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전역의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만년 꼴찌를 면치 못했던 미 워싱턴 DC 공립학교 학생들의 학업 성적이 향상되고 있다. 학부모들의 외면 속에 매년 감소 추세이던 학생 수도 올 들어 35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한국계인 미셸 리(40)가 워싱턴 DC 교육감으로 부임한 이후 생긴 변화들이다. 미셸 리 교육감의 29개월 재임 기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의 공교육 개혁이 한국 공교육 현장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그를 지난 11월10일 워싱턴 DC 교육청에서 만났다. 이날 인터뷰는 이종걸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위원장과 미셸 리 교육감의 면담 석상에서 이뤄졌다.

  • ◇미셸 리 교육감이 표지인물로 나온 2008년 12월8일자 타임지.
    세계일보 자료사진
    ―워싱턴 DC 공립학교는 학업 성취도, 대학 진학률 등에서 전국적으로 최하위 그룹에 속해있다. 학부모들의 소득 수준이 낮아서 그런가.

    “인종과 소득 변수가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단적인 예를 들면, 내가 처음 이곳 교육감으로 부임해 왔을 때 (관내 공립 고등학교의) 백인 학생과 흑인 학생의 학업 성취도 격차가 무려 70%포인트에 달했다. 저소득층 자녀들이 많은 학교는 시설도 형편없고 학업 성취도 역시 낮다.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그 차이를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지금은 그 격차를 50%포인트까지 줄였다. 물론 여전히 격차가 큰 편이다. 그 격차를 제로로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현재의 추세대로 간다면 5년 뒤엔 그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본다. 인종과 사회경제적 수준이 학생들의 학업 수준을 결정하는 요인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최대 도전 과제이다.”

  • ―어떤 수단으로 그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나.

    “우리는 올해 새로운 교사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과거의 교사 평가 시스템은 엉망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부임했을 때 (9학년 학생의) 8%만이 수학 성취도 평가를 통과했다. 92%는 일정 기준 이하의 성적을 냈다는 의미다. 그래서 교사 평가의 50%를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결과와 연동시켰다.

    많은 교사들이 이런 방식을 싫어했다. 많은 교사들이 책임감을 갖고 임하기보다는 ‘내가 맡은 학생은 가난한 집 아이라서 방과후 학습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등 학생들의 학업 부진을 학생 탓으로 돌리며 변명거리를 내세우기 바빴다.

    그런 교사들에게 나는 ‘아이들이 가난하다는 등의 이유로 제대로 배울 수 없다고 당신이 믿는다면, 당신은 교사 대신 다른 직업을 찾아보라’고 말했다. 교사라면, 그런 난관과 장벽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미셸 리 워싱턴 DC 교육감이 지난 10일 워싱턴 DC 시내에 위치한 교육청 면담실에서 공교육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 ―교사 노조와 갈등이 심하다고 들었다. 교육 개혁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교사 노조나 워싱턴 DC 의회, 다른 공동체 구성원들과 협력해야 하지 않나.

    “모두가 조화롭게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내 임무는 교사 노조도 시 의회도 아닌, 아이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일부 어른들이 불쾌하게 생각하는,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옳은 결정들을 내려왔다. 누군가는 정치적 이유나 다른 미친 짓들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야 한다.

    노조나 시 의회는 나에게 골이 나있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나를 욕하건 말건 개의치 않는다. 어려서부터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았다. 최근엔 예산 부족 탓에 교사를 해고해야만 했다.”(그는 지난달 3일, 시 의회가 ‘서머스쿨’ 예산을 줄이자, ‘학업능력이 뒤처진 학생들을 위한 서머스쿨은 폐지할 수 없다’면서 대신 교장과 교사 등 388명을 해고했다.)

  • ―어떤 교사들을 해고했나.

    “기존의 해고 관행은 오래된 교사 대신 경력이 짧은 교사를 먼저 해고하는 식이었다. 나는 이런 방식이 전략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신참 교사가 나쁜 교사도 아니고 오래된 교사가 좋은 교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워싱턴 DC의 공교육은 엉망이었다. 현 교육 시스템 안에서 30년을 지낸 교사는 30년 동안 아이들에게 나쁜 짓을 해온 셈이다.

