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 의사당을 밖에서 보면
의사당 돔이 상징처럼 다가오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돔 내부의 로툰다 홀이야말로
미 의회의 심장부라는 생각이 듭니다.



로마의 판테온 신전을 본떴다는 로툰다 홀은
천정의 프레스코화가 압권입니다.
로툰다 홀에 서서 180 피트 위의 천정을 바라보면
브루미디 작품인 조지 워싱턴의 승천(昇天)이 아스라이 보입니다.



이 작품을 좀 더 클로즈 업을 하면 이렇습니다.


조금 더 확대하면,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의 모습이 잘 보입니다.




워싱턴이 15명의 여자들과 함께 하늘로 오르는 광경인데

 

2명은 자유와 승리를, 나머지 13명은

독립 전쟁 후 미 합중국에 가입한 13개 주를

상징한다는군요.

로툰다 홀은 영예로운 시민들의 유해가 조문객을 맞기 위해

잠시 안치되는 장소로도 유명합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이 추모객을 맞기 위해

며칠 동안 로툰다 홀에 안치됐고요,




에이브러햄 링컨과 케네디, 아이젠하워 대통령,

 

에드가 후버 FBI 국장, 헨리 클레이 상원의원, 더글라스 맥아더,

1,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 한국전에서 전몰한 무명 용사 등이

이 홀에서 추모됐습니다.

 

 로툰다 홀의 남쪽에 위치한 옛 하원 회의장입니다.



초창기 미국사에 단골로 등장하는 역사적 현장이지요,

 

미국 독립전쟁에 참가한 프랑스 정치가 라파예트가
미 의회에서 연설한 첫 외국인이 된 장소이고요
,

제임스 매디슨이나 제임스 먼로, 존 퀸시 애덤스, 앤드류 잭슨,

밀러드 필모어 등이 이 곳에서 대통령에 취임했습니다.

특히 '대머리 대통령' 존 퀸시 애덤스와 이 곳과의 인연은 각별합니다.




그가 출마한 1824년 대통령 선거에서는

 

어느 후보도 과반수 선거인단을 확보하지 못해

헌법에 따라 하원으로 결정권(각 州가 한 표씩 행사)이 넘어갔는데

존 퀸시 애덤스는 1825 2 9일 이 곳에서

13개 주의 찬성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그가 퇴임하자 고향 주민들이 하원 의원으로 추대,

17년 동안 하원 의원으로 이 곳에서 봉사했고요,

자신의 의석에서 쓰러져 숨집니다.

지금은 이 곳이 National Statuary Hall로 변해

각 주에서 헌정한 조각상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각자 자신들 주의 대표 선수만을 골라 보낸 조각상들이지요.

버지니아주는 남북 전쟁 당시 남군 총사령관이었던 리 장군,
텍사스주는 텍사스 건국의 아버지 샘 휴스턴.

이런 식으로 50개 주가 2명씩 선발하도록 한 때가 1864년인데

미국 사람들 무슨 일이든 서두르는 법이 없습니다.

50개 주 전부 최소한 1명씩 선발을 마무리한 시점이 1971년입니다.

아직도 5개 주는 나머지 1명을 놓고 고심하고 있답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는 20일 대통령 취임식을 마친 뒤
이 곳에서 미 의회 지도자들과 오찬을 함께 합니다.

 
 옛 하원 회의장에서 로툰다 홀로 통하는

 문 위에 눈이 머뭅니다.
 Car of History라는 조각상인데
 
역사의 수레바퀴 정도로 부르면 되겠네요.




역사의 여신 클리오가 시간의 마차를 타고 있는 모습입니다.

 

수 많은 미국사의 주역들이 이 곳을 거쳐갔지만

오직 클리오 만이 덧 없는 인생사를

말 없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마의 태자' 무덤가에 서서

신라의 천년 사직을 회고한 소설가 정비석의 심정이

조금은 공감이 됩니다.

