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미셸 리 워싱턴DC 교육감의 사퇴 선언이 나오기 전까지 기자의 심경은 착잡했다.

그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 공교육 개혁의 아이콘으로 인정받던 그가 정치 바람에 휩쓸려 임기도 마치지 못한 채 중도 하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미셸 리의 운명은 그의 교육 개혁 열정과 성과가 아닌 교육감 임명권을 쥐고 있는 워싱턴DC 시장 쟁탈전 결과에 좌우됐다. 미셸 리와 갈등 관계에 있던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DC 의회 의장이 민주당의 워싱턴DC 시장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미셸 리의 사퇴는 시간의 문제로 남게 됐다. 워싱턴DC는 민주당의 아성으로 민주당 경선이 사실상 본선이나 다름없는 지역이다.

미셸 리는 교육 개혁 추진 과정 내내 교사 노조, 시 의회 등과 충돌했다. 시 의회가 지난해 ‘서머 스쿨’ 예산을 줄이자, “학업 능력이 뒤처진 학생들을 위한 서머 스쿨은 폐지할 수 없다”면서 대신 교장과 교사 등 388명을 해고하기도 했다. 당시 기자는 미셸 리를 만나 “교육 개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사 노조나 시 의회,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과 협력해야 하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다. 그의 대답은 단호했다. “모두가 조화롭게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 임무는 교사 노조도 시 의회도 아닌,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일부 어른들이 불쾌하게 생각하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옳은 결정들을 내렸다. 누군가는 정치적 이유나 다른 미친 짓들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노조나 시 의회는 나에게 화가 나 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욕하건 말건 개의치 않는다.”

 



미셸 리의 단호한 개혁 조치는 성과로 이어졌으나 동시에 반(反) 미셸 리 정서도 확산됐다. 경선에서 승리한 그레이 의장은 반 미셸 리 진영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물이다. 미셸 리의 사퇴는 미국에서도 교육감이라는 자리가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오죽했으면 미셸 리가 경선 막바지에 자신을 발탁한 애드리언 펜티 현 시장 유세전에 동참했을까. 두 후보의 진흙탕 싸움 속에 뛰어든 미셸 리를 바라보면서, 민선 교육감 체제 출범 이후 교육 현장이 진보, 보수 진영의 전쟁터로 변한 한국의 현실이 겹쳐졌다. 정치 논리에 교육계가 휘둘리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미셸 리는 지난 13일(현지 시간) 사퇴 결정을 내렸다. 기자와의 인터뷰 자리에서 “임기가 끝날 때까지 공교육 개혁에 헌신하고 싶다”고 말한 미셸 리였기에, 그의 사퇴 결정을 정치 논리 외에 다른 이유로는 설명하기 힘들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 논리가 교육 현장에 개입된 것은 여기까지였다. 그레이 의장은 미셸 리가 추구한 교육 개혁을 이어갈 수 있는 인사를 후임자로 선택했다. 후임자인 카이야 헨더슨 워싱턴DC 부교육감은 미셸 리가 교육개혁 전사를 양성하는 ‘새로운 교사 프로젝트’ 활동을 전개했을 당시 동고동락했던, 미셸 리의 ‘분신’과 같은 인물이다. 미셸 리가 워싱턴DC 교육감에 임명됐을 때, 함께 일하자고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사람도 다름 아닌 헨더슨이었다. 미셸 리는 회견장에서 “교육개혁을 지속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현재의 개혁가(자신)가 물러나는 일이라는 데 (나와 그레이는) 의견 일치를 봤다”고 밝혔다.

자신을 던지고 교육 개혁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치적 타협을 이끌어 낸 미셸 리는 이날 회견장에서 가장 빛나는 인물이었다. 정적(政敵)이었던 펜티 시장의 교육 개혁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공언한 그레이 의장도 이날의 또 다른 주연이었다. 민주당 내의 권력 이동이라서 그런 정치적 타협이 가능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조지 W 부시 공화당 행정부는 ‘성적이 뒤처지는 학생이 없게 하자는 정책’(No Child Left Behind)을 펴며 미셸 리 교육 개혁을 뒷받침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가 추진 중인 교육 정책인 ‘정상을 향한 경주’(Race to the Top)는 미셸 리 교육 개혁의 연장선이다. 미국 교육 현장도 정치적 무풍 지대는 아니다. 그렇지만 학업성취도 향상과 교사 자질 개선 같은 교육 개혁을 놓고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한국이 먼저냐, 일본이 먼저냐.’

