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작가인 마크 트웨인은 “세상에는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 거짓말, 새빨간의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말했다. 현대인들은 매일 수없이 많은 통계를 접하며 살아간다. 통계를 바탕으로 정치인은 공약을 만들고 정부는 정책을 추진한다. 통계가 잘못되면 우리 사회가 길을 잃는다. 마크 트웨인의 독설에도 정확한 통계를 생산하기 위해 매일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있다. 통계청 직원들이다. 지난 17일 통계청장 집무실에서 만난 유경준 통계청장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촘촘하고 튼튼한 사회안전망”이라면서 “이를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비롯해 삶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을 제시하기에 앞서 정확한 통계를 바탕으로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경준 통계청장이 지난 17일 통계청장 집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사회안전망을 제대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소득을 비롯해 삶의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서상배 선임기자

 

― 통계청이 최근 한국 삶의질 학회와 공동으로 발표한 ‘삶의 질 종합지수’가 세간의 화제다.

“사회 발전상을 드러내는 지표로 흔히 국내총생산(GDP) 지표가 사용된다. 하지만 ‘먹고사는 생존문제’가 일단 극복되면 삶에서 양적지표보다 질적인 측면의 중요도가 올라간다. GDP라는 하나의 지표만으로는 한국의 발전상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못한다. 사회발전상을 드러낼 수 있는 보완지표들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예컨대 경제개발하면 환경은 파괴될 가능성이 크므로 이를 종합적으로 보는 환경계정도 필요하다. 위성을 통해서 환경정보를 수집하고 있으니 가능한 일 아닌가. 이를 통해 GDP의 맹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여겼다. 이에 더해 공유 경제, 인터넷 경제 등 경제가 발전하면서 GDP에는 반영이 안되는 경제영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가정주부의 가사노동이 GDP에 보완되지 않는 것 역시 큰 문제다. 이를 현실에 맞게 잘 보완해서 GDP가 국민총생산을 잘 대변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삶의 질 지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개발 지표만 80개였는데 진도가 안나갔다. 개별 지표를 발표해도 사람들의 반응이 없었다. 지표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려면 대중들의 피드백이 필요하다. 사람들이 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를 알아야 사회적 컨센서스를 확보할 수 있고 좋은 지표를 만들 수 있다. 여튼 이번에 발표된 삶의 질 지표로 확인됐듯이 최근 10년간 우리 GDP는 29% 올랐지만 삶의 질은 12% 남짓 올랐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파악해야 좋은 정책이 나올 수 있다. 삶의 질 지표가 공개된 후 우리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진 분야가 어디인지, 국민들이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무엇을 요구하는지, 도대체 어떤 정책을 도입해야 국민이 더 행복해질 수 있는지가 보다 분명해졌다. 삶의 질 지표를 개선하려면 학계와 시민사회의 동참이 필요하다. 이를 유도하려고 이번에 지표를 발표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삶의 질을 대변하는 지표가 이런 것이다, 라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일어나는 것인데 이런 것이 공표됨으로써 가능해진다. 지표가 총 80개니까 앞으로 사람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뺄건 빼고 넣을 건 넣겠다.”

―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표 중에 뭐가 빠졌나.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삶의 질 측정 부분에서 논란이 많아 빠졌다. 고용의 질 지표의 측정 도구로 비정규직 비율을 넣는 데 대한 의견이 분분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은 한국에만 있는 개념이고 다른 나라는 임시직(temporary worker)이라는 개념을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자발적으로 파트타임을 선택하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이들을 모두 비정규직 비율에 포함시켜 추산하는 것은 문제라는 이야기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우리나라 대기업 정규직 10% 빼고는 모두 삶의 질이 나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게 된다. 현재 고용의 질을 가장 정확히 드러낼 수 있는 지표들을 개발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 이번에 발표된 삶의 질 지표 가운데 일부는 국민들의 인식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사회부장 시절에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주제로 기획 시리즈를 진행한 적이 있다. 교육 관련한 국민들의 불만이 높았다. 그런데 이번에 발표된 삶이 질 지표 교육 부문에서 한국인의 삶의 질이 가장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특히 교육 부문은 강남 3구 같은 특정지역이 명문대를 독식하고 있지 않나.

“청년 실업 증가 등으로 주관적으로 느끼는 교육 효과는 떨어졌을 수 있겠지만 객관적인 지표상으로는 고등교육 이수율, 유치원 취학률, 취업률 등이 올라가서 좋아진 것이다. 교육 부문 종합지수는 2015년 123.9로 2006년(100)보다 23.9% 상승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교육을 통한 계층상승 사다리가 사라진 것에 대해 깊은 좌절감을 공유한다는 것을 느꼈다. 통계청에서도 교육 불평등에 대한 통계가 교육의 질 평가 항목에 포함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강남 3구의 명문대 독식같은) 교육 불평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모세대부터 자식세대에 이르는 20년 이상의 시계열 자료가 축적돼 있어야 한다. 아버지가 소득 몇분위였는데 아들은 몇분위로 바뀌었는지 등의 자료가 현재는 없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이동성 평가지표가 없는 셈이다. 10년 정도의 추이는 주관적으로 물어본 자료가 있긴하다. 이에 따르면 계층 하락세가 보인다. 실제로 계층간 이동 관련 통계는 꼭 구축해야 한다고 내가 부임하면서부터 꾸준히 이야기하고 있다. 준비 작업 중이나 당장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 삶의 질 지표가 현실과 괴리되어 있다는 비판도 있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하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표를 보완해 나가겠다.” 

― 교육청의 사교육비 통계를 보면 초중고 사교육비가 49만원밖에 안된다. 비현실적이다.

"사교육을 아예 안하거나 자녀가 없는 가구까지 포함돼 평균값이 매겨졌기 때문이다. 전 가구 평균이다. 자녀가 있는, 사교육을 하는 가구 통계도 별도로 있다. 이 통계도 같이 보도해야 한다."

― 사교육비 관련 설문 조사는 정확한가.

"고소득층이 실제 지출보다 적게 응답할 확률은 잇다. 물론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학원에서 자료를 받는다면 좋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 다른 부처에서 자료 협조 요청에 잘 응하고 있나.

