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 목차



이변의 미국 대선


제1 장 | 유권자 혁명의 전조(前兆)

양극화된 미국 정치

돈 정치 거부한 유권자 

천문학적인 선거 자금 

월가의 탐욕

벼랑 끝으로 내몰린 미국인


제2 장 | 오바마의 정쟁(政爭)

티 파티

오바마 1호 법안

오바마케어

부시 감세 연장

국가부채 상한 인상


제3 장 | ‘트럼프 현상’과 ‘샌더스 돌풍’

공화당 접수한 트럼프 

공화당 반란 소사(小史) 

트럼프 띄운 백인 노동자 

티 파티가 민 테드 크루즈 

월가를 점령하라

진보 아이콘 샌더스

 

아웃사이더 대통령


제1 장 | 힐러리는 왜 무너졌나

힐러리 위협한 섹시즘 

선거판 흔든 인종 변수 

기록적으로 결집한 백인표

민권 프리즘으로 바라본 트럼프와 힐러리

주류 언론 무력화시킨 트럼프 

권력욕으로 비친 힐러리의 대권 꿈 

힐러리 발목잡은 힐러리랜드 

힐러리 타격한 IS 테러


제2 장 | 트럼프와 공화당

보수주의자, 진보주의자 

따로 노는 트럼프와 공화당 

트럼프의 대북 ‘레드라인’


제3 장 | 아웃사이더 대통령

아웃사이더들의 정치 전복

‘거래’하는 대통령

트럼프의 미국


에필로그

참고문헌


아래 글은 필자가 2016년 11월 미국 대선 직후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라는 제목으로 출간한 책의 내용이다.


이변의 대선이 낳은 아웃 사이더 대통령


정치가에게는 다른 무엇보다 다음 세 가지 자질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대의를 위한 열정, 책임감, 그리고 균형잡힌 판단력이 그것이다.

 - 막스 베버, ‘소명으로서의 정치’


2016년 미국 대선은 초반부터 이변을 연출했다.


민주당에선 대선후보 경선이 시작되자마자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 후보의 ‘대세론’이 무너졌다. 힐러리 대세론을 일거에 무너뜨린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상원의원은 민주당원도 아니었다.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기 전까지 30년 넘게 무소속으로 정치를 해 왔다. 힐러리는 남편 빌 클린턴Bill Clinton과 함께 ‘워싱턴 정치’를 상징하는 정치인이었다. 공화당 경선에선 더 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졌다. 정치 경험이 전무한 부동산 재벌(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이 현직 상원의원(테드 크 루즈 Ted Cruz, 마르코 루비오 Marco Rubio)과 전직 주지사(젭 부시 Jeb Bush) 경력의 주자들을 쓰러뜨렸다. ‘트럼프 반란(叛亂)’은 성공했다.


‘워싱턴 아웃 사이더’ 트럼프는 162년 역사의 공화당을 접수했고 백악관 입성에 성공했다. 민주·공화당 모두 ‘워싱턴 정치’, ‘제도권 정치’에 발을 담근 주자들이 ‘아웃 사이더’ 앞에서 맥을 못추었다.


2008년 대선 때도 ‘워싱턴 정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초선 상원의원 임기 중에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후보는 워 싱턴 정치를 ‘변화’시켜 미국 사회에 ‘희망’을 불어넣겠다고 약속했다.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고 외쳤고, 많은 미국인이 그 외침에 공감했다. 정치를 바꾸자는 국민의 여망이 민주당 경선 승리도 불투명했던 오바마를 미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밀어 올렸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의 8년 집권 기간에 워싱턴 정치는 변화했는가. 미국인들은 2016년 대선에서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기성 정 치에 물들지 않은 샌더스나 트럼프에 환호했다. 그리고 힐러리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봤던 미국 주류언론과 여론조사 기관의 예상을 뒤엎었다. 오바마의 ‘담대한 희망’을 지지했던 백인 노동자층은 8년 뒤 백인 트럼프의 ‘위대한 미국’을 지지했다. 미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 시대를 개막시킨 미국인은 8년 뒤 인종차별주의 행태를 보인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워싱턴 정치는 언제 부터인가 국민의 삶과 유리된 채 헛바퀴를 돌리고 있었다. 한때 세계가 등대로 삼았던 ‘언덕 위의 도시’City upon a Hill 미국이 왜 이 지경이 됐을까. 미국 연방의사당을 감싸고 있던 타협과 관용의 문화는 어디로 간 것일까.


