계속 진영으로 나뉘어, 이번 대선이 가장 걱정되는 점이 진영 간의 대결이 치열한 겁니다. 그런데 양쪽 다 지지자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은 ‘자기 후보가 마음에 안 드는데, 정말 마음에 안 드는데 국민의힘 쪽에서 정권을 잡을 수는 없지 않냐.’ 그래서 할 수 없이 거의 인질이 된 기분으로 싫어 하는 후보를 찍으려고 하고 있고요. 반대로 국민의힘 지지자의 경우에는 ‘우리 후보가 너무 싫은데 상대 후보가 되는 것만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 하면서 싫은 후보를 찍어야 하는, 지금 거의 인질 상태에 있는 것입니 다. 이렇게 돼서는 저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시대, 이렇게 중요한 시점에 앞으로 5년을 허송세월하면 우리나라에 는 다시는 미래가 없다고 믿고 굉장히 절박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해서든 정말, 국운이 있다면 이런 일들을 막을 수 있게 해주실 것이라는 믿음 아래 이렇게 지금 열심히 저 나름대로 가진 생각을 말씀드리고 대선에 임하고 있습니다.

사회: (후보를) 더 괴롭히기 위해 비밀을 하나 공개하면, 제가 사실 안철수 후보의 초등학교 후배입니다. 이것을 공개하는 이유는 괴로운 질문을 하나 더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말씀을 들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좋은 정권교체. 정말 위기의 대한민국을 구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가 현실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정권교체, 시대교체, 국가의 비전과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되 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합니다. 만약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냥 정치 공학적으로 따지면 이 대선 결과가,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정치적으로 안 후보에게는 약간 정치적 미래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보수와 중도를 합하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을 테고. 반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된다면 안 후보의 정치적 영역은 더 좁아질 수도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렇게 비판하는 양 진영의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선됐을 때 걱정하는 나쁜 정권교체, 잘못된 국정운영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오히려 10년간 중도노선을 표방하면서 기득권 보수, 진보 진영을 비판해온 안 후보께서 단일화에 참여해, 새로 열리는 정권에 참여해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훨씬 더 가능성 있고 효과적인 것 아닌가요?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안철수: 그것이 저 혼자 꾸는 꿈이겠습니까? 저는 어떤 제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제가 왜 그런데 그런 것에 대해 고민을 하겠습니까? 처음부터 고민을 안 하고 시작했습니다. 끝까지 갈 생각을 하고 시작했고, 저는 이번 대선에 나온 가장 큰 목적 중 하나가 지금 대한민국이 글로벌 사회에서 얼마나 위기에 처해 있는지를 많은 분이 몰라 그것에 대해 말씀을 드리고, 그리고 지금 치열한 미국과 중국의 과학기술 패권전쟁 속에서 앞으로 5년이 대한민국의 운명을 좌우할 중요한 시기인데, ‘대한민국의 생존전략이 무엇인가.’ 그것을 대한민국의 화두로 만들고, 또 세 번째로는 ‘앞으로 무엇을 먹고살 것인가.’ 그것을 말씀드리러 나왔습니다. 20년 주기설 아시지 않습 니까?박정희 대통령께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했기에 중화학공업이라든지 선박이라든지 철강으로 1980년대, 1990년대 20년 먹고 살았습니다. 그다음에 김대중 대통령께서 초고속인터넷망 설치하고 벤처붐을 일으켜 2000년대, 2010년대 20년 먹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더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없고 경제성장률은 떨어지고 청년실업률은 높아집니다. 다음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가 바로 미래먹거리, 미래일자리를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그런 것들을 마련하는 것인데, 지금 거기에 대해 제가 보기에는 거대 양당 후보 둘 다 문제의식이 없습니다. 그냥 나눠주기, ‘쌍(雙) 포퓰리즘’인데, 그러면 나라가 망할 것이 뻔히 보이는데 제가 저 혼자 마음 편하게 가만히 있어서 되겠습니까?저는 그런 점을 국민께 정말 간절하게 호소하고, 그래서 국민께서 제 말씀에 동의한다면 제가 당선될 수 있고, 만약 그렇지 않다면 몇 년 지난 후에야 ‘안철수의 말이 맞았구나.’ 저는 그런 불행한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사회: 안 후보님 말씀대로 지금 선두를 달리는 후보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구나, 아니면 그런 내용을 표 때문에 적극적으로 말씀을 못하는 현 실인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제가 마지막으로 단일화에 대해 질문을 하 나 드리면 만약 안 후보님의 지금 이런 미래비전을 충분히 수용하고, 그런 것들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진정성을 가지고 단일화 공식 제의를 하거나 비공식 제의를 하면 논의는 하실 수 있는 거지요?

안철수: 지금 가정(假定)이니까, 이에 대해 제가 어떤 답을 미리 드릴 필요는 사실 없지만, 최소한 지금 나와 있는 원내정당 후보가 4명 아니겠습니까?4명 간 꼭 그런 TV토론을 통한 것이 아니더라도 정말 심각하게, 제가 지난 번 1차 TV토론 때 연금개혁이 필요하다, 다음은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연금개혁을 반드시 하겠다는 약속을 끌어냈듯이 정말 중요한 화두에 대해서는 원탁 테이블도 좋고, TV토론도 좋고, 그런 자리를 마련하고 싶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서, 그러면 사실 제가 생각했던 이런 걱정되는 문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고, 국민적인 공감대가 확산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김정곤: 지금까지 계속 거론되는 국민의힘과 단일화에 대해서는 후보님의 분명한 생각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조금 측면을 달리해 후보님이 얼마 전에 연합정치를 말씀하셨어요. 저희는 그것을 연정이라고 해석하기도 하는데요. 또 민주당하고 이재명 후보는 공동정부 또는 통합정부 이런 쪽을 주장하고 있거든요. 마치 후보님의 연합정치하고 연결되는 대목도 있는 것 처럼 보이는데요. 과연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에서 후보님과 단일화를 제안해 오면 거기에 대한 여지는 열어두고 계시는지, 그리고 아까 말씀하실 때 더 좋은 대한민국을 위해 이슈별로는 토론이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지금 민주당에서 꺼낸 공동정부 또는 통합정부에 대해서는 논의할 생각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안철수: 죄송하게도 그쪽에서 제안했다는 공동정부, 이런 세부 내용은 제가 잘 모릅니다. 그런데 언뜻 드는 생각은 지금 기득권 양당에서 주장하는 어떤 공동이나 연합이나 이런 쪽은 두 정당 구성원들 내부로 국한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두 정당에 소속된 정치인 중에서 사람을 뽑아 일을 시키는 개념인 것 같고요. 저는 그것이 아니라 전 국민통합내각입니다. 정치권에 몸담은 전문가들보다 더 많은 전문가가 바깥에 있습니다. 저도 바깥에서 전문가로 여러 분야에서 일을 해봤습니다만, 보통 이런 분들은 정부의 자문에 잘 응하지 않는 분도 많습니다. 그래서 실제로는 그 분야 최고의 실력자인데도 그냥 혼자 세계적인 업적을 계속 쌓고 정치권이나 정부에 참여를 잘 안 합니다. 그러다 보니까 사실 제일 좋은 인재들을 제대로 영입 못 하고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 범위 대상이 정치인에 소속된 학자들뿐만 아니라 전체로 넓히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사회: 오늘부터 사실 오미크론과 관련한 정부의 방역체계가 독자생존 방식으로 전환됐습니다. 좋게 말하면 독자생존이고 나쁘게 말하면 알아서 하라는 것인데요. 안 후보께서 의사 출신이니까 이 코로나19 문제에 대해 많은 좋은 의견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SBS 고희경 선임기자가 코로나19 관련해 질문하겠습니다.

고희경(SBS 일반뉴스부 선임기자): 오늘도 신규 확진자가 3만 7,000명 가까이 나와 방역에 큰 고비를 맞고 있습니다. 확진자가 워낙 많이 늘어나다 보니 까 방역 당국에서 역학조사도 스스로(self) 하고 재택치료도 고위험군 위주 로 관리를 하겠다, 코로나19를 독감처럼 관리하겠다, 이런 방안까지 나오 고 있는데요. 의사 출신으로서 이런 방역 전환이 맞는다고 보십니까? 

안철수: 코로나19와 독감은 다릅니다. 사망률이 다릅니다. 굉장히 거칠게 표현해 말씀드리면 독감은 사망률이 0.1%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매년 항 상 그래 왔습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고, 특히 고령자들 은 매년 독감백신을 맞도록 권장하지 않았습니까?그런데 오미크론만 하 더라도 독감 사망률보다는 높습니다. 오미크론을 포함한 코로나19의 사망률이 독감 사망률에 해당하는 0.1% 정도가 돼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 우선 이렇게 말씀드리고요.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3차 접종을 늘려야 합니다. 특히 50세 이상 고위험 군 또는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3차 접종, 이제는 ‘부스터 샷’이라고 하지 않는 것이 예전에는 두 번 맞으면 백신접종 완료라고 했지 만, 이제부터는 기준을 세 번 맞으면 백신접종 완료,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 각하고요. 그렇게 되면 돌파감염이 되더라도 사망률이라든지 위중증으로 전이되는 퍼센티지(%)가 굉장히 많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거의 독감 사망률과 비슷해질 겁니다. 두 번째로는 방역을 바꿔야 합니다. 지금까 지 했던 것은 방역공무원이 일일이 확진자의 동선을 다 파악한 다음에 거 기에 겹쳤던 사람들 데이터를 확인해 2~3일 후에 문자를 보내 검사받으라고 알려줍니다. 그러면 그 사람은 2~3일 동안 돌아다니면서 또 다른 사람 을 감염시켰다는 이야기거든요. 이제는 더는 그것이 통하지 않습니다. 예 전 확진자 500명 시절에 있던 방역공무원 숫자나 지금 3만 명대 방역공무원 숫자가 똑같습니다. 그러니까 불가능하지요. 그러면 어떤 방법으로 해 야 하는가?국민참여형 방역입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모두 앱을 깔 수 있는데요. 그 앱 중에서 자기 동선을 기록하는 앱, 그것은 스마 트폰을 아는 사람들이면 다 알지요. 그러니까 자기 동선을 기록하되 프라 이버시가 보호돼 정부에서는 그 데이터를 들여다보지 못하게 만들어진 앱 이 이미 올라와 있습니다. 그 앱은 자기의 동선뿐만 아니라 지금 현재 정부 에서 발견한 확진자 동선 데이터까지 거기에 보내줍니다. 그러면 수시로 자기 휴대전화를 꺼내보고 내가 조금 전에 확진자 동선과 겹쳤구나, 그것 을 실시간으로 바로 알 수 있고 바로 검사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그만 큼 확진되는 사람의 숫자를 굉장히 많이 줄일 수 있는 거지요. 그다음에 세 번째가 위중증인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충분한 병상과 의료진을 확보해 야 합니다. 병상은 사실 만들 수 있습니다. 킨텍스 전체 비워놓고 병상을 만들어도 됩니다. 문제는 의료진입니다. 의료진은 확보하는 데 시간이 걸립니다. 우리나라 전체 의료진 중에 공공이 10%, 민간이 90%인데 지금은 거의 공공 의료진 위주로 되고 있거든요. 필요하다면 인센티브를 가동해 민간 쪽에 협조를 구하면서 부족한 의료진을 채우는, 그런 역할을 해야겠지요. 이런 세 가지 정도를 통해 어느 정도 독감의 사망률과 거의 비슷한 정도로 가면 아마 일상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아마도 올해 하반기 정도? 다음 대통령이 이런 것들을 제대로 잘 시행한다면 아마 하반기 쯤 정상화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고희경: 아주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는데요. 오늘 모두발언에서도 과학방 역을 강조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현행 영업시간 제한이라든지 사회적 거리 두기에 대해 비과학적이라고 보시나요?

