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봤다. 그런 세상은 살아가기 힘든 곳이다. 사람들은 투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절대권력을 만들어냈다. 절대권력의 보호를 받는 대신 그 권력에 복종하는 계약이 체결됐다. 홉스는 국가권력의 기원을 이런 논리로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절대권력에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성서에 등장하는 바다괴물이다. 홉스가 활동했던 17세기의 영국은 왕권이 약화되면서 내전이 빈발했다. 내전은 백성의 삶을 도탄에 빠뜨렸다. 홉스가 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배경이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리바이어던이 귀환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정치인을 비롯한 미국의 엘리트 기득권층이 미국인을 도탄에 빠뜨렸다면서 정치에 오염되지 않은 자신이 워싱턴의 오물을 일소하겠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기득권층의 탐욕을 제어해 주길 바랐다. 17세기 영국과 21세기 미국은 시대를 넘어선 공통점이 있다. 기득권층의 탐욕과 민초들의 고통, 강력한 지도자의 등장을 바라는 열망 등이다. 미국 공화당이 지난 25일 내놓은 성탄절 성명은 ‘트럼프 현상’의 본질을 정확히 대변한 것이었다. “2000년 전 인류 구원의 약속을 위해 구세주가 세상에 오실 것이라는 새로운 희망이 있었다. 동방박사가 그날 밤 구세주를 영접했듯이 이번 성탄절도 ‘새로운 왕’(New King)의 복음을 예고하고 있다.”

조남규 국제부장

정의가 실종되고 공정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트럼프 같은 ‘반(反)정치’(anti-politics)의 정치인들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제도권 정치와 엘리트 기득권층을 공격한다. 그렇게 국민의 지지를 끌어모아서 권력을 쟁취한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다. 대의(代議)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에서 선거로 뽑힌 선량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포퓰리스트가 힘을 얻는다.

2016년의 미국은 포퓰리스트가 등장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워싱턴 정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부와 소득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졌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중산층과 서민의 삶은 피폐해졌다. 인종 갈등과 테러는 미국인의 안전을 위협했다. 그때 성공신화와 쇼맨십, 국수주의로 무장한 트럼프가 나타나 미국인을 열광시켰다. 포퓰리즘은 구체제를 개혁하는 순기능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자칫 국수주의와 독재로 흐를 위험성도 있다. 

포퓰리즘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 있다. 포퓰리스트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내곤 한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백인 우월주의를 은근히 부추기며 소수인종과 여성, 무슬림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더 불편한 진실은 포퓰리스트가 권력을 장악한 뒤 지지자를 배신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차기 정부의 주요 직책에 내정한 월가 출신 인사나 억만장자 후원자들은 대선 캠페인 기간 트럼프가 목청 높여 성토했던 ‘돈 정치’의 주범들이다. 

군주제를 옹호한 홉스였지만 절대권력의 의무는 ‘좋은 통치’라는 말도 했다. 통치행위가 사람들에게 손상을 입힐 경우 이는 자연법과 신법(神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사건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할 위기에 놓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경고로 들린다. 트럼프 당선자는 물론이고 한국의 차기 대선주자들도 홉스의 경고를 마음속에 새겨둬야 한다.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조남규 지음, 페르소나 펴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기질과 정책 지향, 백악관과 의회의 역학을 주시하며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정리했다. 280쪽. 1만 5500원.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한국경제

[주목! 이 책]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조남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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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특파원으로 3년간 일하며 미국 정치 현장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트럼프 현상’의 출현 배경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요인 등을 설명했다. 저자는 이번 대선 결과를 힐러리 클린턴이 상징하는 ‘워싱턴 정치’가 패배한 것으로 보고, 여성인 클린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성차별 의식, 선거판을 흔든 인종 변수, 주류 언론의 보도 행태 등을 패배 요인으로 제시했다. 그는 “공화당의 도움 없이 ‘나홀로’ 대선을 치른 트럼프 당선자가 포퓰리스트로서 의회보다는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페르소나, 280쪽, 1만5500원)

 

 

조선일보 

[한줄읽기] '우화의 서사학' 외

    입력 : 2016.11.26 03:00

 

한줄읽기 선정 도서

우화의 서사학(김태환 지음)=개미와 매미, 시골쥐와 서울쥐 등 마흔 가지 이솝우화의 테마를 낯설게 읽어내는 새로운 시도. 문학과지성사, 1만3000원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조남규 지음)=트럼프는 무능한 정치가 낳았다. 미국의 대선을 보면 한국의 향후 정치 지형도가 그려진다. 페르소나, 1만5500원

바퀴, 세계를 굴리다(리처드 불리엣 지음)=굴러가는 동그라미 바퀴는 마트, 병원, 가정, 공항에서 어떻게 현대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나. MID, 1만5000원

