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포스 원'
원래는 미국 대통령의 전용기를 부르던 이름입니다.
단순한 비행기가 아닙니다.
초강대국 미국의 파워와 위신의 상징입니다.
청색과 흰색의 대비가 선명한 동체 위에 적힌
'UNITED STATES OF AMERICA'는
에어포스 원의 상징성을 압축적으로 웅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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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모어 산 위를 비행하는 미 대통령의 전용기, '에어포스 원'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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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포스 원은 대통령 권위의 상징이기에 앞서
미국의 대표 선수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미중 수교를 위해 닉슨 대통령이 1972년 역사적인 중국 방문 길에 올랐을 때도,
미소 냉전 해체를 위해 레이건 대통령이 1980년 소련 고르바초프 서기장을 만나러 갔을 때도,
에어포스 원은 역사적 현장을 지켜봤습니다.
재임중 가장 많은 나라를 방문한 클린턴 대통령의 왕성한 순방 외교도 에어포스 원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고, 2001년 9.11 테러에 직면한 부시 대통령이 안전 지대로 이동하며 긴급 조치를 발동한 곳도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였습니다.

대통령직이 제도로 정착된 이래 수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종종 간과되기 쉬운 변화 중 하나가 대통령직에 '날 수 있는 능력'이 부가됐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이 큰 노력과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전 세계로 날아갈 수 있는 능력.
바로 이 능력 덕분에 현대의 대통령들은
자신의 이상과 꿈을 전 세계로 전파하고
자국의 위상을 세계적 차원에서 고양시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보잉 747급 점보기가 전용기로 사용되기 시작한 때는
조지 H.W. 부시(현 부시 대통령 아버지) 시절인 1990년 9월입니다.
그 해 9월6일 부시 대통령은 캔사스주와 플로리다주 방문길에
항속거리 9600마일의 점보기급 에어포스 원을 첫 시승합니다.
그 전의 대통령들은 탑승 인원 50명 안팎에, 항속거리 4500 마일 정도인
보잉 707급 비행기를 개조해 사용했다는군요.

점보기급 전용기 도입 계획은
레이건 대통령 재임 직후인 1985년 시작됐으니
배치되기 까지 5년여가 걸린 셈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른바 '에어포스 원'이 있습니다.
우리는 '공군 1호기'와 '공군 3호기'로 부르는데
1985년 도입된 보잉737 기종으로,
탑승 인원 40여명 규모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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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비교하면 아버지 부시 이전 시대의 전용기급입니다.
대통령이 중국, 일본 등지를 방문할 때만
이 전용기를 이용합니다.
그러나 이 전용기는 동북아 지역을 벗어나는 순방에는
무용지물입니다.
항속거리가 짧기 때문입니다.
미주, 유럽 노선은 물론 동남아 순방 시에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점보기를 임대해 타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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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은 보잉747급 점보기를
대통령(총리) 전용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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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총리의 전용기, 통상 전용기는 이처럼 주 전용기와 비상시 대체기로 사용하는
               예비기 등 2대가 동시에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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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대통령 전용기>


최근 국내에서 에어포스 원 논란이 한창입니다.
국회가 2007년 새해 예산 심의 과정에서
정부 전용기 도입 예산 300억원을 '당장 추진할 필요없다'며 전액 삭감하자,
청와대는 '근시안적 논리'라며 비판하고 나섰습니다.
정부는 85년 도입된 전용기가 수명이 다해
2010년이면 도태되는 만큼 올해부터
도입 계획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정부도 94년부터 전용기 도입 계획을 추진했으나
'대통령 혼자 타려고 비싼 전용기를 도입해야 하느냐'는 목소리에
번번이 좌절됐습니다.
미국에서도 레이건 행정부 전의 대통령들은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난이 두려워
선뜻 전용기 교체를 추진하지 못했습니다.

한국의 경제수준은 세계 10위권 정도입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입니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어느 나라보다 요청되는 나라입니다.
전용기 사업은 지금 시작해도
빨라야 다음 정부 대통령이나 이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간 여객기를 임대하는 상황에서는
시쳇말로 '본전을 뽑기 위해'
한 번 순방에 여러 나라를 묶어 간다고 합니다.
전용기가 도입되면 현안이 있는 나라 중심으로 속도감있게 진행되는
실무형 순방이 한결 용이해질 것 입니다.
이번에도 전용기 예산은 막판 계수조정 과정에서
지역구 선심 예산에 밀려났다고 합니다.
이제부터라도
피상적이고 다분히 감정적인 논란은 그만두고
전용기 도입의 대차대조표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실속있는 논쟁이 벌어지길 기대합니다.

 

뉴질랜드 최대 도시인 오클랜드의 ‘하버 브리지’ 꼭대기엔 두개의 국기 게양대가 설치돼 있다. 통상 그 게양대에는 청색 바탕에 ‘남십자성’이 선명한 뉴질랜드 국기 두 개가 펄럭이고 있다. 그 둘 중 하나가 낯선 국기로 바뀌는 때가 종종 있다.

외국 정상들이 방문할 때나 뉴질랜드 내의 이민족들의 경축일에 그 나라 국기를 게양하는 게 일종의 관행이다. 오클랜드 시민들은 출퇴근 길에 다리 위에 걸린 그 국기를 보고 외국 정상들의 순방 소식을 미뤄 짐작하곤 한다.

올 광복절 날 뉴질랜드 하버 브리지에 태극기를 볼 수 있었다고 한다. 그날 오전 7시 오클랜드 하버 브리지 최상단에서 한인연합학생회장단과 재뉴질랜드 한인회장, 오클랜드 분관 영사 등 5명이 참가한 가운데 제61회 광복절 태극기 게양식이 거행된 것이다.

학생회장단 3명은 한복을 입고 이날 행사에 참석했다. 뉴질랜드 한인회의 숨은 노력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달 초 ‘한국 필름 페스티벌’ 기간에 또 한번 태극기가 하버 브리지 정상에서 휘날렸다. 이처럼 하버 브리지 위의 국기 게양엔 특별한 의미가 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의 뉴질랜드 순방기간(7∼10일)에는 하버 브리지에 태극기가 휘날리지 않았다. 교민 이모씨는 9일 “하버 브리지에 태극기가 내걸렸던 때 한국 교민들은 자부심을 느끼며 행복한 하루를 보내게 된다”며 “노 대통령의 순방기간 태극기가 게양되지 않은 이유를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버 브리지를 오가는 수많은 오클랜드 시민들에게 한국 대통령의 뉴질랜드 방문 사실을 손쉽게 알릴 수 있는 기회가 왜 없었는지 못내 아쉽고 궁금했다.

오클랜드=조남규 정치부 기자

 

 

 

 

 

 

 

 

 

 

 

 

 

 

 

 

 

 

 

 

 

 

 

 

 

 

 

 

 

 

 

 

 

 

 

 

 

 

 

 

 

 

 

 

 

 

 

 

 

 

 

 

 

 

 

 

 

 

 

 

 

 

 

 

  

 

 

 

 

 

 2006년 12월 시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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