 축구 국가대표팀 순위 논쟁이 아니다. 미국이 동북아 지역에서 한국과 일본 중 어느 나라를 우선시하고 있느냐는 논쟁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최근 연설 내용이 이런 논란에 불을 붙였다.
 클린턴 장관은 지난 8일 미 외교협회(CFR) 초청 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동맹 강화 노력과 관련, “우리(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는 한국, 일본, 호주와 같은 가까운 동맹국들과의 유대를 재확인했다”면서 미국의 동맹국으로 한국을 일본보다 먼저 거론했다.

 그러자 일본 언론이 발끈했다.
 일본의 워싱턴 특파원들은 미 국무부 브리핑 자리에서 클린턴 장관이 일본을 한국보다 나중에 언급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지금까지 미국은 아시아 동맹국을 언급할 때 정형적으로 일본, 한국, 호주의 순으로 언급해 왔으며 클린턴 장관도 그래왔으나 이번에는 순서가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미국이 주일미군 후텐마(普天間)기지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신뢰 관계가 흔들린 일본을 강격(降格:격을 내린 것)한 것”이라는 해석을 덧붙였다.

 지난 16일(현지시간) 한미경제연구소(KEI)가 워싱턴DC에서 주최한 토론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미국은 어떻게 한국을 바라보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 한 방청객은 “동북아에서 미국의 ‘린치핀’(linchpin)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바뀌었느냐”고 물었다.

 ‘린치핀’의 사전적 의미는 ①바퀴 멈추개, 바퀴의 비녀장 ②(비유) 요점, 요체이다. 미국은 오랫동안 이 단어를 미일동맹을 비유하면서 사용해왔다. 그런 ‘린치핀’이란 단어를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사용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동맹은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 안보의 ‘린치핀’”이라고 표현했다.

KEI 토론회에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담당 석좌인 빅터 차 조지타운대학 교수와 잭 프리처드 KEI 소장, 주한 미국 대사를 지내고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6자회담 미국수석대표를 역임했던 크리스토퍼 힐 등 ‘친한(親韓) 인사’로 분류해도 무방한 인사들이 참석했으나 방청객의 질문엔 “그렇다”는 똑부러진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이미 백악관과 국무부가 “우리는 한국과 일본 모두를 사랑한다”, “동맹국은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중요도 순으로 나열할 수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기자를 포함한 토론회 참석자들은 공식 답변의 행간에 담긴 뜻을 읽을 수 있었다. 전례가 드문 밀월 관계를 구가하고 있는 작금의 한미 관계가 그 자체로 답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는 취임 초 '강인하고, 직접적인(tough, direct)  대북 정책'을 표방하면서 "미국이 북한과 직접 거래하려는 것 아니냐"는 한국 정부의 우려를 자아냈으나 대북정책 집행 과정에서 한국을 우선시하는 기조를 유지했다. 최근 미 정부가 6자회담 복원의 전제 조건으로 남북관계 진전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워싱턴 외교소식통은 "북한을 중국을 통해 북미접촉->6자 예비회담->6자 본회담의 3단계 방안을 미측에 제시했으나 미국은 북미접촉 대신 남북관계 개선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천안함 사건 이후 미국은 유엔총회 등에서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직접 성명 등 한국 지지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서도 미국 민주당 내 일부 반발을 무릅쓰고 오는 11월 G20(주요20개국) 서울 정상회의 전에 양측이 접점을 도출해낼 수 있도록 협상을 시작하라고 론 커크 미 USTR(무역대표부) 대표에게 지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급적 한미 FTA 같은 민감한 현안은 묻어두자는 입장이었다. 이 모두가 한미 관계가 공고하지 않다면 성사되기 어려운 일들이다.

