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와대가 언론의 북한 미사일 관련 기사를 ‘국적없는 보도, 국익없는 보도’로 규정하며 “국익에 대한 전략적 고려 없이 정부를 흔들고 있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는 한국의 관점과 국익을 중심으로 전략적으로 대처하고 있는데 “언론이 위기를 부풀리면서 정부가 야단법석을 벌이지 않는다고 삿대질을 해대고 있다”는 게 비판의 요지다.

언론이 정부의 늑장대응을 문제삼은 보도에 대해서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대통령이 꼭두새벽에 회의를 소집해서 심각한 대책을 내는 게 현시점에서 과연 바람직하냐”고 반문했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 ‘포용’ 정책을 이어받은 참여정부로서는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남북관계를 악화시키는 것은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정부의 대북정책과 위기대응 태세를 지적하는 사람들은 ‘국적’도 없고 ‘국익’도 따지지 않는 사람인양 비판하는 것은 독선적 태도다. 국민 대다수가 정부의 대북정책에 공감하고 있다는 투의 비판은 옳지 않고 현실이 그렇지도 않다. ‘국익’과 ‘알 권리’의 문제라면, 행정부의 금융전산망 조회 관련보도를 둘러싼 뉴욕타임스와 부시 행정부의 갈등 사례가 근래의 타산지석이다.

더욱이 위험천만의 미사일 발사 경보를 민간항공사 등에 사전 발령하지 않았던 정부가,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보도를 비판하면서 “대통령의 제일 관심사는 국민의 안전”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다.

국민이 불안해할까 봐 미사일 발사 징후를 쉬쉬하고 발사 이후에도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정부의 설명에, 정작 국민은 얼마나 공감하고 있을까?

조남규 정치부 기자

 도고 가즈히코(東鄕和彦).

 일본 제국주의 시절 외무대신을 지낸
도고 시게노리(東鄕茂德·1882~1950)의 손자입니다.
전직 일본 외교관이자 미 프린스턴 대학 교수인 그가 최근,
작금의 미일 밀월관계를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일제 전범(戰犯)의 후손이 하는 말이라서
더욱 귀가 솔깃했습니다.
무엇보다 일본 국수주의자들이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시기와 질투가 범벅이돼 바라보는 미일 관계를
그는 왜 '문제가 있다'고 하는 걸까요?
 
 한 마디로 일본의 자세가 문제라는 것입니다.
인근 국가인 중국과 한국과의 관계는 만신창이로 만들어놓고
-그 것도 역사왜곡과 신사 참배강행 같은 경우없는 행동으로-
대미 관계 강화에만 주력하는 건 이치에 닿지 않는다는 지적입니다.
이웃인 한,중은 무시하면서
미국에게만 알랑대느냐는 말이지요.
백 번 옳은 말이고,
이런 얘기를 일본인의 입을 통해 듣게됐다는 것이
자괴스러울 정도입니다.
 
 그는 미국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합니다.
일본의 안하무인격 처신은 미국의 침묵에 의해
조장된 측면이 있다고 하면서,
일본이 한,중 관계를-특히 떠오르는 중국 문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미국이 떠안게될 것이라고 충고합니다.
미국의 침묵이 일본 국수주의자들에게
대 중국 강경노선을 취하도록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미국이 자신들의 노선을 언제까지든 지지할 것이라는 오도된 믿음을
강화시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지금이라도 일본에게
일본이 조장하고 있는 한중일 3국의 불안정 상황은
그 누구에게도 이익이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주지시켜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그러나 역사 문제는 '판도라의 상자'와 같아서
한,중이 일본과 첨예한 '역사 전쟁'을 벌이고 있듯이
미국도 일본과는 진주만 공습으로 대표되는 '불행한 역사'를 공유하고 있어서
감히 뚜껑을 열어제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하는군요.
그의 분석을 뒤집으면,
현 부시 행정부는 일본의 존재를 너무 중시한 나머지
한,중의 역사분쟁까지 거들 여유를 잃어버렸다는 말입니다.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고이즈미 총리에게 한미일 3국 동맹의 중요성을 설득하기 보다는
그를 전용기인 '에어포스 원'에 태워 엘비스 프레슬리 저택으로 데려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남는 장사'라는 판단을 내린 셈입니다.
 