안철수: 지금 정부가 하는 것은 한 마디로 ‘정치방역’입니다. 그러니까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한 과학적인 해결 방법을 쓰는 게 아니라, 그리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는 게 아니라 비전문가가 국민 여론을 보면서 그때그때 주먹 구구식으로 하는 방역이 바로 정치방역입니다. 이것이 아니라 이제 ‘과학 방역’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은, 가장 중요한 것은 전문가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입니다. 유명한 사진 아실 겁니다. 오바마 대통령 때 빈 라덴 사살작 전, 백악관 흑백사진 기억하실 겁니다. 거기 보면 테이블 중앙에 오바마 대통령이 없습니다. 장군이 앉아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바로 옆의 구석 에 쭈그리고 앉아 보고 있는 사진. 미국도 그렇게 하고 있고 그것이 지금 이 복잡한 21세기의 국가운영 방식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20 세기 산업화 시대에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의사결정권자가 결정해도 될 정도로 워낙 단순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분야마다 굉장히 복잡해져, 그리고 굉장히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그 분야의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고 정확한 해법을 제시하는 것은 현장 전문가들밖에 못합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그것을 완전히 바꿔야 하는 거지요. 현장 전문가의 보고를 듣고 아무 것도 모르는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 국무총리, 장관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전문가가 현장에서 바로 책임을 지고 결정하게 해주고 그것 을 정부가 뒤에서 받쳐준다, 사실 그것이 과학방역의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고희경: 그러면 현장 전문가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보셨을 것 같은데, 지금 가장 필요한 대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안철수: 가장 필요한 대책은 말씀드린 세 가지 부분이고요. 아까 오미크론에 대해 제가 말씀드렸지 않습니까?그것뿐만 아니라 저는 장기대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두에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다음 대통령 때 새로운 감 염병이 또 찾아올 확률이 굉장히 높습니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인간과 아 직 한 번도 접촉하지 않은 바이러스가 160만 종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그것은 다 오지 야생동물에 서식하고 있습니다. 인류역사상 지금까지 서로 접촉할 일이 없었던 것이지요. 코로나19도 예전부터 있었지만 접촉할 일이 없어 인류역사상 코로나19 사태가 생기지 않았던 겁니다. 그런 데는 사람이 개발하면서 점점 밀림 속으로 파고 들어가고, 지구온난화 때문에 야 생동물의 서식지가 바뀌면서 불행하게도 이것이 결국 접촉이 돼버렸지요. 그래서 코로나19가 지금 전 세계로 퍼졌는데요. 문제는 아직도 160만 종이 있습니다. 모두 다 코로나19 같지 않지만 아주 위험한 것이 많습니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미리 대비하려고 탐험대를 보냈습니다. 과학자들이 밀림에 들어가 거기에 서식하는 야생동물을 잡아 미지의 바이러스를 채취하고 실 험해 정체를 밝힌 바이러스가 3,000종 정도 됩니다. 굉장히 열심히 했지요. 그래서 159만 7,000종이 아직 남았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우리가 꼭 해야 할 일은 이번 문재인 정권 동안 정치방역으로 제대로 잘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데이터들도 매우 많은데 제대로 분석이 안 돼 있습니다. 빨리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첫 번째로 세계 최고의 방역시스템을 만들어 대기하고 있어야 합니다. 감염병 전문병원, 그리고 이건희 전 (삼성)회장이 7,000억 원 기부해 만들려고 했던 중앙 감염병전문병원, 이런 시스템들을 미리 만들어놓고, 두 번째로는 백신 주 권국가가 돼야 합니다. 우리가 백신 못 구해 얼마나 고생했습니까? 그리 고 백신은 한 달 안에 전 국민이 맞는 것이 제일 효과가 좋습니다. 당연하지요. 우리는 백신을 못 구해 질질 끌면서 6개월, 9개월 끄니까 지금 또 돌 파감염이 생기고 효과는 없고, 이렇게 된 것입니다. 빨리 못 구했기 때문에. 그런데 우리나라가 초기에 사실 정부가 국민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준 것이, 우리나라가 백신 개발 능력이 있는 것처럼 호도했습니다. 우리나라는 백신 개발 능력이 없는 나라였습니다. 어쨌든 지금은 여러 군데서 노력 한 결과 민간 중 한 곳에서 임상3상에 1개가 올라가 있습니다. 만약 그것이 통과된다면 사실 우리가 백신 주권국가가 되는, 첫 번째 백신이 되는 것이 지요. 그런 것들에 조금 더 투자해 미리 대비하는 그 두 가지가 저는 필요 하다고 봅니다.

사회: 역시 전문가다운 식견, 잘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조간(신문)에 GDP 대비 자산세가 대한민국이 드디어 OECD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는 보도 가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 8위였다가 4년여 만에 수직상승해 1위가 됐습니다. 부동산 문제는 문재인 정부 스스로도 인정하듯이 최대의 실 정이었습니다. 세 부담은 늘어나고 집값은 급상승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경제 장진모 부장이 질문하겠습니다.

장진모(한국경제신문 금융부장): 부동산 관련해 두세 가지 질문하겠습니다. 우리나라 부동산 관련 자산세의 GDP 대비 비중이 이제 프랑스와 같이 세계 1위로 올라섰다고 하는데, 물론 종부세·양도세 중과에 따른 세율 인상도 있지만 가장 큰 근본적인 원인은 집값 상승에 따른 세금 부담입니다. 많은 사람이 집값 상승으로 고통받고 있고, 집이 없는 사람은 내 집 마련의 기회가 없다고 울상이고, 집이 있는 사람은 세 부담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후보님은 왜 집값이 올랐다고 보시는지요.

안철수: 이 정부의 정책 실패이고, 그 정책 실패의 근본 원인은 수요를 틀어 막은 것 아니겠습니까?그런데 왜 수요를 틀어막았을까 생각해보면 이 사람들은 전체 가구수와 전체 주택수가 거의 비슷하니까 더는 공급이 필요 없다고 이것을 잘못 안 것입니다. 아시겠지만 수요라는 것이 하나가 아니 지 않습니까? 지역마다 각각의 수요가 따로 있고, 신규 아파트를 원하는 수요가 따로 있고, 평형에 대한 수요가 따로 있습니다. 그 수요를 맞추는 공급이 있을 때 주택가격이 안정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그런 것들은 전부 무시하고 이것을 똑같은 수요로 취급해 공급을 더 늘리지 않으니까 당연히 시장에서 수요공급의 법칙에 따라서 오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그리고 굉장히도 불행한 이런 상황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장진모: 그리고 지금 주요 대선후보들이 부동산 이슈, 부동산 세금 부담이 너무 과중하다고 하니까 너도나도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합니다. 종부세를 면제하거나 완화하거나 양도세도 유예하자, 이런 이야기인데요. 안 후보님은 이런 부동산 세제 관련해서는 크게 주목할 만한 공약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안철수: 틈틈이 인터뷰에서는 말씀드렸습니다만, 따로 부동산 공약이라고 해서 아직 발표는 안 했습니다. 아마 저희도 곧 할 텐데요. 전체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저희가 추구하는 방향은 재산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는 방향으로 미국과 같은 식의 방향이 저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의 문제점은 재산세도, 거래세도 둘 다 높은 것이 아니겠 습니까? 모든 나라에서 세제를 다 분석해보면 거래세가 낮은 곳은 재산세가 높고, 재산세가 높은 곳은 거래세가 낮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둘 다 높다 보 니까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나오는 것을 원천 차단해, 그것이 또 사실 수요와 공급에서 공급을 막는 효과가 돼서 집값 상승에 더 큰 주범 중 하나 가 돼버린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이라도 그런 양도세를 점진적으로 낮추거나 한시적으로라도 크게 낮춰 현재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 올 수 있도록 하는 것…. 사실 앞으로 몇 호를 공급하겠다고 하는 것은 5 년이나 10년 후의 일이니까요. 지금 당장 있는 집이 시장에 나오는 것이 주택가격 안정에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진모: 또 한 가지는 후보님이 ‘주택정책의 목표가 가격 안정이다, 그래서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임기 말까지 현재 61%인 주택 보급률을 80%까지 올리겠다고 하셨는 데요. 서울시 같은 경우는 집 지을 땅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재건축·리 모델링 이런 것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인데요. 가령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20년 동안 재건축을 추진하다 아직 출발도 못 하고 답보 상태에 있거든요. 왜냐하면 서울시 규제도 까다롭고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이런 것으로 인해 조합원들이 재건축의 경제성(merit) 을 못 느낍니다. 그래서 20년 동안 묶여 있는데요. 만약 집권하시면 이런 재 건축 규제를, 서울시의 주요 논란이 되는 재건축 아파트 규제를 완화할 생 각이 있는지 여쭙니다.

안철수: 저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 예전부터 변함없습니다. 지금 정부의 실패 사례 중의 또 하나가, 아까는 하나만 들었는 데요. 수요와 공급에 다양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두 번째는 민간의 역할을 무시하고 모든 것을 공공이 하려고 했다, 그래서 가령 예를 들면 재개발도 공공 재개발을 하고 개발이익 90%를 환수하 겠다니까 도대체 누가 거기에 참여하겠습니까? 비현실적인 정책 아니겠습니까?사실 투기를 잡으려고 시작했는데 투기꾼들이 가장 돈을 많이 번 정부가 이번 정부 아니겠습니까?그리고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청와대 실무를 담당한 책임자들이 돈을 가장 많이 번, 그런 정부가 돼버렸습니다. 어 쨌든 지금 재건축·재개발에 대해서는 허용을 해야 한다, 말씀하셨듯이 그렇게 부지가 많지 않아서요. 그것 이외에도 우리가 쓸 수 있는 부지들이 저는 있다고 봅니다. 아주 작은 규모이기는 하지만 국공유지, 그러니까 나라가 가지고 있는 토지라든지 또는 이전이 예정된 구(舊)청사 건물부지를 포함해서…. 공덕동에 가보면 지하철역 위에 거의 30층짜리 빌딩이 서 있습 니다. 그런 식으로 사실 지하철 상부 공간에 건축할 수 있는 것이 거든요. 그렇게 되면 거기에 대해서는 사실 따로 땅값이 들지 않습니다. 마치 토지 임대부 주택 같은 것들을 지을 수가 있고요. 또 그곳 이외에도 신촌역 같은 데를 가보면 거기는 지하가 아닌데 또 그 위에 집을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거기도 역시 마찬가지로 그냥 상부 공간을 비워놓는 것보다는 굉장히 많은 수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그런 방법입니다. 또 제가 공약에 지 난번에도 말씀을 드렸고, 아직 이번 대선에서는 발표는 안 했습니다만, 경 부선, 용산에 있는 그쪽을 지하화를 하면 굉장히 넓은 부지가 나옵니다. 그 러면 거기를 제대로 개발해 여러 가지 벤처단지를 포함해 청년들에게 주 거복지 혜택을 주는 것부터 다양한 용도로 쓰면서 주택가격 안정에 공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추가 질문을 제가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아까 보유세는 유지하고 양도세를 인하하는 방안을 말씀하셨는데요. 종부세 관련해 사실 관심이 많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재산세 합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한 적도 있는 데, 혹시 종부세 관련해 정리된 입장이 있으십니까?