    그래서 나는 이같은 ‘연공서열’ 방식의 해고 관행을 깨뜨리고 ‘연공’(seniority)이 아닌 ‘질’(quality)에 근거한 해고 방식을 도입했다. 교사들은 이런 방식이 공정하지 않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옳은 일이었다.

    교육 시스템을 개선할 수 있다면 교사 노조나 시 의회가 반발하더라도 앞으로도 주저없이 이런 결정을 내릴 작정이다. 교사 노조나 시 의회가 그동안 잘 지내면서 무슨 결과를 낳았는가? 그들은 아이들에게 나쁜 결과를 만들어냈다.”

  • ―교육 개혁을 점진적으로 하는 대신 충격적인 방식으로 진행한 것 같다. 그런 방식이 효과적이었는가.

    “점진적인 방식이 필요한 지역도 있을 것이다.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 카운티 같은 곳이다. 그 곳은 학생들의 80% 이상이 학년별 학업 성취도 평가를 통과한다. 그 비율을 80%에서 82%, 84%, 86%로 단계적으로 끌어올린다면 바람직한 진보가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8%다. 2%씩 매년 올린다면 5년 뒤에도 18%밖에 안 된다. 워싱턴 DC처럼 학업 성취도가 낮은 곳에선 그런 식의 점진적인 방식은 적합하지 않다. 내가 만약 학부모라면 10년, 20년 뒤에나 성과물이 나오는 지역의 학교에 자녀들을 보내지 않는다.”

  • ―공립학교가 사립학교와 같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나.

    “만약 우리가 사립학교와 같은 자율성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사립학교는 그들이 원하는 교사를 뽑고, 그렇지 않은 교사를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

    반면에 공립학교는 학생들을 위한 최고의 교사를 선택할 능력을 제한당하고 있다. 수많은 규정과 규칙들이 장애물로 작용한다. 우리를 보다 자유롭게 해준다면 우리는 확실히 사립학교 못지 않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 ―한국 공교육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솔직히 한국 교육 체계를 이곳만큼 잘 알지는 못한다. 하지만 (2008년 4월 뉴욕에서 만난) 이명박 대통령이 나에게 지적한 사실을 말하고 싶다. 이 대통령은 한국 내에서 사회경제적 격차가 교육 격차로 이어진다는 언급을 했다. 한국에 있는 내 사촌들은 그들의 자녀를 방과 후나 주말에 학원에 보내고 있다. 학원은 돈이 많이 든다. 만약 아이들의 성공이 부모가 제공할 자원의 유무에 좌우된다면 그런 사회는 시스템의 붕괴를 낳을 것이다. 미국 교육에 인종 변수가 있듯이, 한국 교육엔 경제적 변수가 있는 것이다. 인종 변수든, 경제 변수든 민주적 사회라면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것들이다. 공교육 시스템이 이런 변수들을 평등하게 만들어 주는 ‘평형장치’(equalizer) 역할을 하는 사회라야 민주적 사회라고 생각한다.

    공교육 시스템이 있기 때문에 모든 아이들은 빈부에 관계없이 성공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갖는다. 하지만 공교육 시스템이 열등해서 돈으로 구입하는 다른 추가적인 것으로 공교육을 보충해야만 한다면, 그런 상황은 심각한 불평등을 초래한다.

    학교 수업을 통해 최상의 교육이 이뤄져야만 그런 불평등을 만들어내지 않을 수 있다. 한 가지 추가한다면, 한국 아이들은 너무 많은 학업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믿는다. 특히 아이들은 아이들답게 커야 한다고 생각한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 미셸 리 교육감 경력

    1969년 미시간주 출생, 코넬 대학 졸업,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공공정책), 메릴랜드 볼티모어에서 ‘미국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교사 활동, ‘새로운 교사 프로젝트’ 창설해 10년 동안 1만명 이상 교사 배출, 2007년 6월 워싱턴DC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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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28일(미 현지시간) 미 연방의사당 뒤편에 위치한 일레나 로스-레티넨(공화·플로리다) 연방 하원의원 워싱턴 자택.