필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아웃 사이더 대통령을 배출한 2016년 대선을 되돌아봤다. 미국 정치가 키워온 갈등과 분노의 마그마는 트럼프와 샌더스라는 분출구를 통해 지표면 위로 치솟았다.


필자는 1995년 미국 워싱턴타임스의 교환기자로 체류하면서 워싱턴 정치를 접했다. 당시 뉴욕의 부동산개발업자였던 트럼프는 파산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고 퍼스트 레이디 힐러리는 자신의 의료개혁 실패 등이 초래한 중간선거 참패의 후유증을 극복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었다. 워싱턴 정국은 연일 요동쳤다. 한 해 전에 치러진 상·하원 선거에서 다수당이 된 공 화당은 백악관과 사사건건 충돌했다. 급기야 연방정부가 폐쇄되는 사태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막연히 ‘워싱턴 정치=선진 정치’라고 생각해온 필자에게는 충격이었다. 2004년 워싱턴에 위치한 조지타운대학의 방문연구원 신분으로 미국을 다시 찾았을 때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 폭발 직전의 임계점에 도달해 있었 다. 금융위기로 미국이 휘청거리고 있을 때 필자는 워싱턴특파원으로 부임, 미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본 저서 제1부 도입부인 ‘유권자 혁명의 전조(前兆)’ 편은 당시 상황을 스케치한 글이다. 오바마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정쟁에 시달렸다. 정쟁의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연방정부가 폐쇄되고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오바마의 정쟁’ 편에서는 오바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대통령과 의회,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갈등 양상을 추적했다.


2016년 대선이 써내려간 격동의 드라마는 ‘트럼프 현상과 샌더스 돌풍’ 편에 담았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는 '유권자 혁명'의 산물이었다. 워싱턴 정치와 세계화 흐름에서 소외된 미국인들은 기존의 정치문법에 충실했던 힐러리 대신 자신들의 속내를 거침없이 대변해준 트럼프를 선택했다. 겉으로만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고 속으로는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돼있는 제도권 정치를 심판했다.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은 워싱턴 정치의 추한 속내를 미국인들에게 상기시켰다. 트럼프도 문제가 많은 후보였지만 2016년 미국 대선의 시대 정신은 ‘열심히 노력해도 살림살이가 고달프기만 한 나라’를 만들어낸 기성 정치를 심판하자는 것이었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가 당선됐다기 보다는 워싱턴 정치의 대표 주자인 힐러리가 패배한 선거였다.


 2부 들머리에서는 힐러리의 실패를 복기해봤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집권 구상은 불확실하다는 점만 확실한 상황이다. 북핵을 머리에 이고 사는 우리로서는 트럼프의 결단 하나에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될 수 있는 비상한 시점이다. 우리는 트럼프의 기질과 정책 지향, 백악관과 의회의 역학 모두를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2부의 나머지 장에서 다뤘다.


 한 가지 우려되는 바가 있다. 이 책이 미국 정치의 문제점을 다루고 있다고 해서 미국 정치를 낮추어 본 것은 아니다. 미국 정치의 장점과 저력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문제점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미국 의회는 백악관의 거수기가 아니다. 미국 대통령은 의회와의 소통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투표에 임하는 의원들의 자세도 진지하다. 미국 의회 청문회는 정말 부럽다. 1부 말미에 소개한 필립 하트Philip  Hart, 존 윌리엄스John J. Williams 상원의원의 일화만으로도 미국 정치가 건국 이후 240년 동안 쌓아온 민주주의의 전통과 품격의 깊이를 알 수 있다.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우리는 미국 정치에서 배울 점이 많다.