 일본의 노선은 마치 구한말 갑신정변 직후
일본이 내건 '탈아입구(脫亞入歐)론'을 연상시킵니다.
문자 그대로,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를 지향한다는 뜻입니다.
당대의 전략가 후쿠자와 유키치는,
당시 갑신정변 실패로 중국의 조선 지배권이 강화되자
'일본은 아시아의 대오에서 벗어나 서양의 문명국과 진퇴를 함께하고
중국과 조선에 대해서는 이웃이기 때문에 특별히 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인들이 그들을 대하듯 그대로 처분하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중국과 조선이 끝내 주권을 지키기 힘들다는 전제에서 출발한 '탈아입구론'은
결국 세계 문명제국이 두 나라의 국토를 분할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일본은 서양과 손잡고 힘을 길러 중국과 조선을 힘으로 병탄해야한다는
제국주의 논리로 발전합니다.
 
 도고 가즈히코의 조부인 도고 시게노리는,
박무덕(朴茂德)이라는 이름의 한국 소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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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선조는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의해 일본 규슈로 납치돼간
조선의 도공입니다.
조선 도공의 후예인 박무덕 소년이 후에 일본 외교대신에 올라
일본의 태평양 전쟁 개전을 막기위해 분투하게된 운명은
역사의 아이러니입니다.
물론 그는 일본의 국익을 위해 헌신했습니다.
그의 손자인 가즈히코 교수 몸에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지만
그의 미일 관계 비판이 한국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닙니다.
 
 이제 우리의 자세가 중요합니다.
한미일 3국 공조를 복원하고 중국의 지원까지 얻어내야하는 일은
우리의 몫입니다.
이를 위해 동분서주해야하는 것은
시한폭탄 같은 '북한'을 머리에 얹고 살아가는 분단 한국의 운명입니다.
부시와 고이즈미의 깨가 쏟아지는 밀월이 부러운 것은 인지상정이나
우리는 왜 부시와 친하게 지내지 않느냐고 되묻는 것은
다소 한가한 문제의식입니다.
9월 미국을 방문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텍사스 크로포트의 부시 목장에 가서 바베큐 파티를 하거나
'에어포스 원'에 동승하는 것은
분명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많은 양보가 필요합니다.
지금의 우리에겐 사치스런 세리모니입니다.
 
 그런 세리모니에 앞서
도고 가즈히코 교수의 주문대로
미국을 설득해서 한미일 3국 공조를 복원시키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의 자세 전환이 필요합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총리의 약속 하나면
정상끼리 만나 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그 약속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지 않겠다는 다짐입니다.
그러나 고이즈미는 절대 못한다고 합니다.
개인의 자유라고 강변합니다.
일본 국수주의자들이 고이즈미 뒤에 버티고 있습니다.
곤혹스런 미국은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한국 해양조사선이 3일부터
독도 주변 수역에 대한 해류조사 활동에 돌입합니다.
과거에도 그랬듯이 일본은 또 방해하고 나설 것입니다.
고이즈미의 얼굴에서
부시와 함께 엘비스 프레슬리의 저택을 찾던 당시의 미소는
찾아보기 힘들 것입니다.
미일의 밀월관계를 곱게 바라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스무 살 청년이 20년이 지나면
마흔 살이 된다는 사실을,
이십대는 실감할 수 없다고 말한 건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입니다.
며칠 전 청와대 관계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비슷한 얘기가 다시 나왔습니다.
주제가 은퇴 후 생활로 흘러가자
자신은 은퇴 후 고향에 내려가 노년을 즐길 계획인데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든 사람들이 즐긴다는 사실 자체를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하더군요.
그 분은 50대인데요,
공감이 되더군요.
저도 젊은 시절엔 40대 이상의 남자들을
'아저씨' 아니면 '가장', '중년'으로만 바라봤을 뿐 , 
사랑을 하거나 눈물을 흘리는 존재로 인식하진 않았으니깐요.
언젠가 아들 녀석이 읽고있던 책,
프랑스 작가 장 지오노의 '나무를 심은 사람'에서
소설 속의 화자(話者)가
'20대의 나이에는 50대의 늙은이란 죽는 것 외에는
별로 할 일이 없는 사람들로 생각됐다'고 말했던 것 처럼.
 
