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정부는 북한의 ‘슈퍼노트’(미 100달러 위폐)가 다시 발견된 것을 계기로 마카오 등지의 북한 계좌를 동결하는 대북 금융제재를 통해 김정일 정권이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자금을 차단해야 한다.”

미 하원 외교위 소속의 에드 로이스 하원의원(공화·캘리포니아주·9선·사진)은 세계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최근 북한 도발에 대한 의회 내 강경 기류를 전했다. 미 하원 재정위에도 속해 있는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현안과 관련해 “오바마 정부가 한미 FTA를 (미 의회에 비준 동의를 요청하지 않고) 계속 보류한다면 한미동맹에 나쁜 신호(wrong signal)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미 의회 내 지한파 인사인 로이스 의원과의 인터뷰는 6월 4일 미 하원 레이번 빌딩 의원사무실에서 진행됐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 시험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도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의회 내 대북 기류를 전해 달라.

“미 의회 안에서는 과거 북한의 WMD 개발 의도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있었다. 하지만 의원들은 최근 북한 도발을 지켜보며 북한의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이 미국 등 협상국을 속이며 장기간 계획적으로 이뤄졌다는 분명한 인식을 갖게 됐다. 북한은 (6자회담 등) 협상에 정직하게 임하지 않았다는 점을 알게 됐다. 북한은 협상 중에도 은밀히 고농축우라늄(HEU) 핵무기 개발을 지속해 왔으며, 핵무기 관련 기술을 시리아 등에 이전하고 이란 등에 미사일을 수출해 왔다. 우리는 북한의 의도를 분명히 알게 됐다.”

―오바마 정부는 어떤 대북 정책,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나.

“미 재무부가 2005년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제재했을 때 북한은 경화(hard currency)가 없어서 미사일 개발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탈북자의 증언을 들었다. 대북 금융제재를 통해 김정일 정권이 WMD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자금을 차단해야 한다.”

―대북 제재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은 대북 제재에 여전히 미온적인 반응이다.

“중국 정부 인사들을 만나 북한의 핵개발, 핵확산이 중국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득하고 있다. 북한의 핵개발은 일본과 대만의 핵개발을 촉발하고, 이는 군사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 정서적 차원에서도 중국의 장기적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중유 등 대북 에너지 지원국으로 충분히 북한의 행동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

―16일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한미 간 현안인 한미 FTA 비준 문제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우선 한미관계의 발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는 지난해 미국의 대외무기판매(FMS) 과정에서 한국의 지위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나 호주, 일본, 뉴질랜드 등의 지위로 격상시키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는 한국의 정당한 지위를 반영하는 것이다. 만약 오바마 정부가 한미동맹 관계를 심화하려 한다면 한미 FTA 수용은 중요한 조치가 될 것이다.”

―미국은 한국이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어느 정도 기여해 주길 바라나.

“오바마 정부가 한국 정부에 어떤 기여를 요청했는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정부와 국회가 결정할 문제라고 본다.”

―2007년 8월 방북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북한에 대한 인상은 어땠나.

“북한 어린이들의 키가 영양실조로 너무 작았다. 한국은 자식들이 부모보다 키가 큰 데 북한의 실정은 비참했다. 또 다른 인상은 북한 군인들이 보인 적대감이었다. 내 옆에 있던 대령이 쌀쌀맞게 굴었던 기억이 난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한국은 PSI(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PSI의 목적과 원칙을 지지한다.”(노무현 대통령)

“PSI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지지와 협력에 감사한다.”(조지 W 부시 대통령)

 2006년 11월18일 베트남 에이펙(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 계기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발표한 PSI 관련 언급이다. 두 정상의 발언만 놓고 보면 한미 양국의 PSI 공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부시 정부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막후에서 한국의 PSI 가입을 강하게 요구했다. 유엔안보리가 북한 핵실험 제재조치(결의 1718호)를 취한 지 한 달여 만에 열린 정상회담이었다.

