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은 알 카에다 테러리스트의 미국 항공기 테러 기도 소동 속에서 2010년을 맞았다. 알 카에다로 대표되는 극단주의 세력의 테러리즘과 ‘불량국가’들의 핵무기 개발, 지구 기후변화 등은 21세기 지구촌을 위협하는 주요 도전들이다. 특히 북한의 핵개발은 국제 사회의 비확산 체제를 겨냥한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세계 초강대국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가 이러한 도전에 어떻게 응전하느냐에 따라 21세기 세계사의 흐름이 달라질 것이다. 본지는 창간 21주년을 맞아 미국의 안보 분야 싱크탱크인 헨리 L 스팀슨 연구소의 링컨 블룸필드 회장을 만나 지구촌이 직면한 주요 도전들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 봤다. 인터뷰는 1월 13일 워싱턴 DC 듀퐁서클에 위치한 스팀슨 연구소의 블룸필드 회장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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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헨리 L 스팀슨 연구소의 링컨 블룸필드 회장이 워싱턴 DC 연구소 집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북핵 문제 등 국제적인 안보 이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핵 무기 없는 세계’를 주창하며 전 세계 핵무기 감축 노력에 힘을 쏟고 있다. 스팀슨 연구소도 핵무기 감축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핵무기 감축 구상은 실현 가능한 것인가.

    “오바마 정부의 핵무기 제로 구상은 조지 슐츠,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이나 샘 넌 전 상원의원 등이 주도한 핵무기 감축 구상의 연장선상에 놓인 것이다. 이 구상은 성공이냐, 실패냐로 일도양단할 사안이 아니다. 핵무기 보유국들이 체계적인 공조를 통해 단계적으로 성사시켜 나가야 할 사안이다.

    미국, 러시아를 비롯한 세계 열강은 50년 전에 핵 위협 및 억제 전략에 의존해 왔다. 하지만 이제 핵무기는 더 이상 유용한 외교정책 수단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아르헨티나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50년 전의 낡은 핵무기 위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세계적 추세에 부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다.”

    ―지난해 12월 북미 고위급 회담 개최에도 불구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의 ‘강인하고 직접적인’ 대북 정책 기조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오바마 정부는 가장 위험한 한반도 현안인 북핵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민주당뿐 아니라 공화당 진영의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로도 오랫동안 그를 알고 있으며 오바마 대통령의 대북 특사로 그만한 인물이 없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할 때, 오바마 정부는 지금 북한에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오바마 정부가 모든 것을 다 해줄 수는 없다. 북한이 1994년 북핵 제네바 합의와 2005년 9·19공동성명 합의를 어기면서 신뢰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신뢰 회복 조치 없이 북핵 상황을 진전시켜 나갈 수 없는 입장이다. 이제는 북한이 신뢰를 보여야 할 때다.”

    ―이란 핵문제도 실마리가 풀리지 않고 있다. 그 누구도 이란 정부가 우라늄 농축 활동을 중단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않는다.

    “테헤란 정부가 핵무기 개발을 멈추지 않을 것이란 전망은 미국 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였다. 하지만 지난해 이란의 대선 과정에서 이란 국민들이 반정부 투쟁에 나서고 이란 정부가 시위대를 강경진압하는 상황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이는 이란 핵 사태의 새로운 국면이다.