 화제는 자연스레
노무현 대통령의 은퇴 구상으로 옮아갔습니다.
그에 관해서는 대통령 본인이
여러차례 구상의 일단을 밝혔지요.
올초 설을 맞아 김해 진영의 선영에 참배한 뒤
형 건평씨가 사는 봉하마을을 찾아
지인들과 식사하는 자리에서는,
'퇴임 후 고향 동네인 진영 또는 김해,
아니면 경남 또는 부산에 내려와 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고요.
지난해 9월 코스타리카 파체코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는,
 '나도 퇴임 후 숲을 가꾸며 시를 쓰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래도 지방은 불편할 텐데
그냥 해 본 말씀 아니시냐는 물음에,
청와대 관계자는 '지방에 내려가실 것'이라고 재확인했습니다.
그러면서 '숲도 키우고 보건소 활동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중 보건소 활동은 처음 듣는 구상같은데요,
'전국적 네트워킹이 필요한 일'이라고 언급한 점으로 미뤄보면,
시골 지역의 취약한 의료 체계를 개선하는 사회운동을
계획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추측됩니다.
 
 노 대통령이 얼마 전 중소기업인들을 만나
'제가 전에 한 번 하다가 망했는데, 분해서 저도 마치고 혹시
중소기업이라도 한 번 해볼 일이 있을란가'라고 말한 부분은
그다지 무게를 둔 발언같지는 않고요,
지난해 8월 우리당 부동산 대책위원들을 만나
'통나무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대목은
노 대통령이 무주택자이고
지난 번 몽골 순방시에도
몽골의 전통 천막집인 '게르'를 사고싶다면서
각별한 관심을 보인 점 등으로 미뤄
현실화될 개연성이 다소 높다고 할 수 있겠군요.
 
 그래서 생각해 보니,
노 대통령의 퇴임 후 모습이 얼핏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인
엘제아르 부피에와 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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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로 집을 짓고 살며
양을 기르거나 벌을치는 와중에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황무지에 나무를 심어간 부피에.
그래서 '야생 라벤더 외에는 아무 것도 자라지 않던' 황무지를
떡갈나무와 너도밤나무, 자작나무 숲으로 변화시키고
'죽음을 기다리는 것 밖에 희망이 없던' 주민들에게
활력과 희망과 행복을 선사한 부피에.
 
 노 대통령의 은퇴 구상은
다른 전직 대통령의 퇴임 후 생활과는
사뭇 다른 모델입니다.
그래서 기대가 됩니다.
소설 속의 부피에가 나무를 심기시작한 게
그의 나이 52살 때였으니
올해 환갑인 노 대통령은 좀 더 부지런히
심어야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
 
 
 
 
 
 
 
   
 

 

 

 

 

 

 

  

 

 

 

 

 

 

 

 

 

 

 

 

 

 

 

 

 

 

 

 

 

 

 

 

 

 

 

 

 

  

 

 

 

 

 

 

 

 

 

 

 

 

 

 

 

 

 

 

 

 

 

 

 

 

 

 

 

 

 

 

 

 

 

 

 

 

 

 

 

 

 

 

 

 

 

“한국이 아제르바이잔과의 유전 공동개발에 참여하는 지분은 어느 정도입니까.”(기자)

“전체 지분의 10% 정도다.”(송민순 청와대 안보정책실장)

노무현 대통령의 아제르바이잔 국빈 방문 둘째 날인 11일 오전(현지시간) 프레스센터에서는 ‘지분 논란’이 일었다.

아제르바이잔과의 ‘이남(Inam) 유전광구 공동개발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 의미를 설명하는 자리에서다.

그러나 배포된 산업자원부 자료에는 ‘전체 지분 중 최대 20% 매입 목표’라고 돼 있었다.

그 차이를 묻자 송 실장은 산자부 실무자에게 확인한 후 “아제르바이잔 국영석유회사(SOCAR)의 지분 50% 중 20%를 우리가 가져온다는 것인 만큼 전체로는 10%”라며 “간단한 산수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남 광구 개발에는 석유 메이저사인 영국 BP와 셸이 25%씩 지분을 갖고 있고, 한국은 SOCAR 몫인 나머지 50% 중 일부를 차지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잠시 후 산자부 실무자는 “SOCAR 지분 50% 중 40% 정도를 확보한다는 계획인 만큼 전체를 기준으로 하면 20%가 맞다”고 정정 발표를 했다. ‘대형유전 개발의 참여 길이 열렸다’는 산자부의 의미 부여도 성급한 것이다.

이번 MOU는 우리가 참여할 수 있는지 여부를 SOCAR 측과 협상할 수 있는 권리를 얻은 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산자부 실무자 말대로 “협상하다 서로 셈이 맞지 않으면 안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서방의 석유 메이저들 안마당인 아제르바이잔 유전 개발 시장에 우리가 그 정도의 권리라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이번 정상회담 덕분임이 분명하다.

그럴수록 작은 성과에 흥분하고 과대광고를 하기보다는 차분하고 내실있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바쿠=조남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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