고작 칠십 생애에 희로애락을 싣고 각축하다가

한 움큼 부토(腐土)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니,

의지 없는 나그네의 마음은 암연(暗然)히 수수(愁愁)롭다


첫 흑인 대통령인 오바마 당선자의 집권기는
미 역사상 일대 분수령으로 기록될 것이지만
재임에 성공한다해도 8년에 그칠 집권기간은
유구한 역사 속에서 하나의 점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 점이 수 백 년 후에도 샛별처럼 빛나길 기원합니다.


찾아가는 길은 신비했습니다.

아직 해가 지지 않은 오후였지만

온통 나무 천지인 그 곳은

햇빛이 차단된 채 어둑했습니다.

태양마저 사라진 저녁이 되자

주위는 암흑으로 변해

헤드라이트에 비쳐진 도로 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캠핑장에선 제일 안 쪽의 오두막을 내줬는데

가는 길 내내 무섭다고 했던 아내는

꼭, 연쇄 살인범이 나타날 것 같은 곳이라며

밤새 군시렁거렸습니다.

아침에 눈 떠 보니,

정말 으슥한 곳이긴 하더군요.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북단에 위치한

레드우드 국립공원을 찾아갈 때의 일입니다.

 

 원시의 침엽수림이 우거진 그 곳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어떤 나무들의 나이는 2000 살이 넘었다는군요.

 

이 나무가 2000년 넘게

한 곳에 서 있었다는 공원 안내인이 말이

잘 믿기질 않더군요. 








사진 속의 배불뚝이 안내원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는 숲 속으로 한 참을 들어가야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태고적부터 존재한 레드우드 나무군락은

수 천 년의 세월과 폭풍을 동반한 바람,

건기(5월~11월) 동안의 가뭄, 번개 등에 의한 화재,

이렇게 4가지 요인에 의해 그 모습을

다양하게 변화시켜왔다는 게

배불뚝이의 설명입니다.

 

 이 곳에서 트레일 코스로 접어들자

가족들은 탄성을 지르며 나무에게로 달려갑니다.





한여름인데도 서늘한 숲 길을 걷다보면

여행의 피로도 한결 가시는 느낌입니다.




나무 나라 답게

캠핑장도 나무 일색입니다.

저녁 시간, 죽은 나무 둥치 속에 들어앉아 

고기를 구워먹고있자니

구석기 시대의 고인돌 가족이 된 것 같아

모처럼 동심의 기분에 젖어들었더랬습니다.

 

"애들아, 구워먹게 공룡알 2개만 들고와라"




집에 있을 때 가끔 눈길이 가는 곳이 있습니다.
거실 한 쪽에 걸려있는 양탄자입니다.
연전에 걸프만에 면해있는 카타르에서 사온 것입니다.
아내나 아이들은 물론 집을 찾는 방문객들마다
"발 매트를 왜 벽에 걸어놨느냐"고
냉소적인 코멘트를 불러일으키는 양탄자이지만
저에겐 각별한 물건입니다.
(이 글은 쓰고 한 참 뒤, 이 양탄자는 결국
아내가 화장할 때 깔고앉는 방석 대용이 되고 말았습니다)

                                                                   <집에 걸린 것 보다 훨씬 정교한 문양의 양탄자> 

언제든 중동 지역을 찾게되면
양탄자를 하나 사야겠다고 마음먹게된 것은,
20대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서머싯 몸의 대표작인
'인간의 굴레에서'를 읽고난 뒤의
결심이었습니다.

그 소설을 읽어본 분이라면
방황하는 청춘의 대명사, 우리의 필립이
인생 선배인 크론쇼에게서
"인생은 페르시아 양탄자"라는 화두를 건네받는 대목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왜 인생이 양탄자인가?

소설이 끝나갈 즈음,
몸은 필립의 독백 형식으로
그 해답을 제시합니다. 