뱅크스토리(양원근 지음)=은행의 자금이 잘못 배분되어 부실화되면 경제 시스템이 불안 정해진다. 역사적으로 금융 위기는 왜 반복될까. 박영사, 1만9000원

행복한 삶(앨 에트만스키 외 지음)=장애 자녀를 둔 부모, 가정, 공동체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안내서. 대장간, 1만5000원

 

음악의 알레그레토(유혜자 지음)=세심하게 음반을 듣고,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써내려간 명곡 해설서. 인간과문학사, 1만2000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6/2016112600063.html

 

‘이단아’ 트럼프 승리는 미국 유권자 혁명이자 워싱턴 기성정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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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규 지음/페르소나/1만5500원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조남규 지음/페르소나/1만5500원

워싱턴 정치는 언제부터인가 국민의 삶과 유리된 채 헛바퀴를 돌리고 있었다. 미국 연방의사당을 감싸고 있던 타협과 관용의 문화는 어디로 간 것일까.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아웃사이더 대통령을 배출한 2016년 대선을 되돌아본다.

미국에서 3년여 동안 워싱턴특파원을 지낸 종합 일간신문 간부가 쓴 책이다. 저자는 트럼프가 당선됐다기보다는 워싱턴 정치를 상징하는 클린턴이 패배한 선거로 보고 왜 클린턴이 패배했는가를 복기한다. 저자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기존 정치질서에 충실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대신해 자신들의 속내를 거침없이 대변해준 트럼프를 선택한 ‘유권자혁명’이라고 평했다.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로 워싱턴 정치의 추악한 일면을 보여준 반면 트럼프는 많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동물적인 정치감각으로 대중의 불만을 읽고 그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것. 그는 패배 요인으로 여성 클린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성차별 의식, 선거판을 흔든 인종 변수, 주류 언론의 보도행태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공화당의 도움 없이 나홀로 대선을 치른 트럼프 당선인은 포퓰리스트로서 의회보다는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북핵 위기를 안고 사는 우리로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돌발행동으로 한반도가 위기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트럼프 당선인의 기질과 정책 지향, 백악관과 의회의 역할 등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의 정책은 오바마 집권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 국정에 임할 때는 선거 당시의 정책이 아니라 현실적인 정책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정승욱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간 다이제스트 (1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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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슬기 기자
  • 입력 : 2016.11.25 15: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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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챙기면 낭패본다…주택절세 노하우
주택·아파트 세무 가이드북 실전편 / 신방수 지음

부동산 중 주택은 토지나 상가 등 다른 부동산보다 세금이 가볍다. 주택은 국민의 주거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세금을 가볍게 처리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의 매매 횟수가 잦아지면 이에 대한 세금 처리를 제대로 못 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다양한 세금문제를 폭넓게 다뤄 주택 소유자가 맞닥뜨리는 애로사항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청개구리 아이, 어떻게 말잘듣게 할까
내 아이 고집 이기는 대화법 / 박혜원 지음

집 밖에만 나가면 말썽을 부리는 아이, 돌아다니거나 TV를 보면서 밥 먹는 아이, 아빠 말은 듣는데 엄마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아이, 늦은 시간까지 잠 안 자고 노는 아이 등의 문제들을 다룬다. 저자는 사소한 일상생활에서부터 제대로 된 개념을 가르치고 심어주면 아이의 행동은 저절로 따라오며 자연스럽게 잔소리와 힘겨루기도 하지 않게 된다고 조언한다. 아주좋은날 펴냄.

중년 여성의 고백 '나이 든다는 것은'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 사카이 준코 지음 / 조찬희 옮김

30대를 지나 40대의 경험과 변화를 고스란히 통과하는 몸과 마음의 풍경을 담담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중년이라는 어중간한 자리에서 겪어야 하는 당혹과 비애의 측면을 솔직 담백하고도 재치 있게 펼쳐 보인다. 책에는 40대이기는 해도 아줌마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공감을 자아내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바다출판사 펴냄.

조르조 아감벤의 사유한 '언어의 정수'
불과 글 / 조르조 아감벤 지음 / 윤병언 옮김

우리 시대 가장 도전적이며 영향력 있는 사상가 조르조 아감벤이 자신의 철학적 여정의 시작점이자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언어에 대한 미학적 고찰'로 다시 돌아와 읽고 쓰기에 관한 사유를 담아낸 책이다. 문학에 가까운 열 편의 철학적 단상을 묶은 이 책은 모든 언어적 행위가 갖고 있는 비평과 창조, 관찰과 행위의 은밀한 이원론적 측면을 부각시키며 우리의 의식을 날카롭게 일깨운다. 책세상 펴냄.