안철수: 종부세가 원래는 부유세로 시작했지 않습니까?그런데 지금은 집 값도 오르고, 그리고 공시지가가 오르면서 동시에 2개가 오르는 바람에 사실 둘 중 하나만 올려도 부담이 큰데 세율과 공시지가가 둘 다 오르니까 이 부담이 엄청나 부유세가 아니라 중산층까지 다 내는 그런 세금이 돼버린 것이 저는 가장 큰 문제라고 봅니다. 그래서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예전 원래 취지인 부유세, 그래서 대상자가 국한된 그런 세금으로 만들든지, 아니면 전체적으로 통합해 자산세의 일부로 관리하든지, 그런 방법밖에는 없지 않나 싶습니다.

사회: 감사합니다. 최근 대선의 남은 기간에 여러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르 는 것이 배우자 리스크입니다. 윤석열 후보에 이어 최근에는 이재명 후보 의 배우자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고, 수사 관련해서도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 관련해서는 세계일보 조남규 부국장이 질문하겠 습니다.

조남규(세계일보 취재담당 부국장): 안 후보님이 가장 편하게 답변하실 수 있는 질문 같은데요. 최근에는 이재명 후보 부인의 공무원 사전 동원, 법인카드 유용, 이런 것이 있었고요. 앞서는 윤석열 후보 부인의 무속 논란이나 재판 중인 처가 리스크 등이 불거졌는데요. 저도 개인적으로 이런 것들이 주요하게 취급되는 대선도 이례적인데요. 후보의 배우자 문제가 대선에서 이렇게 주요하게 거론되는 이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궁금하고요. 그리고 이 문제들이 후보의 결격사유까지로 우리가 해석해도 되는지. 그리고 두 번째는 현행 대통령제하에서 사실 대통령 부인은 특별한 법적 지위가 없습니다. 그냥 관행상 존중하고 국가적인 예의를 차리는 수준인데요. 현행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의 부인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지, 이 두 가지를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철수: 우선 첫 번째로는 배우자를 포함해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 대통령 후보들의 직계가족에 대해서는 저는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 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를 보면 결국 자식 때문에 그 정권이 레임덕에 빠진 경우가 몇 번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만큼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이니까 최소한 이런 직계가족에 대한 검증은 필요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 니다. 그리고 결격사유가 되는가에 대해서는 국민이 판단할 몫 아니겠습 니까?그다음에 두 번째로는 대통령의 배우자가 법적인 지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이 굉장히 많이 거기에 배정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국가적인 업무를 수행해야지, 그것을 사적인 용도로 쓰거나 이런 것은 있을 수 없지 않습니까? 가령 예를 들면 미국을 보면 대통령의 배우자는 나름 대로 어떤 하나의 주제 또는 한 분야의 아이들에 대해서 자기가 신념을 가 지고 그들을 돌봐 대통령이 미처 살펴보지 못하는 그런 사회적인 약자들에 대한 것, 아니면 정책에 대한 문제 이런 것들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는 그런 경우를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 이런 모범사례가 우리도 나 오는 것이 우리가 선진국으로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합 니다.

사회: 현안 관련한 어려운 질문들에 좋은 답변 감사합니다. 잠깐 쉬어가는 차원에서 안 후보의 옛날이야기를 잠깐 여쭤볼까 합니다. 학교 다닐 때 집 옥상에서 식물 같은 것을 잘 가꾸셨다고, 병아리도 키워 장닭으로 만들었다는 그런 이야기를 들은 바가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권에 와서 정치 신인 이나 측근들을 키우는 것은 어떻습니까, 그 식물 키운 것과 비교하면?

안철수: 사람이 당연히 어렵지요. 제 아이 키우는 것도 어려운데 직원을 키우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것 아니겠습니까?

사회: 자꾸 주변에 측근이 떠난다는 말도 들려서, 그때 식물을 키우는 마음 으로 잘 키우면 잘 풀리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안철수: 제가 참 미안한 마음이, 사실 정치를 하면서 많이 들었던 게 아시다시피 지금 3당의 위치에서 거의 10년째 버티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도중에 1년 정도 민주당을 개혁하기 위해 김한길 공동대표와 함께 공동대표 라는 그런 지위를 가지고 들어가 노력해봤습니다만, 제 역량 부족으로 당을 바꾸기가 힘들어 나와 국민의당을 창당한 이후로, 그러니까 제 정치의 대부분을 제3당으로 보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는 그 취지, 우리나라에서 기득권 거대 양당 때문에 문제해결이 안 되고 계속 싸움만 하고 정권교체 가 아니라 ‘적폐 교대’만 자꾸 반복되는 이 상황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닌 사 람들이 저와 함께 모였습니다. 그러다가 선거가 다가와 여론조사를 해보면 당선 가능성이 굉장히 떨어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분들은 사실 각자가 정치인인지라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당선돼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거대 양당 중 한쪽으로 가버립니다. 그러고 나서 거기에 누구 아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그러니까 거기에 가서, 모든 분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저를 비판하기 시작하는 것이지요. 그러면서 당내에서 자기의 존재 감을 쌓고 자기 입지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밖에 없어서요. 그런데 저는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제가 거기에 대해서 어떤 한 마디나 비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조금 더 좋은 정치 환경을 만들어줬다면 저 사람들이 떠나지 않았을 텐데, 내 역량이 부족해 여건을 잘 못 만들어준 것에 대한 미안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본인이 그 당에서 입지를 굳히기 위해 저를 비난하는 데 대해 오히려 미안한 마음으로 그냥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사회: 관훈토론회가 여러 가지 신뢰를 얻고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가 후보 께서 자기 생각을 충분히 말씀하실 기회를 드리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렇 지만 또 한정된 시간이라 조금 속도감 있게 답변해주시기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리고 패널분들도 질문을 압축해서, 궁금해하는 질문들이 많고, 또 플 로어에서도 좋은 질문이 와 있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소화할 수 있도록 진 행 속도를 높이겠습니다. 지난 첫 방송토론회에서 최대의 성과이자 안 후보 같은 중도노선이 필요한 것을 보여주기도 했던 국민연금 개혁에 잠정 합의가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국민연금 관련해 고희경 선임기자가 질문하겠습니다.

고희경: 어제 심상정 후보가 제일 먼저 연금개혁안을 내놨습니다. 일단 보 험료를 3~4% 포인트 정도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는데요. 그러니까 안 후보님이 생각하는 연금개혁의 큰 틀도 더 내고 덜 받는 식이 되는 것입니까?

안철수: 저는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은 지속가능성을 위해 피해갈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소득대체율을 지금보다 더 낮출 수는 없습니다. 그 렇다고 높이기도 힘듭니다. 제일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2028년이 되면 소득대체율이 40%가 됩니다. 그 선을 유지하는 게 최소한이다, 지금도 사실 ‘용돈 연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을 더 낮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정리해 말씀드리면, 보험료율은 지금보다 높이지만 소득대체율은 40% 정도를 최소한으로 두고 유지하는 것. 일본은 50%입니다. 대신 보험료율이 조금 더 높지요. 그리고 보험료율을 어느 정 도로 높일 것인가, 우리나라가 지금 9% 내고 있습니다. OECD 평균이 18%입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렇게 2배로 올리는 것은 부담이 많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공적연금 중에서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이 있지 않습니까?거기는 보험료율이 한 15% 됩니다. 그래서 국민연금 9%, 특수직역연금 15%, OECD 평균 18% 이 사이에서 사실 국민적인 합의를 끌어내야 합니다. 제일 좋은 모델이 영국입니다. 영국은 연금개혁에 대해 12주간, 그러니까 석 달간 전 국민이 모여 토론을 했습니다. 그때는 영국 전체가 연금개혁에 대한 이슈로 완전 모든 사람이 같이 고민하고 자기 의견을 내면서 엄청 서로 시끄럽기도 하고 그랬습니다만, 결국 그렇게 해서 합의가 돼 지속가능한 연금제도가 됐습니다. 우리도 영국처럼 전 국민이 이렇게 모여, TV방송도 마찬가지겠지요. 전부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해서 가닥을 잡고 정리하는 것. 저는 그런 방법이 다음 정권 초기에 일어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감사합니다. 다음은 최근 윤석열 후보의 선제 타격론이나 사드 추가 배치론 등의 입장이 나오면서 외교·안보 문제가 또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이에 관해서는 세계일보 조남규 부국장이 질문하겠습니다.

조남규: 후보님은 지난달 28일 서울외신기자클럽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삼불정책. 이른바 ‘사드를 추가로 배치하지 않겠다.’, ‘미국 중심의 미사일방어체계에 편입되지 않겠다.’, ‘한·미·일 군사협력에 불참 하겠다.’ 이런 삼불정책과 관련해 이것을 대한민국의 자주성을 해치는 잘못된 정책이라는 의견을 밝히셨는데요. 지난 5일 SNS에 소모적인 사드 추 가 배치 찬반논쟁보다는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 완성이 더 급하다는 입장으로 다소 물러서는 듯한 그런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사드 추가 배치에 대 한 생각이 바뀌신 것입니까?

안철수: 전혀 아닙니다. 물러선 것도 아닙니다. 저는 우선순위를 말씀드린 것입니다. 지금 수도권 방어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수도권 방어가 거의 되지 않고 있습니다. 사드도 수도권을 보호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수도권의 제일 큰 위험요인은 핵무기보다 장사정포입니다. 그리고 작년에 김정은이 초대형 장사정포까지 만들었습니다. 지금 사드는 40~150㎞ 아주 고고도만 방어하는데, 장사정포는 40㎞ 이하입니다. 그러니까 사드가 사실 무력화되는 그런 상황이지요. 그러면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제가 5년 전에 이스라엘에 가 아이언돔을 보고 왔습니다. 아이언돔 같은 것을 먼저 만들어 수도권을 장사정포로부터 안전하게 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5년 전부터 저는 주장해왔거든요. 다행히 늦었지만 이제 보니까 한국형 아이언돔을 지금 개발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어쨌든 그것이 2022년 후반에 만들어진다니 하루빨리 거기에 총력을 집중해 만들어야 하는 그런 문제가 있고요. 그다음에 우리가 지금 L-SAM을 개발 중이지 않습니까? 그것이 아마 이르면 내년, 늦어도 2024년에는 나올 것입니다. 물론 거기는 40~70㎞이니까 사드의 하단 정도 방어를 합니다만, 우선 그런 것들부터 먼저 완성해놓고 그다음에 그런 상황에서 사드에 대한 것을 토의하는 게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조남규: 그러면 어떤 조건이 되면 사드의 추가 배치가 필요한 상황이지요?

안철수: 그러니까 방금 L-SAM 같은 경우는 40~70㎞라고 했지 않습니까?잘 아시겠지만, L-SAM2 같은 경우는 40~150㎞니까 그것은 한국형 사드라고 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아마 그 정도 되면 우리나라에서 지 금 L-SAM2가 나올 것 같은데, 우리나라 국방예산에서 굉장히 많은 돈을 들여 개발 중인데, 그러면 또 구태여 그때 미국산을 살 필요가 있겠는가, 그 러면 우리가 지금까지 국세, 혈세를 들여 만든 L-SAM2는 도대체 어디에 써야 하는가, 사실 그런 문제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말씀드린 것입니다.

조남규: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가 구축되면 굳이 중국을 자극하면서까지 사드를 추가로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시군요?

안철수: 저는 중국 자극 이전에 주권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대한민국 이 사드를 배치하든 안 하든 중국이 하지 말라고 간섭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가 삼불정책에 반대하는 것입니다.

조남규: 그것은 별론(別論)으로 하고, 그러면 삼불정책 중 하나인 미국 중심의 미사일방어체계에 한국이 필요하다면 편입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 요?