 부시 정부로서는 한국 정부가 PSI 가입을 통해 북한의 핵확산 차단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여해 주길 바랐다. 노무현 정부는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부시 정부의 요구를 거부했다. 당시 정상회담을 취재했던 기자는 양국 정상의 무미건조한 표정을 통해 외교적 언급 이면에 감춰진 냉랭한 기류를 읽었다. 부부 간에 별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각방을 쓰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흘러 한국에선 보수 성향의 이명박 정부가, 미국에선 진보 성향의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출범했다.

 한국 정부 내에서는 PSI에 전면적으로 참여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그러던 차에 지난 4월 초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는 이명박 정부가 PSI 가입 방침을 사실상 확정짓는 계기로 작용했다. 기자는 2006년 11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면서 오바마 정부의 긍정적 반응을 기대했다. 하지만 고든 두기드 미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 정부의 PSI 가입 움직임에 관한 질문을 받고도 “한국 정부가 판단할 문제”라고만 밝혔다.

 미국의 환영 입장 표명이 북한이나 국내 진보진영의 반발에 직면해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돌연 남북 당국간 대화채널을 복원한다는 명분 하에 PSI 가입 시기 발표를 무기한 연기했다. 현대아산 직원의 북한 억류 사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조치였다지만 미국 정부로서는 당혹스러운 사태의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주미 한국대사관은 지난 12일 워싱턴 주재 한국 특파원들에게 한 통의 e-메일을 발송했다.

 그 메일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당일 마이애미에서 개최된 PSI 운영전문가그룹 회의에서 행한 연설을 발췌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골자는 “모든 국가들이 PSI에 가입하여 영속적이고 성공적인 PSI를 위해 기여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는 것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의 언급은 분명 PSI 카드를 꺼내들었다가 북한과 국내 진보진영의 반발에 직면한 한국 정부에 고무적인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오바마 대통령의 PSI 연설이 나오자마자 주미 한국대사관이 직접 나서서 득달같이 PSI 홍보에 나선 행태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외교관이란 자기 나라를 위해 거짓말을 하라고 외국에 보내진 정직한 사람”이라는 영국 외교관 헨리 워턴 경의 유명한 정의가 있다. 미국의 저명한 정치학자인 게리 윌스는 워턴 경의 정의를 “본국에 보내는 메시지는 신뢰할 만한 것이어야 하나 상대국에 대한 메시지는 모호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PSI 가입은 오바마 정부에게 보내는 ‘선물’의 의미가 있다. 선물은 상대방이 기대하지 않고 있을 때, 어렵게 구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 때, 효과가 극대화되는 법이다.

 동맹국이면서 다른 한편으론 협상 상대국인 미국을 향해 주미 한국대사관까지 나서서 한국 정부가 PSI 가입을 위해 전력질주하고 있다는 인상을 줄 필요가 있을까.

최근 기자가 만난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 재단 사무총장은 이렇게 충고했다.

“오바마 정부가 부시 정부의 PSI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을 때 이명박 정부 측에 PSI 가입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권고했다. 오바마 정부가 원하고, 관심이 높아졌을 때 가입해야 환영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가입한다고 말이 나온 이상 더 이상 정치화하기 전에 결단을 내리는 것이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다.”

조남규 워싱턴 특파원

 

 

“중국이 움직여야 한다. 북한이 2006년 12월 6자회담에 복귀한 것도 중국의 압력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미일 3국이 공동으로 요구하지 않으면 중국은 움직일 이유가 없다. 노무현 정부 시절처럼 한미가 삐걱거리면 안 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 캠프에서 동아시아 정책 수립에 관여했던 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사진)은 5월12일 워싱턴 DC 시내에 위치한 재단 사무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를 갖고 6자회담의 미래 등 대북 현안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보즈워스 대표가 한중일 순방 이후 북한 방문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방북 가능성은.