빅브러더 앞 '사생활의 가치'를 논하다
숨길 수 있는 권리 / 대니얼 J 솔로브 지음 / 김승진 옮김

'안보 대 사생활' 구도의 논쟁을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사생활이라고 하면 숨기고 싶은 것, 비밀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이런 '사생활=비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생활도 '사회적인 가치'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간 안보 강화론자들이 내세워온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사생활은 희생돼야 마땅하다'는 논리에 이성적으로 반박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동아시아 펴냄.

'대통령 트럼프' 만든 미국의 DNA는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 조남규 지음

미국이 연방의사당을 감싸고 있던 타협과 관용의 문화를 뒤로하고,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탄생시킨 배경을 분석한 책이다. 제1부 도입부인 '유권자 혁명의 전조' 편은 당시 상황을 스케치한 글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대통령과 의회,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갈등 양상을 추적했다. 2부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의 실패를 복기해봤다. 페르소나 펴냄.

[정리 =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새 책] 홍학이 된 사나이 外

등록 : 2016.11.25 15:31
수정 : 2016.11.25 15:31

 

▦홍학이 된 사나이

오한기 지음. 외삼촌이 유산으로 남긴 펜션을 관리하며 소설을 쓰는 ‘나’는 자신이 점점 홍학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신인작가의 첫 장편소설. 문학동네ㆍ180쪽ㆍ1만2,000원

▦네오 샤먼으로서의 작가

임우기 지음. 한국 문학과 샤머니즘 이념을 연결시킨 문학 평론집. 김수영, 김사인, 김춘추, 기형도의 시와 박민규, 이문구, 박경리의 소설세계를 다뤘다. 아트인라이프ㆍ992쪽ㆍ4만원

▦씁니다, 우주일지

신동욱 지음. 희소병 판정을 받은 배우 신동욱이 작가로 데뷔해 쓴 첫 장편소설. 우주를 사랑하는 천재 사업가 맥 매커천과 이론물리학자 김안나 박사가 우주 엘리베이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다산책방ㆍ472쪽ㆍ1만4,000원

▦한 줌의 시

조재룡 지음. 한국 현대시 비평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평론가 조재룡의 새 평론집. 시의 개념과 언어를 확장하는 비평문 31편이 담겼다. 문학과지성사ㆍ789쪽ㆍ2만8,000원

▦바보배

제바스티안 브란트 지음. 노성두 옮김. 바보들을 가득 태운 어리석음의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를 지나 바보들의 유토피아인 ‘나가고니아’로 향한다. 르네상스 인문주의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작품. 읻다ㆍ556쪽ㆍ2만원

교양ㆍ실용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조남규 지음. ‘아웃사이더 대통령’을 탄생시킨 미국 정세를 차분히 되짚고, 트럼프의 정책지향, 공약, 한반도에 미칠 영향 등을 전망했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기자가 썼다. 페르소나ㆍ280쪽ㆍ1만5,500원

 

'아웃사이더' 배출한 美 대선 돌아보기
입력시간 : 2016. 11.25. 00:00



<무등일보>

 
오바마 정부 국정과제 중심 미국 사회 갈등 양상 추적

'트럼프 민감증'에 빠질 수 있는 한국사회에 신중 당부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조남규 지음 페르소나 펴냄

한국에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를 흔들고 있으나 아직도 계속되는 '글로벌 충격'은 역시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70)가 당선된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한국은 물론이고 유럽 각국에서는 정치·외교·안보·경제 관련 긴급회의가 개최됐고, 그의 공약을 뒤늦게 점검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당장 국내에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권통제권 전환 등의 문제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 한미 FTA 재협상, 자동차·에너지·항공 업계 피해, 관세 폭탄까지 거의 모든 분야가 트럼프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지어 포퓰리즘·고립주의·토착민주의·인종주의로 점철된 '트럼피즘'(Trumpism) 때문에 '한류'를 위시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 창의성이 투영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앞으로 별 재미를 못 볼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NBC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Apprentice·견습생) 진행, 영화 '나홀로 집에 2' 카메오 출연, 미국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경기 출전 등 대중적 인기에 영합한 행보를 보여온 반면 인종·장르별 예술적 표현 존중,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전통 문화 수용, 미국 내 이주민들의 문화 이해 등은 그와 거리가 먼 영역의 일들이었다.

미국의 정가와 금융가를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세계일보 조남규 기자의 책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미국 워싱턴타임스와 조지타운대에서 연수를 했던 저자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직후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해 3년 동안 미국의 대외정책과 금융위기 극복 과정을 취재했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의 8년 집권 기간 워싱턴 정치는 달라졌을까. 미국인들은 이번 대선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투표로 방증했다. 워싱턴 정치는 언제부터인가 국민의 삶과 유리된 채 헛바퀴를 돌리고 있었고, 미 연방의사당을 감싸고 있던 타협과 관용의 문화는 자취를 감췄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아웃사이더' 대통령을 배출한 미국의 2016년 대선을 되돌아본다.