안철수: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 국익을 최대한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그 당시에 결정하면 되는 것이지요. 제가 삼불정책에 반대했다고 해서 미국 MD체제에 가입하자는 말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스스로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주권을 가져야지, 중국의 눈치를 보느라고 우리의 주권을 포기한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서 반대했습니다.

조남규: 한국의 안보를 더 강화한다는 조건이라면 한·미·일 군사협력도 더 지금보다 강화할 필요도 있다고 보시는군요?

안철수: 그것도 사실 미국 MD에 가입할 것이냐 안 할 것이냐, 하고 같은 맥락 아니겠습니까? 지금 보면 한미동맹이 있고, 미일동맹이 있지 않습니 까? 그런데 사실상 그렇게 되면 어느 정도 동맹관계 형성은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직접적으로 한국과 일본은 협력관계지요. 동맹관계가 아니지요. 저는 이 정도 상황에서 당분간은 현상 유지를 해도 큰 무리가 없다, 특히 지소미아(GSOMIA·군사정보 보호협정) 같은 그런 정보 공유까지도 되는 마당에 더 나아갈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조남규: 같은 맥락에서 지금 한일 관계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로 꼬여 있는데, 그 부분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안철수: 우선 일본과의 관계는 저는 투트랙 정책을 써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역사문제와 경제나 안보문제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고, 우리의 목표는 1998년의 김대중-오부치 한일 파트너십 선언, 그 시절로 돌아가 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남규: 그러면 일본의 부담을 조금 덜어주는 차원에서 강제징용자들에 대 한 배상을….

안철수: 제가 질문을 까먹어 죄송합니다만, 그런데 대법원에서 판결이 났 지 않았습니까?집행명령을 실행에 옮기는 것은 행정부의 일입니다. 그래서 저는 다음 정부에서, 대법원판결은 당연히 존중해야지요. 그것은 우리 나라 국가시스템이니까요. 그런데 이 집행명령을 행정부가 가지고 있으니까 이 건에 대해 사실 한일 정상이 서로 회담을 통해 이 문제를 포함해 함 께 풀어갈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우리의 지렛대(leverage)로 쓸 수도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사회: 선거 막판으로 가면서 추경 편성을 통한 여야 퍼주기, 포퓰리즘 경쟁이 우려하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14조 원이었던 추경이 지금 100조 원까지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기축통화국도 아니고 경제의 상당 부분 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서 대외신인도가 무엇보다 중요한 나라에서 심각 한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국가부채, 추경, 재정 건전성 문제에 대해 한국경제 장 부장이 질문하겠습니다.

장진모: 정부가 1월 추경에 14조 원을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거대 여야가 합의해 20조, 30조, 40조 원까지 늘리자고 했습니다. 정부의 홍남기 부총리가 반대한다, 안 된다고 하니까 민주당에서 탄핵하자,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요. 물론 김부겸 총리는 ‘국회가 뜻을 모으면 우리도 검토는 해보 겠다, 그런데 돈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냐’ 이렇게 말씀하시는데요. 안 후보 님은 추경 증액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다른 후보 들도 다 한다고 하는데요. 

안철수: 저는 추경을 국채를 발행해 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607조 원, 작년에 통과된 그 내에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거기에 보면 여 러 가지 비효율적인 사업도 꽤 많습니다. 사실 1월 추경이라는 것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1951년 1월 추경 한 번 하고 지금까지 그런 적이 없었 는데 1월 추경을 할 정도가 된다는 이야기는 작년에 예산 편성할 때 한 달 앞도 못 내다봤다는 이야기이니까 얼마나 무능한가를 나타내주는 것으로 생각하고, 저는 국채 발행을 해서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내부의 그런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이번 1차 추경에 필요한 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도 허리띠를 졸라매야지요. 우선 첫 번째로 그렇게 생각하고요. 두 번째로는 언제까지 이렇게 (코로나19가) 확산하면 추경하고, 확산하면 추경하고 이렇게…. 국가재정이 무슨 장난입니까?이것을 그렇게 누더기처럼 만드는 것에 대해 저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제안했던 것은 코로나19 특별회계를 만들자고 했습니다. 코로나19 특별회계를 만들면 분명하게 재원 조달 방식이 나오고, 분명한 대상들이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재정 조달 방법까지도 다 열거했습니다. 예를 들면 부가가치세의 10%, 개별가치세의 10%, 그리고 또 여러 가지 정부 내부 사업에 대한, 재조정 포함해 다 모아보면 30조 원 정도 됩니다. 그러면 30조 원을 가지고 꼭 필요한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께 집중해서 지원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훨씬 더 제대로 된 것으로 생각하고요. 왜 30조 원인가, 제가 지난번에 2019년과 2020년 사이에 감소한 부가가치세를 놓고 계산해보니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손실이 거의 1년 동안 20조 원 정도에 달하는 것 같습 니다. 그러면 20조 원에 어느 정도 또 유보금(buffer)이 필요하다 싶어서 일 단 30조 원으로 정했고요. 만약 모자라면 어떻게 하느냐, 그때 국채를 발행 하자는 것이지요.

장진모: 그러니까 지금 정부가 제출한 14조 원 외에 올 한 해 동안 한 30조 원의 코로나19 특별회계 예산을 확보하자, 이런 말씀이시네요.

안철수: 그렇습니다. 그런 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재정 운용 이다, 그렇게 말씀드립니다.

장진모: 다음은 국가부채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습니다. 현재 문재인 정부 4년 반 가까이 동안 국가부채가 한 400조 원 늘었습니다. 2017년 말 600조 원에서 지금 1,000조 원 정도 됐거든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도 30% 후반대에서 거의 40%, 올해는 50% 가까이 갑니다. 그런데 결국 늘어난 복지 수요, 줄어드는 세수 이런 것인데요. 집권하면 국가부채 관리를 어떻 게 하실 것인지, 빚이 늘어나는 속도도 전문가들은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 다. ‘너무 빠르게 늘어난다, OECD 최고 속도이다’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 니다. 

안철수: 제일 먼저 재정준칙을 통과시켜야 합니다. 이러다가 정말 다시 또 ‘IMF 외환위기’ 같은 사태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이미 피치(Fitch, 영국 신용평가기관)가 경고했지 않습니까? 지금 윤석열·이재명 후보의 공약을 그대로 실현에 옮긴다면 신용등급 하강의 압력이 세질 것이다, 그렇게 이야기를 했지요. 보면 윤석열 후보 같은 경우가 거의 추가로 200조 원 정도가 들고, 이재명 후보 같은 경우는 거의 1,000조 원 정도 추가로 드는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어쨌든 재정준칙을 통과시키는 것이 우선인데….

장진모: 법을 제정하자는 말씀이신가요?

안철수: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비기축통화국이라는 것을 자꾸 정치권 에서 잊어버리는 것 같아요. 사실 기축통화국은 부채비율이 100%가 되든 200%가 되든 부도가 안 나지 않습니까?그냥 (돈을) 계속 찍어내는 것이지 요. 그래서 미국의 달러나 EU의 유로화나 일본의 엔화 같은 경우…. 그런데 우리나라는 비기축통화국이니까요. 다른 나라는 부채비율이 100%이니 까 괜찮다? 그렇게 비교하는 것 자체가 사실 굉장히 무식한 주장입니다. 그러면 어느 정도가 돼야 하는가. 그래서 조사를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OECD 국가 중에서 비기축통화국의 부채비율이 53% 정도 됩니다. 우리가 거의 거기에 근접하고 있고, 그런데 부채증가 속도가 빨라 내년이 되면 그 평균을 초과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루빨리 이것에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문제가 우선 인구가 감소하고, 그리고 또 경제성장률이 낮아져 부채상환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겁니다. 부채상환 능력이, 지금 5 년 전이지요. 5년 전에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시작되고 작년부터 전체 인구 감소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하강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데, 이럴 때 갑 자기 부채증가 속도를 사상 최대로 하는 것은, 개인 가정에서 가계부를 써 도 이렇게는 안 합니다.

장진모: 그러면 결국 돈의 지출을 줄이거나 돈을 많이 벌어 와야 하는데, 결국 세금을 많이 걷어야 하는데 안 후보님은 지금까지의 정책 기조로 보면 감세냐 증세냐, 이런 것으로 볼 때는 감세 기조에 가까이 서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 우리가 증세해 복지 수요를 충당하는 것보다 감세하면서 기업들의 성장성을 높이면서 거기에서 세금을 많이 걷어 성장을 통한 세 금 확충, 그런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지금 사실 증세 없는 복지라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한 번 나간 복지공약, 복지지출을 줄일 수도 없는 것이 거든요. 아까 말씀하셨던 저출산·노령화, 갈수록 복지 수요는 증가하는데 재정 준칙을 만들면 결국 미국처럼 정부 예산 확보를 못 해 정부 셧다운 되는 그 런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고, 상당히 어려운 문제인데요. 어떻게 이 문제를, ‘돈 아끼자.’ 이런 것으로 끝낼 것은 아닌 것 같아서요.

안철수: 저는 증세가 꼭 필요하고, 그것을 위해 첫 번째는 정부가 투명성을 강화해 국민의 신뢰를 얻은 다음에 ‘이 분야에 이 정도 돈이 필요하니까 이 정도 증세가 필요하다.’ 그렇게 설득하자는 입장입니다. 혹시 제가 감세를 하자고 잘못 알고 계셨다면, 제가 신기술 투자에 대해서는, 연구개발비에 들어가는 돈에 대해서는 일종의 감세지요. ‘세제 혜택을 주자.’ 그렇게 주장 한 것인데요. 이 부분입니다. 그리고 전체적인 기조는 정부 투명성을 강화한 다음에 필요한 만큼 증세에 대해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게 옳다는 생각 이거든요. 제가 프랑스에 한번 가봤는데 그 나라 친구가 자기의 세금고지 서를 보여주더라고요. 그런데 거기에서 보니까 ‘얼마를 내라.’ 그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이 낸 돈 중에서 얼마는 교육에 쓰이고 얼마는 도로 보수에 쓰이고 얼마는 공무원 월급 주는 데 쓰이고…’ 라는 명세서를 주는 것입니다. 저는 그래서 유럽 같은 국가가 정부를 믿고 세금을 내는 데 그렇게 큰 저항이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인데요. 우리도 앞으로 그렇게 해야지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사회: 이번 대선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주변 변수로 치부됐던 20대, 30 대의 정치적 결정력, 또 자기 정치적 행동의 방향에 대해 스스로 놀라면서 적극적인 주체로 참여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지지율 변화를 20 대, 30대가 이끌고 있기도 합니다. 관련해 사실 유례없이 젠더문제가 이번 대선의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SBS 고희경 선임기자가 관련 질문을 하겠습니다.

고희경: 어제 윤석열 후보가 이런 인터뷰를 했더라고요. ‘여성 불평등은 이 제 옛날이야기다. 차별은 개인적인 문제이지 더는 우리 사회에서 구조적인 차별은 없다.’ 이렇게 인터뷰를 했습니다. 여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 요?

안철수: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후진국에서 태어난 사람과 선진국에서 태어난 사람이 동시대에 함께 사는 유일한 국가이다.’ 그러니까 저희 아버님 세대에는 우리나라가 후진국일 때 태어나 나라를 이렇게 발전시켰고, 지금의 2030세대는 선진국에서 태 어난 아이들 아니겠습니까?그러니까 여러 가지 생각도 다르고, 남녀관도 다르고, 양성평등에 관한 그런 환경도 굉장히 다르다고 봅니다. 그것이 저는 고민의 지점이라고 보는데요. 사실 어떻게 보면 그래서 더 미시적으로 접근해야지 거시담론으로 하나의 원칙을 가지고 전 세대를 덮어씌우는 것 은 해결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현재 기성세대 가운데는 기업의 임원 비율이라든지, 또는 내각의 여성 비율이라든지 훨씬 더 낮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사실 어느 정도 기회를 줄 필요는 있다고 보는데요. 또 20대, 30대를 보면 오히려 여성이 더 많은 직종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 대별로 촘촘하게 접근해야 하고, 기본적인 방향은 양성평등을 이루는 쪽으로, 그렇게 가는 게 방향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사회: 청와대 비대화 문제,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문제는 늘 논의해왔고, 또 모든 후보가 지금 청와대 축소, 권한 축소 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관련해 김정곤 한국일보 논설위원이 질문하겠습니다.