    석유 자원과 군대를 장악하고 있는 이란의 집권층은 급속히 국민의 지지를 잃어가고 있다. 미국이나 한국은 모두 적법한 정부를 국민이 선출하는 민주주의 제도를 가지고 있으나 이란은 그렇지 못하다. 미국은 이란의 향후 행동을 예의 주시할 것이다. 이란이 무모한 핵개발을 지속한다면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 미국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중동 지역의 이해를 지키기 위해 군사적 옵션을 선택할 것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발생한 미국 항공기 테러 기도 사건은 알 카에다와 같은 테러리스트들이 도처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테러리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전개하고 있는 군사적 조치도 중요하지만 이번 항공기 테러 기도 사건에 연루된 나이지리아 청년의 경우처럼, 왜 중동의 젊은이들이 테러리스트로 변하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무고한 탑승객을 목표로 한 나이지리아 젊은이는 어리석은 희생양이다. 그를 테러 현장으로 내몬 이슬람 성직자는 부도덕한 이슬람의 전형이다. 그들은 지금도 예멘의 은신처에서 또 다른 테러리스트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나는 중동의 동맹국들이 젊은이들의 급진화를 막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일본의 하토야마 정권 출범 이후 후텐마 비행장 이전 문제 등을 둘러싸고 미일 관계가 전례없는 갈등을 겪고 있는데.

    “미일 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이기도 하지만 양국 국민 간의 관계이기도 하다. 우리가 중국이나 이란, 북한이 제기하는 도전들을 말할 때, 그 것은 민주적 제도에 대한 도전의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일본은 민주적 제도 하에서 국민의 정부를 창출했다. 하토야마 정부는 오랫동안 그들이 반대했던 정책들을 재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이를 반미주의가 아닌 일본 정치의 건강한 진화로 간주한다. 후텐마 이슈는 도전적이기는 하나 미일 관계를 해칠 만한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종국에는 일본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이 도출될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인터넷 검색엔진 구글이 중국 정부의 검열 문제에 반발하면서 미중 양국 사이에 갈등 국면이 전개됐다. 이번 ‘구글 사태’는 중국이 과연 미국과 함께 이른바 ‘G2’(주요 2개국)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회의론을 낳고 있다.

    “G2는 다분히 상징적 개념이다. 일당주의 국가인 중국은 모든 비용을 치르더라도 권력을 유지하려는 속성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경직된 자세로는 사회적·경제적 어려움, 재난, 국제적 도전들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나는 16억 중국 국민이 자유롭게 외부 세계와 교류하길 원한다. 오바마 정부는 중국 정부의 자국 국민에 대한 인권 침해나 언론 탄압, 인근 국가 주권 침해 등을 용인해선 안 된다. 이로 인한 미중 양국의 갈등이 양측의 위험한 대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중 양국은 다양한 수준에서 많은 대화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1974년 체결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한국 내에서는 ‘사용 후 핵 연료’의 재처리가 원천 금지돼 있다. 한국 정부는 2014년 만료되는 원자력 협정 개정을 통해 한국도 일본처럼 국내에서 재처리를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 전향적으로 반응할 것이라고 보나.

    “이 문제는 한국을 특정해서 접근하기보다는 핵 비확산 체제 유지 차원에서 바라봐야 한다. 2006년 이후 이란을 비롯한 수많은 중동 국가들이 민수용 원자력 발전을 시작했으며, 곧바로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 문제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을 고려할 때, 한국의 목소리는 핵 비확산 체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 한국뿐 아니라 개별 국가들이 각자의 국익에 따른 목소리를 낼 때 우리는 국제적 규범을 우선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 북한이나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기가 더욱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나의 견해가 미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한국전쟁 이후 보유해 온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을 2012년 4월 한국에 넘길 계획이다. 한국 내에서는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한반도의 불안정한 안보 환경 등을 이유로 전작권 전환 시기를 연기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전작권과 같은 현안은 한미가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연기할 필요가 있다면 한미 양국의 충분한 합의가 우선돼야 한다. 하지만 그 점에 관해 한국 내 여론이 충분한 합의를 이루고 있지 않다고 본다. 덧붙여 강조하고 싶은 점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미 동맹은 더욱 강력한 동맹으로 남을 것이며 전작권 전환이 한반도 안보를 결코 약화시키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 스팀슨 연구소=국제 평화와 안보, 대량살상무기 감축 문제를 전문으로 연구하고 미 행정부에 정책 제언을 해주고 있는 비영리, 비당파적 성향의 연구소다.
    ■블룸필드 회장 약력

    ●미 프레처 스쿨 법학·국제관 계학 석사, 1988년 미 국무부 국제안보분야 수석 부차관보, 1991년 댄 퀘일 미 부통령 안보분야 보좌관(부차관보), 1992년 국무부 극동담당 부차관보, 2001년 국무부 정치·군사담당 차관보, 현 스팀슨 연구소 회장

  •  송년모임이 잦은 연말을 맞아 미국 전역에서 대대적인 음주운전 단속이 펼쳐지고 있다.