 2007년 3월, 카타르를 찾았을 때
카타르 수도 도하는 갓 잡아올린 물고기처럼
약동하는 힘이 느껴졌습니다.

2006년 아세안 게임을 유치하는 등
적극적인 개방, 개발 정책을 추진하며
'제2의 두바이'를 꾀하고 있는 카타르의 힘이었습니다.


경기도 만한 크기의 카타르
는 세계 최대의 가스전을
보유하고 있는 자원 강국입니다.

 하마드 현 국왕은 1995년 부왕인 칼리파 전 국왕이 스위스로 휴가간 사이에 궁정 무혈 쿠데타를 통해 집권했습니다.

 권좌에 오른 하마드는 빈국 카타르를 1인당 국민 소득 20만 달러에 이르는 알부자 나라로 탈바꿈시켰다는군요.

 

 
 양탄자 얘기로 돌아가면,
제 눈을 사로잡은 양탄자는
아랍 전통시장인 '수크'를 배회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페르시아 민족의 후예가 운영하는 양탄자 가게는 저를
20대의 아득한 추억 속으로 이끌어갔습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페르시아 양탄자에 대한 희구.

 

가게 안에는 다양한 무늬에
현란한 색채의 양탄자들이 즐비했습니다.
이란 여성들이 몇 년에 한 장씩 밖에
만들어내지 못하는 수공예 양탄자라면서,
주인은 은근히 저의 구매 욕구를 부추겼습니다.

 이름모를 이란의 여인네가
수놓듯 한 땀 한 땀 그려나간 무늬를 좇다보면
과연 '인생은 페르시아 양탄자'란 말에 공감이 갑니다.
'인생=페르시아 양탄자'라는 공식을
서머싯 몸이 필립의 입을 빌려 풀이한 해답은 이렇습니다.

 크론쇼를 생각하며 필립은 그가 주었던 페르시아 융단을 떠올렸다. 인생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자, 그 것이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줄 것이라고 했었다. 갑자기 그 해답이 떠올랐다. 그는 픽 웃었다. 답을 알고 나니 수수께기 문제를 받았을 때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중략>

 크론쇼가 페르시아 양탄자를 선물했던 것은 바로 그 것을 말해주려 했던 듯 하다. 직조공이 양탄자의 정교한 무늬를 짜면서 자신의 심미감을 충족시키려는 목적 외에 다른 목적을 갖지 않았듯이, 사람도 그렇게 살 수 있을 것이다. 또 사람의 행동이 사람의 선택을 넘어서는 곳에 있다고 믿어야 한다면, 우리는 우리의 삶도 그렇게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삶도 나름의 무늬를 짜고 있다고. 어떤 행위는 쓸모가 없는 만큼 꼭 해야 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서 하는 것 뿐이다. 살아가면서 겪는 온갖 일들과 행위와 느낌과 생각들로써 그는 하나의 무늬를, 다시 말해, 정연하거나 정교한, 복잡하거나 아름다운 무늬를 짤 수 있다.

 선택의 능력이 있다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을 지 몰라도, 또한 현상과 달빛을 함께 얽어 짤 수 있는 환상의 속임수에 지나지 않을지라도, 그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에게 그렇게 여겨지면 그런 것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고, 아무 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을 배경으로 하여, 삶의 거대한 날실에(알지못할 샘에서 흘러나와 알지 못할 바다로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물과도 같은), 사람은 다양한 실가닥을 선택하여 무늬를 짬으로써 자기만의 만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장 뚜렷하고, 가장 완벽하고, 가장 아름다운 무늬가 하나 있다. 태어나, 성장하여 결혼하고, 자식을 생산하고, 먹고 살기 위해 일하다 죽는다는 무늬가 그 것이다. 그것들에서도 한결 착잡한 아름다운 무늬를 발견할 수 있다. 어떤 삶들은-헤이워드의 삶도 그 중 하나이지만-우연이라는 눈먼 무관심에 의해 디자인이 완성되기도 전에 끊겨 버린다. 그래서 그것도 중요하지 않다는 위안이 편하다. 크론쇼와 같은 삶은 이해하기 어려운 무늬다. 그러한 삶도 그 나름대로 정당하다는 것을 이해하려면 관점이 바뀌고 옛 기준은 바뀌어야 한다.