"인식은 많이 좋아졌는데 아직도 문제는 있다. 일단 개인정보보호법 문제 때문에 자료 제공하고 피해볼까봐 조심한다. 관련 법을 개정해오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아까 말한 자료를 받는 것도 7년 걸렸다. 또 부처마다 답변 형식이 모두 다르다. 주소 기입 방법도 제각각이다. 이걸 다 통일했다. 안 주려는 자료도 통계청 사망이라고 생각하고 끊임없이 설득해서 받으려 하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 공공행정자료는 빅데이터의 보고다. 개인정보는 활용 과정에서 조심할 필요는 있지만 연구목적으로 사용한다는 분명한 제한 속에, 그리고 사적으로 유용했을 때 엄격한 처벌 장치를 마련해놓고 관련 규제를 풀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시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지표들을 개발할 수 있다."

― 더 좋은 통계를 만들기위해 어느 부처 정보가 가장 필요한가.

"역점적으로 노력한 게 국세청 자료를 받은 문제였다. 소득, 기업매출, 이익 등의 정보가 국세청에 있는데 꾸준히 설득해서 많은 자료를 받고 있다. 금융관련법 때문에 처음에는 협조를 받는게 쉽지 않았다. 지금은 원활하게 잘되고 있는 편이다. 국세청에서 기업총조사라고 해서 매출액, 영업이익을 매년 수집하고 있는데 통계청에서 이 자료를 못받고 있다가 설득해서 받았다. 100억 정도 비용 절감 효과가 있었다. 사실 통계청도 별도로 기업 매출 등을 조사하러 나가는데 설문에 대한 응답 의지가 약하다. 2021년부터는 기업총조사도 인구총조사처럼 등록 센서스 방식으로 갈 것이다. 전 국민의 소득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결정적 근거가 될 수 있는 기업등록부를 통계청이 작성하기 시작했다. 통계청, 국세청이 각각 기업 자료를 작성하는데 통계청의 한계는 실체가 있는 회사와 업체의 매출만 조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사업자 등록을 돼있지만 실체가 없어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영역이 넓게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인터넷 쇼핑 등 온라인 거래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런 것을 포함할 수 없는 게 한계였다. 그 자료가 국세청에는 있다. 그걸 받아서 기업등록부를 작성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통계청 자료도 국세청에 제공해서 도움을 주기도 한다. 등록이 안된 영세 업체 자료는 우리가 국세청에 제공해서 탈세 영역을 줄인다."

취업률 통계를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취업 시장으로 너도 나도 많이 나오니까 실업률이 오르긴 한다. 하지만 인구가 줄고 경제활동 참가가 활발해져서 취업률, 고용률도 꾸준히 올랐다. 물론 실업률이 더 많이 올라서 체감되는게 안 좋은 것이다."

― 고용·임금 부문 종합지수(103.2)도 다소 나아진 것으로 나왔다. 비정규직 비율 등을 포함한 ‘고용의 질’이 제대로 평가된 것인가. 

“비정규직 비율 증가를 고용의 질 악화로 단순 등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사회적으로 고민이 필요하다. 그런 식으로 단순화하기 시작하면 대기업 정규직 10%를 빼고는 모두 불행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자발적으로 시간제 일자리를 구하려는 사람 역시 존재한다. 또 산업이 발전하면서 고용의 형태 역시 다양화한다. 고용의 질을 가장 정확히 드러낼 수 있는 지표들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취임 후 업적 중 하나가 각 부처에서 자료를 받아 통계작업 효율화를 꾀한 것이라고 본다.

"13개 기관, 24개 부처의 자료를 받아서 전수조사 형태의 인구 센서스 조사를 효율화시킨 것이 큰 역점 사업이었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우리가 일일이 묻고 질문해야 하던 인구 센서스 전수 조사 형태의 설문을 각종 부처에서 받은 행정 자료를 이용해 간소화, 효율화했다. 13개 기관, 24개 부처의 기초자료를 융복합했는데 행안부, 국세청, 보건복지부, 교육부 등에서 기초자료를 수집해서 2015년 등록 센서스로 전환했다. 7년 동안 각 기관들을 설득해서 정보를 수집한 결과, 이제는 기초 항목은 통계청이 설문하지 않고 이를 이용해서 추가적인 설문만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설문 조사 비용이 절반 정도 절감돼서 1450억원 가량 줄었다. 2015년 히트 상품이라 할 수 있다. 전 국민의 20%를 조사하게 됐는데 이 정도 표본을 잡고하면 정확도는 99%라고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나이 많은 세대가 출생 신고를 늦게한 경우가 많았고 언니 이름으로 사는 사람, 부인 이름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이 발견됐다."

 

― 소득·소비 부문 종합지수(116.5)도 삶의 질이 개선된 부문 순서에서 상위 랭킹 3위 안에 들었다. 소득 불평등이 사회 문제로 대두했는데 선뜻 납득하기 힘든 결과다.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0에 가까우면 평등하고 1에 가까우면 불평등)는 불충분한 지수다. 지금은 가구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하고 있다. 국세청, 보건복지부 등의 개인 금융소득 자료 등을 활용해 소득통계를 보완해야 불평등 정도를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이런 방식으로 산정한 ‘신(新)지니계수’는 오는 12월 나온다.)” 

―우리나라 분배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2015년까지는 저소득층에 대한 공적 이전소득이 증가한 덕분에 소득분배가 개선됐다. 그 결과 우리 사회의 불평등 수준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추세적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해부터 소득분배가 악화했다. 고령화로 노인 인구가 갈수록 더 증가하는데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빈곤 노인들이 많아졌다. 노인들에게 일괄적으로 주었던 기초연금의 기저효과가 사라진 것도 소득분배가 나빠진 한 요인이다. 노인은 계속 유입되고 청년 실업률도 악화일로다. 다른 나라와의 비교는 신중해야 한다. 분자, 분모로 뭘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니계수가 높게 나오는 것은 원래 높기도 하지만 조사가 촘촘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도 지니계수가 높은 수준이다. 우리가 영미식으로 사회보장제도를 꼭 짚어서 필요한 것 위주로 하다보니 소득 불평등도가 높은 국가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세계 몇 등이라는 식의 비교는 위험하다. 지금은 현금 급여만 소득계정에 포함시키고 있는데 선진국일수록 사회적 현물 형태로 복지 지원을 많이 한다. 보육료나 노인들의 무료 지하철 이용 등이 모두 사회적 현물 제공이다. 현물 지원까지 통계에 포함시키면 소득분배율이 더 개선될 것이다. 지니계수를 15% 이상 개선시킬 것으로 예상한다.”