김정곤: 후보님이 얼마 전에 청와대를 정부청사로 옮기겠다는 공약을 말씀하셨습니다. 윤석열 후보도 비슷하게 공약을 하셨는데요. 지금 우리나라 정치권에서 가장 크게 문제된 것이 제왕적 대통령제를 (어떻게든) 해결하자 는 취지이고 청와대 중심 국정운영을 지양하겠다는 의미로 읽히는데요. 그런데 과연 장소만 옮긴다고 해서 ‘청와대 정부’, 또는 ‘제왕적 대통령’의 모든 문제를 다 해소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우려, 비판도 있습니다. 비대한 청와대, 그리고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복안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철수: 사실 권력구조 개편을 하려면 개헌이 필요하지 않습니까?그런데 개헌은 시간이 걸리니까 우선 개헌 전에 할 수 있는 것, 그다음에 개헌한다 면 어느 방향이 좋은가, 이렇게 2개로 나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우선 지금은 굉장히 이상한 형태로 국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청와대 정부 방식으로, 청와대 비서진이 장관들에게 명령을 내려 일이 진행되는 방식으로 그렇게 되고 있는데요. 사실 그렇게 돼서 제대로 잘 운영되는 조 직은 없습니다. 제가 평생 직업이, 지금 다섯 번째 직업입니다만 공통된 것 이 전부 다 저는 인사관리자였습니다. 관리를 제가 거의 평생 해왔습니다. 그런데 원칙이 있습니다. 조직을 크게 나눠보면 보좌진 조직이 있고 부서 장, 각 부서가 있습니다, 실행조직…. 그런데 보좌진에서 역할을 잘하던 사람이 부서장이 되면 제대로 못 합니다. 굉장히 불행하다고 여깁니다. 그전 에는 의견만 내면 됐는데 부서장이 되면 책임감이 너무 커져 굉장히 불행해하고요. 반대의 경우로, 잘하던 부서장을 보좌진으로 앉히면 성과를 자기 손으로 못 만드니까 아주 불행하다고 느낍니다. 그것이 제가 지금까지 조직관리를 하면서 겪어온 일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둘 다 잘하는 사람은 없구나, 제대로 역할을 분배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대한민국은 전혀 그렇게 안 움직입니다. 오히려 청와대가 보좌진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 결정하고 거기에서 장관들에게 업무 하달을 하고 장관들은 아무런 권한도 없고, 이런 상태로 가니까 제대로 될 리가 있겠습니까?그래서 저는 이 정상화는 헌법 개헌을 하기 전에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청와대의 현재 규모를 반으로 줄이는 겁니다. 그리고 철저하게 대통령 보좌 역할을 해야지, 자기 이름을 걸고 인터뷰를 하고, 비서진이 그런 비서진이 있습니까?그다음에 책임장관, 책임총리가 돼야 그 사람들이 자 기가 책임감을 가지고 일을 추진하고, 잘못했으면 책임지고 옷을 벗어야 하고…. 사실 책임과 권한의 크기는 같습니다. 권한을 준 만큼 책임도 주는 쪽으로 가야 정상화될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의사결정은 청와대 비서진이 아니라 국무회의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요. 그리고 제왕적 대통령제. ‘왜 미국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라고 안 하는데 우리만 할까?’ 한번 찾아봤습니다. 보니까 미국 대통령제와 대한민국의 대통령제가 대통령이라는 이름만 같고 (권한 행사는) 완전히 다릅니다. 동명이인입니다. 왜냐하면 미국 대통령은 행정권한(executive power) 하나만 가지고 미국을 경영합니다. 거기에다 상원, 하원 그리고 막강한 주지사들 로부터 견제를 받습니다. 그러니까 견제와 균형이 일어나는 것이지요. 그런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행정권한뿐만 아니라 입법권도 가지고 있고 인사권도 가지고 있고요. 국회에서 통과를 안 시켜도 자기가 인사할 수 있으니까요. 미국은 안 그렇거든요. 그리고 (우리 대통령은) 예산권도 가지고 있고, 감사권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것이 완전히 권력의 ‘절대 반지’ 를 가지고 있는 셈이지요. 미국 대통령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엄청난 힘 을 다 가지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이고, 그러면 견제 세력이 있는가?없습니다. 지금 대통령 아래에 국회가 있고, 그 아래에 사법부가 있고 이런 꼴 아닙니까?그 아래에 감사원이 있고. 지난 총선 때 참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이, 후보자가 주장하는 것이 그것이더라고요. ‘제가 대통령을 보호하겠습니다.’ 그래서 저 사람이 국회의원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것인 지 알고나 있는 사람인지, 헌법은 한번 읽어봤는지, 참 기가 막히더라고요. 그런데 당선이 됐습니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고치려면 저는 권력 분산형 대통령제…. 나중에 우리가 개헌한다면 임기 4년 중임, 이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지금 대통령의 권력을 나눠주고 분산시키고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을 만들고,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게 제 소신입니다.

사회: 감사합니다. 토론 시작 때 단일화 문제로 집중적인 질문을 한 (한겨레 신문) 권태호 (저널리즘책무)실장이 너무 오래 기다렸는데, 추가 질문 하나 준비된 것 하시지요.

권태호: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통합 차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사면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국민 공감대와 수용기간을 고려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윤석열 후보는 집권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곧바로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안 후보께서는 집권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사면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안철수: 두 분 다 감옥에 계셨을 때, 저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상황을 살 펴보니까 두 분 다 건강이 굉장히 안 좋으시더라고요. 그래서 감옥에서 돌 아가시는 일은, 이것이 국민적 불행에다 국민 갈등에 굉장히 큰 도화선이 됩니다.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사면은 사실 대통령의 정치적인 결단이 필요한 일이니까 형집행정지를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형 집행정지의 요건이 법률에 일곱 가지인가 정해져 있는데 그중 하나가 70 세 이상, 두 번째가 중병을 앓고 있을 때 이런 것들이라 거기에 전부 해당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두 사람 다 형집행정지를 하고 사면에 대해서는 그다음 대통령이 국민적인 공론화를 통해 대통령이 결단해 할 문제이다, 저는 그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사면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형집행정지도 아니고 그냥 그대로 있는 형편인데요. 저는 우선 형집행정지부터 하겠습니다. 그리고 보통 일반 사면은 사면위원회에서 결정합니다만, 특별사면은 대통령 결심입니다. 이런 경우 저는 사면위원회를 통해 국민적인 공론화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입니다.

사회: 예정된 토론시간은 11시 40분입니다. 저희도 추가 질문이 있지만, 토론시간을 지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추운 날씨에 와서 경청해주신, 플로어에서 질문이 네 가지 들어왔는데요. 일부는 여기에서 답변했거 나 질문이 된 내용이고요. 한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그래도 토론에 경청한 분이 참여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가지 중 한 가지, 답변이 없었던 부분에 대해 질문을 받아볼까 합니다. 이규진(관훈클럽 회원·네오넷코리아 회장) 선생님 계시면, 질문지를 제가 대신해 읽을까요? 신속한 진행을 위해 전달해주신 질문 내용을 읽겠습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 보가 대통령이 돼서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신랄하게 비 판해주시기 바랍니다.’ 지금 단일화 문제도 걸려 있고 하니까 혹시 두 후보 에 대해 하실 말씀이 있으면 해주시기 바랍니다.

안철수: 제 장점을 말씀드리는 것이, 반대로 해석하면 그에 대한 답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첫 번째로는 저는 회사를 만들고 돈을 벌어본 사람 입니다. 다른 두 분은 세금으로 나눠주는 일을 했던 분들입니다. 그러니까 국고를 채울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다음에 두 번째 로는 20년 주기설을 아까 말씀드렸습니다만, 다음 대통령의 가장 큰 역할은 앞으로 20년 동안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먹고살 수 있는 미래먹거리, 미 래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은 전부 과학기술 기반(base)입니다. 과학 기술에서는 다른 후보들이 저를 따라올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내수형 법률가’는 과거에 대한 응징을 주로 하십니다. 그것이 사회에 꼭 필요한 기능이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러다 보면 평생 과거만 바라보던 사람은 미래를 볼 수 없습니다. 모르면 안 보입니다. 아무리 보고 싶어도 안 보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담해지는 것이지요. 세 번째로는 저는 의사 출신이니까 누구보다 이 방역시스템을 제대로 갖추고 ‘백신 주권국가’를 만 드는 데는 어떻게 보면 세계에서 가장 적임자 대통령이 될 수 있을 것입니 다. 그 정도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후보 중) 저만 군대 갔다 왔는데요(웃음).

사회: 추운 날씨에도 관훈토론회에 참여해 끝까지 경청해주신 플로어의 선 배·동료 여러분에게 감사드립니다. 또 쉽지 않은 질문에도 끝까지 성실하 고 진지하게 답변해주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게도 진심으로 감사의 말 씀을 전합니다. 저희 대(代)에 와서도 관훈토론회의 권위와 신뢰가 지켜지 기를 기대하면서 저희도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광고 방송을 하자면, 14일에는 심상정 후보의 토론회가 있습니다. 더불어 지금 ‘(대통령 후보) 4자 후보 토론회’를 추진 중입니다. 앞으로 관훈토론회가 한국의 정치토론 문화, 그리고 좋은 정치로 바꿔나가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 습니다. 장시간 감사합니다. 

“근본 처방 없이 지엽적 문제에 집착한 결과, 착한 의도로 나쁜 결과를 가져왔다.”

역대 정부의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접근법에 대해 유길상 전 한국고용정보원장은 이렇게 평가했다. 문재인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은 민간 영역 확산의 마중물이 되지 못했다. 박근혜정부의 고용유연화를 통한 이중구조 완화 정책은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동력을 상실했다.

진보정권도, 보수정권도 해결하지 못한 채 한국 노동시장에 고착시킨 이중구조 문제는 윤석열정부의 당면 개혁과제이기도 하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취임 후 두 번째 기자간담회에서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심각성을 확인했다”며 “10월 중으로 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노동계 안팎에선 이전 정부의 이중구조 해소 정책을 반면교사로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근시안적 정책, 비정규직만 늘렸다”

13일 유 전 원장은 본지 통화에서 이중구조 심화 원인에 대해 “시장원리에 반하는 정책들로 부작용을 초래했다”며 “노동운동도 이중구조를 심화하는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근시안적인 정책과 정규직 중심의 노동권 강화가 비정규직의 비율은 크게 줄이지 못하면서 처우만 악화하는 형태로 나타났다는 의미다.