 필립은 행복을 얻고 싶은 욕망을 버림으로써 그의 마지막 미망을 떨쳐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행복이라는 척도로 삶을 잰다면 이제까지 그의 삶은 끔찍했다. 하지만 이제 다른 척도로도 잴 수 있음을 알고 나니 절로 기운이 솟는 듯 했다. 고통도 문제가 아니듯 행복도 문제가 아니었다. 살면서 만나는 행복이나 고통은 모두 삶의 다른 세부적인 사건들과 함께 디자인을 정교하게 만들어줄 뿐이다. 한순간 그는 삶의 우연사들을 넘어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들은 전처럼 그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무슨 일이든 이제는 삶의 무늬를 더 정교화하는데 보탬이 되는 동기가 될 뿐이다. 종말이 다가오면 그는 무늬의 완성을 기뻐할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예술품이리라. 그 예술품의 존재를 알고있는 사람이 자기 뿐이라 한들, 자신의 죽음과 함께 그것이 사라져버린다 한들 그 아름다움이 결코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필립은 행복했다. <'인간의 굴레에서' 민음사, 송무 옮김>   

  인생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우리의 필립은
수많은 좌절을 겪은 뒤
종국엔 이런 식으로 양탄자 수수께끼를 풀어내고
자신을 사랑하는 샐리와의 소박한 삶을 선택합니다.

 여러분들이 짜고 있는 양탄자는
무슨 무늬입니까.


  • 미국 경제침체의 골이 깊어가면서 금융위기의 도화선을 제공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이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의 중심을 자부하던 월가의 금융 CEO들은 리스크가 큰 금융상품으로 ‘머니 게임’을 벌이다 작금의 금융위기를 초래한 주범으로, 주택건설업체 CEO들은 경제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의 공범으로 낙인찍힌 채 경제 호황기에 그들이 누렸던 천문학적 규모의 돈잔치와 과소비 행태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미국 자본주의의 첨병으로 존경받던 CEO들의 추락은 자업자득의 측면이 강하다.



    지난 10월6일 미 하원 금융위기 청문회장.

    리처드 풀드 리먼브러더스 CEO는 청문회장에서 ‘CROOK’(사기꾼), ‘SHAME’(부끄러운 줄 알아)라고 적힌 카드를 든 시위대에게 수모를 당했다. 청문회를 주재한 헨리 왁스먼 의원은 회사 파산신청 직전 퇴사 예정 간부에게 2300만달러의 특별급여를 지급하고 풀드가 지난 8년 동안 급여와 보너스 등으로 5억달러를 수령한 점을 지적하면서 “파산한 회사의 CEO로서 공정한 일이냐?”고 따져물었다. 풀드는 고개를 숙였다. 맨해튼 파크 애비뉴에 있는 풀드의 펜트하우스와 코네티컷주 저택은 각각 2100만달러, 2500만달러를 호가한다. 유명 화가의 그림 등 2억달러어치의 예술품도 소장하고 있다. 뉴스위크지는 그의 부인 캐시 풀드가 회사가 파산신청한 달에도 명품 쇼핑에 매주 5만∼10만달러를 뿌리고 다녔다고 보도했다.

    풀드가 청문회에서 공개 망신을 당한 직후 이번엔 AIG 경영진의 부도덕한 행태가 폭로됐다. 미 정부의 긴급 구제금융을 받아 간신히 파산을 면한 AIG 고위 임직원들이 구제금융을 받은 직후 고급 휴양지에서 골프와 마사지 등을 즐기며 44만달러를 쓴 것이다. AIG의 마틴 설리번 CEO도 청문회장에서 ‘JAIL NOT BAIL’(구제금융 대신 감옥으로)이란 소리를 들어야 했다. 