     경찰 당국은 지난달 추수감사절 연휴기간부터 내년 초까지를 음주운전 집중단속 기간으로 정해 교통순찰 활동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한인 식당가 주변 도로엔 위장 순찰차들이 곳곳에 잠복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선 길을 막고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체크 포인트까지 등장했다.

     추수감사절 연휴부터 시작된 경찰의 집중단속은 연휴기간
    교통사고 통계가 그 이유를 설명해 준다. 미 연방 교통부 통계에 따르면, 추수감사절 하루 동안 교통사고 사망자는 1982년 이후 2008년까지 평균 567명으로 집계돼 미국의 주요 휴일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성탄절과 새해 첫날에도 각각 평균 414명, 410명이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중에서도 음주 관련 사망자는 지난해 추수감사절 교통사고 사망자의 41%에 달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미국은 몇년 전 부터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음주운전 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매년 높이고 있다. 뉴욕주 의회는 최근 16세 미만 어린이를 태운 음주
    운전자를 중범죄로 처벌하는 내용의 ‘린드라법’을 제정했다. 린드라법 제정은 지난 10월 사고 당시 11세이던 린드라 로사도가 엄마의 음주운전 탓에 숨진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법안에 따르면, 16세 미만 어린이를 태운 음주운전자는 중범죄로 기소돼 최고 4년의 징역형에 처해지며, 동승한 어린이가 음주사고로 숨지면 최고 25년형까지 선고될 수 있다.

     하와이 호놀룰루 경찰국은 음주운전자의 사진을 찍어 웹사이트에 게재하는 방안을 시범실시하고 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하와이 경찰 당국이 일각의 인권 침해 논란을 무릅쓰면서 음주운전자를 공개 망신시키기로 결정한 것도 음주운전 피해를 줄여보자는 취지에서다. 캘리포니아주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를 중심으로 신년 초부터 음주운전 적발 운전자 차량에는 음주측정기를 의무적으로 부착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뉴욕주는 2007년 10월부터 음주운전에 따른 인명사고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했다.

     
    미국에선 단순 음주운전이라 하더라도 한국에 비해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기자가 거주하는 버지니아주의 경우, 음주운전(혈중 알콜농도 0.08% 이상)으로 적발되면 경찰차에 태워져 경찰서로 연행된다. 카운티 구치소에서 풀려나면 차량 보관소에 가서 300달러에 이르는 견인비용과
    보관료를 물어야 차를 되찾을 수 있다.


     재범일 경우엔 한 달 동안 차량이 압류된다. 하루 50∼60달러의 보관료는 차량 소유주 부담이다.
    면허는 1년 동안 정지된다. 본격적인 제재는 이때부터다. 음주운전 형량은 최고 징역 1년 또는 벌금 2500달러 이하이다. 변호사 선임비로 1000∼2000달러가 들어간다. 음주운전 예방교육 이수 비용도 본인 부담이다. 재범이면 변호사 선임비와 교육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최소 96시간 수감생활을 해야 한다. 향후 보험사의 보험료 인상은 물론 재계약 거부 조치도 각오해야 한다. 면허정지 기간 대체 교통수단 이용에 따른 비용 부담과 정신적 고통 역시 음주운전자 몫이다. 음주운전으로 걸리면 최소 1만달러 안팎의 돈이 깨지는 셈이다.