저자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정쟁에 시달렸고 그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연방정부가 폐쇄되고 미국의 국가신용 등급이 강등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저자는 오바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대통령과 의회,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갈등 양상을 추적하는 동시에 이번 대선이 남긴 '격동의 드라마'를 조명했다.

또한 저자는 유력한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실패를 복기하며 △힐러리를 위협한 섹시즘(sexism) △선거판을 흔든 인종 변수 △기록적으로 결집한 백인 표 △주류 언론을 무력화한 트럼프 △권력욕으로 비친 힐러리의 꿈 등의 요인을 꼽는다.

북한·일본·중국 등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지정학적 변수를 숙명처럼 지닌 우리에게 트럼프의 정책 하나하나는 그 영향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자칫 '트럼프 민감증'에 빠질 수 있는 한국인들에게 트럼프 정부에 대한 신중하고 면밀한 주시가 왜 필요한지 알려주고 있다. 서울=김대원기자

서울=김대원기자 zmd@chol.com    

 

한국인의 시각으로 본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 요인

신간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트럼프 전략의 신'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둠에 따라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분석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트럼프 전략의 신'은 미국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일간지 기자와 한국국제정치학회 명예이사인 정치학자가 쓴 책이다.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서 저자는 2009년 미국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해 3년간 미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트럼프 현상'의 출현 배경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유, 트럼프 치하의 미국 등을 설명하고 있다.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로 워싱턴 정치의 추악한 일면을 보여준 반면 트럼프는 많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동물적인 정치 감각으로 대중의 불만을 정확히 읽고 그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저자는 트럼프가 당선됐다기보다는 워싱턴 정치를 상징하는 클린턴이 패배한 선거로 보고 왜 클린턴이 패배했는가를 복기한다.

그는 패배 요인으로 여성 클린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성차별 의식, 선거판을 흔든 인종 변수, 주류 언론의 보도행태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공화당의 도움 없이 '나홀로' 대선을 치른 트럼프 당선인이 포퓰리스트로서 의회보다는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북핵 위기를 안고 사는 우리로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돌발행동으로 한반도가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트럼프 당선인의 기질과 정책 지향, 백악관과 의회의 역할 등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럼프 전략의 신'은 '손자병법'의 격률로 올해 미국 대선의 주요 에피소드와 이슈를 풀어낸 책이다.

정치학자인 저자가 '손자병법' 해설서를 준비하던 중 미국 공화당 예비 경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고 '손자병법'의 가르침과 트럼프의 성공이 일치함을 발견하고서 이번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 자체가 뉴욕 군사학교 출신으로 '손자병법'을 자신의 애독서로 꼽기도 한다.

책은 전반부는 트럼프 당선인이 부동산 재벌로 성장하기까지의 일대기와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과정을 다룬다.

이어 트럼프가 정치에 투신해 수많은 경쟁에서 승리한 과정을 '손자병법'을 인용해 설명한다.

예컨대 트럼프가 30년의 준비 끝에 나름 승리를 확신하고 대선 출사표를 던진 것을 '손자병법'에 나오는 존망지도(存亡之道)로 풀이한다.

존망지도는 전쟁은 나라가 존속하느냐 멸망하느냐가 걸린 중대사로, 전쟁을 벌이기 전 승패를 잘 가늠해야 한다는 의미다. 즉 이기는 싸움만 하라는 뜻이다.

저자는 "특정한 정치적 입장에 치우치는 대신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자 했다"며 "'손자병법'의 가르침을 미국정치에 활용한 트럼프의 실례를 통해 불가피한 싸움에서 현명하게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 조남규 지음. 페르소나. 280쪽. 1만5천500원.

'트럼프 전략의 신' = 정천구·헬렌 정 지음. 인라잇먼트. 336쪽. 1만6천원.

 

 

pseudoj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1/23 16:14 송고    

 

[새책]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 조남규 지음 | 페르소나 펴냄

  • 박상훈 기자
  • | 등록 : 2016-11-18 18:33
  • | 수정 : 2016-11-18 18:33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사진=페르소나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설마 되겠어?'라는 의구심은 '이변 연출'로 이어졌다.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70)가 당선된 것은 전 세계에 적지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한국은 물론이고 유럽 각국에서는 정치·외교·안보·경제 관련 긴급회의가 개최됐고, 그의 공약을 뒤늦게 점검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당장 국내에서는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권통제권 전환 등의 문제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 한미 FTA 재협상, 자동차·에너지·항공 업계 피해, 관세 폭탄까지 거의 모든 분야가 트럼프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지어 포퓰리즘·고립주의·토착민주의·인종주의로 점철된 '트럼피즘'(Trumpism) 때문에 '한류'를 위시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 창의성이 투영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앞으로 별 재미를 못 볼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NBC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Apprentice·견습생) 진행, 영화 '나홀로 집에 2' 카메오 출연, 미국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경기 출전 등 대중적 인기에 영합한 행보를 보여온 반면 인종·장르별 예술적 표현 존중,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전통 문화 수용, 미국 내 이주민들의 문화 이해 등은 그와 거리가 먼 영역의 일들이었다.