“보즈워스 대표가 첫 번째(지난 3월) 방북하려 했을 때는 북한 측에 미사일을 발사하지 말라는 조건을 걸어서 성사되지 않았다. 이번에는 방북할 것으로 본다.”

―방북이 성사되면 북미 직접대화를 통한 돌파구가 마련되는가.

“오바마 정부의 대화 의지를 전달하고 북한에 억류된 미 국적 여기자 2명의 석방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 하지만 그는 6자회담 대표가 아니다. 북핵 현안을 놓고 북한과 협상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다.”

―보즈워스 대표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의 방북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할 수 있지 않나.

“북한 입장에서 클린턴 국무장관은 버거운 협상 상대일 수 있다. 클린턴 장관으로서도 북한이 6자회담과 (2005년 북핵) 9·19 공동성명을 수용하지 않는 한 북한을 방문하기 힘들 것이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 리뷰(검토)는 어느 단계에 와 있나.

“대북 정책이나 전략이 마련됐다는 얘기를 아직 듣지 못했다.”

―대북정책 검토가 왜 늦어지나.

“과거에 실험하지 않은 새로운 대북정책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 정부 안에도 커트 캠벨(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이나 월러스 그렉슨(국방부 아태차관보)처럼 오랫동안 북한 문제를 경험해 본 사람이 많다. 하지만 그 누구도 ‘새로운 대북 전략이 있다’고 내놓지 못한다.”

―오바마 정부는 대북 현안의 경우 현상 유지에 만족한다는 것인가.

“현상 유지라기보다는 위기를 피하면서 더 나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북한 상황이 더 악화되면 미국에도 부담이 되지 않나.

“물론 더 악화될 수 있지만 세계적인 위협 차원에서 본다면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등이 더 중요하다. 북한은 그다음이다.”

―6자회담은 물건너 갔다고 봐야 하나.

“6자회담은 관련국들의 지난한 외교적 노력 끝에 태동한 것이다. 클린턴 장관도 언급했듯이 현 상황에선 6자회담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6자회담을 대체할 수 있는 다자회담 가능성은.

“미국과 북한, 중국이 참여하는 3자회담은 한국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한국까지 참여하는 4자회담이 좋기는 하나 이는 북한이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6자회담을 거부하는 북한의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나.

“북한은 핵 보유국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래서 6자회담의 판을 깨려 한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인간의 권력욕은 죽음 만이 끝낼 수 있다”고 말한 이는
 ‘리바이어던’의 저자로 유명한
 영국의 정치 철학자 토머스 홉스입니다.

 오는 6월 은퇴하는 데이비드 수터 미 연방 대법원 판사는
 홉스의 인간론이 적용되지 않는 이례적인 ‘권력자’였습니다.
 한창 일할 나이인 69세에 낙향을 결심한 수터는
법률가라면 누구나 선망하는 대법원 판사 자리에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체질적으로 맞지 않은 번잡한 워싱턴에서 벗어나
 어린 시절을 보낸 뉴햄프셔주 시골 농가에서 노년을 보내고 싶다는 것이
 그가 친구에게 털어놓은 은퇴의 변.


                                                                                                                                출처:뉴욕타임스


 친구인 토머스 래스는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수터는 뉴햄프셔주로 돌아갈 마음에
 일부 이삿짐 박스는 풀지도 않았다고 털어놨다”고 전했습니다.

 독신인 수터 대법관은 일을 사랑했습니다.
 그는 대법관 자리를
 ‘최악의 도시에서 수행하는 최고의 직분’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철학자 칸트 처럼 규칙적이었던 그는
 매일 12시간씩 일했고 매일 일기를 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점심은 사무실에서 사과와 요거트로 해결했는데
 사과는 꼭지만 빼고 씨까지 다 먹었다고 합니다.