오후 5시가 넘어가자 레티넨 의원의 워싱턴 숙소에 개인 수표를 지참한 후원 인사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하원 외교위 소속 공화당 간사인 레티넨 의원의 워싱턴 후원회가 열린 날이었다. 미국 시민권자인 한국계 교포 후원자와 함께 찾은 레티넨 의원의 후원회는 사랑방 좌담회를 방불케 했다. 뷔페 음식을 준비한 레티넨 의원은 후원자들과 식사를 함께하며 버락 오바마 정부의 건강보험 개혁 현안 등을 주제로 환담했다. 

 

 로스-레티넨 미 연방하원의원(맨 오른쪽)이 28일 워싱턴 DC 숙소에서 개최한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후원자와 환담하고 있다. 


 

               필자와 포즈를 취한 로스-레티넨 의원. 쿠바 이민자의 후손인 그는 미 라티노들의 대변자다.



그는 기자에게도 다가와 “미국 신문사들은 경영이 어려워졌는데 한국 신문 업계의 현황은 어떠냐”면서 관심을 표명했다. 이날 후원회 참석 인사는 40여명. 1000달러 안팎의 후원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보좌관은 귀띔했다. 

미 연방 선관위에 따르면, 레티넨 의원은 2009년부터 올 10월까지 49만3000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집계됐다. 교포 후원자는 “2년 임기의 미 연방 하원의원들은 당선된 다음날부터 정치자금 모금에 나선다”고 말했다. 레티넨의 후원회에는 조지아주의 탐 프라이스 의원 등 친한 동료 의원들도 참석했다. 의원들 간에 ‘후원회 품앗이’를 하는 광경은 한국 국회나 다를 바 없었다.
 레티넨 의원은 2006년 미 의회의 일본 군대위안부 결의안 통과 당시 공화당 진용에서 지원했고 북한 주민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은 지한파 의원이다. 그의 숙소 거실에는 ‘한인유권자센터’(KVAC)가 선물한 한국 풍경화가 걸려 있어 국외자인 기자에게도 집안이 한층 정겹게 느껴졌다.


미 의원들의 워싱턴 숙소가 모여 있는 워싱턴 DC의 C 스트리트에선 최근 들어 이 같은 사랑방 모임 형태의 후원회가 잇따라 열리고 있다고, 아트 이스토피난 수석 보좌관은 전했다. 2010년 중간선거가 1년이나 남은 시점인데도 벌써부터 선거자금 모금 경쟁에 불이 붙었다는 것이다. 선거전이 조기 과열 양상을 띠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버락 오바마 정부의 국정 운영 지지율이 취임 이후 하락세를 보이면서 내년 중간선거 판도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상 현직 대통령 임기 중반에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유권자들의 ‘심판 심리’ 탓에 전통적으로 집권당에 불리하다. 미 상·하원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불리한 국면을 만회하기 위해 ‘실탄’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도 민주당의 선거자금 모금에 힘을 보태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6일 오바마 대통령이 마이애미 비치의 민주당 선거필승 대회까지 포함, 취임 첫해에 26차례의 후원금 모금 행사에 참석했다고 보도했다. ‘정치자금 모금액=당내 영향력’인 미 정당의 관행도 의원들의 정치자금 모금 경쟁을 과열시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레티넨 후원회에 참석한 교포 후원자는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이 두각을 나타낸 것은 2004, 2005년 후원금 모금 경쟁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거둔 뒤 2006년 중간선거 당시 낸시 팰로시 현 하원의장과 함께 공동 선대위원장을 맡은 것이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북미 양측의 고위급 대화 조율 와중에 방미한 북한 외무성 리근 국장의 행보는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관심 대상이었다.