―2015년 지니계수는 0.295였다. 2016년 지니계수(오는 5월 발표)는 더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지난달 발표된 2016년 4분기 가계동향에서 소득 1분위(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반면 소득 5분위(상위 20%) 소득은 늘었다. 이런 지표가 추세를 반영한다고 본다.”

― 0.30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나. 

“아직 집계가 끝나지 않았지만 그럴 것으로 본다.” 
 
―지니계수가 오는 12월부터 바뀐다는데.
"아니다. 12월부터 나오는 것은 맞는데 기존에 있는 것을 중단하지는 않는다. 63년 동안 해오던 거라 과도기가 필요하다. 다만 2011년부터 나온 신 지니지수를 행정자료를 보완해서 좀 더 정교하게 하겠다는 수준으로 이해해 달라. 가계동향조사를 63년간 해왔는데 8700 가구에 매월 가계부를 보내달라고 해서 매월 소비지출소득을 조사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프라이버시가 중요해지니까 답변을 안하기 시작했다. 회수율이 75% 정도인데 고소득이 몰려있는 강남구는 50% 정도에 불과했다. 그래펏 2010년부터 1년에 한번 하는 걸로 바꿔서 응답율을 80~90%로 높였다. 고소득층은 샘플을 더 많이 잡아서 통계 왜곡을 교정하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 이에 더해 행정자료를 이용해서 개인 금융소득 등 사람들이 대답하기 꺼려하는 부분까지 반영하려고 한다. 오는 10월에 금융자료를 받아서 이를 반영한 지표를 12월에 내놓는다."


 
 

 

― 대선 주자들마다 각종 사회문제들에 대한 나름의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통계청장으로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 국민에 대한 정확한 소득 파악이다. 병을 치료하려면 정확한 진단이 우선이다. 우리 국민 48%가 소득세를 내지 않고 있다. 이들의 소득 파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누가 얼마나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는지, 취약층의 복지를 위해 개별적으로 얼마가 필요한지를 알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는 제대로 된 복지를 제공하기 어렵다.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에 가장 시급한 문제는 사회안전망 확충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 국민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컨대 고용보험만 해도 전체 취업자 3분의 1 정도가 미가입 상태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은 실직이라도 하면 당장 낭떠러지행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누가 얼마나 빈곤하고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야 한다. 사회안전망 보완은 노동유연성 제고하고도 관련이 있다. 노동시장 유연하게한다고 하면 대기업과 공기업 측에서 바로 해고 촉진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기업, 공기업 다니는 사람들은 해고돼도 고용보험 등으로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하다. 하지만 고용보험에서 빠져있는 사람은 정말 문제다. 정작 보호돼야할 사람들은 고용보험조차 없는 사람들이다.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시스템 안으로 전부 포함시켜야 노동시장이 유연화돼도 충격이 덜할 수 있다. 해고돼도 실업급여와 직업훈련을 정상적으로 받으며 부활의 기회를 쉽게 얻을 수 있다. 지금 노동 유연화 반대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사회안전망 잘돼있다. 사회안전망은 노인빈곤도 포함한다. 세율이 안정된 상태에서는 차등 지급하는 것이 좋다. 차등 지급의 기본이 소득 파악이다. 그게 안되어 있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통계청이 그 준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일단 임금 근로자부터 데이터베이스 구축 중이고 그 다음이 자영업자다. 그건 우리가 기업총조사하니까 매출액 등을 근거로 추정이 가능하다. 고용보험 데이터베이스 등을 이용해서 일용노동자 소득도 다양한 추계 방식을 동원해서 할 수 있다고 믿는다.”  

― 일부 대선주자가 공약으로 제시한 ‘기본소득’ 지원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보나.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기본소득을 주려고 해도 기본적으로 누구에게 얼마나 줄지를 알려면 소득 파악부터 해야하는게 맞지 않겠나.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소득세를 안낸다. 지금 기본소득 논의가 오가는 나라들은 이미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는 상태이다. 기본소득의 취지는 산업안전망이 잘 되어 있는 국가에서 근로의욕 감퇴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추가로 일하게 하도록 주자는 것인데 한국은 사회안전망부터가 부실핟. 게다가 복지국가로 유명한 핀란드조차 부분적으로 시행한 후에 일단 효과를 보고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는 입장이다. 1만명씩 기본소득 주는 집단과 안 주는 집단 비교해서 돈 받은 후 근로의욕 감퇴 여부를 가리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조차 갖춰지지 않은 상태이지 않은가. 누가 얼마나 가난한지부터 정확히 알고 이왕이면 그에 걸맞은 지원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그런 차원에서 통계청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국세청과의 협업을 통한 ‘기업 등록부’ 작성을 제1의 과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업등록부는 전 국민의 소득을 파악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지만 정작 실체가 없어 소득 파악이 되지 않았던 기업에 대한 정보를 국세청에서 넘겨받아 통계청이 보유하고 있는 정보와 합치고 있다.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다른 부처의 협조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다. 빅데이터 시대에 소득 파악은 능력이 아닌 의지의 문제다. ‘부자 증세’든 복지 정책이든 임금 근로자부터 각종 자영업자까지 정확한 소득 파악이 가능해져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래야 고소득자에게 세금을 더 부과할 수 있고 저소득자에게는 데이터에 근거한 차등화된 지원을 할 수 있다. 세수확보에서 ‘세율’을 생각하기 이전에 넓은 ‘세원’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국민 48%가 세금을 안내는 상황을 방치하는 것은 심각한 일이다.”

― 이전에 소득파악 시도 없었나.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 시절 자영업자 소득파악을 위한 소득파악위원회까지 있었다. 소득이 정확히 파악되면 고용보험공단, 산재보험공단이 따로 있을 필요가 없다. 한군데서 파악하고 같이 징수하면 된다. 그렇게 통합 공단만들어서 국세청 밑에 두려했는데 공단의 반발이 심했다. 구조조정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지금 국민이 원하는 것은 투명한 정부다. 고소득자에게 많이 받고 저소득자는 지원해야 한다. 그러려면 넓은 세원이 필요하다."


― 정확한 데이터가 좋은 정책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는 데 동의한다. 

“통계 데이터도 일종의 공공재라 시장에만 맡기면 과소 생산된다. 유료이던 통계자료들이 정책수립과 연구에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2015년 말부터 모두 무료로 전환했다. 2016년 마이크로데이터 이용건수는 3만1654건으로 전년(1만4398건)에 비해 2.2배 증가했다. 현재는 지난 1월1일 기준 통계청과 타 기관 자료 총 266종을 수집해 93종을 서비스하고 있다.” 