미국의 정가와 금융가를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조남규 기자의 책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미국 워싱턴타임스와 조지타운대에서 연수를 했던 저자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직후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해 3년 동안 미국의 대외정책과 금융위기 극복 과정을 취재했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의 8년 집권 기간 워싱턴 정치는 달라졌을까. 미국인들은 이번 대선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투표로 방증했다. 워싱턴 정치는 언제부터인가 국민의 삶과 유리된 채 헛바퀴를 돌리고 있었고, 미 연방의사당을 감싸고 있던 타협과 관용의 문화는 자취를 감췄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아웃사이더' 대통령을 배출한 미국의 2016년 대선을 되돌아본다.  

저자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정쟁에 시달렸고 그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연방정부가 폐쇄되고 미국의 국가신용 등급이 강등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저자는 오바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대통령과 의회,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갈등 양상을 추적하는 동시에 이번 대선이 남긴 '격동의 드라마'를 조명했다.
  
또한 저자는 유력한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실패를 복기하며 △힐러리를 위협한 섹시즘(sexism) △선거판을 흔든 인종 변수 △기록적으로 결집한 백인 표 △주류 언론을 무력화한 트럼프 △권력욕으로 비친 힐러리의 꿈 등의 요인을 꼽는다.

북한·일본·중국 등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지정학적 변수를 숙명처럼 지닌 우리에게 트럼프의 정책 하나하나는 그 영향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자칫 '트럼프 민감증'에 빠질 수 있는 한국인들에게 트럼프 정부에 대한 신중하고 면밀한 주시가 왜 필요한지 알려주고 있다.  

280쪽 | 1만5500원

 

한국기자협회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조남규 세계일보 기자

김성후 기자2016.12.14 12:59:25

미국 대선은 트럼프가 당선됐다기보다는 제도권 정치의 대표주자인 힐러리가 패배한 선거였다. 미국 워싱턴타임스 교환기자, 조지타운대 방문연구원, 오바마 정부 출범 직후 3년간 세계일보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워싱턴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실체를 짚어본다.


저자는 2016년 미국 대선의 시대정신은 ‘열심히 노력해도 살림살이가 고달프기만 한 나라’를 만들어낸 기성정치를 심판하자는 것이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워싱턴 정치와 세계화 흐름에서 소외된 미국인들이 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는지 파헤친다.

 

오바마 8년 집권 동안 워싱턴 정치는 변화하지 않았으며, 샌더스나 트럼프의 열광의 이면에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돼 있는 제도권 정치를 심판하자는 미국인들의 열망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책에서 한때 세계가 등대로 삼았던 ‘언덕 위의 도시’(City upon a Hill) 미국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미국 연방의사당을 감싸고 있던 타협과 관용의 문화는 어디로 간 것인지 묻고 있다.

-페르소나 

 http://www.ytn.co.kr/_ln/0125_20161207174946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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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5일 


리비아 군사작전은 ‘힐러리의 전쟁’이었다. 

2011년 2월 ‘아랍의 봄’이 리비아에 상륙했다. 리비아 벵가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소셜 미디어를 타고 주요 도시로 확산됐다.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189명의 미국인을 포함해 259명이 타고 있던 팬암기를 폭발시킨 장본인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중동의 미친개’라고 불렀던 카다피가 장갑차 부대를 진격시키자 버락 오바마 정부 내에서는 미군 파병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조 바이든 부통령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반대론을 폈다. 당시 국무장관이던 힐러리 클린턴은 강경론을 펼쳤다. 명분은 카다피에 의한 민간인 대량살상이었다. 힐러리는 서방의 군사 개입을 꺼리는 인근 아랍국가를 움직였다. 유럽에 가서 프랑스와 영국을 포함한 카다피 축출 군사 연합을 만들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지상군 파병은 제외한다는 조건아래 클린턴의 리비아 개입안을 승인했다. 오바마 외교안보팀 내의 반대론을 물리치고 사실상 카다피 제거 작전을 이끌어 낸 것이다. 카다피는 TV에 출연해 시민군을 향해 “자비란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덕분에 클린턴이 리비아에 개입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2011년 3월19일 밤, 리비아 북쪽 지중해상에서 토마호크 미사일들이 하늘로 솟아오르며 ‘오디세이 새벽’ 작전이 개시됐다. 그해 8월21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가 함락되고 카다피 정권은 무너졌다. 행방을 감춘 카다피는 시르테에 은신한 채 라디오 방송으로 결사항전을 촉구하다 시민군에 붙잡혀 비운의 최후를 맞았다. 