 그의 방미 행보는 기복이 심했다. 지난 24일 뉴욕 JFK 공항을 통해 입국했을 당시의 리 국장은 밝은 표정이었다. JFK 공항에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환하게 웃으며 다가왔고 뒷걸음치며 자신의 모습을 담고 있는 카메라 기자에게는 “거기 조심하라”고 배려하기도 했다.

 취재진의 질문에도 성의껏 답변해주려 했다. 뉴욕 맨해튼의 유엔 주재 미국 대표부에서 성 김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를 만나고 나온 후에도, 샌디에이고의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 참석을 위해 뉴욕 공항을 떠날 때에도 미리 취재진에게 인사를 건네거나 “다녀온 뒤 다시 보자. 수고하라”는 말을 남겼다. 북미 고위급 대화 개최를 위한 리근·성 김 접촉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샌디에이고 회의를 다녀온 리 국장은 다른 사람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지난 29일 밤 뉴욕 킴벌리 호텔 현관 앞에서 감정을 폭발시켰다. 잔뜩 굳은 얼굴로 도착한 그는 기자를 비롯한 취재진이 다가오자 취재진을 밀치고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호텔 시큐리티(경호)가 왜 이래”라는 불평 섞인 그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며칠 사이에 표변한 그의 행동에 많은 기자들이 당혹스러워했다. 그의 굳은 얼굴은 그 다음 날까지 풀리지 않았다. 그는 전미외교정책협의회(NCAFP)와 코리아 소사이어티 공동주최 세미나가 끝나자마자 옆문으로 황급히 자리를 떴다.

 사후 취재에서 확인된 리근·성 김 접촉 내용은 리 국장의 이 같은 태도 변화와 무관치 않았다. 스티븐 보즈워스 미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평양으로 초청한 북측이 리 국장을 통해 전달한 북미 고위급 회담 양보안이 미 정부를 움직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즈워스 대표의 평양 방문 전에 ‘6자회담 복귀’와 ‘북핵 9·19 공동 성명 이행’을 약속해 달라는 핵심 내용이 북측의 양보안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 국장을 초청한 NCAFP·코리아 소사이어티측은 리 국장 등 북측 대표단과의 세미나가 끝난 직후 “북측의 북핵 협상 의지가 최근 몇 달 동안 우리가 공식, 비공식 라인에서 지켜본 것 이상으로 강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2003년부터 북측 인사들을 초청해 북미 간 비공식 대화 채널을 제공한 NCAFP 내에는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법을 중시하면서 북한을 협상장으로 견인하기 위해 미국 등 관련국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가진 인사들이 많다. 

 올해부터 NCAFP와 세미나를 공동 주최하게 된 코리아 소사이어티 에반스 리비어 회장도 ‘대북 직접 외교 옹호론자’로 자처하는 인사다.
 그는 지난 7월 미 상원 외교위 청문회에 출석, “오바마 정부가 스티븐 보즈워스 대사를 대북정책 특별대표에 임명한 것은 오바마 정부가 북한과 적극적이고 실용적인 고위급 회담을 원한다는 분명한 신호인데 불행하게도 북한은 오바마 정부가 내민 손을 뿌리쳤다”고 아쉬워했다. 그런 리비어 회장을 비롯한 세미나 참석자들도 북한의 핵 포기 전망에 대해선 자신 있는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리 국장은 1990년대 초반 불거진 1차 북핵 위기부터 대미 협상을 담당한 미국통이다. 그는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이 확정된 직후인 지난해 이맘때에도 NCAFP가 주최한 같은 세미나에 참석,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와 성 김 북핵 특사, 프랭크 자누지 현 미 상원 외교위 전문위원 등과 접촉, 오바마 정부의 대북 정책 기조를 탐지했다. 그런 뒤 취재진 앞에서 “미국의 여러 행정부를 대상(상대)해 왔고 우리와 대화하려는 행정부, 우리를 고립하고 억제하려는 행정부와도 대상했다”면서 “우리는 어느 행정부가 나와도 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에 맞게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엄포를 놨다.