 글을 써내려가면서 미국 정치가 걸려 넘어진 턱이 발견될 때마다 한국 정치라면 그 턱을 넘어설 수 있었을지를 생각해봤다. 미국 정치 가 실패한 대목을 반면교사로 삼는다면 여의도 정치는 워싱턴 정치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이 한국 정치의 발 전에 겨자씨만한 보탬이라도 된다면 더할 나위없는 기쁨이 되겠다.


 


지난 주말 중학교 동기들과의 송년회를 끝내고 귀가하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올해는 부쩍 먹고살기 힘들다는 푸념이 많아졌다. 시골 중학교를 나온 동기들은 50대 중반의 나이가 됐다. 당시만 해도 대학은 고사하고 고등학교 진학률도 높지 않던 시절이었다. 우리 중학교의 경우 동기 100명 중 2명꼴로 대학에 갔다. 나머지 중 절반은 중학교를 마친 뒤 공장 근로자가 되거나 가게 점원이 되거나 농사를 지었다. 고등학교까지 나온 동기들도 비슷한 행로를 밟았다. 대다수가 식당이나 가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다. 몇몇은 택시 기사가 됐고 시골에 남아 농사를 짓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많은 친구들은 1980년대 초중반에 말 그대로 ‘무작정 상경’해서 한국 경제의 고도성장 흐름에 올라탔다. 먹고살만하다 싶었는데 그들의 생업전선이 흔들리고 있다. 자녀들 취직과 결혼 문제도 걱정거리로 등장했다.

A는 올 들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 끝에 직원을 내보내고 부인이 나와서 함께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A는 청춘을 바쳐 근무했던 공장이 문을 닫은 뒤 인근에 식당을 열었다. 직장에서 구조조정된 후 택시를 몰고 있는 B는 카카오택시가 도입되면 소득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A와 B의 연소득은 4000만원 안팎이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C는 정부가 비축미를 공매 방출해 쌀값을 떨어뜨리려 한다면서 핏대를 올렸다. 자기 논과 빌린 논을 더해 60마지기(1만2000평)에서 논농사를 하고 있는 C는 직불금까지 포함해 연소득이 3000만원이 채 안 된다고 푸념했다. C는 자녀들의 대학 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벼를 추수한 뒤에 보리를 심어서 2모작을 하고 있다. 

우리 동기들은 주어진 환경 속에서 열심히 살았지만 급변하는 국내외 환경 속에서 누구는 기회를 잡았고 누구는 어려움에 처했다. 세계 경제의 변화는 우리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거대한 파고였다. 세계는 이제 저성장이 정상인 시대로 접어들었다. 저금리, 저물가, 저성장이 일반적 현상이 됐다는 이른바 ‘뉴노멀(new normal)’의 시대다. 우리 중에 누가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동유럽국가들이 전 세계에 공산품을 쏟아낼 것이라고 예상이나 했을까. B와 C는 시장경제 체제에 편입된 중국의 저가 공산품과 농산물이 수입되면서 직장을 잃거나 어려움에 처했다. A를 비롯한 수많은 50대가 제조업에서 밀려난 뒤 자영업자로 변신했다. 2017년 말 기준 자영업자는 568만명이다. 전체 취업자의 21.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13.2%를 훨씬 웃돌 정도로 과포화 상태다. 그래도 A는 버텨보겠다고 했다. 정부는 최저임금을 올리기 전에 수많은 A들을 만나 그들의 생존조건을 면밀히 조사해 본 적이 있는가. 동기들 입에서 민주당과 민주당 소속 대통령을 비판하는 얘기를 오랜만에 들어봤다.