실제로 고용부의 2022년 고용형태 공시 결과에 따르면 직원 수 300명 이상 기업의 ‘소속 외 근로자’는 2017년 90만2000여명 수준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93만5000여명으로 늘었다. 소속 외 근로자란 기업에서 파견·용역 등의 형태로 일하는 근로자다. 통상 비정규직으로 불린다. 전체 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19%에서 17.9%로 1.1%포인트 줄어드는 데 그쳤는데, 2020년과 올해에는 각각 전년 대비 0.2%포인트, 0.5%포인트 늘어나면서 들쑥날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정규직 제로’를 외친 문재인정부에서 정책 효과가 크지 않았다는 점은 현 정부가 수치의 함정에 빠져선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지난해까지 중앙부처와 공기업 등 853개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19만8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는 이명박정부(6만명)와 박근혜정부(8만명)보다 훨씬 큰 규모다. 그러나 공공기관 정원을 정부 임기 내 35% 이상 늘리고, 협력업체 소속 직원들을 자회사를 만들어 채용하는 등 각종 ‘꼼수’가 난무했다. ‘인국공 사태’(인천공항공사의 정규직 전환 추진에 기존 정규직과 취업준비생들 반발)로 공정성 시비가 커지는 등 청년층의 반감도 샀다.

유 전 원장은 “결과만 가지고 접근하다 보니 물줄기(근본 원인)를 바로잡는 걸 하지 않았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단계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창출이 이뤄지는 사회적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정책 자체도 미흡했지만 이중구조 문제는 교육, 대학 등과 다 맞물려 있다. 각 분야 정책들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적합한 기술을 갖추지 못한 근로자들은 이중구조 아래에 위치할 공산이 크다. 이들에 대한 사전 및 재교육과 함께 다양한 고용형태를 감안한 노동 관계법 개정 등으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디지털·신산업 분야 인재 18만명을 2024년까지 양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신산업시대 노동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근로기준법 개정 방침을 시사했다.

◆‘저임금’ 곡소리… 원·하청 해법 찾아야

정부가 정책 시야를 넓히는 것과 아울러 조선업 등 업계 고질병인 다단계 원·하청 구조개선에도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7월 50여일 만에 마무리된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정부 추산 7000억원대의 경제적 손실을 남겼다. 이중구조 문제가 경제·산업계에도 적잖은 해악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준 셈이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역대 정부가 원·하청 임금격차 해소에 목소리를 내왔지만 관련 정책은 모호했다”며 “뚜렷한 대책을 내놓는 대신 계속 스터디(연구)만 한 결과”라고 꼬집었다.

고용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조선업의 소속 외 근로자 비중은 62%에 달한다. 조선업처럼 성수기가 뚜렷하게 구분돼 비정규직에 의존하는 건설업(47.3%)과 제조업 분야의 철강·금속업(32.6%) 등도 상당한 수준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과 비정규직 근로자는 사측과의 협상이 어려워 사실상 정규직 전환이나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없는 처지다.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이 같은 이중구조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빈부 격차도 여전하다.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임금근로일자리 소득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은 529만원인 반면, 중소기업 근로자는 259만원으로 2.04배 차이였다. 문재인정부 첫해인 2017년(2.19배)과 비교해 대동소이하다.

이에 노동계 일각에서는 국가 주도로 하청 근로자에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하는 제도를 활성화해야 하청의 임금 파업을 막고 이중구조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미국에서는 ‘적정임금제도(Prevailing Wage·PW)’를 시행하고 있다. 세금이 투입되는 공공 건설 사업에서 주 정부가 업종별로 시간당 임금을 설정해놓는 제도다. 임금 삭감이 불가능해 저가 수주 경쟁을 막을 수 있다. 심규범 건설근로자공제회 조사연구센터 전문위원은 “적정임금제도를 도입하면 하청의 가격경쟁이 기술경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도적 뒷받침 없인 임금체계 개편 ‘공염불’ 그쳐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는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 핵심 과제인 임금체계 개편과도 연결돼 있다. 근속연수에 따라 임금이 늘어나는 연공급제로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늘리는 악순환이 반복돼서다. 그러나 임금체계는 노사 간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전임 정부들이 20년 가까이 드라이브를 걸었음에도 제자리인 실정이다. 정부가 제도적 뒷받침과 사회적 대화에 적극 나서지 않으면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3일 대한상공회의소의 ‘코로나19 이후 임금격차 진단과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연공급제의 대표 격인 호봉급제를 도입한 대기업 비중은 지난해 기준 60.1%로 나타났다. 근속기간 1년 차 근로자 대비 30년 차 근로자의 임금수준(임금연공성)은 2.95배에 달했다. 이는 주요국과 비교해도 꽤 높은 편이다. 연공성이 높다고 평가받는 일본은 2.27배, 독일 1.80배, 프랑스 1.63배, 영국 1.52배 등이다.

내부 노동시장이 이처럼 경직될 경우, 대다수 기업들은 추가 고용 시 비정규직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결국 임금체계 개편 없이는 비정규직 확대를 막기 어렵다. 이에 정부는 한국형 직무별 임금정보 시스템을 신설하고, 컨설팅 사업을 확대해 임금체계 개편을 지원하기로 했다. 노동시장 개혁 과제 초안을 만들고 있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최근 업종별 근로자·인사담당자를 대상으로 현재 임금이 결정되는 체계와 직무·성과 평가방식이 공정한 보상으로 연결되는지 등에 대해 의견을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계에선 보다 적극적인 정책 대응을 주문한다. 한국은행의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정책 대응’ 보고서에서 연구진은 “(임금체계 개편의) 성공 여부는 인사관리 시스템이 얼마나 직무 중심으로 전환되는가에 달려 있다”며 “기업 간 임금을 공개하고 비교하는 임금공시제를 통해 기업 간 임금격차를 사회적으로 공론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라고 제언했다. 직무·직능급제가 비교적 활발한 미국은 노동국(BLS)에서 800개가 넘는 직종의 임금을 숙련도별로 상세하게 제시하고 있다. 임금 책정의 체계와 기준을 정부 차원에서 정리해 인사관리 분쟁을 최소화했다. 독일은 2017년 임금공개법을 제정해 임금에 관한 정보를 기업별로 알 수 있도록 했다.

임금체계 개편을 가속화하기 위해선 노사 양측의 사회적 합의가 필수인 만큼 정부 출범 이후 ‘개점휴업’ 상태인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노동계 관계자는 “노사 입장을 이분법적으로 보는 대신 정부가 얼마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대화 테이블에 앉히느냐가 합의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연금개혁은 흔히 ‘코끼리 옮기기’로 불린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덩치가 큰 데다 다양한 구조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수식을 푸는 것도 쉽지 않다.

우리 연금제도는 제도 목적인 ‘노후 소득보장’에 있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재정안정성’은 한참 전부터 ‘빨간불’이 켜졌지만 방치됐다.

육중한 코끼리를 옮기려면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야 하지만 개혁 방향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어렵다. 지난한 과정이 필요하다. 역대 정부도 모두 연금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개혁’ 수준의 변화로 이어지지 못한 배경이다.

윤석열정부는 공적연금 개혁을 국정과제로 내걸고 ‘시대적 과제’인 연금개혁을 향한 첫발을 간신히 뗐다. 윤석열 대통령은 “연금·노동·교육 개혁은 국민이 명령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2023년도 5차 재정 계산에도 본격 착수했다. 내년 3월까지 재정 추계 결과를 발표하고 내년 7월까지 연금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연금개혁 방식에는 모수개혁과 구조개혁이 있는데, 정부는 모수개혁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다. 모수개혁은 국민연금 제도의 틀은 바꾸지 않고 보험료율(월 소득의 9%)과 소득대체율(40%), 의무가입기간, 수급개시 연령(올해 기준 63세) 등을 조정하는 개혁 방식이다. 쉽게 말해 ‘더 내고 더 받을지’, ‘덜 내고 덜 받을지’ 등을 정하는 게 모수개혁의 핵심이다.

◆“60년 후엔 소득 30% 내고, 20%만 받을 수도”

윤석열정부에서 연금개혁은 ‘더 내고 덜 받는’ 재정안정론의 관점에서 주로 논의되고 있다. 지금의 연금제도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적연금은 국민연금과 공무원·사학·군인·별정우체국직원 등 특수직역연금으로 구성되는데, 국회예산정책처의 ‘4대 공적연금 장기 재정전망’을 보면 국민연금은 33년 후인 2055년이면 기금이 소진되고 2090년에는 적자가 17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무원연금은 2020년 이미 적자가 2조원이 넘었고, 군인연금도 같은 해 1조7000억원 적자였다. 사학연금은 2033년 적자로 전환돼 2048년 기금이 소진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국민연금의 기금 소진 시기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앞당겨지고 있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0.81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을 밑도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30년 전체 인구의 20%를 넘고, 2070년에는 절반에 가까운 46.4%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데 생산인구는 계속 줄어드는 상황이다. 2018년 제4차 국민연금 재정 계산에서는 현재의 보험료율을 유지한다면 기금 소진 이후 2088년까지 누적적자가 1경7000조원에 달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권문일 국민연금연구원장은 통화에서 “60∼70년 후면 가입자 1명이 수급자 1.4명을 감당해야 하는데 기금이 고갈되면 노인들에게 평균 20%의 급여율만 보장한다고 해도 가입자는 소득의 약 30%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며 “미래 세대에게 30%를 내고 20%를 받으라고 하면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대 간 약속’인 연금제도를 미래세대가 믿지 못하면 제도는 지속할 수 없다.

◆평균 57만원으로 노후 보장할 수 있나

그렇다면 재원이 모자란 만큼 연금이 노후 소득을 충분히 보장해주고 있을까. 지난 4월 기준 노령(국민)연금 평균 급여액은 57만6905원(특례노령·분할연금 제외)이다. 노후에 받는 50만원대 급여가 적정 소득을 보장해줄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 지난해 OECD가 각국의 소득대체율을 비교한 조사에선 한국은 31.2%로 OECD 평균(47.4%)에 크게 못 미쳤다.

소득대체율 40%는 겉보기에는 연금이 노후소득을 상당 부분 책임지는 것 같지만 이는 40년 가입했을 경우다. 실제 소득대체율은 40%보다 크게 낮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해 12월 기준 ‘20년 이상 가입자’는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483만명)의 15.4%(74만명)에 불과하다.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인 특례노령연금 수급자가 26.4%(127만명)를 차지한다. 물론 연금 가입 기간이 짧고 연금액도 낮은 데는 우리 연금제도의 역사가 짧아 미성숙한 탓이 크다.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와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생)가 은퇴하고 수급자가 될 때는 가입 기간과 수급액이 모두 늘어나게 된다. 다만 국민연금이 성숙하려면 가입자가 일찍 연금제도에 들어와 장기간 가입해 많은 수급액을 타도록 해야 하지만 ‘국민연금 사각지대’가 적지 않다. 지난 5월 기준 국민연금 가입 대상자 3099만명 중 가입자는 2179만명이다. 60살까지 최소납입 기간 10년을 채우지 못하는 가입자들을 포함하면 사각지대는 더 늘어난다.