 이후 북한이 오바마 정부가 “적대 국가와도 대화하겠다”면서 천명한 대북 ‘직접 외교’에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2차 핵실험으로 대응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주일 남짓의 이번 방미 기간, 리 국장이 보인 행보는 예측이 불가능한 북측의 과거 북핵 협상 행태를 상징하는 듯했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미국 미시간주 윌리엄스톤에 거주하는 린 앨런은 오른손 손목에 ‘마리화나 팔찌(인식표)’를 차고 있다. 이 팔찌는 그가 80g 정도의 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소지할 수 있고 대마(마리화나)를 12그루까지 키울 수 있는 환자임을 나타내는 표지이다. 선천성 혈우병을 앓고 있던 앨런은 1978년 수혈 과정에서 에이즈와 C형 간염에 감염됐다. 앨런은 구토 증세를 완화하고 숙면을 취하기 위해 마리화나를 의료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많은 환자들 중 한 명이다. 미시간주가 최근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을 통과시킨 것을 계기로 마리화나 논쟁이 미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마리화나 논쟁 불 댕긴 미시간주=워싱턴타임스에 따르면, 미 서부 지역에 이어 아이오와 등 중동부 13개주가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 마련에 착수해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가 1996년 의료용 마리화나의 사용을 합법화한 이후 마리화나 논쟁의 무대는 주로 미 서부 지역이었다. 지금까지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주는 모두 13개. 이 중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오리건, 워싱턴, 몬태나, 콜로라도, 뉴멕시코, 애리조나주 등이 서부 지역에 위치해 있고 동부 지역에선 북쪽의 변경 주인 메인, 버몬트, 로드아일랜드 등 3개 주만이 의료용 마리화나를 허용했을 뿐이었다. 애리조나주의 경우, 의사들이 마리화나 요법을 처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의료용 마리화나를 전면 합법화할 토대를 갖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시간주가 지난해 11월 이 대열에 동참한 이후 중동부 13개주가 의료용 마리화나 허용 법안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워싱턴타임스가 보도했다. 2008년 의료용 마리화나 허용 법안이 발의됐다가 단 한 차례의 청문회만 개최되고 법안이 폐기됐던 오하이오주의 경우, 미시간주의 법안 통과 이후 동일 법안이 재발의될 전망이 높아졌다. 신시내티 대학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하이오 주민의 73%가 의료용 마리화나의 사용에 찬성한 것으로 조사돼 오하이오주가 조만간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는 14번째 주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미시간주가 통과시킨 마리화나 관련 법안에 따르면, 암이나 에이즈 등에 걸린 중증 환자들은 의사의 진단서를 첨부해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 허가를 주정부에 신청하게 돼 있다. 법안 통과 이후 지난 6월 현재까지 2377명이 허가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2004년 교통사고를 당한 마이크 앵글은 의료용 마리화나를 얻기 위해 얼마 전 미시간주로 이사를 했다. 그는 “병원에서 처방하는 마약류를 과다 복용할 경우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으나 마리화나는 많이 흡입해도 수면을 유발할 뿐”이라고 마리화나 요법을 옹호했다. 마리화나 옹호 단체인 ‘마리화나 폴리시 프로젝트(MPP)’ 브루스 머켄 홍보국장은 “모든 환자들이 의료용 대마를 정원에서 자유롭게 재배하게 될 날이 도래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면서 “일부에선 마리화나의 위험성을 경고하지만 최근의 미 대통령 3명이 모두 마리화나를 피웠지만 성공한 인생을 살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의료용 마리화나 암거래 우려=미시간주 마리화나 법안은 의료용 마리화나 사용 허가를 받은 환자가 자신을 위해 대마를 최대 12그루까지 재배할 수 있는 간병인을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간병인은 최대 5명의 환자를 돌볼 수 있는 만큼 간병인 1인당 최대 60그루의 대마를 재배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마리화나 합법화 반대 운동가들은 미시간주의 이런 정책이 의료용을 빙자한 마리화나의 불법유통을 확산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미시간주 호웰시 진 베이서 경찰서장은 “이번 법안은 사실상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것이나 같은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악법 중의 악법”이라고 성토했다.