베이비 부머 세대인 동기들은 경제성장의 수혜자이면서 기여자였다. 인구 폭발을 불러온 50대들은 다양한 부문에 산업 인력을 제공했다. 수많은 촌놈들이 정든 고향을 떠나 산업역군이 됐다. 경제활동인구가 늘고 노동 투입량이 증가하면 경제성장률은 높아진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인구보너스 효과다. 앞으로 그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지난해부터 경제활동인구는 줄기 시작했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1.05명이었다. 현재의 인구규모가 유지되려면 합계출산율이 대략 2.1명은 되어야 한다. 올해는 0명대 합계출산율 시대 원년이 될 것 같다. 인구가 줄고 고령화가 진척되면 생산성이 떨어진다. 총수요도 감소한다.

세계 경제환경은 우리가 바꿀 수 없고 인구를 갑자기 늘리는 것도 불가능하다면 생산성을 높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임금·보상체계 개편 등이 필요한데 이는 조직화된 기득권층의 반발에 직면해 있다.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극복할 수 있는 리더십도 필요하다. 벼랑 끝에 선 민생을 되살리고 저성장의 덫에 걸린 경제를 누가 구해낼 것인가. 모두 힘을 모아야겠지만 누구보다 현 정부와 집권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관세청은 세금 걷는 기관이 아니다.”

취임 1년6개월을 맞은 김영문 관세청장은 거침이 없었다. “취임하기 전까지 관세청의 주된 목표는 ‘신속 통관’이었다. 극단적으로 말해 신속 통관이 목적이라면 관세청을 없애 버리면 된다. 수사기관의 존재 목적이 수사이듯이 관세청의 존재 목적은 물류 국경을 수호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39년 만에 검사 출신 청장을 맞은 관세청은 대대적인 혁신 대상이 됐다. 검사 출신 관세청장 등장을 기다리기라도 한 듯, 김 청장이 취임하자마자 한진그룹 일가의 밀수·탈세 사건, 북한산 석탄 위장 반입 사건이 잇따라 터졌다. 한진그룹과의 유착 의혹이 불거지면서 인천공항에서 근무하던 통관 담당 국장을 포함해 세관직원 220명이 교체되기도 했다. 김 청장 체제의 관세청은 환골탈태 수준으로 바뀌었다. 지난 7일 국회 예산안 처리를 앞두고 서울 여의도에서 대기 중이던 김 청장을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오랫동안 운용돼온 성과관리평가시스템을 없애 버렸다. 개선해서 활용할 수는 없었나.

“관세청 성과관리시스템(CPM: Customs Performance Management)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많았다. CPM은 과거 노무현정부에서 정부업무평가를 도입한 이후 2012년에 관세청이 자체적으로 도입한 시스템인데, 도입 당시에 평가 지표와 방식을 정교하게 만들면서 매년 정부업무평가에서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그러나 모든 제도는 시간이 지나면 질곡이 생기게 마련이다. 성과관리시스템으로 모든 업무를 지표화하고, 매년 상향되는 기준에 맞춰 성과를 끌어올려야 하니 부작용이 생긴 거다. 실적을 높이기 위해 과잉 단속과 추징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업무 성과마다 배점이 정해져 있으니 상대적으로 성과 내기 어려운 큰 사건은 덮어두고, 성과가 보장되는 작은 사건을 여러 건 처리하는 사례도 생겼다. 객관적으로 지표는 좋은데 일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간부나 직원들도 실제 CPM이 폐지될 것이라고는 생각 안 했을 것이다.”

―그럼 업무평가는 어떻게 하나.