 사치와는 거리가 멀어
 법복이 그가 입은 옷 보다 화려하다는 농담이 회자될 정도였다는군요.
 사교적 행사엔 취미가 없었으며
 독서와 하이킹, 산책을 즐겼습니다.
 휴가 때면 뉴햄프셔주 농가를 찾아
 수 천 권의 책에 둘러싸인 채 평화를 찾았다고 ,
수터는 친구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그는 이 책들을 도서관에 기증하기 위해
 종류별로 분류하고 있는 중이라는군요.

수터의 농가 사진을 보면, 
외벽 군데군데 칠이 벗겨지고 우편함엔 녹이 슬어있어
 현직 대법관의 집이라기 보다는
 시골 농사꾼의 집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21세기 정보통신 시대에
 컴퓨터도 사용하지 않았고
 비행기도 타지 않았던 ‘괴짜’ 수터는
 물질에 무관심한 대신
 역사와 대화하고 자연과 벗하며
 영혼을 살찌웠습니다.
 법복을 벗자마자
 돈벌이에 나서는 법관들 보다
 신뢰가 가는 ‘괴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지난해 국내 토익(TOEIC) 응시 인원은 200만명, 토플 iBT(TOEFL iBT)는 12만명 돌파하여 두 시험은 국내 도입된 이래 최고치를 달했다. 토플 시헙과 대학입학자격시험(GRE)은 해외 유학을 준비하는 이들에겐 필수코스다. 토익, 토플 주관사인 미 교육평가원(ETS) 필립 태비너 수석 부사장과 서면 인터뷰를 갖고 한국 수험생들이 궁금해할 사항들을 물어봤다. 그는 기존 시험 방식의 끊임없는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지식과 창의성, 의사소통 기술, 팀워크 등과 같은 개인잠재지수 평가를 반영하는 GRE 시험을 미국에 올여름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인들의 영어 능력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제가 보기에 한국사람들은 영어 공부를 대단히 잘하고 있다고 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한국인들의 영어성적이 향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 한국인의 성적을 다른 나라 성적과 비교하는 한국 언론 기사를 읽었는데, 이런 방식은 성적을 해석하는 정확한 방법이 되지 못합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는 것보다 내부적으로 향상되는 추이 자체를 봐야 합니다. 제가 알기로 한국은 성적이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입니다. 특히, 말하기가 한국에서는 화두인 것 같은데 말하기와 쓰기는 한국인뿐 아니라 다른 모든 국가의 사람들에게도 어렵습니다. 말하기와 쓰기는 계속 연습하는 사람들이 잘하는 것이지 한국인이라고 특별히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영어 말하기와 쓰기 능력을 향상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다른 나라 언어를 배울 경우 당신이 실질적으로 다루는 분야에서 그 언어를 활용할 때 실력이 향상됩니다. 만약 영어로 책을 읽고, TV를 보고, 라디오를 듣고, 그 언어로 글쓰기와 말하기 연습을 한다면 영어 능력은 빠르게 향상될 것입니다. 영어를 배우는 한국 학생뿐 아니라 한국어를 배우는 미국 학생들 모두에게 해당되는 조언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언어의 4가지 영역-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의 균형 잡힌 향상입니다.”

한국에선 자녀들의 영어 공부를 위해 가족이 생이별하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영어권 나라에 가야만 영어 공부가 잘됩니까.

“영어를 비롯한 모든 언어는 어디서든 배울 수 있습니다. 학생들이 꼭 해외로 가야만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해외에 거주하며 언어를 배운다면 그 언어권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의 이점이 있습니다.”

미국 대학이나 한국 회사들은 대체로 토플, 토익 성적이 수험생의 실질적 영어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평가에 동의하십니까.