민주당 클린턴 후보가 올해 대선에서 당선되면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정책)는 클린턴의 스타일이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어느 시점에 달하면 기습적인 선제 타격 카드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대외 정책에서 가급적 국제 문제에 개입하길 꺼리는 ‘고립주의’ 성향으로 분류된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기간에 클린턴이 상원의원 시절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고 국무장관 재직 시 리비아와 시리아 사태 개입을 주도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렇지만 북한 문제에서만큼은 클린턴보다 유화적이지 않다. 트럼프는 2000년 대선을 앞두고 개혁당 후보로 나서려 했다. 그때 자신의 공약집이나 다름없는 저서를 통해 북한에 대한 시각의 일단을 내보였다. 그는 저서에서 북한이 핵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추게 되면 더 이상 협상은 의미가 없게 된다면서 “대북 협상이 실패하면 북한의 위협이 현실화하기 전에 무법자를 겨냥해 재래식 무기로 북한의 목표물을 정밀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이나 트럼프 모두 대북 선제 타격에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 시점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나 해외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준에 이르렀을 때다. 지금 북한은 서서히 그 능력을 완성해 가고 있다. 미국의 차기 행정부 내에 한반도는 백악관의 최우선 관심 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미국의 최고통수권자가 오는 8일(현지시간) 결정된다.

조남규 국제부장

2016년 10월30일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대선을 11일 앞둔 28일(현지시간)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이하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재수사에 나섰다.
대선 전까지 결론은 나지 않겠지만 재수사 발표만으로도 힐러리는 큰 타격을 입게됐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가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을 공격하고 있는 것은 중요치 않다. 경쟁 후보인 트럼프의 공세는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가 힐러리의 측근주의와 비밀주의를 미국인들에게 상기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대선이 코 앞이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과 중도층이 힐러리를 외면할 수 있다.

힐러리의 이메일 스캔들은 대선판을 뒤흔들 ‘게임 체인저’(game changer)였다.

이메일 스캔들은 힐러리가 개인 이메일 계정을 통해 공무를 보고, 그 과정에서 일부 기밀 서류가 유출됐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힐러리도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더 큰 문제는 이메일 스캔들로 드러난 힐러리의 정실주의, 비밀주의 행태다. 힐러리는 왜 보안이 철저한 국무부 공용 메일을 놔두고 개인 이메일 계정을 통해 측근들과 밀담을 나눴을까.  

최근 필자가 쓴 칼럼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미국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는 시련의 정치인이었다.
 
1992년 남편인 빌 클린턴(이하 빌)의 대선 승리로 퍼스트레이디가 된 힐러리는 보수 진영의 표적이 됐다. 그럴 만도 했다. 힐러리는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백악관 웨스트윙에 퍼스트 레이디 사무실을 마련했다. 그때까지 퍼스트 레이디의 사무실은 백악관 이스트윙에 있었다. 남편을 내조하던 기존의 퍼스트레이디와 달리 힐러리는 빌 클린턴 정부의 의료개혁을 진두지휘하는 등 빌과 사실상 ‘공동 통치’를 했다. 여성과 동성애자 권익 보호에도 앞장섰다. 전통을 중시하는 공화당 의원들의 눈에 힐러리가 곱게 보였을 리 없다. 
 
공화당은 다수당이 되자 의회는 특별검사를 임명해 힐러리와 관련된 모든 의혹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믿고 의지했던 측근은 권총 자살을 했다. 언론과도 불화를 겪었다. 힐러리는 안으로 움츠러들었다. 측근들과 똘똘 뭉쳐서 외부 공세에 맞섰다. 힐러리의 측근을 일컫는 ‘힐러리랜드’(Hillaryland)가 이때 생겨났다. 거의 전원이 여성이었다. 이들은 힐러리가 시련을 겪을 때마다 곁을 지켰다. 힐러리도 이들을 가족처럼 대했다. 힐러리랜드에 소속되면 클린턴 부부에게서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 미 언론은 힐러리가 측근들의 애경사를 직접 챙겼다고 전했다. 측근들은 충성심으로 보답했다. 법원 판결로 공개된 이메일에서 그들은 힐러리를 ‘보스’로 불렀다.
 