대담=조남규 경제부장 
정리=김라윤 기자

 
유경준 통계청장 
 
●1961년 서울 출생●부산 해동고,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한국개발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고용노동부 장관 자문관●한국개발연구원 수석이코노미스트 겸 재정·복지부장●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최저임금심의위원회 공익위원●한국기술교육대학교 교수●제15대 통계청장

어느 마을에 여행객 한 명이 방문했다. 불황으로 많은 주민들이 빚을 지고 있었다. 그 여행객은 여관 주인에게 숙박비로 5만원권 지폐 한장을 건네고 방으로 들어갔다. 모처럼 돈이 생긴 여관 주인은 정육점을 찾아가서 빚 5만원을 갚았다. 정육점 주인은 그 돈으로 밀린 병원비를, 병원 의사는 단골 술집에 달아놓은 외상 술값을 각각 치렀다. 술집 주인이 그 돈으로 여관 주인에게 빌린 5만원을 갚으면서 5만원권 지폐는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자 투숙했던 여행객은 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서 그 돈을 돌려받은 뒤 떠났다. 5만원권 지폐는 그 마을에서 잠시 머물다 사라졌지만 주민들의 빚을 없애주고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서구에서 회자되는 돈에 관한 우화를 한국식으로 바꿔봤다. 

오래전에 토머스 홉스는 화폐의 유통을 혈액순환에 비유하면서 “화폐는 우리 몸의 각 부분에 영양을 주는 혈액처럼 이 사람 저 사람에게로 옮겨다니면서 사회에 활력을 부여한다”고 말했다.

그런 돈이 요즘 한국에서는 돌지 않고 있다. 통화당국이 금리를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리고 시중에 돈을 풀어대고 있는데도 그렇다. 기업과 가계의 은행 예금액이 크게 늘었다. 기업은 투자를 하지 않고 가계는 소비를 하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돈은 이윤을 좇아 쉴 새 없이 흘러다녀야 정상이다. 그러지 않는 이유는 경제의 혈관 내벽에 불확실성과 규제라는 혈전(血栓)이 덕지덕지 들러붙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유무역을 옹호해온 전임 대통령들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사업가 출신답게 전략적으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대응해 중국 시진핑 정부가 보복 수위를 어디까지 높일지도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럴 때 대외 불확실성을 줄이고 이를 상쇄시킬 만한 유인을 제공해서 기업과 가계의 경제활동을 진작시키라고 국민은 세금을 내가며 정부를 운영한다. 대표를 뽑아서 국회에 보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국회에서 규제개혁 문제를 놓고 편이 갈려 있는 현실은 답답하다. 주요 경제 쟁점을 보수와 진보의 정쟁거리로 만드는 나라는 국민을 힘들게 한다. 일자리를 만들고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은 진영 논리를 넘어서야 한다. 지금 대다수 가계는 경기침체로 소득이 줄어들면서 심각한 빈혈 증상에 시달리고 있다. 쓰고 싶어도 쓸 돈이 없는 형편이다. 돈이 돌지 않는 또 다른 이유다. 경기가 얼어붙어 있을 때는 정부도 재정을 보다 적극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미국 금리는 이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연내 3,4차례 인상될 조짐이다. 한국은행은 당분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지만 미국 금리가 우리 금리보다 높아져도 그런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장기적으로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소득은 주는데 금리만 오르면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뇌관이 터질 수 있다. 금리인상기에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빚을 진 저소득층이다. 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가 결정한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불러온 글로벌 금융위기가 취약계층에게 팔린 부동산담보대출 상품이 부실화하면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곳곳에 잠겨 있는 돈이 투자되고 소비돼야 경제가 살아나고 취약계층의 도미노 파산 가능성도 줄어들 수 있다. 경제 주체들이 앞서 소개한 우화 속 주민들처럼 활발히 돈을 돌릴 수 있어야 한다. 

조남규 경제부장

영국의 철학자 토머스 홉스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봤다. 그런 세상은 살아가기 힘든 곳이다. 사람들은 투쟁을 종식시킬 수 있는 절대권력을 만들어냈다. 절대권력의 보호를 받는 대신 그 권력에 복종하는 계약이 체결됐다. 홉스는 국가권력의 기원을 이런 논리로 설명하면서 사람들이 만들어낸 절대권력에 ‘리바이어던’(Leviatha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성서에 등장하는 바다괴물이다. 홉스가 활동했던 17세기의 영국은 왕권이 약화되면서 내전이 빈발했다. 내전은 백성의 삶을 도탄에 빠뜨렸다. 홉스가 리바이어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배경이다.

올해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리바이어던이 귀환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정치인을 비롯한 미국의 엘리트 기득권층이 미국인을 도탄에 빠뜨렸다면서 정치에 오염되지 않은 자신이 워싱턴의 오물을 일소하겠다고 주장했다. 대다수 미국인들은 트럼프가 강력한 리더십으로 기득권층의 탐욕을 제어해 주길 바랐다. 17세기 영국과 21세기 미국은 시대를 넘어선 공통점이 있다. 기득권층의 탐욕과 민초들의 고통, 강력한 지도자의 등장을 바라는 열망 등이다. 미국 공화당이 지난 25일 내놓은 성탄절 성명은 ‘트럼프 현상’의 본질을 정확히 대변한 것이었다. “2000년 전 인류 구원의 약속을 위해 구세주가 세상에 오실 것이라는 새로운 희망이 있었다. 동방박사가 그날 밤 구세주를 영접했듯이 이번 성탄절도 ‘새로운 왕’(New King)의 복음을 예고하고 있다.”

조남규 국제부장

정의가 실종되고 공정이 사라진 세상에서는 트럼프 같은 ‘반(反)정치’(anti-politics)의 정치인들이 득세하기 마련이다. 그들은 제도권 정치와 엘리트 기득권층을 공격한다. 그렇게 국민의 지지를 끌어모아서 권력을 쟁취한다.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다. 대의(代議)민주주의를 채택한 국가에서 선거로 뽑힌 선량들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포퓰리스트가 힘을 얻는다.