“직원들에게 정부업무평가에서 꼴찌를 해도 좋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각 세관장들에게 분기별로 기관 운영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지역 여건에 맞는 혁신과제를 자체적으로 발굴해 추진할 수 있다. 자율성을 높인 것이다. 각 평가 항목마다 점수를 매기지 않지만 세관장의 운영보고서와 직원 관리를 포함한 다양한 기준으로 평가할 계획이다. 나중에 결과가 나올 것이고 불만이 있다면 비판을 달게 받겠다. 분명한 것은 공정성 확보를 위해 객관적 기준을 세우고 업무 평가를 한다고 했는데 사실상 객관적 기준이 없었다. 매년 100% 달성되는 평가는 평가가 아니다. 평가 지표가 없어지면 자신이 무슨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조사, 단속으로 실적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법이 지켜지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어떤 성과가 있나.

“사전계도와 예고단속 등 사전 예방 중심으로 업무 초점을 맞추고, 고의적으로 규정을 어기는 사례는 단호하게 단속하고 있다. 자발적인 성실신고세액이 전년 대비 20% 늘었고, 조세 분쟁은 감소했다. 무역 관련 경미 사건은 지난해 360여건에서 100건 가까이 감소했고, 휴대품 자진신고가 지난해 10만건에서 15만건으로 증가했다. 대신 4조4600억원 상당의 재산국외도피·불법외환거래·조직밀수 등 중대범죄를 대거 적발했다.”

 

―내년 관세청의 핵심 추진 과제는 무엇인가.

“수출입 분야에 대한 총력지원이다. 특히 중소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지원하면 성과를 높일 수 있다. ‘전자상거래수출 종합지원대책’이 그런 고민의 산물이다. 전 세계 전자상거래 규모가 14%정도다. 전자상거래를 활용한 수출입 거래가 앞으로 무역시장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우리가 시장을 선점하려면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야 하고 배송비용을 줄여야 한다. 반품 절차도 쉽게 이뤄져야 한다. 우선 수출 신고 항목을 현재의 절반 수준으로 대폭 간소화하려고 한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물품이 판매되면 전산을 통해 자동으로 수출신고가 이뤄지도록 할 계획이다. 개인이나 업체가 물품 보관과 배송, 수출 통관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물류센터도 설립할 계획이다. 반품되는 물품의 재수입 면세 절차도 줄이려고 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세청이 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관세청이 가진 수출 통계를 가공·분석해 가격 경쟁력 등을 지원할 수 있는 부분도 고민하고 있다.”

―입국장 면세점 도입에 반대 입장이었는데.

“입국장 면세점을 관세청이 반대한 이유는 면세점의 본질과 맞지 않아서였다. 면세품은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면세해주는 것인데 입국장 면세점은 이에 맞지 않다. 무엇보다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담배를 2500원에 살 수 있지만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는 사람은 4500원에 사는 소득의 역진성 문제가 있다.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규제혁신 차원에서 정부가 입국장 면세점 도입 방안을 마련한 것이다. 관세청 차원에서는 입국장 면세점이 도입되더라도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할 계획이다.”

―해외여행자 휴대품 면세한도(600달러)를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면세 한도가 576달러다. 유럽연합(EU) 주요국가도 430유로 정도 수준이다. 다만 해외여행이 보편화하고 정부가 입국장 면세점 시범사업에 착수하기로 했으니 절충안 차원에서 현재 600달러 면세 한도 이외에 별도 면세를 부과하는 술(1병·1리터·400달러), 담배(1보루), 향수(60mL)를 통합해 1000달러 수준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있다. 여행자 편의를 높이면서도 조세 형평성 문제와 서비스 수지 악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한진그룹 일가 밀수 관련 조사가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신용카드 해외 구매 내역이다. 직원들도 물건을 옮겼다고 증언하고 있지만 그것 만으로는 입증이 어렵다. 우리는 전담 수사팀을 편성해서 100명 넘게 소환조사하며 수사했다. 수사기록만 7000페이지에 달한다. 그럼에도 수사 결과가 국민들의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할까 우려된다. 미흡한 부분에 대해 비판받을 것은 받겠다.”