다른 주에서도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에 반대하는 캠페인이 거세게 일고 있다. 미네소타주 의회가 지난 5월 통과시킨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 법안은 팀 포렌티 주시사가 거부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마리화나 반대운동 단체인 ‘교육의 소리’ 주디 크리머 회장은 “의료용 마리화나를 합법화하게 되면 청소년들에게 ‘마리화나는 약품’이라는 오도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의료용 마리화나의 확산은 궁극적으로 마리화나 암시장을 활성화해 사회적 재앙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마리화나 양성화 분위기 고조=버락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미 연방정부의 마리화나 정책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비해 완화됐다. 연방정부가 1937년 이후 대마를 불법 작물로 분류하고 있으나 에릭 홀더 법무장관은 이 연방법을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주에서는 집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약 차르’인 질 케를리코우스크도 단속 위주의 마리화나 정책을 치료 위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런 분위기는 의료용 마리화나 합법화 운동을 보다 용이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정부들은 경제 침체 탓에 부족해진 세수를 충당하기 위해 의료용 마리화나에 세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시는 지난 7월 미국 내 도시로는 처음으로 의료용 마리화나 판매액 1000달러당 18달러의 세금을 부과하는 발의안을 통과시켰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대마 재배가 주요 농업산업으로 부상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주의회는 마리화나 세금으로 재정적자를 보전하자는 차원에서 성인에게 마리화나를 전면 합법화하는 법안을 성안 중이다. 작금의 경제 침체 상황이 마리화나 합법화 운동의 성장을 돕는 온상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여론조사 기관인 라스무센의 지난 5월 조사 결과, 마리화나를 양성화한 뒤 마리화나 세금을 통해 경제를 살리자는 견해는 응답자의 41%에 그쳤고 반대하는 여론은 49%에 달했다. 아직은 마리화나의 전면 양성화에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하나 마리화나 양성화에 찬성하는 여론이 과거에 비해 급속히 고조되는 추세라고 라스무센 측은 분석했다.

■불황에 생계형 불법재배 늘어

미국의 경기 침체 속에서 멕시코 범죄조직의 전매특허였던 대마 불법재배가 미국인들의 빈곤 탈출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미 동부 애팔래치아 산맥 지역을 중심으로 생활고를 벗어나기 위해 수단으로 대마를 불법 재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AP통신이 최근 보도했다.과거엔 의료 목적이나 환락용으로 소규모 재배되던 것이 지난해 시작된 경기 침체 이후 대규모로 불법 재배되고 있어 미 마약당국의 골칫거리로 등장했다는 것이다.미 당국이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웨스트버지니아주에서 몰수한 대마는 2007년 70만그루에 그쳤으나 2008년 들어 100만그루를 훌쩍 넘어섰다.경기 침체로 마약 당국의 단속인원이 대폭 줄어들면서 불법재배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애팔래치아 마약단속국의 예드 셰멜리아 국장은 "우리가 파악하고 있기로는 지역 주민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대마를 불법 재배하는 이유는 돈"이라면서 "다른 주에 비해 경제 위기의 타격이 심했던 애팔래치아 지역 주민들이 최후의 수단으로 대마 재배에 손을 대고 있다"고 말했다.

미 마약당국의 또 다른 두통 거리는 미국 국유림 내 인적이 드문 곳에서 대규모로 불법재배되는 대마.