     전미고속도로안전협회에 따르면, 미 전역의 음주운전 관련 사망자는 2007년 1만3041명에서 2008년 1만1773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년 증가해온 음주운전 관련 사망자 수가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10년 만에 처음이라고 협회는 밝혔다. 


     정부의 단호한 음주운전 단속 의지와 엄격한 처벌, 음주운전자에게 가해지는 엄청난 경제적 부담 등이 이 같은 감소세를 이끈 요인이라고 미 언론은 분석했다.


     최근 한나라당 손숙미 의원이 발표한 경찰청 자료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의 음주운전 실태는 점차 심각해지는 양상이다. 2008년 한국의 교통사고 사망자 5870명 중 음주운전 관련 사망자는 969명으로 전체 16.5%에 달하며,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에 음주운전 관련 사망자 비율은 2006년 14.5%, 2007년 16.1%로 매년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음주운전 처벌은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편이다. 자동차의 나라인 미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음주운전 처벌 강화 정책을 우리도 적극 검토해볼 시점이 됐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부부의 자식 교육열은 한국 부모들 못지않다.

    오바마 부부는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두 딸 말리아(11)와 사샤(8)가 다닐 학교부터 물색했다. 아이들 엄마인 미셸 오바마는 퍼스트레이디 시절 딸 첼시를 초등학교에 보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 부부의 초청을 받아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자식 교육 문제가 주요 화제였다. 워싱턴 DC 시장 등은 오바마 부부가 두 딸을 워싱턴 DC의 공립학교에 입학시키면 열악한 공교육 제도 개혁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으나 오바마 부부는 명문 사립인 시드웰 프렌즈 초등학교를 선택했다. 두 딸에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시드웰 프렌즈 초등학교의 1년 학비는 3만달러에 육박한다. 오바마 부부가 대통령 취임에 앞서 백악관에 사전 입주하려 했던 것도 두 딸의 개학 시점에 맞춰 워싱턴으로 이주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방한 기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한국에서는 찢어지게
    가난한 학부모들조차도 자식들이 최고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매우 강하다”는 말을 들었다. 한국의 비약적인 성장 비결 중 하나가 한국민의 높은 교육열이라고 믿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다. 수천개의 고등학교 중퇴율이 50%에 육박하는 미국 교육 현실 속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 대통령의 ‘고민’이 내심 부러웠을 것이다. 그는 지난 23일 미국 학생들의 학업 능력 제고를 위한 ‘혁신을 위한 교육’ 캠페인을 주창하는 자리에서 이 대통령의 발언을 소개하며 미국 학부모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그런 뒤 “교육 문제는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학생과 학부모, 학교,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교사의 역할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오바마의 공교육 개혁을 현장에서 추진하는 대표적 인물이 한국계인 미셸 리 워싱턴 DC 교육감이다. 그는 2007년 6월 미 전역에서 수 년째 학업 성취도 꼴찌를 면치 못했던 워싱턴 DC 교육감으로 임명돼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키고 매년 감소 추세이던 관내 공립 초·중·고교 등록 학생 수를 35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시켰다. 학생들의 성적을 끌어올리지 못한 교사와 무사안일한 자세로 학교를 운영해온 교장을 해고하는 파격적 조치를 동원해 교사들로부터 소송을 당하기도 했으나 굴복하지 않고 밀어붙였다. 법원은 최근 그의 손을 들어줬다.
     