―수사 대상인 한진그룹 일가(조양호 한진회장 부인인 이명희씨와 자녀인 현아,현민,원태씨) 모두 검찰에 송치되는가.

“일부는 송치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 구속영장이 반려된 조현아씨에 대해서는 영장을 재신청하지 않을 계획이다.”

―관세청의 수사권 확보 문제는 검찰과 잘 협의되고 있나.

“잘될 것이라고 본다. 관세법이나 외국환거래법 위반 사범을 수사하다보면 횡령이나 사기 사건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있다. 관세법 위반은 성립하지 않고, 횡령이나 사기에만 해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럼 관세청은 수사를 더 이상 진행할 수 없다. 그대로 검찰에 넘겨야 하는데 검찰은 처음부터 다시 수사해야 한다. 기왕에 사안을 잘 알고 있는 관세청이 수사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관세청이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 사건에 늑장, 부실 대응했다는 지적이 있다.

“이번 사건 수사에 대해 확인 요청이 왔을 때 정부가 ‘노코멘트’로 대응을 했다. 정보 제공 국가에서 밝히지 말라는 요청이 있었다. 그 때문에 언론과 국회에서 확인이 왔을 때 ‘북한산 석탄이 들어왔다는 정보를 받았고, 관세청이 수사하고 있다’고 사실 그대로 밝히지 못했다. 그래서 정부가 북한을 비호하고 은닉하고 있다는 의혹이 확대 됐다.”

―이 사건 피의자가 해외의 제3자에게 석탄 대금을 송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것인가.

“그 부분은 제3자를 조사해야 알 수 있다. 하지만 제3자를 조사할 권한이 있는 나라가 적극적이지 않다.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추가로 드러난 북한산 석탄 위장반입 건도 다른 국가에서 정보를 제공받은 건인가.

“우리가 직접 인지해서 하는 수사다. 북한산 석탄은 맞는 것으로 보인다. 곧 수사결과를 발표할 거다. 국회에서는 러시아산 석탄을 다 조사하라고 하는데, 몇 십만건을 다 조사할 수도 없고 조사해도 서류가 위조가 돼 있으면 밝혀내기가 어렵다.”

대담=조남규 경제부장 
정리=박영준 기자

 


 
김영문 청장은 △경남 울산(1964년) △경남고·서울대 법학과 △사법고시 34회 △대구·수원지검 마약조직범죄수사부 부장검사 △법무부 법질서선진화 과장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 △대구지검 서부지청 형사1부장 △법무법인 지평 파트너변호사 
“위급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저축은행에서 급한 자금을 수혈받아 재기에 성공하고, 그런 사람들의 좋은 평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서 저축은행이 지역에서 존경받는 금융기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순우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인터뷰 내내 저축은행 역할론을 폈다. 이 회장은 저축은행의 역할이 과소평가되거나 과거의 잘못된 행태 탓에 저축은행의 이미지가 왜곡돼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저축은행도 욕심을 과하게 부리거나 어려운 소비자를 심하게 몰아붙여선 안 된다”고 저축은행의 책임을 강조했다. 2015년 저축은행중앙회장으로 부임해 임기를 두 달여 남겨둔 이 회장을 10월 11일 서울 마포구 저축은행중앙회 회의실에서 만나 저축은행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디지털시대가 열리면서 저축은행의 존재감이 줄어들고 있는 것 같다. 저축은행의 존재 이유가 뭔가.

“당장 급한 사람을 도와주는 빠른 서비스다. 예를 들면 모두가 서울대병원이 좋은 것을 알지만 바로 진료를 받지는 못한다.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러다 죽는 것보다는 가까운 병원에서 우선 응급치료를 받는 게 낫다. 기업이나 서민이 은행에 가면 지점장, 본점 심사 거쳐야 대출을 받는다. 그거 기다리다 다 죽는다. 그 공백을 저축은행이 채워 준다.”