2016년의 미국은 포퓰리스트가 등장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워싱턴 정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부와 소득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졌다.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중산층과 서민의 삶은 피폐해졌다. 인종 갈등과 테러는 미국인의 안전을 위협했다. 그때 성공신화와 쇼맨십, 국수주의로 무장한 트럼프가 나타나 미국인을 열광시켰다. 포퓰리즘은 구체제를 개혁하는 순기능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자칫 국수주의와 독재로 흐를 위험성도 있다. 

포퓰리즘에 관한 불편한 진실이 있다. 포퓰리스트 정치인은 자신의 정치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무고한 희생자를 만들어내곤 한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백인 우월주의를 은근히 부추기며 소수인종과 여성, 무슬림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더 불편한 진실은 포퓰리스트가 권력을 장악한 뒤 지지자를 배신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트럼프 당선자가 차기 정부의 주요 직책에 내정한 월가 출신 인사나 억만장자 후원자들은 대선 캠페인 기간 트럼프가 목청 높여 성토했던 ‘돈 정치’의 주범들이다. 

군주제를 옹호한 홉스였지만 절대권력의 의무는 ‘좋은 통치’라는 말도 했다. 통치행위가 사람들에게 손상을 입힐 경우 이는 자연법과 신법(神法)을 위반한 것이라면서.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사건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할 위기에 놓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경고로 들린다. 트럼프 당선자는 물론이고 한국의 차기 대선주자들도 홉스의 경고를 마음속에 새겨둬야 한다.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조남규 지음, 페르소나 펴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기질과 정책 지향, 백악관과 의회의 역학을 주시하며 우리에게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을 정리했다. 280쪽. 1만 5500원.


[출처: 서울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한국경제

[주목! 이 책]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조남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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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특파원으로 3년간 일하며 미국 정치 현장을 지켜본 경험을 바탕으로 ‘트럼프 현상’의 출현 배경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요인 등을 설명했다. 저자는 이번 대선 결과를 힐러리 클린턴이 상징하는 ‘워싱턴 정치’가 패배한 것으로 보고, 여성인 클린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성차별 의식, 선거판을 흔든 인종 변수, 주류 언론의 보도 행태 등을 패배 요인으로 제시했다. 그는 “공화당의 도움 없이 ‘나홀로’ 대선을 치른 트럼프 당선자가 포퓰리스트로서 의회보다는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페르소나, 280쪽, 1만5500원)

 

 

조선일보 

[한줄읽기] '우화의 서사학' 외

    입력 : 2016.11.26 03:00

 

한줄읽기 선정 도서

우화의 서사학(김태환 지음)=개미와 매미, 시골쥐와 서울쥐 등 마흔 가지 이솝우화의 테마를 낯설게 읽어내는 새로운 시도. 문학과지성사, 1만3000원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조남규 지음)=트럼프는 무능한 정치가 낳았다. 미국의 대선을 보면 한국의 향후 정치 지형도가 그려진다. 페르소나, 1만5500원

바퀴, 세계를 굴리다(리처드 불리엣 지음)=굴러가는 동그라미 바퀴는 마트, 병원, 가정, 공항에서 어떻게 현대사회를 지배하게 되었나. MID, 1만5000원

뱅크스토리(양원근 지음)=은행의 자금이 잘못 배분되어 부실화되면 경제 시스템이 불안 정해진다. 역사적으로 금융 위기는 왜 반복될까. 박영사, 1만9000원

행복한 삶(앨 에트만스키 외 지음)=장애 자녀를 둔 부모, 가정, 공동체에서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한 상세한 안내서. 대장간, 1만5000원

 

음악의 알레그레토(유혜자 지음)=세심하게 음반을 듣고, 한 땀 한 땀 바느질하듯 써내려간 명곡 해설서. 인간과문학사, 1만2000원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11/26/2016112600063.html

 

‘이단아’ 트럼프 승리는 미국 유권자 혁명이자 워싱턴 기성정치 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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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규 지음/페르소나/1만5500원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조남규 지음/페르소나/1만5500원

워싱턴 정치는 언제부터인가 국민의 삶과 유리된 채 헛바퀴를 돌리고 있었다. 미국 연방의사당을 감싸고 있던 타협과 관용의 문화는 어디로 간 것일까.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아웃사이더 대통령을 배출한 2016년 대선을 되돌아본다.

미국에서 3년여 동안 워싱턴특파원을 지낸 종합 일간신문 간부가 쓴 책이다. 저자는 트럼프가 당선됐다기보다는 워싱턴 정치를 상징하는 클린턴이 패배한 선거로 보고 왜 클린턴이 패배했는가를 복기한다. 저자는 트럼프의 대선 승리가 기존 정치질서에 충실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대신해 자신들의 속내를 거침없이 대변해준 트럼프를 선택한 ‘유권자혁명’이라고 평했다.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로 워싱턴 정치의 추악한 일면을 보여준 반면 트럼프는 많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동물적인 정치감각으로 대중의 불만을 읽고 그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줬다는 것. 그는 패배 요인으로 여성 클린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성차별 의식, 선거판을 흔든 인종 변수, 주류 언론의 보도행태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공화당의 도움 없이 나홀로 대선을 치른 트럼프 당선인은 포퓰리스트로서 의회보다는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북핵 위기를 안고 사는 우리로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돌발행동으로 한반도가 위기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트럼프 당선인의 기질과 정책 지향, 백악관과 의회의 역할 등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의 정책은 오바마 집권과는 다른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실제 국정에 임할 때는 선거 당시의 정책이 아니라 현실적인 정책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정승욱 선임기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신간 다이제스트 (11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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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슬기 기자
  • 입력 : 2016.11.25 15:4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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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챙기면 낭패본다…주택절세 노하우
주택·아파트 세무 가이드북 실전편 / 신방수 지음

부동산 중 주택은 토지나 상가 등 다른 부동산보다 세금이 가볍다. 주택은 국민의 주거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세금을 가볍게 처리하는 것이 옳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택의 매매 횟수가 잦아지면 이에 대한 세금 처리를 제대로 못 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크다. 이 책은 다양한 세금문제를 폭넓게 다뤄 주택 소유자가 맞닥뜨리는 애로사항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매일경제신문사 펴냄.