    리 교육감의 개혁 작업을 지켜보면서 기자는 ‘학교가 노력한다면, 공립학교도 사립학교와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 미국 교육 문제의 본질은 워싱턴 DC의 공립학교가 시드웰 프렌즈 초등학교 수준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최근 미셸 리 교육감을 만나 인터뷰하는 도중, 그 의문을 던져봤다. 그러자 그는 “사립학교는 그들이 원하는 교사를 뽑고, 그러지 않은 교사를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으나 공립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최고의 교사를 선택할 능력을 제한당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사립학교와 같은 자율성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변했다. 확신에 찬 어조였다. 덧붙여 사교육 의존도가 심한 한국의 교육 풍토와 관련해 “아이들의 성공 유무가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좌우되는 사회는 민주 사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부모의 인종과 소득 수준이 자녀들의 교육 불평등, 사회 양극화로 연결되는 미국 교육의 현실이나 부모의 사교육 능력 여하에 따라 자녀들의 학력 서열이 결정되는 한국 교육의 현실 모두 문제라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교육 예찬론은 자녀 교육에 헌신하는 한국 학부모들의 노력과 밤을 밝히며 책과 씨름하는 한국 학생들을 향한 부러움 섞인 찬사일 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틈 날 때마다 교육 현장을 찾아 미국 공교육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학생들의 교육 환경이 좋아진다면 그 누구로부터도 욕 먹을 각오가 돼 있다”는 일념으로 뛰고 있는 미셸 리 교육감은 미 전역의 공교육 종사자들을 분발케 하고 있다.
     
    미국 못지않은 문제점투성이의 한국 교육은 오바마 대통령의 칭찬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오바마 대통령의 교육 개혁 의지와 미셸 리 교육감의 개혁 노력에 주목해야 한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 미 전역의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만년 꼴찌를 면치 못했던 미 워싱턴 DC 공립학교 학생들의 학업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 학부모들의 외면 속에 매년 감소 추세이던 학생 수도 올 들어 3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계인 미셸 리(40)가 워싱턴 DC 교육감으로 부임한 이후 생긴 변화들이다. 미셸 리 교육감의 29개월 재임 기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공교육 개혁이 한국 공교육 현장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그를 지난 11월10일 워싱턴 DC 교육청에서 만났다. 이날 인터뷰는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과 미셸 리 교육감의 면담 석상에서 이뤄졌다.

    • ◇미셸 리 교육감이 표지인물로 나온 2008년 12월8일자 타임지.
      세계일보 자료사진
      ―워싱턴 DC 공립학교는 학업 성취도, 대학 진학률 등에서 전국적으로 최하위 그룹에 속해있다. 학부모들의 소득 수준이 낮아서 그런가.

      “인종과 소득 변수가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적인 예를 들면, 내가 처음 이곳 교육감으로 부임해 왔을 때 (관내 공립 고등학교의) 백인 학생과 흑인 학생의 학업 성취도 격차가 무려 70%포인트에 달했다. 저소득층 자녀들이 많은 학교는 시설도 형편없고 학업 성취도 역시 낮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금은 그 격차를 50%포인트까지 줄였다. 물론 여전히 격차가 큰 편이다. 그 격차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현재의 추세대로 간다면 5년 뒤엔 그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 인종과 사회경제적 수준이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최대 도전 과제이다.”

    • ―어떤 수단으로 그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나.

      “우리는 올해 새로운 교사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과거의 교사 평가 시스템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부임했을 때 (9학년 학생의) 8%만이 수학 성취도 평가를 통과했다. 92%는 일정 기준 이하의 성적을 냈다는 의미다. 그래서 교사 평가의 50%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결과와 연동시켰다.

      많은 교사들이 이런 방식을 싫어했다. 많은 교사들이 책임감을 갖고 임하기보다는 ‘내가 맡은 학생은 가난한 집 아이라서 방과후 학습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등 학생들의 학업 부진을 학생 탓으로 돌리며 변명거리를 내세우기 바빴다.

      그런 교사들에게 나는 ‘아이들이 가난하다는 등의 이유로 제대로 배울 수 없다고 당신이 믿는다면, 당신은 교사 대신 다른 직업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교사라면, 그런 난관과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미셸 리 워싱턴 DC 교육감이 지난 10일 워싱턴 DC 시내에 위치한 교육청 면담실에서 공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 ―교사 노조와 갈등이 심하다고 들었다. 교육 개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사 노조나 워싱턴 DC 의회,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과 협력해야 하지 않나.