-사람들은 저축은행 하면 흔히 고리대출을 떠올린다. 드라마 등 각 매체에서도 저축은행은 부정적으로 묘사되곤 한다.

“부실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 취약계층이 많이 이용하다 보니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저축은행 중 괜찮은 회사는 대출금리가 은행보다 1∼2% 높은 정도다. 어떤 곳은 은행과 금리가 비슷한 데도 있다. 저축은행 차원에서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포용적 금융을 강화하기 위해 현재 약 21개사가 38개 중금리 상품을 출시해 판매하며 시장의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우리은행, DGB대구은행, Sh수협은행 등과 연계대출 업무협약을 맺어 대다수 저축은행에서 은행권 대출심사에서 아쉽게 거절된 고객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있다. 이런 연계대출은 부실률이 은행과 비슷하다.”

-저축은행이 고객을 상대하면서 유의해야 할 부분은 뭔가.

“돈 버는 데 혈안이 돼서는 안 된다. 저축은행 간판만 보고도 눈물이 나는 고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얼마 전에 지방에 갔다가 ‘나는 ○○은행 마크만 보면 눈물이 나온다’는 사람을 만났다. 모두가 외면할 때 자신을 믿고 5000만원을 빌려준 덕분에 재기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사람은 가는 곳마다 그 은행을 홍보한다. 저축은행들도 그렇게 자발적으로 입소문을 내주는 고객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요즘처럼 저축은행 이익이 괜찮을 때 과거의 부정적 이미지를 털어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소문 중에 최고가 입소문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어두운 그림자가 아직도 남아 있다.

“당시 사태가 남긴 부정적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고객들에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금리정보는 물론 각종 경영정보 등을 수시로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저축은행 소비자 포털 구축도 준비하고 있다. 저축은행들은 예금보험공사 기준에 맞춰 꾸준히 건전성을 강화해 왔다. 업계에서는 자기자본비율은 8% 이상, 고정이하여신비율은 8% 이하를 안정적인 것으로 보고 있는데 올해 2분기 기준 국내 저축은행 평균 자기자본비율은 14.3%로 지방은행의 평균(15.3%)과 비교해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비율도 하락해 6%를 기록했다.”

-저축은행은 주로 고령층이 이용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지점을 근처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데다 모바일 환경이 익숙한 20~40대에는 비대면 거래시스템이 타업권에 비해 발달하지 않은 저축은행이 그렇게 비쳐졌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최근 업계에서 모바일뱅킹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공동 모바일금융 애플리케이션(앱)인 SB톡톡 등을 출시하는 등의 노력으로 젊은층 유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전체 이용자 중 20~30대가 70%를 차지한다.”

-한편으론 비대면 채널 강화가 고령층을 소외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지점을 통한 대면영업 강화와 혁신적인 디지털화를 통한 비대면 채널의 강화, 사실 어느 것 하나도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금융환경의 중심이 모바일로 넘어가면서 모바일 플랫폼 발전에도 애쓰고 있지만 동시에 우리 업계는 오프라인 지점에서 고객과 직접 만나며 고객의 상황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신뢰관계를 이어가며 ‘관계형 금융’의 묘를 이어가는 것 역시 여전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순 재무·신용등급 등 정량적 정보뿐만 아니라 직접 얼굴을 마주 보고 현장을 발로 뛰면서 확인했을 때 얻은 정성적인 지표 역시 고객과의 거래에서 중요한 요소다.”

-최고금리 인하 이후 저신용자가 저축은행에서도 밀려나 사채로 내몰리지는 않았나.

“7등급 이하 저신용자 대출비중이 인하 직전보다 소폭 하락한 측면이 있지만 꼭 최고금리 인하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국내외 경제상황, 가계부채 문제, 저축은행 영업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도 대출원가 절감을 통해 금리 인하로 인한 영향을 흡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다만 고객에게 부실이 전가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보다 높은 EL(기대손실)을 지닌 저신용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는 있다. 저신용 서민의 높은 금리는 높은 손실률에 따라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혁신이 화두다. 저축은행의 혁신을 가로막는 규제는 없는가.