KEI 토론회 참석자들이 굳이 꺼내놓지 않은 또 하나의 진실은 “언제든 미국의 동북아 중심이 일본으로 바뀔 수 있다”는 냉혹한 현실이었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2004년 9월 공화당 대통령 후보수락 연설에서 이라크 전쟁 동맹국들을 거론하면서 한국은 언급하지 않았다. 한국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고 그 탓에 한국인이 참수 테러까지 당했는데도 영국과 일본, 호주는 물론이고 덴마크나 네덜란드, 엘살바도르, 폴란드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누락됐다. 백악관이 공식 사과하긴 했으나 불편했던 한미 관계가 반영된 사례였다. 당시 미일은 밀월 관계였다. 부시는 미국을 찾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를 자신의 텍사스주 크로퍼드 목장으로 초청하고 엘비스 프레슬리 팬인 고이즈미와 함께 프레슬리 생가를 찾았다. 파격적인 대우였다. 부시는 참모들에게 “내 친구 고이즈미를 곤란하게 하지 말라”고 지시했을 정도로 고이즈미 정부를 전폭적으로 밀어줬다.

하지만 한미일 3국의 정권이 교체되고 지도자가 바뀌면서 기존의 역학 관계는 재편됐다.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추구한 일본 민주당 정부는 오바마 정부와 파열음을 내는 일이 잦아졌다. 급기야 클린턴 장관의 CFR 언급을 계기로 “왜 일본을 한국보다 나중에 언급했느냐”는 유치한 논란이 전개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불과 몇 년 만에 역전된 미일, 한미 관계의 현실에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클린턴 국무장관의 CFR 발언 논란은 그 어떤 동맹 관계도 공짜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국제 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웅변한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미국 남북전쟁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싸움터로 유명한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147년 전엔 북군과 남군이 미 연방의 진로를 놓고 사활을 건 전투를 벌였지만 지금은 게티스버그 국립공원 인근에 카지노를 설립하는 문제를 놓고 찬반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게티스버그 주민이자 개발업자인 데이비드 르뱅이 얼마 전 게티스버그 국립공원 인근 호텔에 카지노 위락 단지를 조성하겠다며 펜실베이니아주에 카지노 영업 허가권을 신청하면서 비롯됐다. 게티스버그 주민들은 두 편으로 갈려 있다. 한편은 르뱅의 지역경제 활성화 주장에 동조한다. 르뱅은 카지노 유치로 게티스버그 공원이 속한 애덤스 카운티에 연 6600만달러 상당의 경제적 이득을 안겨주고 1000개 가까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논리로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다른 한편은 카지노 설립이 남북전쟁 전사자들을 모독하고 게티스버그의 명성에 먹칠을 하는 행위라고 반발했다.




7일(현지 시간) 찾은 게티스버그에서는 카지노 설립을 둘러싼 긴장감이 곳곳에서 감지됐다. 게티스버그 공원 근처에는 ‘No Casino’(카지노 반대), ‘Pro Casino’(카지노 찬성)라고 적힌 표지판이 군데군데 서 있었다. 공원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태미 휴스는 “찬반 여론이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어서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면서 “친구들의 의견도 찬반으로 갈려 있다”고 말했다. 찬성론자인 주민 제이 퍼디는 “남북전쟁 시대에도 군인들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도박을 했다”면서 “그들은 영웅일 뿐 성인은 아니다”고 역설했다. 게티스버그 칼리지 교수를 지낸 데이비드 크라우너는 “도박은 게티스 버그의 위엄이나 경건함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반대론을 폈다.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열린 카지노 설립 관련 공청회에서도 찬반 양측은 한 치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영화 ‘게티스버그’를 감독한 로널드 맥스웰은 “폴란드는 카틴 숲 학살 현장이나 아우슈비츠 수용소 근처에 카지노 설립을 허용하지 않았다”면서 “게티스버그에 카지노를 설립하겠다는 발상은 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 카지노를 설립하겠다는 생각과 다르지 않다”고 목청을 높였다. 미 전역의 반대론자들은 3만명의 청원을 받아 펜실베이니아 주 정부에 전달했다. 하지만 재정난에 시달리는 애덤스 카운티는 카지노 설립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지역 내 비영리그룹인 ‘게티스버그 보존협회’도 최근 이사회를 열어 카지노 설립 찬성 쪽으로 돌아섰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게티스버그 전투가 끝나고 격전지를 찾아 남군과 북국 전사자들을 추모한 뒤 그 유명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이라는 연설을 했다. 1863년 여름, 북군에 승리를 안긴 게티스버그 전투가 이번엔 어느 쪽의 승리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게티스버그=조남규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통치 비자금 관리 기관인 노동당 39호실과 또 다른 북한 기관 2곳을 새로운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또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혐의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대상에 오른 윤호진 남천강무역회사 대표도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30일(현지 시간) 북한의 재래식 무기 거래와 위폐· 마약· 사치품 거래 등 불법행위를 원천 차단하기 위한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 새로운 대북 제재 모법(母法)을 발효시켰다. 새 행정명령은 핵·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를 위한 기존 행정명령 13382호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당 39호실은 대성은행과 대성타이어공장 등 무역회사와 은행 등을 직접 관리하면서 김정일과 노동당의 비자금을 마련해 온 것으로 알려진 기관이어서 북한의 반발이 예상된다. 김정일은 김동운 노동당 39호실장이 유럽연합(EU) 제재 명단에 오르자 올해 초 김동운을 자신의 고교 친구이자 핵심 측근인 전일춘(69)으로 교체했다. 전일춘은 외자 유치를 책임지는 국가개발은행 이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새로 제재 대상에 오른 북한 기관 중에 천안함 침몰 사건에 연루된 기관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기존 행정명령 13382호에 의거, 추가 제재 대상 북한 기관 및 개인도 이날 발표했다. 소식통은 “미국은 새로운 행정명령에 근거한 대북 제재 명단을 지속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미 정부, 대북제재 대상 인물과 기관은