      “모두가 조화롭게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 임무는 교사 노조도 시 의회도 아닌,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일부 어른들이 불쾌하게 생각하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옳은 결정들을 내려왔다. 누군가는 정치적 이유나 다른 미친 짓들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노조나 시 의회는 나에게 골이 나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욕하건 말건 개의치 않는다. 어려서부터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았다. 최근엔 예산 부족 탓에 교사를 해고해야만 했다.”(그는 지난달 3일, 시 의회가 ‘서머스쿨’ 예산을 줄이자, ‘학업능력이 뒤처진 학생들을 위한 서머스쿨은 폐지할 수 없다’면서 대신 교장과 교사 등 388명을 해고했다.)

    • ―어떤 교사들을 해고했나.

      “기존의 해고 관행은 오래된 교사 대신 경력이 짧은 교사를 먼저 해고하는 식이었다. 나는 이런 방식이 전략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신참 교사가 나쁜 교사도 아니고 오래된 교사가 좋은 교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워싱턴 DC의 공교육은 엉망이었다. 현 교육 시스템 안에서 30년을 지낸 교사는 30년 동안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해온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이같은 ‘연공서열’ 방식의 해고 관행을 깨뜨리고 ‘연공’(seniority)이 아닌 ‘질’(quality)에 근거한 해고 방식을 도입했다. 교사들은 이런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옳은 일이었다.

      교육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면 교사 노조나 시 의회가 반발하더라도 앞으로도 주저없이 이런 결정을 내릴 작정이다. 교사 노조나 시 의회가 그동안 잘 지내면서 무슨 결과를 낳았는가? 그들은 아이들에게 나쁜 결과를 만들어냈다.”

    • ―교육 개혁을 점진적으로 하는 대신 충격적인 방식으로 진행한 것 같다. 그런 방식이 효과적이었는가.

      “점진적인 방식이 필요한 지역도 있을 것이다.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 같은 곳이다. 그 곳은 학생들의 80% 이상이 학년별 학업 성취도 평가를 통과한다. 그 비율을 80%에서 82%, 84%, 86%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린다면 바람직한 진보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8%다. 2%씩 매년 올린다면 5년 뒤에도 18%밖에 안 된다. 워싱턴 DC처럼 학업 성취도가 낮은 곳에선 그런 식의 점진적인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 내가 만약 학부모라면 10년, 20년 뒤에나 성과물이 나오는 지역의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지 않는다.”

    • ―공립학교가 사립학교와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나.

      “만약 우리가 사립학교와 같은 자율성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사립학교는 그들이 원하는 교사를 뽑고, 그렇지 않은 교사를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

      반면에 공립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최고의 교사를 선택할 능력을 제한당하고 있다. 수많은 규정과 규칙들이 장애물로 작용한다. 우리를 보다 자유롭게 해준다면 우리는 확실히 사립학교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 ―한국 공교육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솔직히 한국 교육 체계를 이곳만큼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2008년 4월 뉴욕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이 나에게 지적한 사실을 말하고 싶다. 이 대통령은 한국 내에서 사회경제적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진다는 언급을 했다. 한국에 있는 내 사촌들은 그들의 자녀를 방과 후나 주말에 학원에 보내고 있다. 학원은 돈이 많이 든다. 만약 아이들의 성공이 부모가 제공할 자원의 유무에 좌우된다면 그런 사회는 시스템의 붕괴를 낳을 것이다. 미국 교육에 인종 변수가 있듯이, 한국 교육엔 경제적 변수가 있는 것이다. 인종 변수든, 경제 변수든 민주적 사회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들이다. 공교육 시스템이 이런 변수들을 평등하게 만들어 주는 ‘평형장치’(equalizer) 역할을 하는 사회라야 민주적 사회라고 생각한다.