힐러리가 2000년 상원의원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한 이래 그의 정치는 측근들을 중심으로 돌아갔다. 이런 측근 정치는 힐러리가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패배한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의리로 뭉쳐 있던 힐러리 캠프는 능력있는 인재와 참신한 전략을 쉽게 수용하지 못했다. 인재와 전략은 오바마 캠프로 흘러 들어갔다. 힐러리는 이후 외부 인사에도 힐러리랜드의 문호를 일부 개방했다. 그래도 힐러리랜드에는 아직도 빌 클린턴 정부 시절부터 함께해온 측근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힐러리의 최측근인 셰릴 밀스와 힐러리의 분신이나 다름없는 후마 에버딘은 클린턴 정부 시절부터 힐러리랜드에 소속돼 있던 인사들이다. 밀스와 에버딘은 힐러리가 국무장관에 임명됐을 때 각각 비서실장과 비서실차장에 임명됐다. 힐러리와 에버딘의 관계를 놓고는 “빌조차도 힐러리와 접촉하려면 에버딘을 통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힐러리의 비밀주의 행태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힐러리는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을 통해 측근들과만 은밀히 소통했다. 그 과정에서 국가기밀로 분류된 정보들이 사적으로 유통됐다. 미국 사법당국이 힐러리를 기소했다면 올해 대선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됐을 것이다. 2016년 대선 과정에서 힐러리를 괴롭혔던 ‘이메일 스캔들’은 비밀주의 행태가 낳은 예고된 참사였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선후보는 대선 캠페인 기간에 힐러리의 측근 정치와 비밀주의 행태를 공격했다. 힐러리의 측근 중에는 컨설팅 회사를 차려놓고 세계 각국의 기업을 고객으로 두고 떼돈을 번 인사도 있었다. 보수 진영은 힐러리가 그 측근의 돈벌이를 도왔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힐러리가 비혐오 후보가 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다. 이메일 스캔들과 관련해선 힐러리가 직접 “실수였다”고 여러 차례 고개를 숙여야 했다. 비선(秘線) 측근에 과도하게 의존해온 박근혜 대통령도 대국민 사과를 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한·미 양국에서 대표적 여성 리더의 측근 정치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칼럼은 힐러리의 기질과 행태를 중심으로 분석해본 글이다.

그런데 최근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또 다른 힐러리 관련 이메일을 검토해보니, 그간 공화당이 폈던 음모론도 전혀 근거가 없는 허무맹랑한 주장은 아닐 것이란 심증이 생겼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록키마운트에서 아내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대선후보 지원 유세에 나선 빌 클린턴 전 대통령(왼쪽)이 한 참석자와 사진을 찍고 있다.
노스캐롤라이나=AP연합뉴스
위키리크스에 따르면 빌은 자신이 고문으로 있던 글로벌 컨설팅 기업 ‘테네오’를 통해 고액강연을 주선 받은 정황이 드러났다. 테네오를 설립한 사람은 더글라스 밴드로, 빌이 대통령 시절부터 중용해온 측근이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2012년 재선 캠페인 과정에서 빌의 도움을 받기위해 접촉한 창구가 밴드였다.

밴드는 클린턴재단의 창립 멤버였지만 클린턴 부부의 외동딸인 첼시가 클린턴재단에 개입하면서 마찰이 빚어지자 테네오를 만들어서 독립했다. 빌은 밴드의 사업을 돕기위해 테네오의 고문직을 수락한 것이다. 하지만 현직 국무장관의 남편이 국무장관이 다루는 나라의 기업들을 의뢰인으로 둔 기업에서 돈을 받고 고문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행동이었다. 아무리 조심해도 이해 충돌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2011년 11월자 밴드의 메모에는 “내가 맡은 업무가 클린턴재단을 위해 모금 활동을 펼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유급 강연 기회를 조율하는 일”이라면서 이런 활동을 ‘빌 클린턴 주식회사’, ‘영리 활동’이라고 표현했다. 클린턴재단의 기금모금자로 10년 이상 활동해온 밴드는 당시 코카콜라와 다우케미컬, 대형은행인 UBS가 클린턴재단에 수백만 달러를 기부하도록 했다. 빌은 UBS에서 3차례 강연하고 90만 달러를 받았다. 이런 식으로 밴드가 빌에게 보장해준 유급강연 등 비즈니스 주선은 3000만∼6000만 달러(343억∼686억 원)에 달했다. 밴드는 메모에서 “우리는 클린턴 전 대통령의 개인적, 정치적, 사업적목표와 클린턴재단의 비영리 목표를 동시에 수행하는 등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밴드가 클린턴재단 변호사들에게 보낸 이 메모는 위키리크스가 최근 해킹해 공개한 존 포데스타 힐러리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의 개인 메일에 포함돼 있었다. 힐러리는 이 메모에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힐러리는 국무장관 재임 시절 남편에게 강연료를 지급한 최소 15개의 기업 대표와 만나거나 대화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트럼프는 “오늘 우리는 클린턴의 절친한 친구인 밴드가 클린턴 주식회사에 수천만 달러를 몰아준 것을 자랑하는 내용을 읽었다”며 “클린턴 일가가 백악관 밖에 있을 때도 그들의 기업을 마음대로 갖고 놀았는데, 그들이 다시 백악관에 들어가면 어떻게 할지 상상해보라”고 공격했다.