미 국립공원을 포함한 국유림 내에서 대마 불법재배 사례가 발견된 곳은 1995년 에만 해도 캘리포니아주가 유일했으나 2001년 오리곤,유타,아이다호주로 늘었고 2009년에는 지난 8월 현재 16개 주로 파악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미 산림청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대마 불법 재배는 미 서부 지역에 집중돼 있었으나 최근 들어 버지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 등 동부지역에서도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불법재배업자는 주로 멕시코의 마약 카르텔 조직인 것으로 알려졌다.마약조직은 9.11 테러 이후 미국과 멕시코 국경검색이 강화되면서 멕시코에서 유입되던 대마 양이 급감하자 미국 내에서 재배하고 있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미국 워싱턴 DC의 ‘내셔널 몰’은 미 연방 의사당과 링컨기념관 사이에 조성된 정방형 광장이다.
 이곳은 미 전역과 전 세계의 워싱턴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이다. 워싱토니안들과 인근 버지니아주 주민들이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즐기는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바로 이 광장의 서편에 조성된 ‘한국전 참전기념공원’도 일년이면 방문객 수백만 명을 맞고 있다. 3일 한국전 참전기념공원을 찾은 기자는 반가운 화환 하나를 발견했다. 한국전쟁을 형상화한 조각상들 맨 앞에 놓인 그 화환의 리본에는 영어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WE REMEMBER YOU FOREVER’(우리는 당신들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REPRESENTED BY CLASS 1963 SEOUL NATIONAL UNIVERSITY’(서울대 1963년 졸업생 일동 기증)

 ‘THE PEOPLE OF REPUBLIC OF KOREA’(대한민국 국민)

 이 화환은 ‘사랑하는 아빠에게’라는 리본을 단 화환과 아무런 리본도 달지 않은 화환들 옆에 나란히 놓여 있었다. 공원을 찾은 많은 방문객들이 리본에 적힌 문구들에 관심을 보였다. 취재 결과, 기자의 눈에 띈 이 화환은 일회성 행사용 화환이 아니었다. 꽃이 시들면 새로운 화환으로 교체되면서 올 봄부터 지금껏 공원을 지키고 있었다. 한국에서 의뢰를 받은 버지니아주의 한인 꽃집에서 정기적으로 이 화환을 관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리본의 문구들을 읽어내려가면서 지난 몇달 동안 취재과정에서 만났던 한국전쟁 참전
용사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나이에 낯선 신생국 코리아의 전쟁터에서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든 참전용사들은 하나같이 한국의 발전상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면서도 한미 양국에서 한국전쟁이 잊혀지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워런 H 위드한 ‘미 한국전 참전 기념재단’ 사무총장(예비역 대령)은 얼마 전 기자와 만나 “요즘 젊은이들에게 전쟁은 관심사가 아니다”면서 “한국만 그런 게 아니라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첫 동료였던 찰리를 비롯해 수많은 전우의
죽음을 지켜봤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피를 흘린 한국 내에서 전우의 죽음이 헛된 죽음으로 변해가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빛을 읽을 수 있었다.


 1995년 가을, 처음으로 한국전 참전기념공원을 찾았을 때 받은 충격은 강렬했다. 더운 여름날 우비를 걸치고 행군하는 군인들을 형상화한 조각상들은 용맹스런 군인의 모습 대신 생사의 갈림길에 놓인 인간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 배경과 관련해선 수많은 이론이 존재할 수 있지만,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참전용사들은 그 누군가에게 생명 같은 자식들이었다는 점이다.

 공원 내에 설치된 연못 가장자리에는 한국전쟁 당시 숨진 유엔군과 미군의 숫자가 각인돼 있다. 유엔군 사망자 62만8833명 중 미군 사망자는 5만4246명이었다. 린든 존슨 미 대통령은 1965년 7월 베트남전 추가 파병 기자회견 자리에서 “꽃 같은 우리 젊은이들, 멋진 젊은이들을 전쟁터에 보내기는 정말 싫다. 그들의 어머니가 얼마나 울고, 그들의 가족이 얼마나 슬퍼할지 저 역시 잘 알고 있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아프가니스탄 전쟁 추가 파병을 앞두고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제아무리 최첨단무기가 동원된다 해도 전쟁은 궁극적으로 인간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얼마 전 한국전쟁 휴전일(7월27일)을 미국의 국가기념일로 정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국전쟁 참전용사 인정 법안’(Korean War Veterans Recognition Act)’을 상·하원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며 한국전쟁을 국가적 차원에서 기리도록 했다.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한국전 참전기념공원에 헌화된 화환은 자국의 꽃다운 젊은이들을 한국에 파병하기로 결단한 미국 정부와 미국 국민들에게 한국 국민들이 전하는 감사의 메시지다. 이 화환 하나가 한미 우애를 외치는 수많은 수사를 압도하는 민간외교관 노릇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월터
샤프 한미연합군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이 5일 한국전 참전기념공원을 찾아 헌화할 예정이다. 샤프 사령관과 함께 옛 전우들의 명복을 빌기 위해 공원을 찾아올 위드한 총장 등 한국전 참전용사들이 공원에 놓인 이 화환을 보고 가슴이 훈훈해졌으면 좋겠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조선일보 관련 기사>