미국 정부는 북한의 당 및 군의 핵심 기구를 새로운 대북 제재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번에 제재 대상이 된 기관과 인물은 다음과 같다.

▲39호실=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국 소속 기관이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개인 비자금 조달 및 관리, 노동당 운영 자금 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다. 39호실은 100달러 위조 지폐인 슈퍼노트 제작, 가짜 담배 생산, 아편 재배, 마약 거래 등 북한 정권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법 행위와 사치품 수입 등을 총괄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39호실은 함경북도와 평안북도에서 아편 농장을 운영하면서 함흥과 나진에서 아편과 헤로인을 생산하고 있다고 국무부가 밝혔다.

▲정찰총국= 2009년 2월 노동당 소속의 작전부와 35호실, 인민무력부 산하 정찰국이 통폐합돼 만들어진 기구로 알려져 있다. 또 해외에 무기를 수출하는 ‘청송연합’을 지휘하고 있다. 천안함 침몰 사건,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 기도 사건 등을 배후에서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청송연합=지난 2007년 유엔 등 국제 사회의 제재를 받던 조선광업개발무역(KOMID)을 대체하기 위해설립된 업체로 천안함 공격 어뢰인 CHT-02D를 수출한 무기 수출업체로 알려져 있다. 국무부는 해외로 수출하는 재래식 무기 총거래량의 절반 이상을 이 곳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수공업부, 제2경제위원회= 군수공업부는 대포동 2호 등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업무를 감독하는 부서다. 제2경제위원회는 미국의 대북 제재대상에 이미 올라 있는 단천산업은행을 산하에 두고있는 노동당 기구이다.

▲제2 자연과학원= 노동당 군수공업부 소속으로 북한의 미사일 연구 개발의 핵심 기구로 알려져 있다. 제2자연과학원은 중,장거리 로켓의 연구,개발 및 군사분계선과 해안선을 완전 봉쇄할 수 있는 고성능 지뢰 개발 업무 등을 추진하고 있다.

▲대성무역, 흥진무역= 대성무역은 조선광업개발무역을 대리해 시리아와 거래를 하고 있고, 흥진무역은 조선광업개발무역 일선 조달 업무를 맡고 있다. 흥진무역은 특히 이란의 ‘샤히드 헤마트 인더스트리얼 그룹’에 미사일 관련 물자를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영철 정찰총국장= 2006~2007년 남북장성급회담 북측 단장을 맡았었다. 그는 당시에 ‘북방한계선(NLL)은 강도가 그은 선’이라고 극언을 했고, 2008년에는 ‘12.1’ 조치를 통해 남측의 육로 출입 제한을 주도한 북한 군부의 대표적 강경파 인물이다.