청개구리 아이, 어떻게 말잘듣게 할까
내 아이 고집 이기는 대화법 / 박혜원 지음

집 밖에만 나가면 말썽을 부리는 아이, 돌아다니거나 TV를 보면서 밥 먹는 아이, 아빠 말은 듣는데 엄마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아이, 늦은 시간까지 잠 안 자고 노는 아이 등의 문제들을 다룬다. 저자는 사소한 일상생활에서부터 제대로 된 개념을 가르치고 심어주면 아이의 행동은 저절로 따라오며 자연스럽게 잔소리와 힘겨루기도 하지 않게 된다고 조언한다. 아주좋은날 펴냄.

중년 여성의 고백 '나이 든다는 것은'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 사카이 준코 지음 / 조찬희 옮김

30대를 지나 40대의 경험과 변화를 고스란히 통과하는 몸과 마음의 풍경을 담담하게 풀어낸 에세이다. 중년이라는 어중간한 자리에서 겪어야 하는 당혹과 비애의 측면을 솔직 담백하고도 재치 있게 펼쳐 보인다. 책에는 40대이기는 해도 아줌마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여성들에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공감을 자아내는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바다출판사 펴냄.

조르조 아감벤의 사유한 '언어의 정수'
불과 글 / 조르조 아감벤 지음 / 윤병언 옮김

우리 시대 가장 도전적이며 영향력 있는 사상가 조르조 아감벤이 자신의 철학적 여정의 시작점이자 본령이라 할 수 있는 '언어에 대한 미학적 고찰'로 다시 돌아와 읽고 쓰기에 관한 사유를 담아낸 책이다. 문학에 가까운 열 편의 철학적 단상을 묶은 이 책은 모든 언어적 행위가 갖고 있는 비평과 창조, 관찰과 행위의 은밀한 이원론적 측면을 부각시키며 우리의 의식을 날카롭게 일깨운다. 책세상 펴냄.

빅브러더 앞 '사생활의 가치'를 논하다
숨길 수 있는 권리 / 대니얼 J 솔로브 지음 / 김승진 옮김

'안보 대 사생활' 구도의 논쟁을 분석한다. 일반적으로 사생활이라고 하면 숨기고 싶은 것, 비밀이라고 여겨진다. 저자는 이런 '사생활=비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생활도 '사회적인 가치'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간 안보 강화론자들이 내세워온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사생활은 희생돼야 마땅하다'는 논리에 이성적으로 반박하고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동아시아 펴냄.

'대통령 트럼프' 만든 미국의 DNA는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 조남규 지음

미국이 연방의사당을 감싸고 있던 타협과 관용의 문화를 뒤로하고,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탄생시킨 배경을 분석한 책이다. 제1부 도입부인 '유권자 혁명의 전조' 편은 당시 상황을 스케치한 글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대통령과 의회,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갈등 양상을 추적했다. 2부에서는 힐러리 클린턴의 실패를 복기해봤다. 페르소나 펴냄.

[정리 = 김슬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일보

[새 책] 홍학이 된 사나이 外

등록 : 2016.11.25 15:31
수정 : 2016.11.25 15:31

 

▦홍학이 된 사나이

오한기 지음. 외삼촌이 유산으로 남긴 펜션을 관리하며 소설을 쓰는 ‘나’는 자신이 점점 홍학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낀다.

신인작가의 첫 장편소설. 문학동네ㆍ180쪽ㆍ1만2,000원

▦네오 샤먼으로서의 작가

임우기 지음. 한국 문학과 샤머니즘 이념을 연결시킨 문학 평론집. 김수영, 김사인, 김춘추, 기형도의 시와 박민규, 이문구, 박경리의 소설세계를 다뤘다. 아트인라이프ㆍ992쪽ㆍ4만원

▦씁니다, 우주일지

신동욱 지음. 희소병 판정을 받은 배우 신동욱이 작가로 데뷔해 쓴 첫 장편소설. 우주를 사랑하는 천재 사업가 맥 매커천과 이론물리학자 김안나 박사가 우주 엘리베이터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다산책방ㆍ472쪽ㆍ1만4,000원

▦한 줌의 시

조재룡 지음. 한국 현대시 비평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인 평론가 조재룡의 새 평론집. 시의 개념과 언어를 확장하는 비평문 31편이 담겼다. 문학과지성사ㆍ789쪽ㆍ2만8,000원

▦바보배

제바스티안 브란트 지음. 노성두 옮김. 바보들을 가득 태운 어리석음의 풍랑이 몰아치는 바다를 지나 바보들의 유토피아인 ‘나가고니아’로 향한다. 르네상스 인문주의에서 핵심적 역할을 한 작품. 읻다ㆍ556쪽ㆍ2만원

교양ㆍ실용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조남규 지음. ‘아웃사이더 대통령’을 탄생시킨 미국 정세를 차분히 되짚고, 트럼프의 정책지향, 공약, 한반도에 미칠 영향 등을 전망했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기자가 썼다. 페르소나ㆍ280쪽ㆍ1만5,500원

 

'아웃사이더' 배출한 美 대선 돌아보기
입력시간 : 2016. 11.25. 00:00



<무등일보>

 
오바마 정부 국정과제 중심 미국 사회 갈등 양상 추적

'트럼프 민감증'에 빠질 수 있는 한국사회에 신중 당부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조남규 지음 페르소나 펴냄

한국에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온 나라를 흔들고 있으나 아직도 계속되는 '글로벌 충격'은 역시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70)가 당선된 것이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한국은 물론이고 유럽 각국에서는 정치·외교·안보·경제 관련 긴급회의가 개최됐고, 그의 공약을 뒤늦게 점검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당장 국내에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권통제권 전환 등의 문제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 한미 FTA 재협상, 자동차·에너지·항공 업계 피해, 관세 폭탄까지 거의 모든 분야가 트럼프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지어 포퓰리즘·고립주의·토착민주의·인종주의로 점철된 '트럼피즘'(Trumpism) 때문에 '한류'를 위시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 창의성이 투영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앞으로 별 재미를 못 볼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NBC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Apprentice·견습생) 진행, 영화 '나홀로 집에 2' 카메오 출연, 미국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경기 출전 등 대중적 인기에 영합한 행보를 보여온 반면 인종·장르별 예술적 표현 존중,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전통 문화 수용, 미국 내 이주민들의 문화 이해 등은 그와 거리가 먼 영역의 일들이었다.