밴드는 빌이 재단 기부자들로부터 개인 수입을 올렸고 비싼 선물들을 받았다는 이메일도 썼다. 

‘로리엇 국제대학’은 빌에게 명예 회장에 앉힌 뒤 매년 350만 달러(약 40억원)를 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밴드가 기업체 인사들을 골프장 등에서 빌에게 소개해주고 재단에 기부할 것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테네오 측은 “클린턴재단이 전 세계적으로 전개하는 좋은 일을 지원하기 위해 기부금을 기업들에 요청한 것”이라며 “우리 회사는 이 일과 관련해 어떤 금전적 혜택도 받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클린턴 캠프는 성명을 통해 “클린턴 가족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을 도운 클린턴재단의 일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 미국인들은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이메일 내용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클린턴 부부의 정실주의, 비밀주의 행태가 부메랑이 돼서 힐러리를 괴롭히고 있다.

조남규 국제부장

 

미국 대선이 코앞에 닥쳤다. 19일 저녁(현지시간) 진행된 마지막 TV토론은 비전 제시도, 통합의 메시지도 없는 시정의 난투극을 방불케 했다. 어차피 새로 끌어올 표는 없으니 상대 후보의 표나 깎아보자는 투였다. 역대급 비호감 후보들의 대결다웠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대선 불복 가능성까지 시사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지지층 결집을 위한 극약 처방이다. 정책 토론에서도 트럼프는 기존의 불법 체류자 추방,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공약을 반복했다.

불법 체류자 추방, 멕시코 국경장벽 설치 공약 등은 히스패닉 유권자를 자극할 수 있는 성질의 주장이지만 트럼프는 개의치 않았다. 과거 백인 경관이 흑인에게 총격을 가한 사건을 계기로 흑백 인종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에도 트럼프는 ‘법과 질서’를 강조했다. 흑인층의 반발 따위는 감수하겠다는 태도가 역력했다. 트럼프가 이러리라는 것은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를 지명할 때 예상됐다. 펜스 주지사도 여성이나 소수인종 배려와는 거리가 먼 대표적인 우파 정치인이다.  

이쯤 되면 트럼프의 대선 전략이 보인다. 백인표 결집을 통한 대선 승리 전략이다.

백인 유권자 비율은 2000년 78%에서 2012년 71%, 올해 69%(추산)로 감소 추세지만 아직은 백인이 절대 다수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백인 유권자가 기록적인 수준으로 결집해야 한다. 특히 트럼프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밀리고 있는 백인 여성들의 표심이 중요하다. 

2012년 대선 당시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는 고학력 백인 여성 표에서 재선에 도전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앞섰다. 트럼프가 펜실베이니아나 콜로라도 같은 경합주에서 승리하려면 고학력 백인 여성 표를 얻어야 한다. 트럼프가 아내 멜라니아를 앞세워서 여성 친화적 후보로 거듭나려 애쓴 이유다. 그런데 캠페인 막바지에 트럼프의 음담패설 파일이 공개되면서 트럼프의 백인 여성 구애 전략에 차질이 빚어졌다.

2012년 대선에서 백인 유권자는 59%가 롬니를 찍었다. 미국 의회전문매체인 ‘더힐’은 트럼프가 롬니 정도의 백인 표를 획득하고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비백인 유권자 지지가 30%를 넘어야 한다고 예측했다. 롬니는 소수인종에 우호적인 공약을 내세우고도 비백인 유권자 득표율은 17% 정도에 그쳤다. 소수인종의 트럼프 비토 분위기를 고려하면 이들에게서 30% 넘는 지지를 얻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트럼프로서는 백인 유권자를 더 결집시키는 길밖에 없다. 우선은 트럼프 지지세가 강한 백인 유권자의 투표율, 특히 역대 대선에서 투표율이 낮았던 백인 노동자층의 투표율을 기록적인 수준으로 확 끌어올려야 한다. 더힐은 트럼프가 롬니 정도의 비백인 유권자 표를 획득한다는 전제 아래(현재 여론조사에서는 17% 미만이다) 트럼프가 백인 유권자의 65% 이상을 끌어들이면 대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 50년 동안 백인 유권자로부터 그 정도 수준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후보는 1984년 공화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했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유일하다. 트럼프는 레이건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각종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보면 트럼프는 레이건만큼의 백인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이변으로 기록된 역대 선거에서는 항상 여론조사가 잡아내지 못한 ‘숨은 표’가 있었다. 트럼프 지지 입장을 숨기고 있거나 클린턴을 혐오하는 유권자가 대거 투표장으로 몰려 나오면 기존 여론조사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유일한 경우의 수다. 

조남규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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