▲윤호진 남천강무역 대표= 지난 2002년을 전후해 독일과 러시아로부터 우라늄 농축에 사용될 수 있는 알루미늄관 등의 조달 책임자로 지목돼온 인물이다.

▲리제선, 리홍섭=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영변핵연구소 활동을 책임지는 원자력총국 소속 인물들이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섬과 호수, 숲의 나라 핀란드.
핀란드를 의미하는 핀란드어 '수오미'(Suomi)는
'호수의 나라'라는 뜻이라는군요.
1500개가 넘는 호수에 18만7888개의 섬들,
전 국토의 70% 이상을 뒤덮고 있는 숲은 전나무와 자작나무로 뒤덮혀 있습니다.

핀란드에는 '야르비넨' Jarvinen 이란 성을 가진 이가 3만 명이나 되는데

이는 호수 사람이란 뜻입니다.


공항에서 헬싱키 시내로 이동하는 도중
길 양편에 도열한 자작나무를 바라보며
갈매나무를 떠올렸습니다.

시인 백석이,
'어느 먼 산 뒷옆에 바우섶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라고 표현했던
그 갈매나무를. 

수도인 헬싱키 시내는 여늬 도시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도시가 다른 곳에 비해 조용하다는 점을 제외하곤.
도시가 깨끗해서 청량감이 느껴졌습니다.

핀란드 북쪽 지역에선 5~7월,
밤에도 해가 떠있는 '백야' 현상이 목도된다고 하는데
헬싱키는 핀란드 남단에 위치해 있어
그런 진풍경은 연출되지 않더군요.



 


개인적으로 헬싱키에선 도시 보다,
우리네 찜질방 원조인 핀란드 사우나가 궁금해졌습니다.

핀란드 사람들은 통나무로 된 별장을 소유하는 가정이 많다. 이 별장은 대개 숲에 둘러싸인 호수 끝자락에 위치해 있다.

핀란드 사람들의 여름 휴가 무대는 이 별장일 경우가 많은데 사우나와 노 젓는 보트는 꼭 갖추고 있다고 한다.    

선교사로 헬싱키에 와서 20년 가깝게 체류한 지인에게 물었더니
헬싱키 시민답게 과묵한 그는,
두 말 없이 차를 몰아 교외로 내달렸습니다.

이 곳이 사우나 입구.
찜질방과는 초입부터가 다르더군요.



 



찜질방 정도의 가격을 계산하고 안 쪽으로 돌아가면
호수가에 있는 사우나가 보입니다. 전형적인 핀란드 사우나였다.




 

사우나 안으로 들어갔더니
현지 주민으로 보인는 사람들이 남녀가 섞여서
가뿐 숨을 몰아쉬고 있더군요.
열기를 참아가면서 말이죠.
저 같은 초짜는 1분을 넘기기 힘듭디다.
그래도 이를 악물고 앉아있는데
나가는 사람 한 명이 느닷없이
열기를 뿜어내는 난로 위에 물을 한 바가지 좍~.
갑자기 온 몸에 감겨오는 열기,
정말 죽음입니다.
그런 저를 보면서
훈증 사우나에 익숙한 주민들은
키득 키득...
저는 참지 못하고 뛰쳐나와 호수로 뛰어들었습니다.
지옥에서 천당으로 이동한다면
딱 그 기분일 것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호수의 물은 반대로 너무 차서
역시 1분을 넘기기 힘듭디다.
상극은 어떤 점에선 통한다더니.

뜨거운 사우나와 차가운 호수를 오가는 일은 가학적인 측면이 있지만

온몸의 세포가 깨어나는 듯한 알싸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사우나와 호수를 오가는 자학적 의식을
서 너 번 하고 나면
정말 온 몸이 흠씬 두들겨맞은 것 처럼
노곤해집니다.
그런 뒤 자작나무 가지로 온 몸을 두드립니다.
혈액 순환과 피부 미용에 특효약이라나.
사우나를 끝낸 뒤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 잔의 맛.

우리 일행을 초대한 지인은
사우나 초대야말로 핀란드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의 호의라고 말했습니다.

산타크로스의 고향인 핀란드를
겨울에도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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