미국의 정가와 금융가를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세계일보 조남규 기자의 책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미국 워싱턴타임스와 조지타운대에서 연수를 했던 저자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직후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해 3년 동안 미국의 대외정책과 금융위기 극복 과정을 취재했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의 8년 집권 기간 워싱턴 정치는 달라졌을까. 미국인들은 이번 대선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투표로 방증했다. 워싱턴 정치는 언제부터인가 국민의 삶과 유리된 채 헛바퀴를 돌리고 있었고, 미 연방의사당을 감싸고 있던 타협과 관용의 문화는 자취를 감췄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아웃사이더' 대통령을 배출한 미국의 2016년 대선을 되돌아본다.

저자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정쟁에 시달렸고 그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연방정부가 폐쇄되고 미국의 국가신용 등급이 강등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저자는 오바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대통령과 의회,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갈등 양상을 추적하는 동시에 이번 대선이 남긴 '격동의 드라마'를 조명했다.

또한 저자는 유력한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실패를 복기하며 △힐러리를 위협한 섹시즘(sexism) △선거판을 흔든 인종 변수 △기록적으로 결집한 백인 표 △주류 언론을 무력화한 트럼프 △권력욕으로 비친 힐러리의 꿈 등의 요인을 꼽는다.

북한·일본·중국 등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지정학적 변수를 숙명처럼 지닌 우리에게 트럼프의 정책 하나하나는 그 영향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자칫 '트럼프 민감증'에 빠질 수 있는 한국인들에게 트럼프 정부에 대한 신중하고 면밀한 주시가 왜 필요한지 알려주고 있다. 서울=김대원기자

서울=김대원기자 zmd@chol.com    

 

한국인의 시각으로 본 트럼프의 미 대선 승리 요인

신간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트럼프 전략의 신'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기자 = 올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 밖의 승리를 거둠에 따라 트럼프의 대선 승리를 분석한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 '트럼프 전략의 신'은 미국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일간지 기자와 한국국제정치학회 명예이사인 정치학자가 쓴 책이다.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서 저자는 2009년 미국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해 3년간 미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해 가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본 경험을 토대로 '트럼프 현상'의 출현 배경과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유, 트럼프 치하의 미국 등을 설명하고 있다.

클린턴은 '이메일 스캔들'로 워싱턴 정치의 추악한 일면을 보여준 반면 트럼프는 많은 문제가 있었음에도 동물적인 정치 감각으로 대중의 불만을 정확히 읽고 그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줬다.

저자는 트럼프가 당선됐다기보다는 워싱턴 정치를 상징하는 클린턴이 패배한 선거로 보고 왜 클린턴이 패배했는가를 복기한다.

그는 패배 요인으로 여성 클린턴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성차별 의식, 선거판을 흔든 인종 변수, 주류 언론의 보도행태 등을 제시한다.

저자는 공화당의 도움 없이 '나홀로' 대선을 치른 트럼프 당선인이 포퓰리스트로서 의회보다는 국민을 직접 상대하는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북핵 위기를 안고 사는 우리로서는 트럼프 당선인의 돌발행동으로 한반도가 위기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트럼프 당선인의 기질과 정책 지향, 백악관과 의회의 역할 등을 면밀히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트럼프 전략의 신'은 '손자병법'의 격률로 올해 미국 대선의 주요 에피소드와 이슈를 풀어낸 책이다.

정치학자인 저자가 '손자병법' 해설서를 준비하던 중 미국 공화당 예비 경선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약진하는 모습을 보고 '손자병법'의 가르침과 트럼프의 성공이 일치함을 발견하고서 이번 책을 쓰게 됐다고 한다.

게다가 트럼프 당선인 자체가 뉴욕 군사학교 출신으로 '손자병법'을 자신의 애독서로 꼽기도 한다.

책은 전반부는 트럼프 당선인이 부동산 재벌로 성장하기까지의 일대기와 TV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아이콘으로 부상한 과정을 다룬다.

이어 트럼프가 정치에 투신해 수많은 경쟁에서 승리한 과정을 '손자병법'을 인용해 설명한다.

예컨대 트럼프가 30년의 준비 끝에 나름 승리를 확신하고 대선 출사표를 던진 것을 '손자병법'에 나오는 존망지도(存亡之道)로 풀이한다.

존망지도는 전쟁은 나라가 존속하느냐 멸망하느냐가 걸린 중대사로, 전쟁을 벌이기 전 승패를 잘 가늠해야 한다는 의미다. 즉 이기는 싸움만 하라는 뜻이다.

저자는 "특정한 정치적 입장에 치우치는 대신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자 했다"며 "'손자병법'의 가르침을 미국정치에 활용한 트럼프의 실례를 통해 불가피한 싸움에서 현명하게 이기는 방법을 터득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한다.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 조남규 지음. 페르소나. 280쪽. 1만5천500원.

'트럼프 전략의 신' = 정천구·헬렌 정 지음. 인라잇먼트. 336쪽. 1만6천원.

 

 

pseudojm@yna.co.kr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2016/11/23 16:14 송고    

 

[새책]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 조남규 지음 | 페르소나 펴냄

  • 박상훈 기자
  • | 등록 : 2016-11-18 18:33
  • | 수정 : 2016-11-18 18:33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사진=페르소나 제공]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설마 되겠어?'라는 의구심은 '이변 연출'로 이어졌다. 미국 제45대 대통령으로 도널드 트럼프(70)가 당선된 것은 전 세계에 적지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트럼프의 당선이 확정되자 한국은 물론이고 유럽 각국에서는 정치·외교·안보·경제 관련 긴급회의가 개최됐고, 그의 공약을 뒤늦게 점검하는 등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당장 국내에서는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 방위비 분담금, 전시작전권통제권 전환 등의 문제부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한반도 배치, 한미 FTA 재협상, 자동차·에너지·항공 업계 피해, 관세 폭탄까지 거의 모든 분야가 트럼프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지어 포퓰리즘·고립주의·토착민주의·인종주의로 점철된 '트럼피즘'(Trumpism) 때문에 '한류'를 위시한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 창의성이 투영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이 앞으로 별 재미를 못 볼 거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NBC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어프렌티스'(Apprentice·견습생) 진행, 영화 '나홀로 집에 2' 카메오 출연, 미국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 경기 출전 등 대중적 인기에 영합한 행보를 보여온 반면 인종·장르별 예술적 표현 존중,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전통 문화 수용, 미국 내 이주민들의 문화 이해 등은 그와 거리가 먼 영역의 일들이었다.

미국의 정가와 금융가를 가까이에서 지켜봐 온 조남규 기자의 책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는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미국 워싱턴타임스와 조지타운대에서 연수를 했던 저자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한 직후 워싱턴 특파원으로 부임해 3년 동안 미국의 대외정책과 금융위기 극복 과정을 취재했다.