“핀테크 발달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 비율을 맞추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에 대해서는 서민금융 확대 차원에서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비율의 예외를 인정한다든지, 영업구역 내 의무대출비율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 저축은행에는 별도의 규제 예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 등으로 저축은행의 규제부담을 덜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카드사, 인터넷은행까지 뛰어든 중금리 시장에서 저축은행의 비교우위는 무엇인가.

“그간 저축은행만이 축적할 수 있었던 서민대출 관련 데이터들이다. 현재 저축은행은 2012년부터 햇살론, 사잇돌대출 등 다양한 서민금융상품을 취급하면서 쌓은 현장경험과 상품운영결과에 대한 데이터들을 신용평가시스템에 접목하는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서울보증보험에서도 사잇돌대출  관련 소득수준, 근속연수, 연체정보 등을 저축은행에 제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종합적 데이터들이 머신러닝으로 정밀 분석된다면 타업권과 비교했을 때보다 정교한 신용평가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건전성, 포용적 금융 등 다방면의 노력이 아직은 금융당국 등으로부터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저축은행의 예금보험료율이 과거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불거졌던 2011년 0.4%로 책정된 이후 멈춰 있다. 은행(0.08%), 보험·증권(0.15%) 등 타 금융사들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회원 저축은행들이 경영상 어려움으로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것도 내려가지 않는 예보료율이다. 그동안 저축은행들의 자본건전성과 경영환경이 크게 개선되었는데 같은 예보료율을 적용받는 것은 죽은 자의 짐을 산 자에게 떠넘기는 셈이다. 우리가 노력을 하고 있으니 이제는 칭찬을 좀 받을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그러면 신이 나서 더 잘할 수 있을 텐데….”(웃음)
 
-최근 정부는 증권, 카드사에 한해 소액 해외송금 규제를 완화했는데 저축은행은 배제됐다.

“당국에서는 저축은행의 자금세탁방지 능력 부족을 명분으로 내세웠는데 그간 관련 제도 이행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온 우리 업계로서는 정말 당혹스럽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타업권과 동일한 수준으로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충실하게 준수해 왔기 때문이다. 2015년에는 외부 컨설팅을 통해 내부통제 체제를 정비하고 관련 시스템을 고도화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에서 권고하는 위험기반(RBA) 자금세탁방지체계 구축도 진행하고 있다.”

-바야흐로 금융업의 춘추전국시대다. 저축은행의 혁신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제고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저축은행이 과거의 과오로 인해 여전히 타 금융업에 비해 많은 규제부담을 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가) 차곡차곡 쌓이기만 하고 시대에 맞게 바뀌지 않은 규제들을 일시에 풀고, 네거티브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축은행의 경쟁력이 커지고 경영환경이 더욱 좋아져야만 결국 서민금융생활 지원이라는 저축은행 본연의 역할도 더욱 잘 수행할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그러려면 예대마진 위주의 단순 수익구조를 탈피해 혁신을 일으킬 수 있도록 과거의 멍에를 벗겨줄 필요가 있다. 문제가 우려된다면 위반 페널티를 강화하면 되지 않나.”

대담=조남규 경제부장
정리=김라윤 기자 ryk@segye.com



 
이순우 회장은 …

△경북 경주(1950년생) △대구고, 성균관대 법학과 △1977년 상업은행 입행 △1999년 한빛은행 인사부장 △2002년 우리은행 기업금융단장 △2008년 우리은행 수석부행장 △2011년 우리은행장 △2013년 우리은행장 겸 우리금융지주 회장 △2014년 12월 우리카드 고문 △2015년 제17대 저축은행중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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