◆“보험료 올리되 노후소득 대책 마련해야”

‘재정안정성’과 ‘노후소득 보장’, 무게 추를 어디에 두는지에 따라 연금개혁의 방향이 바뀐다. 재정안정성을 강조하는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9일 국회 토론회에서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약 17%까지 인상하고 국민연금 내 소득에 따라 차등을 두는 재분배 기능을 없애고 완전소득비례연금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윤 연구위원은 “정부의 낙관적인 재정 추계가 맞는지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아야 하고 국민연금과 사학연금의 미적립 부채, 누적적자 등을 공개해 지금의 제도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남찬섭 동아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연금제도가 노후소득 보장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해야 사람들이 돈을 더 낼 수 있다”며 “소득대체율을 45% 이상으로 올리고, 보험료 인상도 필요하지만 경제 위기를 고려해 먼저 다른 재원 마련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노인빈곤율은 지난해 43.4%로 OECD 평균인 13.1%의 3배가 넘는다. 우리 전체 인구 빈곤율이 16.7%인 것을 고려하면 노인 빈곤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남 교수는 “유럽 대부분의 나라는 노인빈곤율이 10%를 넘지 않는다”며 “경제규모 10위권인 나라가 2000년대 중반부터 노인빈곤율이 40%에 계속 머문다는 건 자원배분이 아주 잘못돼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권 원장은 “OECD 평균 연금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7∼60% 되는데 우리는 모든 공적 이전소득을 다 포함해도 불과 25%”라며 “공적 이전소득 비중이 작다는 건,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빈곤도 심각하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2007년 이후 15년 동안 재정 안정화 조치가 전혀 없었다”며 “국민연금의 보장성이 지금도 충분치 않아서 급여를 내리는 건 적절치 않고 보험료율을 12%까진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오 위원장은 “있는 그대로의 재정 상태를 가입자에게 공유해서 보험료 인상에 대한 수용성을 높이고 인상폭이 크지 않더라도 우리 세대가 지속가능성을 위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연금 개혁 동력으로 특수직역까지 손봐야”

정부가 국민연금 모수개혁에 나섰지만 이것만으로는 당면한 연금제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민연금은 돈을 적립해 장기적으로 급여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당장의 노인빈곤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다. 기초연금이 그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다른 공적연금과 분리돼 발전하다 보니 국민연금·기초생활보장제도 등과 상충하는 문제가 생겼다.

재정 문제도 이어진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과의 관계 재설정,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공무원·군인·사학연금 제도 개혁 등 구조개혁 없이 연금개혁은 완성될 수 없다.

윤석열정부는 기초연금을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겠다고 공약했다. 노인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40만원 정도를 임계점으로 본다. 기초연금이 40만원이 되면 노인 부부 가구가 부부 감액 20%를 받아도 월 64만원을 받게 된다. 국민연금 평균 급여액(월 57만원)보다 많다. 물론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함께 받으면 혜택이 더 크다. 하지만 매달 납입하지 않아도 되는 기초연금 수령액이 올라가면 보험료가 부담스러운 일부 저소득층에게는 국민연금 가입 동기가 떨어질 수 있다.

기초연금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기초연금을 강화해 저소득층을 확실히 보장하고 국민연금의 재분배 기능을 없애, 낸 만큼 받는 소득비례로 바꾸자고 제안한다. 중산층 이상은 연금수급액이 늘게 돼서 국민연금과 퇴직연금 등으로 노후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 기초연금이 도입된 뒤 국민연금의 재분배 기능과 중복된 측면이 있고, 국민연금의 재분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국민연금이 앞으로도 제 기능을 못 할 것으로 본다.

고소득자는 일찍부터 연금에 가입해 수급액을 최대한으로 받고, 저소득자는 연금에 가입하지 않아 재분배 기능이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한국의 특성상 소득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데다 보험료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성숙하면 대부분의 노인이 수급자가 되기 때문에 국민연금을 중심에 두고 기초연금은 보조수단으로 써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지금 당장의 노인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이 필요하지만 세금으로 충당하는 기초연금의 경우 확대하더라도 미래에 적정 노후소득을 보장받기는 어렵다.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국민연금 제도 안으로 들여오는 게 장기적으로는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구조개혁이 여러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지만 정부가 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모수개혁 부분 개혁은 윤석열정부에서 완수하고, 더 나아가 다층연금체계를 정립하는 등 구조개혁 방향의 합의를 끌어내면 큰 성과”라고 말했다. 권문일 국민연금연구원장은 “특수직역연금 문제도 심각하다”며 “이미 적자여서 세금으로 보전해줘야 하는데, 이해관계자가 복잡해 정치적으로 다루기 쉽지 않다. 국민연금 개혁에서 동력을 얻어 특수직역연금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한 기자 han@segye.com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호텔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중국공산당의 도전에 맞서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역내 국가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대만해협 사태와 관련, “미국과 관련국들의 결의가 약해졌다고 판단한다면, 중국은 대만을 공격할 것”이라며 한국과 베트남은 ‘쿼드’(Quad)에 참여해 중국의 도전에 맞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쿼드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이 참여한 안보협의체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폼페이오는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조율했다. 인터뷰는 지난 13일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호텔에서 진행됐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대만해협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유럽에선 러시아의 도발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도전은 대만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인권탄압 사례를 흘려 넘겨선 안 된다.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는 모든 관련국은 중국의 스파이 활동이나 경제적 활동 등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대만이 중국의 도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군사적인 지원을 포함해 모두 수단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규모도 작고 능력도 뛰어나지 않다. 우크라이나 역시 주권을 지킬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을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

―대만해협 사태는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에도 파장이 크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중국공산당은 한국에 안보와 경제 차원에서 매우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내가 반복적으로 얘기한 것이지만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조종하고 있다. 김정은은 시진핑의 대필작가나 다름없다. 국가안보 차원에서는 두 사람을 독립적 존재로 봐선 안 된다. 중국은 북한에 필수적인 경제적 자원을 지원하기 때문에 김정은의 행동은 결코 독립적으로 이뤄질 수 없다. 이는 한국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우리는 꼭 해야 할 일에 집중해야 한다. 쿼드가 그것이다. 쿼드는 순항하고 있다. 이제는 중국공산당의 도전을 이해하는 다른 나라들도 쿼드에 참여해야 한다. 한국이나 베트남이 그런 나라들이다.”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수 있다고 보나.

“시점을 예상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다. 지금 당장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시진핑은 현재 미국 행정부의 취약점을 간파하고 있다. 미국 군사력의 취약점이 아니다. 결의의 부족이다. 미국 정부는 중요한 것을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능력이 있는데도 아프가니스탄 국민들을 보호하지 않았다. 이달 말이면 미국의 아프간 철군 1년이다. 나도 아프간 미군 감축에 동의했지만 미국은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빠져나왔다. 그런 과정을 시진핑과 김정은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을 지키겠다는 미국과 관련국들의 결의가 약해졌다고 판단한다면, 중국은 대만을 공격할 것이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지난해 5월 미 의회 인준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을 지역 범위의 작전계획에 통합시키겠다”고 발언했다. 대만 급변사태 시 주한미군이 동원될 가능성이 있는가.

“주한미군은 (중국의 대만 침공을 격퇴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요인이다. 개인적으로 주한미군을 배제한다면 실수라고 생각한다. 중국공산당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려면 많은 희생을 치르겠다는 결연한 각오를 해야 한다. 한국은 물론, 미국도 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히 얽혀 있다.”

폼페이오 전 장관과의 인터뷰는 세계일보 자매지인 미국 워싱턴타임스, 일본 셋카이닛포와 공동으로 진행됐다. 오른쪽부터 셋카이닛포 토시유키 하야카와, 필자, 워싱턴타임스 가이 테일러, 워싱턴 타임스 **. 서 있는 인사는 폼페이오 경호원. 허정호 선임기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밋 2022 & 리더십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북한은 대통령 재임 시절 나와 함께 출발했던 길을 계속 걸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할 수 있을까.

“우리는 북·미 정상회담 당시 핵을 포기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받으라고 설득했다. 그리고 2700만 북한 주민의 삶을 개선시키라고 했지만 비핵화 이행 방법을 놓고 의견이 갈려 결국 미완에 그쳤다. 하지만 김정은은 젊다. 그가 핵 없이도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르기를 바란다. 그러려면 시진핑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미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은 트럼프를 만날 때마다 시진핑에게 사전 보고를 했다. 싱가포르, 하노이 회담 직전에는 공개적으로 시진핑을 찾아갔다. 그에게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무슨 말을 할지, 어떻게 행동할지 보고를 하고 지도를 받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대화를 할 때마다 모든 면에서 중국의 입김을 느낄 수 있었다.”

―트럼프 정부가 다시 들어서면 북·미 정상회담이 재개될 것으로 보나.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에 걸었던 길을 다시 걸을 것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 판단 아닌가. 지난 회담에서 북한 고위층과 많은 접촉이 있었고 이는 큰 자산이다.”

-2024년 대선에 출마할 계획인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하나님만이 알 것이다. 오는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승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조남규 기자 coolman@segye.com
 

 

*아래는 함께 인터뷰한 미국 워싱턴타임스 기사. 

Pompeo says China’s Xi senses ‘weakness’ emanating from White House

Former secretary of state say calls out Biden's 'absence of resolve' on foreign policy

By Guy Taylor - The Washington Times - Updated: 10:23 p.m. on Sunday, August 14, 2022

The U.S. should give Taiwan “every tool” it needs to block a Chinese takeover, according to former Secretary of State and potential 2024 Republican presidential candidate Mike Pompeo, who says an “absence of resolve” in President Biden‘s foreign policy has invited aggression from adversaries around the world.

Hostile regimes — particularly Russia, China, Iran, North Korea and Venezuela — sense weakness and are eager to capitalize, Mr. Pompeo said over the weekend. He suggested that the art of great-power deterrence that has long undergirded America’s global posture has all but fallen by the wayside over the past two years.

“Deterrence depends on both capabilities and intention, and the administration has not shown the intention to protect the things that matter,” Mr. Pompeo told The Washington Times in a wide-ranging interview during a visit to South Korea, where he appeared at an event promoting deeper U.S. engagement in the Pacific.

Although he sidestepped the question of whether he will run for president — saying “only the Lord knows” — Mr. Pompeo said he will do everything he can to ensure a Republican victory in the congressional midterm elections.

He expressed concern that national security agencies, including the FBI, are under assault from a “political mindset” that threatens to undermine the core mission of protecting Americans.

When asked about the FBI’s raid of former President Donald Trump’s Mar-a-Lago estate in Florida, Mr. Pompeo said it’s imperative to “strip out the politics” from the agency’s day-to-day operations.

He warned of dangerous consequences “when you start prosecuting your enemies” in domestic politics.

More broadly, he suggested that Mr. Biden‘s foreign policy missteps should factor into Republican efforts to retake Congress and the White House. He said the anniversary this week of the Taliban’s surge back to power in Afghanistan is one of the more disturbing examples.

Xi sees weakness

The administration’s disastrous handling of the U.S. troop pullout set into motion a trend of adversaries pushing the envelope in increasingly aggressive ways, Mr. Pompeo said.

China, especially, has grown emboldened to advance its interests vis-a-vis Taiwan with confidence that Washington will seek to avoid confrontation, he said.

Mr. Pompeo said he personally supported reducing U.S. forces in Afghanistan, but only under a “certain set of conditions.”

“Every world leader” witnessed the “debacle” of the U.S. withdrawal last year and “saw an America that wasn’t prepared to do the basic blocking and tackling, something that it was fully capable of doing to protect its people and its interests,” he said.

“When they see that — that absence of resolve — I think it increases the likelihood that Xi Jinping will make an aggressive attempt to do what he has long wanted to do, which is to bring Taiwan back inside of the Chinese orbit,” he said. “There is little doubt in my mind that Xi Jinping senses weakness from an American administration.”

His comments coincide with hand-wringing in Washington over the Biden administration’s response to rising Chinese military provocations toward Taiwan after House Speaker Nancy Pelosi’s visit to the island democracy.

Mr. Biden drew bipartisan criticism over his administration’s conciliatory rhetoric around the Pelosi visit. The White House went so far as to publicly warn the California Democrat that the trip was “not a good idea” and could unnecessarily provoke China.

The placatory posturing continued even after China responded to the Pelosi visit with live-fire military drills, claiming her trip violated the U.S. commitment to the “one-China” policy.

The administration has since drawn criticism for resisting a bipartisan push for legislation to revamp the policy by declaring Taiwan a “major non-NATO ally” and authorizing $4.5 billion in security assistance.

Pelosi undercut

Mr. Pompeo, who was a Republican congressman from Kansas before serving as CIA director and secretary of state under Mr. Trump, took issue with the administration’s posturing and defended Mrs. Pelosi’s resolve to visit Taiwan.