재선에 성공한 오바마의 8년 집권 기간 워싱턴 정치는 달라졌을까. 미국인들은 이번 대선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투표로 방증했다. 워싱턴 정치는 언제부터인가 국민의 삶과 유리된 채 헛바퀴를 돌리고 있었고, 미 연방의사당을 감싸고 있던 타협과 관용의 문화는 자취를 감췄다. 

저자는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아웃사이더' 대통령을 배출한 미국의 2016년 대선을 되돌아본다.  

저자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정쟁에 시달렸고 그 결과는 치명적이었다. 연방정부가 폐쇄되고 미국의 국가신용 등급이 강등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진 것이다. 저자는 오바마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를 중심으로 대통령과 의회, 공화당과 민주당,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갈등 양상을 추적하는 동시에 이번 대선이 남긴 '격동의 드라마'를 조명했다.
  
또한 저자는 유력한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실패를 복기하며 △힐러리를 위협한 섹시즘(sexism) △선거판을 흔든 인종 변수 △기록적으로 결집한 백인 표 △주류 언론을 무력화한 트럼프 △권력욕으로 비친 힐러리의 꿈 등의 요인을 꼽는다.

북한·일본·중국 등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지정학적 변수를 숙명처럼 지닌 우리에게 트럼프의 정책 하나하나는 그 영향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자칫 '트럼프 민감증'에 빠질 수 있는 한국인들에게 트럼프 정부에 대한 신중하고 면밀한 주시가 왜 필요한지 알려주고 있다.  

280쪽 | 1만5500원

 

한국기자협회 

포퓰리스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조남규 세계일보 기자

김성후 기자2016.12.14 12:59:25

미국 대선은 트럼프가 당선됐다기보다는 제도권 정치의 대표주자인 힐러리가 패배한 선거였다. 미국 워싱턴타임스 교환기자, 조지타운대 방문연구원, 오바마 정부 출범 직후 3년간 세계일보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저자는 ‘워싱턴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실체를 짚어본다.


저자는 2016년 미국 대선의 시대정신은 ‘열심히 노력해도 살림살이가 고달프기만 한 나라’를 만들어낸 기성정치를 심판하자는 것이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워싱턴 정치와 세계화 흐름에서 소외된 미국인들이 왜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줬는지 파헤친다.

 

오바마 8년 집권 동안 워싱턴 정치는 변화하지 않았으며, 샌더스나 트럼프의 열광의 이면에 기득권 유지에 혈안이 돼 있는 제도권 정치를 심판하자는 미국인들의 열망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책에서 한때 세계가 등대로 삼았던 ‘언덕 위의 도시’(City upon a Hill) 미국이 왜 이 지경이 됐는지, 미국 연방의사당을 감싸고 있던 타협과 관용의 문화는 어디로 간 것인지 묻고 있다.

-페르소나 

 http://www.ytn.co.kr/_ln/0125_201612071749462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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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5일 


리비아 군사작전은 ‘힐러리의 전쟁’이었다. 

2011년 2월 ‘아랍의 봄’이 리비아에 상륙했다. 리비아 벵가지에서 시작된 반정부 시위는 소셜 미디어를 타고 주요 도시로 확산됐다.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는 1988년 스코틀랜드 로커비 상공에서 189명의 미국인을 포함해 259명이 타고 있던 팬암기를 폭발시킨 장본인이었다. 로널드 레이건 미 대통령이 ‘중동의 미친개’라고 불렀던 카다피가 장갑차 부대를 진격시키자 버락 오바마 정부 내에서는 미군 파병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조 바이든 부통령과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은 반대론을 폈다. 당시 국무장관이던 힐러리 클린턴은 강경론을 펼쳤다. 명분은 카다피에 의한 민간인 대량살상이었다. 힐러리는 서방의 군사 개입을 꺼리는 인근 아랍국가를 움직였다. 유럽에 가서 프랑스와 영국을 포함한 카다피 축출 군사 연합을 만들어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의 지상군 파병은 제외한다는 조건아래 클린턴의 리비아 개입안을 승인했다. 오바마 외교안보팀 내의 반대론을 물리치고 사실상 카다피 제거 작전을 이끌어 낸 것이다. 카다피는 TV에 출연해 시민군을 향해 “자비란 없다”고 으름장을 놨다. 덕분에 클린턴이 리비아에 개입하기가 한결 쉬워졌다. 2011년 3월19일 밤, 리비아 북쪽 지중해상에서 토마호크 미사일들이 하늘로 솟아오르며 ‘오디세이 새벽’ 작전이 개시됐다. 그해 8월21일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가 함락되고 카다피 정권은 무너졌다. 행방을 감춘 카다피는 시르테에 은신한 채 라디오 방송으로 결사항전을 촉구하다 시민군에 붙잡혀 비운의 최후를 맞았다. 

민주당 클린턴 후보가 올해 대선에서 당선되면 대북 정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정책)는 클린턴의 스타일이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어느 시점에 달하면 기습적인 선제 타격 카드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대외 정책에서 가급적 국제 문제에 개입하길 꺼리는 ‘고립주의’ 성향으로 분류된다.  

트럼프는 대선 캠페인 기간에 클린턴이 상원의원 시절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에 찬성하고 국무장관 재직 시 리비아와 시리아 사태 개입을 주도한 것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렇지만 북한 문제에서만큼은 클린턴보다 유화적이지 않다. 트럼프는 2000년 대선을 앞두고 개혁당 후보로 나서려 했다. 그때 자신의 공약집이나 다름없는 저서를 통해 북한에 대한 시각의 일단을 내보였다. 그는 저서에서 북한이 핵 미사일로 미국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추게 되면 더 이상 협상은 의미가 없게 된다면서 “대북 협상이 실패하면 북한의 위협이 현실화하기 전에 무법자를 겨냥해 재래식 무기로 북한의 목표물을 정밀 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클린턴이나 트럼프 모두 대북 선제 타격에서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그 시점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나 해외 미군기지를 타격할 수준에 이르렀을 때다. 지금 북한은 서서히 그 능력을 완성해 가고 있다. 미국의 차기 행정부 내에 한반도는 백악관의 최우선 관심 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미국의 최고통수권자가 오는 8일(현지시간) 결정된다.

조남규 국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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