2012년 8월12일

광복절을 사흘 앞둔 12일(현지 시각) 오후 미국 워싱턴DC '6·25전쟁 참전 기념 공원(Korean War Veterans Memorial)'. 이날도 인근 버지니아에 거주하는 현운종(73)씨는 6·25전쟁 때 사망한 미군을 기리는 화환을 참전 용사 동상 앞에 바쳤다. 2009년 광복절을 시작으로 1주일에 한 번꼴로 이어오고 있는 헌화다. 빨간 수국, 파란 수국으로 태극기 모습을 표현한 화환에는 '우리는 당신들을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한국 국민으로부터…'라는 영어 문구가 적혀 있었다.

3년 동안 150회가 넘은 미군 참전 용사에 대한 헌화는 한국에서 배창모(73) 한국금융투자인회 회장 등 서울대 상대 17회(59학번) 동기생들이 뜻을 모은 데 따른 것이다.

배창모 금융투자인회 회장이 13일 서울대 상대 17회 동기생 한병무(왼쪽) F&F 회장과 함께 워싱턴 6·25참전 기념공원 헌화 사진을 들고 활짝 웃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워싱턴DC 6·25전쟁 기념공원 참전 용사 동상 앞에 화환을 놓고 있는 현운종씨. /김지호 객원기자 yaho@chosun.com, 워싱턴=임민혁 특파원

배 회장은 2009년 뉴욕 맨해튼의 배터리파크를 방문했다가 그곳에 있는 6·25 참전비 앞이 썰렁한 것을 보고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나라를 위해 숨진 미군 장병들의 이름 앞에 꽃다발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최소한의 보은이라 생각했다.

그는 얼마 후 서울 상대 17회 동기 모임에서 미국의 6·25 참전 기념비에 대한 헌화를 제의했고, 동기들은 흔쾌히 동의했다. 배 회장과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김승만 한테크 회장, 김항덕 중부도시가스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심춘석 이포CC 회장, 배정운 철강신문 회장, 성하현 한화리조트 부회장, 한병무 F&F 회장 등이 헌화 추진위원이 돼 3000여만원을 모금했다. 헌화 장소는 상징성 등을 고려해 워싱턴의 참전 공원으로 결정했다.

마침 배 회장의 용산고 동기인 현씨가 워싱턴 인근에 거주하는 데다 그의 부인이 꽃집을 운영하고 있어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연세대 상대 출신으로 미 농무부, 의회 도서관 등에서 30년 넘게 공무원 생활을 한 현씨는 "내가 화환을 들 힘이 있는 한 무슨 일이 있어도 헌화를 책임지겠다"고 했다. 서울 상대 동기회는 모금한 돈을 꽃값으로 보냈고, 작년 초 2700만원을 2차로 모금했다.

배 회장은 "6·25 참전 80대 노(老)병사들이 찾아와 화환을 보고는 '우리 삶이 헛되지 않았다'며 울기도 한다"면서 "우리도 헌화를 계속할 것이지만 이제 미국 교민들도 직접 나서서 사는 동네마다 미군 6·25 참전 기념비를 세운다면 한미 간 교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임민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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