“Once Speaker Pelosi had announced her intention to travel to Taiwan, to have the executive branch … frankly part of her party … come out and say, ‘No we don’t think it’s wise for her to go,’ is exactly the same language that would be used [by] the Chinese Communist Party’s foreign ministry,” he said. “That weakens America. It makes us less secure and certainly presents a lot of risk to Taiwan.

“The Chinese act as if this was some huge challenge, some huge confrontation with them, some intentional provocation of the Chinese Communist Party,” he said. “She was getting on an airplane, landing and having a meeting, and so we ought not lose sight of the fact that what the Chinese Communist Party did over the last week isn’t really a response to Pelosi’s visit.”

“[It] was a post-hoc justification for what they’ve wanted to do … to unify Taiwan with China,” Mr. Pompeo said. “The truth is they want to go take over another free and sovereign nation and bring it inside of the Chinese orbit.

“To protect them from allowing that to happen,” he said, “we should be providing the Taiwanese every tool they need.”

The former secretary of state also accused the administration of falling short on providing military support to Ukraine to fend off Russia’s invasion.

“There’s been all this talk about we’re going to provide these resources, and I think if you ask the Ukrainian military, we have been slow and late and small,” Mr. Pompeo said. “You can disagree on the policy, and many do, even inside my own party. But if your policy is to support the Ukrainians and provide them the tools they need to defend their own sovereignty, provide them. Don’t issue a press release; just provide them.”

Clear lines drawn

Mr. Pompeo also criticized the Biden administration’s policy of waiting indefinitely for Iran‘s hard-line Islamist government to accept the president’s offer to reinstate the Obama-era nuclear accord. Mr. Trump pulled the U.S. out of the agreement in 2018.

The Justice Department last week announced that an Iranian operative had been charged in a plot to kill Trump-era National Security Adviser John Bolton. Sources familiar with the charges have said Mr. Pompeo was also a target in the plot.

Mr. Pompeo said Iranian leaders have “made no secret” about efforts to “come after” officials of the former Trump administration. He said the Trump administration was more committed than the Biden administration to ensuring “Iran never got nuclear weapons.”

“The Biden administration is pretty focused on giving them a whole bunch of money, which will ultimately enable them to do just that, to build not only a weapon but a weapons program,” he said in reference to the administration’s offer to restore sanctions relief if Iran returns to compliance with nuclear enrichment limitations set by the Obama-era deal.

Mr. Pompeo spoke with The Times while in Seoul to participate in a leadership summit, Toward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hosted by the Universal Peace Federation.

UPF was co-founded by Hak Ja Han Moon, the leader of the Unification Church and wife of the late Rev. Sun Myung Moon. The two devoted their lives to the promotion of world peace and the reunification of the Korean Peninsula — an undergirding premise of the movement that grew from the Unification Church that Rev. Moon founded in 1954.

The movement has evolved through the decades into a global spiritual movement and an affiliated commercial empire comprising hundreds of ventures in more than a half-dozen countries, including hospitals, universities and newspapers, including The Washington Times.

In his interview with The Times, Mr. Pompeo emphasized the need for a firmer and clearer policy toward North Korea. He suggested that the Biden administration’s lack of resolve has resulted in Pyongyang “preparing to conduct a nuclear test.”

More broadly, Mr. Pompeo described “deterrence” as an idea “at the center of keeping America safe.”

“Whether you live in Minnesota or Texas or El Paso,” he said, “you need a strong America that deters.

“You can’t constantly be on your back foot … purely playing defense, because the other side will see that,” Mr. Pompeo said. “If they don’t feel risk and they don’t feel threat and they don’t feel that there is a strong America, then I always use the old Southwest Airlines line, they will ‘feel free to move about the cabin.’

“That’s what you’re seeing all across the world. You’re seeing the bad guys feel free to move across the cabin.”

He said the Trump administration’s model was “to use America’s core strength, our economic power, our resources and energy, all the tools that we have that aren’t related to the United States military. And then we’re going to build up a military that says when it’s ‘go’-time, we’re going to be really good.”

He said the Biden administration needs to learn from the Trump team’s combination of clarity about bright lines and willingness to push back if those lines are breached.

“Our national security team [was also] serious about saying these are the things that matter, we’re going to defend those lines. It wasn’t everywhere and always. It was realistic. It was restrained,” Mr. Pompeo said. “But we were serious about it, and I think that kept a lot of the bad guys saying, ‘You know, we think we’ll give the Americans some space for the things that they have demonstrated that they care about.’”

He said that under Mr. Biden, “that’s what’s flipped.”

“When you draw those lines, you set out the boundaries, you have to be prepared to defend them … in a way that the bad guys can see it’s just not worth the risk,” he said.

• Guy Taylor can be reached at gtaylor@washingtontimes.com.

https://www.washingtontimes.com/news/2022/aug/14/pompeo-says-chinas-xi-senses-weakness-emanating-wh/

 

 

‘0.81명.’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이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1명 이하인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OECD 회원국 평균치(2019년 기준 1.61명)와 비교해봐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더 큰 문제는 한국의 가파른 저출산·고령화 속도다. 2006년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시행한 뒤 수백조원의 재원을 투입했지만, 이 기간 합계출산율은 1.13명에서 0.81명으로 낮아지고 출생아 수는 45만명에서 26만명으로 줄어드는 등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연금·복지재정 등에 소요되는 비용은 갈수록 늘어나고 이에 따른 세대 간 갈등 요소도 곳곳에 포진돼 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인한 비용만 늘고 대책 효과는 미진한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대책을 복지 문제가 아닌 사회·경제적 구조 개혁 차원으로 전환하고, 저출산 완화 정책과 함께 ‘적응 정책’도 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9일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 2020∼2070년’에 따르면, 2070년 출생아 수는 2020년(27만5000명)보다 8만명 가까이 줄어든 19만6000명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출산율 등 인구변동요인별 중위(중간 수준) 추계 기준으로, 저위 추계 시 출생아 수는 12만명으로까지 줄어든다.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많아지면서 총인구는 2020년 5184만명에서 2070년 3766만명(중위 추계) 수준으로, 생산연령인구는 1737만명(2020년 3738만명)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인구의 급격한 감소는 노동공급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 인구가 증가하던 시기에 형성된 교육·국방·산업 등 사회·경제 시스템에도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15년간 380조원 투입… “근본적 변화 필요”

여태껏 정부가 이 문제를 손 놓고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감사원에 따르면, 정부가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한 뒤 2006년부터 2020년까지 15년간 투입한 예산은 380조20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예산 투입에 5년마다 새로운 대책을 추진했음에도 출산율 감소를 막아내지 못한 만큼,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한다.

인구 전문가인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복지 차원에서 다스리기에는 굉장히 제한적인 효과밖에 없다”면서 “삶 전체를 관통하는 의제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출산유인책과 같은 일시적 현금성 지원이나 복지서비스보다는 교육·주택·산업·고용 등의 전반적인 사회·경제적 구조개혁이 필요한 때라는 것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2020년 30대 미혼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저출산인식조사에서 정부의 인구구조 변화 대응 정책에 관해 묻자 절반 가까이(45.4%)가 ‘출산 장려 위주의 정책으로 느낀다’고 답했다.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지원 위주의 정책으로 느낀다’는 응답은 20.9%에 불과했다. 전 교수는 “복지에서 경제로, 출산에서 생애 전체로의 접근 방식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당연히 구조개혁도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4차 계획, 추상적 패러다임 아래 세부 과제 망라”

2020년 말 마련된 제4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에서도 방향의 변화는 보여줬다. 4차 기본계획은 ‘모든 세대가 함께 행복한 지속 가능한 사회’라는 비전 아래 개인의 삶의 질 향상 등의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 일자리·주거 등 저출산을 불러일으키는 사회·경제적 요인에 대한 세부 과제가 부재하고, 가족지원 예산 등도 미흡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선권 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지난 5월 ‘제4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문제점과 개선방향’ 보고서에서 “(제4차 기본계획은) OECD 주요국의 보편적인 정책 방향인 가족지원 확대, 최근의 국제적인 합계출산율 동향에서 분명해지고 있는 경제적 불확실성 요인에 대한 대책 등과는 괴리돼 있다”며 “‘모든 세대의 삶의 질 제고’라는 추상적 패러다임하에서 부처별 관련 세부 과제들을 망라해 제시하는 방식을 여전히 답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지난해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저출산 정책은 핵심과제에 집중하는 동시에 정책 수단의 합목적성과 관리 효과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저출산 대응 재정사업 추진 시 수혜자 입장에서 정책의 효용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저출산·고령화 ‘적응 정책’도 병행돼야

저출산 현상을 완화하는 대책과 동시에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에 우리 사회가 잘 대응하도록 하는 ‘적응 정책’이 병행될 필요성도 제기된다. 단기간 내 출산율을 끌어올리기 힘든 상황에서 변화하는 인구구조에 따라 파생될 혼란들을 미리 방지하고, 미래 세대에 부담이 되지 않게끔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대책 변화를 주도할 거버넌스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통화에서 “미래의 이야기를 공무원들이 하기 힘들다. 아직 안 일어난 사건에 대해서 예산을 배정받을 수도 없고, 그 사건들은 대부분 갈등적 요소가 많다”면서 “그런 것을 하게끔 하는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게 (인구정책)기본법이기도 하고 거버넌스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도 대통령실에서 의지를 표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강진 기자 jin@segye.com

지방소멸은 저출산의 결과인 동시에 인구 감소를 심화시키는 원인이기도 하다. 청년층이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이동하면서 소멸위험지역이 증가하는 가운데 수도권 역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현상이 확산하기 때문이다. 지방에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등 장기적인 국가균형발전 전략이 저출산 위기 극복의 첫 단추가 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19일 한국고용정보원 이상호 센터장에 따르면 2022년 3월 현재 전국 228개의 시군구 중 소멸위험지역은 113개(49.6%)로 나타났다. 소멸위험지역은 20~39세 여성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가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0.5 미만) 지역을 말한다. 소멸위험지역은 2005년 33곳에 불과했지만 2015년 80곳으로 증가한 뒤 2020년 102곳으로 집계돼 100곳을 넘었다.

20~39세 여성 인구가 65세 고령인구의 5분의 1에 미치지 못하는 소멸고위험지역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 2020년 소멸고위험지역은 23곳이었는데 지난 3월 현재 45곳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과거 제조업이 활발했던 통영시, 군산시 등은 물론 포천시, 동두천시 등 수도권 외곽도시도 새롭게 소멸위험지역에 포함되는 등 범위가 점점 확산하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초저출산 현상(합계출산율 0.98명)이 지속될 경우 2047년부터 전국 모든 시군구가 소멸위험단계에 진입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감사원은 지난해 ‘인구구조 변화와 대응실태I(지역)’ 보고서를 통해 2047년 158개 시군구는 인구가 감소하지만 수도권 집중화의 경향으로 경기도 내 20곳을 포함한 71개 시군구의 인구는 오히려 증가해 지역 간 불균형이 심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을 향한 청년층의 이주는 수도권의 활력을 높이기보다는 인구를 감소시키는 원인이 된다는 지적이다. 높은 인구밀도가 사회적 경쟁을 심화시켜 만혼, 저출산 현상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임보영 감사원 청구조사4과장은 ‘우리나라 초저출산과 지역불균형의 관계에 관한 실태분석’을 통해 “청년들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가 몰려 있는 수도권을 선호해 수도권으로 이동한다”면서 “초저출산과 수도권 인구이동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방의 양질의 교육과 일자리를 육성해 심각한 지역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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