“교육이나 비즈니스 영역에서 영어 점수는 여러 평가 방법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과거에는 선생님과 학생들이 모두 말하기나 쓰기보다는 읽기나 듣기에 집중해 왔습니다. 4대 언어능력을 고루 갖추지 않고서 획득한 높은 시험점수는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새로 도입된 iBT 토플이나 토익 스피킹 & 라이팅 부문은 4대 영역의 고른 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행 토플이나 토익 시험 방식을 개선할 계획이 있는지요. 있다면 어떤 식으로 개선할 방침입니까.

“ETS는 개발한 시험을 개선하고, 기존 시험을 새롭고 참신하게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며 새로운 평가도구 개발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개발 중인 분야 가운데 하나는 ‘비인지적 요소’(non-cognitive)를 측정하는 방법입니다. 이 평가 서비스는 미국에서 올여름 선보일 예정입니다. ‘비인지적 요소’는 지식과 창의성, 의사소통 기술, 팀워크, 그리고 정직 등과 같은 요소를 말합니다. 저희는 이 평가를 ‘개인잠재지수’(Personal Potential Index)라고 부르는데 GRE 시험에 가장 먼저 도입할 예정입니다. 저희는 또한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새로운 평가 서비스를 몇 가지 더 공개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쓰기나 말하기 같은 평가는 평가자별로 편차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요.

“ETS에는 ‘성과채점서비스’(Performance Scoring Services)라는 부서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고도로 훈련받은 최고의 전문가들이 ‘온라인 채점 시스템’(Online Scoring System)을 통해 시험 채점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채점 또한 긴밀하게 모니터되기 때문에 평가의 공정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수험생들이 토플 시험 비용에 부담을 느끼고 있습니다. 응시료를 원화 기준으로 고정시키거나 환율에 연동시켜 수험생들의 부담을 완화해줄 수는 없습니까.

“환율은 한미 양국 사이에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변동하기 때문에 대처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그래서 저희는 세계 각국에서 시험을 실시하는 데 드는 비용을 기준으로 응시료를 책정하고 있습니다. 규모가 크고 수요가 많은 나라일수록 상당한 투자와 인프라 구축이 이뤄져야 합니다. 비영리기관으로서 ETS는 회사의 목표를 지속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을 충당하고 다소의 수익만을 내면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우리는 또한 ‘사회투자기금’(Social Investment Fund)을 조성, 자선사업이나 사회공헌활동을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ETS는 한국인들에게 토플, 토익 주관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ETS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시죠.

“ETS는 세계 180개국 이상 9000여곳이 넘는 지역에서 토플과 토익, GRE, 그리고 미국수능인 SAT와 미국교사자격시험(Praxis Series)을 포함해서 연 5000만회가 넘는 시험을 개발하고, 주관하며 성적을 산출하는 비영리 기관입니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이 ETS를 시험 주관사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발생된 수익의 상당 부분을 더 나은 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R&D 등에 재투자하고 있습니다. 1947년 설립된 이후 60년간 ETS는 우리의 사명을 잊은 적이 없습니다. 우리는 시험 주관 테스트기관일 뿐 아니라 교육평가 및 연구 전문기관입니다.”

ETS의 경쟁력은 무엇입니까.

“단연 ‘품질’(quality)입니다. ETS 시험은 1100명에 달하는 전문연구인력들의 작품입니다. iBT 토플은 15년 넘는 시간과 2500만달러(337억여원)의 비용이 투자됐습니다. 최고 품질의 시험은 짧은 시간 안에 개발될 수 없습니다. 품질은 속도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ETS가 추구하는 원칙은 무엇입니까.

“ETS 전 직원의 ID카드 뒷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우리의 사명은 공정하고 타당한 평가 방법, 연구 및 관련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교육의 질과 공정성(equity)을 높이는 것이다. 우리의 상품과 서비스는 세계 사람들을 위해 지식과 능력을 평가하고 배움과 그 성과를 향상시키며 교육 및 전문적인 계발을 지원한다.’ 60년 전 채택된 이런 원칙은 현재도 유효합니다.”

워싱턴=조남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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