  • ◆월가의 탐욕=금융회사 CEO들의 천문학적 보너스는 월가의 탐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메릴린치의 존 테인, 모건스탠리의 존 맥 등 월가 CEO 몇몇은 빗발치는 여론에 밀려 올해 보너스를 포기했지만 지난해까지만 해도 월가는 매년 보너스 잔치를 벌여왔다.

    미 정부의 자금 지원을 받은 골드만삭스의 경우, 로이드 블랭크페인 회장이 5400만달러를 수령하는 등 7명의 경영진이 지난해 2억4200만달러를 챙겼다. 손실이 발생한 올해에도 경영진에게 60만달러씩의 기본급을 제공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합병된 후 구제금융까지 받은 메릴린치의 존 테인 회장은 2007년 12월에 취임한 직후 보너스로 1500만달러를 받고 추가로 6800만달러어치의 스톡옵션을 받았다. 그는 94년 전통의 메릴린치가 간판을 내린 올해에도 연말 보너스로 500만∼1000만달러를 요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서야 보너스 포기 선언을 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리먼브러더스, 베어스턴스 등 투자은행 ‘빅5’가 지난 5년 동안 경영진에게 지급한 보수는 31억달러에 달했다.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가 불거진 2007년에도 이들 빅5는 직원들에게 평균 35만달러씩 모두 660억달러를 지급했다.

    AP통신은 지난해 미국 내 116개 은행이 경영진 600여명에게 지급한 봉급과 보너스가 16억달러에 달했으며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금융사 경영진조차 수백만달러의 보너스를 받아갔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현금 보너스는 물론 스톡옵션, 자가용 비행기, 골프 회원권, 개인 자산관리 서비스 등 각종 명목으로 돈을 챙겼다.

    ◆CEO의 모럴 해저드=금융위기를 초래한 기업 CEO 중에는 주가 하락 전에 주식을 내다팔아 거액을 챙긴 이들도 적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몇 해 동안 버블을 키우며 금융위기 진앙지가 됐던 금융회사와 주택건설업체 등 120개 상장사 CEO들이 주가 하락이 본격화되기 직전에 주식을 팔아치워 지난 5년간 210억달러를 챙겼다고 보도했다. 1억달러 이상 챙긴 CEO도 15명이나 됐다. 리먼브러더스의 풀드 회장(1억8400만달러)과 베어스턴스 제임스 케인 회장(1억6300만달러)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주식을 팔아치운 뒤 리먼브러더스 주식은 휴지가 됐고 베어스턴스 주식도 고점 대비 95%나 하락했다. 케인은 지난해 성과급만 4000만달러를 수령, “회사야 어찌되든 내 몫만 챙기면 그만”이라는 월가의 탐욕을 유감없이 내보였다.

    가장 많은 돈을 챙긴 경영진은 찰스슈왑 증권사 창업자인 찰스 슈왑으로 무려 8억1600만달러를 현금화했다. 이후 주가는 고점 대비 44% 빠졌다. 그 뒤를 주택건설업체 NVR의 드와이트 샤르 회장(6억2600만달러), BOA에 매각된 컨트리와이드파이낸셜의 안젤로 모질로(4억7000만달러), 건설업체 톨브러더스의 로버트 톨(4억2700만달러)이 이었다. NVR의 주가는 2005년 고점 대비 64% 폭락했지만 샤르 회장은 미리 챙긴 돈으로 플로리다 팜비치에 수영장과 테니스 코트가 딸린 8500만달러짜리 대저택을 구입,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다. 톨은 자사 주가가 상한가를 달리던 2005년 중반에 집중적으로 주식을 매도했다.