      공교육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은 빈부에 관계없이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공교육 시스템이 열등해서 돈으로 구입하는 다른 추가적인 것으로 공교육을 보충해야만 한다면, 그런 상황은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한다.

      학교 수업을 통해 최상의 교육이 이뤄져야만 그런 불평등을 만들어내지 않을 수 있다. 한 가지 추가한다면, 한국 아이들은 너무 많은 학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믿는다. 특히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 미셸 리 교육감 경력

      1969년 미시간주 출생, 코넬 대학 졸업,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공공정책), 메릴랜드 볼티모어에서 ‘미국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교사 활동, ‘새로운 교사 프로젝트’ 창설해 10년 동안 1만명 이상 교사 배출, 2007년 6월 워싱턴DC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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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월 28일(미 현지시간) 미 연방의사당 뒤편에 위치한 일레나 로스-레티넨(공화·플로리다) 연방 하원의원 워싱턴 자택.

    오후 5시가 넘어가자 레티넨 의원의 워싱턴 숙소에 개인 수표를 지참한 후원 인사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원 외교위 소속 공화당 간사인 레티넨 의원의 워싱턴 후원회가 열린 날이었다. 미국 시민권자인 한국계 교포 후원자와 함께 찾은 레티넨 의원의 후원회는 사랑방 좌담회를 방불케 했다. 뷔페 음식을 준비한 레티넨 의원은 후원자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버락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 현안 등을 주제로 환담했다. 

     

     로스-레티넨 미 연방하원의원(맨 오른쪽)이 28일 워싱턴 DC 숙소에서 개최한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후원자와 환담하고 있다. 


     

                   필자와 포즈를 취한 로스-레티넨 의원. 쿠바 이민자의 후손인 그는 미 라티노들의 대변자다.



    그는 기자에게도 다가와 “미국 신문사들은 경영이 어려워졌는데 한국 신문 업계의 현황은 어떠냐”면서 관심을 표명했다. 이날 후원회 참석 인사는 40여명. 1000달러 안팎의 후원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보좌관은 귀띔했다. 

    미 연방 선관위에 따르면, 레티넨 의원은 2009년부터 올 10월까지 49만3000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포 후원자는 “2년 임기의 미 연방 하원의원들은 당선된 다음날부터 정치자금 모금에 나선다”고 말했다. 레티넨의 후원회에는 조지아주의 탐 프라이스 의원 등 친한 동료 의원들도 참석했다. 의원들 간에 ‘후원회 품앗이’를 하는 광경은 한국 국회나 다를 바 없었다.
     레티넨 의원은 2006년 미 의회의 일본 군대위안부 결의안 통과 당시 공화당 진용에서 지원했고 북한 주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지한파 의원이다. 그의 숙소 거실에는 ‘한인유권자센터’(KVAC)가 선물한 한국 풍경화가 걸려 있어 국외자인 기자에게도 집안이 한층 정겹게 느껴졌다.


    미 의원들의 워싱턴 숙소가 모여 있는 워싱턴 DC의 C 스트리트에선 최근 들어 이 같은 사랑방 모임 형태의 후원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고, 아트 이스토피난 수석 보좌관은 전했다. 2010년 중간선거가 1년이나 남은 시점인데도 벌써부터 선거자금 모금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선거전이 조기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취임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내년 중간선거 판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상 현직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유권자들의 ‘심판 심리’ 탓에 전통적으로 집권당에 불리하다. 미 상·하원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불리한 국면을 만회하기 위해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민주당의 선거자금 모금에 힘을 보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6일 오바마 대통령이 마이애미 비치의 민주당 선거필승 대회까지 포함, 취임 첫해에 26차례의 후원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자금 모금액=당내 영향력’인 미 정당의 관행도 의원들의 정치자금 모금 경쟁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레티넨 후원회에 참석한 교포 후원자는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4, 2005년 후원금 모금 경쟁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거둔 뒤 2006년 중간선거 당시 낸시 팰로시 현 하원의장과 함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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