    ‘시한 폭탄’을 돌리다 자기 차례가 오기 전 빠져나간 셈이다. 1990년대 기술주 거품이 일던 시절에도 50명 넘는 경영진들이 거품 붕괴 전에 주식을 팔아 1억달러 이상 챙긴 바 있다.

    ◆경제위기 도화선된 탐욕=“이익을 내라, 그러면 너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다. 손실이 나면 너는 해고될 것이다.”

    월가의 성과급 시스템을 대변하는 구호다. 하지만 월가의 성과급 시스템이 현 금융, 경제위기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높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월가의 수익은 신기루, 천문학적 보너스는 현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투자은행 직원들의 보너스를 높여준 투자는 결국 손해가 났지만 보너스는 깎이지 않았다”면서 월가의 성과급 시스템에 문제를 제기했다. 신문은 그 사례로 메릴린치 공동사장을 역임했던 한국계 다우 김(김도우)을 거론하면서 금융위기 직전인 2006년 그의 월급은 35만달러에 불과했지만 보너스는 월급의 100배인 3500만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메릴린치는 그해 모기지 관련 투자로 75억달러의 이익을 냈으나 이후 모기지 투자가 부실화하면서 손실액 규모가 2006년 이익의 세 배까지 치솟았다. 2006년 메릴린치 임직원들은 성과급 보너스로 50억∼60억달러를 손에 쥐었지만 정작 회사의 이익은 몇 년 후 흔적도 없이 사라진 신기루였다는 것이다.

    하버드 로스쿨의 루시안 벱척 교수는 “투자은행 전체가 왜곡된 성과급 체계 위에 서있었다”면서 “보상 체계는 위부터 아래까지 온통 결점투성이”라고 지적했다. 은행 경영진들이 성과급 체계에 따른 보너스를 타내기 위해 고안한 각종 ‘머니 게임’을 벌이다가 금융위기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조남규 기자

청와대 출입기자 시절 ‘에어포스 원’(대통령 전용기)에 탑승한 적이 있다.

통상 ‘공군 1호기’와 ‘공군 3호기’로 부르는데 1985년 도입된 보잉737 기종으로, 탑승 인원 40여명 규모다. 수명이 다해 2010년쯤이면 폐기처분해야 할 정도로 낡은 기종이다. 대통령은 이 전용기를 중국, 일본 등지를 방문할 때만 이용한다.

항속 거리가 짧은 탓에 동북아 지역을 벗어나는 순방에는 무용지물이다. 미주, 유럽 지역은 물론 동남아 순방 시에도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점보기를 임차해야 한다. 임차 비용은 한 번에 16억원 정도. 그래서 시쳇말로 ‘본전을 뽑기 위해’ 필요한 순방국 주변의 몇몇 나라를 묶어서 가곤 한다. 묶이는 나라 중엔 시급한 현안이 없는 국가가 포함되기 마련이다. 낭비라면 낭비다.

이명박 정부가 대통령 전용기를 보잉 747 또는 A380(에어버스) 등 대형 기종으로 교체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하자 논란이 거세다. “경제도 어려운데 무슨 대통령 전용기 타령이냐”는 반발이다. 노무현 정부의 전용기 도입 추진에 쌍심지를 켜고 반대했던 한나라당의 근시안적 행태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미국에서도 레이건 행정부 전의 대통령들은 예산을 낭비한다는 비난이 두려워 선뜻 전용기 교체를 추진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가 어느 나라보다 요청되는 나라다. 전용기가 생기면 대통령 뿐 아니라 총리도 현안이 있는 나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실무형 순방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전용기 사업은 지금 시작해도 빨라야 2012년에야 도입이 가능하다. 이제부터라도 정략적인 논란은 그만두고 전용기 도입의 대차대조표를 구체적으로 따져보는 실속 있는 논쟁이 벌어지길 기대한다.

조남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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